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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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직장인은 최소 수입의 50% 이상을 저축한다고 하는군요.”
유지웅. 30세. 크리스탈 메이커. 결정체 생산자. 한국의 숨은……이 아니라 대놓고 알려진 지배자. 가히 세계를 일통할 만한 힘을 지닌 자. 종교계에서도 언급 자체를 금하는 인물.
한국은 유왕교라는 새로운 종파가 생겼다. 유지웅을 살아있는 신처럼 모시는 종파다. 물론 대놓고 신이라 하지는 않고 ‘우리들의 왕’이라며 떠받들어 모신다. 이들은 사석에서조차 유지웅을 언급할 때 ‘폐하께서’혹은 ‘금상께서’라는 식으로 극존칭을 사용한다.
균열이 사라지고 결정체를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되면서, 인류는 2년에 걸쳐 화석 연료 시대로 회귀할 준비를 갖춰나갔다. 그러나 유지웅이 생환하면서 그 모든 것은 백지로 돌아갔다.
그는 무에서 결정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류가 화석 연료 시대로 회귀 준비를 하고 있다지만, 수십 년간 결정체에 의존해온 문명이 2년 만에 크게 바뀔 리가 없다. 그 와중에 유지웅이 다시금 결정체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결정체 문명은 본래의 지위를 되찾았다.
세계는 유지웅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숨을 죽이며.
한국은 유지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바로 법이다.
“왜 그런지 아세요?”
“그거야 알뜰하게 저축을 해야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LP그룹 총수이자 전경련 회장인 백현식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연합 총회에 참석한 다른 기업 총수들도 유지웅의 의중을 몰라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럼 평범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급여의 절반씩 저축한다 치고, 평범한 집 한 채를 장만하려면 얼마의 세월이 걸릴지 아시는 분?”
“…….”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런 걸 평소 알고 다니는 사람이 과연 이 자리에 있을까? 이 자리에 모인 이 중에서 기업 총수가 아닌 이가 없는데?
유지웅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세상에나! 들어 보세요. 월 200만원을 받는 사람이 100만 원씩 저축한다 치면 일 년에 1,200만 원이에요. 10년을 모아봐야 1억 2천이고요. 보니까 가정을 이루려면 집값으로 1억 2천은 있어야 한다는군요. 아, 물론 서울은 빼고요. 이것도 최소래요, 최소!”
“…….”
“1억 2천으로 집을 산다니, 서민들의 삶은 참으로 굉장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 회의가 그런 감탄을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잖아요? 그쵸?”
감탄은 당신 혼자 하고 있었어! 라고 모두들 생각했으나,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은 안 해요? 차는 안 사요? 애는 안 키워요? 부모님 봉양은 안 해요? 월급의 절반을 모아봐야 지방에서 조그마한 집 한 채 사는데, 나머지 절반으로 결혼, 차, 육아, 부모님 봉양,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여기서 한 달에 100만 원으로 그게 가능하신 분?”
“…….”
이번에도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런 건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않았으니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 이들이다.
“100만원이래요, 100만원. 도대체 100만원으로 뭘 할 수 있죠? 저는 상상이 안 가요. 그런데 서민들은 그걸 한대요. 그 돈 같지도 않은 돈 가지고 어떻게든 쪼개서 그걸 한대요. 와, 진짜 엄청 신기하지 않아요? 역시 서민들은 대단해요, 그쵸?”
여기서 끊어졌다면 유지웅은 국민들 사이에서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왜냐하면 반전은 항상 마지막에 뒤따르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최저임금 인상하는 걸로 합시다. 우리 다 알잖아요? 겨우 백만원 가지고 그거 절대로 못한다는 거. 여기서 그거 가능한 사람 없죠? 그쵸?”
“그, 그럼 얼마나…….”
“시급 100만 원 어때요?”
“그, 그건 너무 지나칩니다!”
회장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인상률을 꺼내들었어! 지금 시급이 6,000원인데 대체 몇 배나 부풀린 거야!
“시급 100만 원이 많은 건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터무니없이 적은데.”
“회장님,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를 생각해보십시오. 그 많은 사람들이 시급 100만 원 이상씩 받는다면 나라 경제가 버텨내지를 못합니다.”
“어차피 100만 원 초과해서 줄 것도 아니면서. 최저임금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 딱 맞춰 주는 마지노선?”
“…….”
힐난하는 건지 정말 그런가 보다 해서 하는 말인지, 총수들은 헷갈렸다.
유지웅은 답답하다는 듯이 패드 컴퓨터를 꺼내 들었다. 무선으로 연결된 영사기가 커다란 벽면 스크린에 패드 컴퓨터와 연동된 화면을 쏘았다.
“여기 이 기사 좀 보세요. 서민들이 죽어간대요. 결정체 산업으로 나라 성장률은 20, 30%가 휙휙 넘는데 임금은 찔끔찔끔 올라서 뭐 할 수가 없대요.”
“…….”
“그럼 여러분들 의견을 말씀해 보세요.”
유지웅은 팔짱을 끼며 물러났다. 총수들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최저 임금에 관한 전경련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거란 예상은 했다.
문제는 유지웅이 시급 100만 원이란 터무니없는 액수를 들먹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도 최저 임금이 6,000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100배가 넘는 뻥튀기를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대박! 최저 임금 9만 원으로 결정!」
「와, 진짜? 말도 안 돼! 그럼 대체 얼마나 뛰어오르는 거냐. 15배?」
「솔직히 우리나라 지금 결정체 산업으로 얼마나 부유한데 최저시급 6,000원은 말도 안 된다. 9만원이면 난 우리나라 수준에 맞는 적정수치라 본다. 지금 물가가 대체 얼만데.」
「유왕 폐하께서 중신회의에 납시어서 하명하시니,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자가 없었도다. 유왕 폐하 만세! 만세! 만세!」
「난 유왕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세다.」
유지웅. 30세. 크리스탈 메이커. 한국의 절대적인 지배자.
그의 새로운 취미는 인터넷 기사와 댓글 탐독이라고 한다.
* * *
“뭐라고요?”
“신축 기숙사를 짓는 것에 주변 건물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내 후배들 위해 내 돈 들여 내 모교에 기숙사 지어준다는데 왜 주변 건물주들이 반대하는데요? 대체 그 사람들 뭐 하는 사람들인데요?”
“원룸이나 고시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기숙사가 생겨나면 세입자를 뺏긴다며…….”
“치사하게 공부하는 학생들 상대로 돈 장사를 하려고? 안 되겠다. 기숙사 비율을 120%로 하세요.”
“네? 120%요?”
“네. 재학생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요.”
“반대가…… 알겠습니다.”
“전국 모든 대학교에 시행하세요.”
“네엣?”
“못 들으셨어요? 전국 모든 대학교에 시행하세요.”
그냥 모교인 연주대학교에 신축 기숙사 하나 지어주려던 것이 졸지에 전국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확장되고 말았다. 덕분에 타대학 근처에서 원룸 사업을 하던 이들까지 서울로 몰려와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유지웅은 시위 장소에 나가서 직접 말했다.
“가난한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잠잘 곳을 제공하겠다는데, 그걸 하지 말란 말인가요? 여러분들의 마음에는 악마가 들어있나요?”
그의 발언은 전파를 타고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 나갔다. 수많은 대학생, 그리고 대학생을 둔 부모들이 이에 감동했다.
언제나처럼 거침없는 독설. 하지만 본질적으로 틀리지 않은 발언은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짜릿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역시나 유왕 폐하께서는 가차 없으시다.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질러주신다.」
「너, 그거 황실 모독이다.」
「뭐 어떠냐. 난 유왕교도 아닌데. 낄낄.」
「그거 아냐? 유지웅 회장이 이번에 국영 통신사 세운다더라.」
「국영 통신사? 갑자기 왜?」
「헛돈 쓰는 거 아니야? 국영 통신사면 품질이나 서비스도 완전히 개판일 텐데……. 관료주의 쩔 거고.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국영으로 세운대?」
「대신 통신비는 무조건 한 달에 9,000으로 고정해서 받는다던데? 국내 한정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할 만 하지 않냐?」
「와! 진짜?」
「통신사들 시장 독점으로 배불리는 거 막겠다고 그러더라. 경쟁자가 생기면 알아서 요금 낮추지 않겠냐?」
3대 이동통신사는 비상에 들어갔다. 국영 기업이면 서비스나 품질은 매우 낮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요금도 매우 낮다.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그 정도 요금이면 가끔 짜증나더라도 참고 쓰겠다는 소비자가 생겨날 것이다. 그럼 기존 고객에서 대량 이탈자가 생겨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제 기사를 봤는데, 서민 물가지수가 너무 높대요. 실업률도 무시 못할 정도고요. 그래서 제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근사한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뭐, 뭡니까?”
유지웅이 저런 말을 하면 이제 기업 총수들은 긴장부터 한다. 제발 이번은 자기들 사업 영역이 아니기를 하고! 이미 통신 시장의 질서(?)가 그에게 유린당한 것을 본 뒤로는 더더욱 간절했다.
“만물 생산 공장을 세우고, 판매마트를 전국에 지을 겁니다.”
“만물 생산 공장이요?”
이름부터 왠지 심상치가 않았다. 설마……?
“젓가락부터 TV까지, 모든 가전소비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죠. 접시, 우유, 분유, 기저귀, 냉장고, 생리대, 변기뚜껑, 뭐 아무튼 그 종류는 안 가리고 무차별로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그럼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겠죠?”
“으, 으아아…….”
“그리고 그 물건들은 약간의 마진을 붙여서 전국 판매마트를 통해 팔 생각입니다. 아! 기존 다른 마트나 구멍가게에도 공급은 해요. 대신 동일한 가격으로. 아무튼 이리 되면 마트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 일자리가 또 늘어나겠죠?”
“그리 되면 다른 기업들이 모두 죽습니다!”
“왜 죽어요? 내가 원가나 그 밑으로 판다는 것도 아닌데. 이러면 합리적인 가격 조율이 이뤄지지 않겠어요? 보이지 않는 손 이론도 모르세요? 와, 그럼 물가도 자연히 안정되겠네? 두 마리 토끼 잡는 거 참 쉽죠?”
“보이지 않는 손이요? 하지만 그건 이미 실패한…….”
“사실 안 투명한 손이니까 성공할 겁니다. 고용 시장, 물가 수치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경쟁자를 등장시키겠다는데, 그게 뭐 잘못됐나요?”
“…….”
오늘 하루도 기업인들은 경영조정을 위해 피가 마르는 나날을 보낸다.
* * *
“아빠, 정말 가시는 거예요?”
“응. 미국에 자주 올 거니까 엄마랑 잘 있어야 한다. 알겠지?”
“힝……. 아빠, 안 가면 안 돼요?”
딸이 응석을 부리자 어머니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안 돼요. 아빠는 세상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러 한국에 가시는 거야. 그런데 머피, 너 혼자만의 욕심으로 아빠를 붙잡으면 되겠니?”
“왠지 아빠가 영영 못 올 것 같단 말이에요.”
그레이브스는 말도 안 된다며 웃었다.
“하하, 아빠가 위험한 곳에 가는 것도 아니고, WCO 신임 의장으로 취임하러 가는 거란다. 그런데 왜 영영 못 온다는 거니?”
WCO는 칠드그린 페이커, 남기철, 이 두 명의 공동 의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너무 모자랐다. 따라서 새로운 공동 의장이 절실해졌고, 칠드그린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그레이브스가 선임되었다.
그레이브스는 가슴이 벅찼다. 이제 한국으로 가면 3번째 WCO 의장으로서 세상을 위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연히 가족들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겠지.
앙탈을 부리는 딸을 안아주고 돌아서던 순간이었다.
S! T! A! Y!
―안 돼! 딸아! 나를 보내면 안 돼! 제발 나를 보내지 마! 가지 마!
‘응?’
뭔가 이상한 환청이 들린 것 같은데? 그레이브스는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는 미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러니까 업무차 방문이 아닌 이상 말이다. 일은 산더미처럼 밀려 있었고, 그는 도저히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결국 그가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가족들은 한국 세종시로 이민을 왔다.
============================ 작품 후기 ============================
어..나귀족이 3살이 됐습니다.ㅋ
오늘이 3주년이네요.
아무튼 정규 시즌의 회장님은 저리 살고 계시답니다.
나도 저 한국에서 살고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