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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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괜찮다, 더 이상은 당장 듣지 못해도 된다, 라며 겸양을 피우는 칠드그린의 목을 단단히 틀어쥐고 설명을 해주었다.(정말 목을 잡은 것은 아니다) 그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또박또박 명확한 발음으로, 기억나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8년의 세월을 겨우 몇 십 분 안으로 축약하자니 여러 모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유지웅은 할 수 있는 만큼 이야기를 했다.
“……그랬군요.”
“하아, 믿어주시는군요. 전 사실 걱정했어요. 미래에서 왔다니, 그런 미친 소리를 누가 과연 믿어줄까 하고 끙끙 앓았거든요. 게다가 의장님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분이시잖아요? 당연히 그런 미친 소리는 안 믿을 줄 알았어요.”
칠드그린은 진심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그는 알까? 미래에서 왔다는 말이 차라리 정상으로 들릴 만큼, 이제껏 당신의 존재 자체가 더 미친 짓이라고.
‘먹이를 줘선 안 된다.’
하지만 칠드그린은 꾹 참았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믿습니다.”
“정말요?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죠? 의장님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분이 아니셨잖아요?”
깜짝 놀랐다는 듯이 반문을 하는데, 왠지 혈압이 부글부글 끓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
“그만큼 회장님의 존재 자체가 파격적이었으니까요. 저는 정말로 미래에서 뚝 떨어졌거나 혹은 외계인을 만나 신체 개조라도 받은 것은 아닐까 했습니다.”
“흐음. 역시 나의 의장님이셔.”
“그런데 자꾸 의장님, 의장님 하는 것 때문에 그러는데요. 제가 8년 뒤에 무슨 의장 지위를 맡게 됩니까?”
칠드그린은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고, 내심 기대도 되었다. 의장이라니, 뭔가 엄청 대단한 직위 같지 않은가?
유지웅은 뿌듯한 표정을 짓고 대답해주었다.
“미래에서 의장님과 저는 그 무엇으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운명공동체가 되지요.”
“그럼, 혹시 미국은…….”
“아아, 미국은 저의 최대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칠드그린은 긴장했다. 유지웅의 지금 힘을 보면, 미래에서의 영향력은 장난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 말은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처럼 들렸다.
‘설마 비시가 대선에서 승리하는가!’
잠깐이지만 칠드그린은 그런 시나리오까지 상상했다. 비시가 승리하지 않고서는 그런 최악의 미래가 도래할 리가 없어!(물론 역사 자체는 맞췄다,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을 놓고 불평등하지 않게 대해줘야 하니 얼마나 신경 쓸 게 많았는데요. 방문 횟수가 1회라도 차이 나면 양 국가가 얼마나 시샘을 하고 신경 쓰는데, 귀엽기도 하지만 제 성격이 워낙 무심한지라 그거 때문에 저도 나름대로 힘들었습니다. 하아.”
“…….”
‘뭐야! 대체 미래가 어떻게 된 거야!’
소름이 돋는다. 말을 들어보니 러시아와 미국이 유지웅의 총애를 다투는 강아지 같다?
“저, 혹시 중국은…….”
“없어졌어요.”
“…….”
온몸의 힘이 풀릴 것만 같다. 대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유지웅이 다시 말했다.
“아무튼 의장님은 제 오른팔이자 영원한 벗이었습니다.”
“저, 혹시 제가 의장을 맡게 되는 기구가…….”
“네, WCO입니다.”
역시, 하고 칠드그린은 가볍게 탄식했다. 한편으로는 살짝 기대도 되었다. 미래에서 WCO는 어떤 지위를 갖고 있을까?
“그 시대에서 WCO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결정체 배분과 유통을 조절하는 국제통합기구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결정체 유통 서비스 제공을 하는 곳이라 보면 됩니다. 아, 사실 의장님은 그때는 부통령에 머무르고 계셨어요. 하지만 대통령까지 지내고 나면 제가 의장 자리를 드리려고 속으로 벼르고 있었죠. 그래서 의장님은 부통령에 머무르고 계시지만 저에게는 영원한 의장님이셨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영원한 의장님이란다. 들어보니 WCO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곳의 수장으로 내정해두었다니,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런 국제기구의 수장을 한 사람의 뜻만으로 좌지우지하는 게 가능합니까?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되고, 말씀하신대로 무심하시다면 피곤했을 듯합니다.”
“괜찮아요. 그 시대에서는 제가 한 마디면 하면 뭐든 다 됐어요.”
“뭐든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하하, 미국 대통령도 제가 마음만 먹으면 떨어뜨릴 수도, 당선시킬 수도 있었죠. 말만 민주주의지 사실은 제가 황제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전 세계 황제요. 지구가 내 것이나 다름없었죠. 아, 정말 좋은 시대였는데…….”
“……지금은 별로 흡족하지 않으십니까?”
“구질구질하고, 가난하고, 뭐 하나 좀 하려고 하면 제대로 되는 것도 없고, 이게 뭐가 흡족해요? 제 측근 중에서 지금 저보다 구질구질하게 살았던 사람도 없을걸요.”
유지웅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지금의 초라함을 한탄하는 것이다.
“아, 구질구질해. 하지만 참아야죠. 제가 과거로 온 것은 로버를 물리치고 인류를 구원하라는 계시일 테니까요. 잠깐의 시련은 참아야죠. 그럼 이번에도 다시 지구를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그것을 도와야 하고요?”
“의장님이 아니면 누가 저를 돕죠? 그럼 인류가 멸망에 처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실 건가요?”
“……아닙니다. 돕겠습니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자, 그럼 앞으로 저를 도와주세요. 끝까지요.”
끝까지, 라는 말이 왠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악수를 나누면서도 칠드그린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대체 미래가 어떻게 된 거야?’
뭔가 나름 평화로운 미래 같기는 한데, 어떤 세상인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가시죠.”
유지웅은 칠드그린의 안내를 받아 니트로와 가렌, 최윤도 만났다. 그들은 칠드그린한테 이미 들은 바가 있어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표정에 안도와 탄식이 교차로 나타나긴 했다.
“제가 별로 반갑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나 살뜰하게 예산을 챙겨주는 후원자이신데,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니트로가 얼른 꼬리를 살랑거렸다. 최윤의 표정은 여전히 살짝 어둡다. 가렌이 최윤을 대신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해하십시오. 연구에 치이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그럴 뿐입니다.”
“별로 갈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시면 심히 곤란해요.”
“???”
미래에 닥쳐올 재앙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재들이다. 유지웅은 그들을 다독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올 때 칠드그린이 물었다.
“그런데 회장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그는 그 점이 궁금했다. 유지웅은 지금 철저히 숨어 지내야 할 텐데 의외로 차림이 아주 말끔했다. 영어를 못하는 그가 미국에서 숨어 지내는 것은 마땅치 않을 텐데?
“아, 마피아 대부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대부가 제게 잘 신경 써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그래서는 안 되지만, 마피아 대부가 왠지 불쌍하게 느껴진다.
* * *
「캡틴 아메리카!」
쿤겐은 국제 레이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전까지 그녀는 그냥저냥 미국의 딜러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블랙 괴수를 물리치면서 명실공연하게 아메리카 최고의 레이더로 우뚝 서게 되었다.
“보아라! 이것이 캡틴 아메리카의 힘이다!”
“쿤겐 만세! 만세!”
“쿤겐 슐제거야말로 미합중국의 자존심!”
미국은 대대적으로 블랙 몹의 존재와 자세한 스펙에 관해서 공개했다. 결정도가 10만이 넘어가는 괴수라는 말에 세계인들은 뒤집어질 듯이 놀랐고, 쿤겐이 혼자서 물리쳤다는 말에는 기절할 듯한 반응을 보였다.
“말도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블랙 몹이라니! 지금 미국은 사실을 날조하는 게 틀림없다!”
“증거, 증거를 보여라!”
당연히 국제 여론이 들고 일어났다. 모든 것은 대 한국 외교 정책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의 교란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불처럼 퍼졌다.
이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 영상을 공개했다. 아울러 괴수를 잡고 나온 퍼플 결정체와 결정도 수치도 공개했다. 정확한 결정도 측정을 위해 퀼캄의 수많은 연구직들이 갈려나갔다는 풍문이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져스!”
“이럴 수가! 전부 사실이었어!”
“갓뎀!”
미국이 자신 있게 공개한 정보는 모두 사실이었다. 쿤겐은 단숨에 미국만의 영웅이 아닌, 서양 전체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직후였다.
「특종! 국내 최대 재벌 가문 중 하나인 카네기, 새로운 가주 결정!」
「그간 비밀스러웠던 카네기 재벌, 집안 권력 구도 변화를 대대적으로 공개한 이유는?」
유명 언론이 카네기 가문의 권력 관계도 변화를 대서특필로 다루었다. 처음에 시민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카네기가 유명한 재벌 가문이기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재벌의 가주가 누구냐는 크게 관심 없었으니.
그러나.
「쿤겐 슐제거의 진짜 이름! 테레사 앨지노어 카네기!」
「새로운 카네기의 가주는 쿤겐?」
「카네기의 영웅이자 미국의 영웅! 진정한 노블레스 혈통!」
쿤겐이 사실은 카네기 가문의 사람이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문을 장악한 새로운 가주로 일어섰다는 게 밝혀지자, 미국은 다시 한 번 들끓듯이 난리가 났다.
쿤겐은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영웅이었으며, 동시에 최고 명문가의 주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퍼맨과 배트맨의 콜라보!
「저거 남자라며? 생긴 건 꼭 기집애처럼 생겨가지고는…….」
한편 쿤겐의 위상이 급격히 드높아지자 심기가 불편한 세력도 생겨났다. 바로 한국 여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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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미래는 어떻게 되어먹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