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77)
00877 %3C프리시즌 딜러편%3E 아이돌 라이벌 =========================================================================
멀리서 커다란 함성이 들렸다. 우두커니 서 있던 쿤겐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캡틴 오피 만세! 캡틴 오피 만세!”
“캡틴 아메리카 만세!”
중간에 이상한 거 하나가 끼어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쿤겐은 얼른 바지 한쪽을 찢었다. 천 조각으로 퍼플 결정체를 감싼 후 손에 단단히 쥐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30대 초반의 흑인 남자가 기쁨에 차서 외치듯이 물었다.
“정말 레드 몹을 물리친 겁니까? 당신 혼자서요?”
쿤겐은 그렇다는 듯이 가볍게 끄덕였다. 보아하니 이들은 전부 지원을 위해 소집된 공격대 같았다.
“대단합니다! 어떻게 레드 몹을 혼자서!”
“정말 장합니다! 당신은 미국, 아니 세계의 영웅이에요!”
“역시 OP의 힘은 대단해요!”
뒤늦게 도착한 공격대원들도 쿤겐을 둘러싸고 축하를 했다. 흥분에 취해 나오는 대로 내뱉는 사람,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방 뛰는 사람, 어떻게든 쿤겐과 손 한 번 잡아보려고 안달이 난 사람…….
이들은 이동 및 대기 중에 원거리 고감도 카메라가 보내주는 원격 영상으로 생생히 전투 현장을 지켜봤다. 전투는 발길질 하나하나까지 전부 예술이었다. 쿤겐의 공격이 괴수의 턱을 가격할 때마다 그들은 술에 취한 듯 황홀한 느낌을 맛봤다.
‘우리 미국의 자랑스러운 오피!’
오피. 원 맨 파워. 레드 몹을 혼자서 잡을 수 있는 자.
지금까지 지구상에 등장했던 오피는 총 세 명. 그 중 한 명이 죽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두 명. 그 두 명 중 한 명을 미국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미국 레이드계의 경사이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쿤겐! 역시 자네는 최고야!”
쿤겐과 안면이 있는 이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더욱 반색했다. 쿤겐은 얼떨떨한 건지 정신이 없는 건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그건 마치, 시선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는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쿤겐이 보기와 달리 열두 살 밖에 안 된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의 눈에는,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어느 정도 축하와 기쁨이 잦아들 무렵, 정부 요인이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쿤겐 슐제거, 참으로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당신은 미합중국을 수호한 영웅이자 세계의 빛입니다. 합중국의 시민들을 대표해서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하십니다.”
“영광입니다.”
“헌데 결정체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아! 물론 우리 정부는 그에 관해 어떠한 참견도 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미스터 슐제거가 온전히 결정체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 보호할 겁니다. 한시적이지만, 그 결정체의 이용 및 유통에 관해선 어떤 세금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특별 조치도 준비했습니다.”
기쁨과 환호를 보내는 것은 시민들의 역할. 그리고 자신의 역할은 행정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정부 요인은 그런 역할에 충실하게 임했다.
쿤겐을 둘러싼 레이더들도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았다. 결정체 이야기가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그래! 블루 결정체! 개당 5억 달러가 넘어간다는 괴물! 그것도 연료원으로서의 가격을 따졌을 때 이야기지, 최종 유통 및 연구까지 제대로 활용한다면 앉은 자리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거머쥘 수 있다.
사람들의 눈에 부러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누구도 시기하는 이는 없었다. 쿤겐은 정당한 전투로 괴수를 쓰러뜨렸고 전리품을 얻은 것이니까.
“여기 있습니다.”
쿤겐은 천천히 손을 내민 후, 쥐고 있던 손가락을 폈다. 영롱한 보라색 광채가 뻗어 나왔다. 우와, 하며 정신없이 쳐다보던 이들은 순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 색이 이상하지 않아?”
“보라색인데? 블루 결정체는 파란색 아니었나?”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은 자신들의 눈이 잘못 되었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결정체의 색은 그대로였다.
심지어 파견된 정부 요인조차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는 아직 블랙 몹의 존재를 아는 이가 없었다.
“이것은 퍼플 결정체입니다.”
“퍼플?”
낯선 이름에 이들은 바짝 긴장했다. 무언가 쿤겐의 입에서 폭탄이 터져 나올 듯한 예감이 들었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선다.
“제가 쓰러뜨린 괴수는 블랙 등급입니다. 레드보다 상위 등급 개체입니다. 당연히 색도 다릅니다.”
“브, 블랙 등급?”
“레드보다 상위? 그런 개체가 있었어?”
웅성거림이 커졌다. 레이더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을 나눴다.
레드보다 상위 개체가 있었다고? 그렇다면 그 결정도는 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것을 혼자 쓰러뜨린 쿤겐은 얼마만큼이나 강하단 것인가?
정부 파견 요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블랙 등급의 괴수라면, 그 결정도는 대체 얼마나 된다는 거죠?”
“정확한 결정도는 측정해봐야 합니다만, 결정도가 10만을 넘어서면 블랙 등급으로 승급하는 걸로 압니다. 그러니 이 결정체도 결정도가 10만은 넘을 겁니다.”
“시, 십만!”
“맙소사!”
“100억 달러!”
결정도 10만이면 그린 결정체 100억 달러어치와 맞먹는다. 물론 에너지원으로만 따졌을 때 이야기다. 상위 결정체가 지니는 다른 독특한 성질 등을 따졌을 때, 10만짜리 퍼플 결정체를 정말 100억 달러에 파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 아니 거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그야말로 Over Price! OP의 OP!
“이 물건의 이용에 어떤 참견도 않으시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쿤겐은 그 자리에서 쐐기를 박았다. 정부 요인은 순간 가슴을 비수로 쿡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특별 조치는 블루 결정체라 생각하고 내려온 특권이었다. 그러나 퍼플 결정체라면 백악관의 입장도 다르지 않을까? 퍼플에 비해 블루는 상대적으로 흔하니까. 어쩌면 저것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퍼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이들이 대통령의 약속을 들었다. 바로 자신의 입을 통해서.
이들은 국토안보부 등의 협박이나 회유 따위로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어중이떠중이도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레이드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실력자이자 막대한 부를 쥔 이들이었다.
강력한 레드 몹 레이드를 지원하는 자리이기에 최상위 실력자들만 호출했다. 이들은 가히 레이드계의 귀족들이자,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이들 앞에서 약속한 것을 무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 약속을 한 인물이 대통령이다. 비록 자신의 입을 통한 것이기는 했어도.
“대,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말단 부하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런 말뿐이었다.
* * *
“블랙 등급이라고요?”
“네, 각하. 그렇게 됐습니다.”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쿤겐 슐제거라는 탱커가 그럼 혼자서 블랙 몹을 잡았다는 겁니까?”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허허…….”
빌클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쿤겐 슐제거, 미국 최초의 오피. 헌데 레드 몹을 잡는데 막상 30분 이상 걸려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한국의 정효주와 비교해서 전력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 괴수가 레드 몹이 아니라 블랙 몹이란다. 이럼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효주에 비해 아쉬운 존재가 아니라, 정효주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오피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한국의 오피와 비교하면 어떻죠?”
“비교 데이터가 적습니다만, 분석가들은 우리 미합중국의 오피가 더 강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의 오피는 블랙 몹과 싸운 경력 자체가 없습니다.”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준비하세요. 미국 전체가 쿤겐 슐제거의 이름을 알도록 널리 알립시다. 아니,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가 그 이름을 알게 해야 합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빌클런은 한시름을 놓았다. 불과 얼마 전 휴스턴 대참사로 미국 전체가 시름에 잠겼다. 하지만 그 시름을 털고 일어날 대형 폭죽이 터졌다. 쿤겐에게는 미안하지만, 빌클런은 그녀를 철저히 이용할 작정이었다. 미국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성화로.
“미국 최고의 영웅으로 만들어 봅시다.”
“예, 각하.”
“참, 그럼 블랙 몹을 잡았으니 퍼플 결정체가 나왔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세한 수치 측정은 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10만은 훌쩍 넘을 거라고 합니다. 현장에 나가 있던 해밀턴 사무부장이 대통령의 특별 조치를 약속해주었답니다.”
비서실장의 얼굴에도 난처함이 가득했다. 퍼플 결정체, 나라 하나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보물이자 전략 물자에 대해 아무런 참견도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그러나 빌클런은 의연했다.
“대통령이 이미 한 말을 번복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특별 조치는 그렇게 진행하세요.”
“예? 하지만 각하.”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탐난다고 뺏는 대통령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전 없습니다만.”
“……저도 그렇습니다.”
영웅의 것은 영웅에게로. 백악관의 의지는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이 났다.
============================ 작품 후기 ============================
쿤겐 슐제거는 테레사가 직접 지은 이름….
사실 테레사는 터미네이터 팬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