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75)
00875 %3C프리시즌 딜러편%3E 아이돌 라이벌 =========================================================================
정효주는 단숨에 한국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유지웅의 죽음으로 기댈 곳이 없어진 지금, 유일한 1인 레드 몹 레이드가 가능한 그녀의 존재는 나라 전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 생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단결! 단결!”
“정효주! 정효주!”
검은 정장을 입은 정효주가 한 손을 높이 들었다. 흥분한 군중도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그녀의 이름을 열창했다.
“어떤 외압에도 우리는 결코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와아아! 와아아아!”
귀청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시청 광장을 울렸다. 정효주는 엄숙한 표정으로 단상에서 물러났다. 광화문에는 적어도 백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몰려 나와 있었다.
오늘 행사의 대미는 블루 결정체 퍼레이드. 미리 준비 된 오픈 트레일러에 100개의 철제 박스가 실렸다. 100cm X 30cm X 50cm 크기의 박스에는 괴 모양으로 가공된 결정체가 실려 있었다. 바로 블루 결정체를 희석 정제한 것이다.
“저게 다 블루 결정체야? 쩐다. 저거 대체 얼마나 하지?”
“상자 하나에 50억이래.”
“와, 그럼 100개니까 오천억?”
“근데 블루 결정체가 원래 저리 컸어?”
“바보냐. 연료원으로 1차 정제한 거잖아. 그래서 부피가 저리 늘어난 거고.”
“왜 정제한 거야? 부피도 늘고 정제 비용도 들어가는데. 차라리 그냥 내다 파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아?”
“야! 수입하는 나라가 연료로만 쓰게 만들려는 유지웅 형님의 높은 뜻을 모르겠냐? 정효주님도 그 뜻을 이어서 철저히 가공해서 내다 파는 거다. 종묘 회사들이 종묘 팔 때 2차 발아 못하게끔 바이오 처리하는 것처럼.”
“아하.”
결정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번의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한다. 먼저 연료원으로서의 성질을 고정하는 1차 정제 작업, 그 다음으로는 사용 엔진에 따라 농도를 분류하는 2차 정제 작업이 있다.
지금 트레일러에 실린 결정체는 1차 정제 작업을 마친 것이다. 이 결정체는 이제 연료 외의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입자 성질 연구라든가, 소재나 의약품 등등에 사용하지 못하게끔 쐐기를 박은 것이다.
수입국은 이제 사용 목적에 따라 잘게 쪼개어서 2차 정제 작업을 한 후 사용하게 된다. 자동차라든가, 선박이라든가, 발전소라든가.
「지금 막 정효주 국무위원장이 퍼레이드를 마쳤습니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오늘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퍼레이드 행사에 모였는데요. 정효주 국무위원장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앗, 시민들 다시 한 번 우렁찬 함성으로 보답합니다.」
「네,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시민들이 모여주셨는데요. 정효주 국무위원장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이쯤에서 국무위원장이 무슨 지위인지 궁금하실 분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석창호 교수님,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무위원장이란 국가무역위원회의 최고 결정권자인 국가무역위원장의 줄임말입니다. 국가무역위원회, 줄여서 국무위원회는 생긴 지 몇 달 안 된 민간기구입니다만, 그 영향력은 행정부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국무위원회는 정확히 어떤 곳입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고(故) 유지웅 대회장님께서 해외의 침략 공세로부터 대한민국 자주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상설무역기구입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얼마 전 UN에서 강제로 탈퇴하고 무역 봉쇄도 당하는 등 국제적인 억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고 유지웅 대회장님께서는 통탄을 금치 못하시고 국가의 부흥을 위해 국가무역위원회를 설립, 블루 결정체 무역을 내세워 타국의 경제무역 협력이라는 빅딜을 성사시키셨습니다.」
「아, 네. 그렇군요. 그런데 석창호 교수님, 숨은 잠시 돌리시고…….」
「국무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힘을 써준 덕분에 우리나라는 지금 결정체 무역의 허브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UN 및 선진국들의 경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들이 앞을 다투어 우리나라에 수출을 하고, 또 수입을 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제 봉쇄 조치에 가장 앞선 영국의 대기업들이 무역 시장의 큰손 중 하나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정효주 국무위원장님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 유지웅 대회장님의 유지를 계승하여 우리나라를 수호하고자 자나 깨나 노력하시는 훌륭한 분입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것들은! 인터넷에서 악플이나 달아대고! 진짜…….」
「마이크, 현장으로 돌려주세요.」
데스크의 마이크가 꺼지고, 곧 퍼레이드 현장으로 화면이 옮겨갔다. 시속 12km의 느린 속도로 달리던 트레일러들은 퍼레이드 줄이 끝나자 곧바로 속력을 높였다. 목적지는 인천공항이었다.
「지금, 100개의 운송 박스가 단단히 닫힌 채 3기의 화물 수송기에 분산 적재되고 있습니다. 교수님, 저 운송 박스에 실린 물품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아, 이번에도 방송사고를 내시면 곤란합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저 운송 박스에는 지금 연료원으로 1차 정제를 마친 블루 결정체 희석물이 들어 있습니다. 이 희석물은 수입을 원하는 여러 나라로 반입됩니다.」
「정효주 국무위원장이 직접 레이드해서 얻은 최초의 블루 결정체로 만든 희석물이죠?」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이 퍼레이드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고 유지웅 대회장님의 유지를 이어, 정효주 국무위원장님께서 제2대 국무위원장의 역할을 부족함 없이 수행해냈다는 자랑스러운 증거이자 우리나라의 긍지인 것……!」
「마이크, 다시 돌려주세요.」
예전 같으면 대형 방송라고 항의가 빗발쳤을 테지만 지금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많은 이들이 석창호 교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에 열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었다.
냉정한 전문가들은 정효주 혹은 국가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위험한 전체주의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언급을 잘못했다가는 집중 포화를 맞을 정도로 정효주를 향한 인기는 대단했다.
“저, 김기영 실장님. 근데 정말 이대로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잘해내고 계십니다.”
“뭔가,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대회장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당신께서 복귀하기 전까지 흔들림 없이 이 나라를 붙들어놓으라고요. 지금 대회장님께서 사망한 걸로 알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집어삼키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한 치의 틈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건 알아요.”
정효주는 얼떨떨했다. 며칠 만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게 변해버렸다. 밖에 나가도, 집에 있어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만 한다. 아이콘이 되었고, 영웅이 되었으며, 우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든 국민이 하나같이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 그 부담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사모님. 힘드신 건 압니다. 하지만 이 범석이, 충심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버텨내셔야 합니다. 이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대회장님을 위해서 이겨내셔야 합니다. 지금 사모님이 틈을 보이셨다가는 이 나라는 주변을 둘러싼 열강의 이빨에 갈가리 찢기고 말 겁니다.”
“김 비서 말이 맞습니다. 만약 사모님이 손을 쓰지 않았으면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엉망진창이 됐을 겁니다.”
한때 유지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레드 몹 레이드가 가능했다. 그가 죽은 이후로 한국은 좌절의 늪에 빠질 뻔했다.
그러나 한국은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 바로 정효주의 존재 덕분이다. 유지웅과 마찬가지로, 단독 레드 몹 레이드가 가능한 그녀의 실력은 한국 사회에 희망을 주었다.
“우리 정효주 위원장님께서는 혼자서 레드 몹도 때려잡는다 이거야. 느그 나라엔 이런 분 없지?”
「WTF!」
유지웅이 죽은, 아니 죽었다고 알려진 지금 정효주는 한국의 자랑거리이자 기둥이었다. 세계 유일의 단독 레드 몹 레이드 가능자를 보유했다는 국민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팍스 아메리카는 죽지 않았다!」
숙명의 라이벌이 나타났다.
* * *
「코드 세븐! 코드 세븐!」
「시민 대피를 지원하라!」
「괴수 돌격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원이 필요하다! 인근 공격대 편성은 어찌 됐는가?」
거대한 갈색 공룡이 내달리고 있다. 진격로에 있는 모든 것을 짓밟아 부숴 버린다. 조용했던 카네기 시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괴수였다. 두터운 다리와 길고 단단한 꼬리, 초라하리만치 얄팍한 두 앞발은 티라노 사우루스를 닮았다. 공룡 괴수의 키는 고층 빌딩과 맞먹을 정도로 매우 컸다.
「티렉스터가 P32 포인트로 이동 중! 시민 대피 작업을 서둘러라!」
「P32 포인트 대피 작업 98% 완료! 30초만 시간을 끌어 달라.」
「오케이! 본기가 주의를 끌어보겠다! 선회 하강!」
티렉스터. 티렉스와 몬스터의 합성어로, 티렉스를 닮은 레드 몹에게 붙은 이름이다.
아무런 조짐 없이 레드 몹이 갑작스럽게 습격해왔는데도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엇! 여기는 델타! 피난하지 못한 시민 발견! 티렉스터와 몹시 가깝다! 티렉스터가 눈치 챘다!」
「주의를 끌어라! 시민이 도망칠 수 있게 해!」
「으아악! 시민이 티렉스터에게 달려가고 있다!」
델타 헬기의 기장은 은발의 소녀가 갑작스럽게 티렉스를 향해 달려들자 기겁을 했다. 아니, 죽으려고 저러나?
「달려든다고? 혹시 레이더는 아닌가?」
「레이더라고 해도 혼자 달려들 리는 없잖은가! 게다가 어린 소녀다! 지적장애가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죽으려고 하거나.
놀라운 일은 그때 벌어졌다. 기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있는 힘껏 땅을 구른 소녀가 20미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소녀는 티렉스터의 이마에 힘차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쿵! 하는 소리가 하늘을 치듯이 울렸다. 티렉스터의 몸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소녀는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며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소녀, 쿤겐은 살짝 당황했다.
“멀쩡하잖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퍼플 결정체의 힘을 얻었다. 유지웅은 힘을 완전히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래도 레드 몹쯤은 한두 방이면 씹어 먹을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런데 저걸 봐라. 있는 힘껏 가격했는데 잠시 중심이 흔들린 것 빼고는 멀쩡하지 않은가? 저 놈이 원래 맷집형 괴수였나?
아니, 그렇다 해도 레드와 퍼플 간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클래스 벽 차이가 있을 텐데?
잠깐, 그러고 보니…….
“……저거, 너무 큰데. 원래 티렉스터가 저리 컸나?”
―캬오오오!
티렉스터가 있는 힘껏 울부짖으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녀석은 왼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몸을 힘차게 회전했다. 거대한 꼬리가 굉음을 뿌리며 쿤겐을 덮쳤다.
쿤겐은 두 팔을 교차해서 꼬리 공격을 막아냈다. 굉장한 통증이 온몸을 찢을 듯이 덮쳤다. 몹시 아팠다.
“크윽! 아프잖아!”
쿤겐은 티렉스터와 싸워본 적이 있다. 그래서 녀석의 꼬리 공격이 어느 정도 파괴력인지 알고 있다.
지금 맛본 파괴력은 예전의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력했다. 그리고 3배는 족히 됨직한 저 크기는…….
“저거, 레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녀는 비로소 긴장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자! 테레사! 티렉스터를 물리치고 미국의 영웅이 되는 거야!”
“저거 블랙 몹 같은데요?”
“응? 레드 몹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