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84)
00884 %3C프리시즌 딜러편%3E 아이돌 라이벌 =========================================================================
“우리 오피가 더 쎄!”
“아냐, 우리 오피가 더 쎄!”
“닥쳐! 느그 집엔 이런 오피 없지?”
“없긴 왜 없어! 느그 오피 저리 꺼지라 그래!”
“느긍피나 꺼져버렷!”
정효주와 쿤겐, 한국의 오피와 미국의 오피, 두 소녀를 사이에 놓고 양 국민 간의 감정은 격화일로로 치달았다. 서로가 자국 오피가 최고라며 목소리를 높여 세웠다.
우습게도 그 모습이 마치 자국 아이돌이 최고라고 우기는 팬덤 같아서, 제3국에서는 장난삼아 아이돌 라이벌 대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이 들었다가는 발작 반응을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는 오피가 아니라 오피 추종자들, 즉 양국 국민을 뜻한다.
“우리 오피는 말이야, 세계 최초로 레드 몹을 혼자서 잡았단 말이야. 알기나 해?”
“세계 최초는 유지웅 아닌가? 유지웅이 싫지만, 그건 우리도 인정하고 있어!”
“유지웅은 우리 오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
“그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 아니냐고! 엉!”
이것은 우기기라고 봐야 할까, 적절한 주장이라고 봐야 할까. 아무튼 여기서 말문이 막혀 물러나면 아이돌 대전이라고 불릴 리가 없다.
“그래서 뭐? 우리 오피는 블랙 몹도 혼자서 잡는다고! 너네 블랙 몹이 뭔지 알기나 해? 콜키우스! 설명해줘라!”
“에헴! 레드 몹이 통상 결정도 8천 이하인 것에 비해 블랙 몹은 결정도가 10만을 달성하면서 변질이 일어나 새로운 등급의 개체로 새로이 승급하는 것으로서…….”
“들었지? 들었지? 우리 쿤겐 슐제거 님은 결정도 10만 짜리를 맨손으로 때려잡으신 분이라고! 그것도 혼자서! 너네는 이런 오피 있어? 있어?”
“우, 우리도 유지웅 딜러가 세계 최초로 블랙 몹을…….”
“아, 그래서? 지금 유지웅 어딨는데?”
“…….”
“죽었잖아! 자기 분수도 모르고 미국 땅에서 블랙 몹 잡는다고 깝치다가 엄한 사람 목숨까지 다 날려버렸잖아!”
“이 시발 양키 새끼들이! 너네 말 다 했냐!”
“말 다했다! 흥! 블랙 몹도 혼자 못 잡는 오피나 처 가진 주제에 처 말이 많으시네!”
“뭐라고? 처?”
“그래! 처가진 주제에! 처말이 많으시네! fuck you나 처먹어라! 처먹어! 왓처뻑!”
아니, 한국 특유의 구수한 표현을 어디서 배워왔단 말인가. 그것도 영어와 절묘한 융합을 이루었다.
“이 빌어먹을 양키 새끼들이!”
발악을 해보지만 이쯤 되면 한국의 열세다. 왜냐하면 휴스턴 대참사로 190만 명이 사망한 사건에 유지웅의 책임이 있다는 게 다수설이기 때문이다. 아니, 거의 반론이 존재하지 않는 정론이었다.
유지웅이 블랙 몹과 싸우다가 서로 자폭했다. 이것이 전 세계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도 인정하는 팩트다. 한국인도 유지웅의 책임임은 인정한다는 소리다.
다만 ‘왜?’라는 부분에서는 한국인과 비한국인이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미국인은 유지웅이 퍼플 결정체를 탐내 몰래 사냥하려다가 사고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온건파의 입장이 이 정도다.
강경파는 유지웅이 퍼플 결정체 획득 및 미국에 타격을 입힌다는 두 가지 목적으로 일을 벌였다가, 사고로 그르치는 바람에 본인도 휘말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은, 고의 여부를 떠나 최소한 몰래 퍼플 결정체를 획득할 의사는 있지 않았나 하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인들은 전투 자체가 본인 의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어쩌다 보니 원치 않은 싸움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블랙 몹이 도시 파괴나 인명 살상을 자행하려는 것을 막으려다가 그리 되었다는 게 대세다.
물론 지금까지 유지웅이 취해 온 호전적인 행보를 보면,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아무튼 유지웅이 블랙 몹과 싸웠고, 그 결과로 190만 명이 죽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그 화제만 나오면 한국인들은 한없이 작아져야만 했다.
소위 전문가라 말하는 이들은 그 일을 빌미삼아 언제라도 미국이 선전포고를 해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했다.
“지금 빌클런 정부는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휴스턴 대참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을 뿐더러, 유지웅 딜러를 미국에 초청한 주최이니만큼 그 원론적인 책임이 크다는 것이죠.”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공연하게 탄핵 이야기가 나올 만큼 빌클런 정부는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대참사 수습은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 현장 수색이 모두 종료되거나, 혹은 큰 정리만 수습한 후 빌클런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표명할 것이 유력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조지 W 비시 상원의원은 카네기 가문과 손을 잡고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역시 대단한 가문이죠. 일찍이 미 대통령을 배출한 경력이 있는 정치 귀족 가문이니까요.”
“카네기 가문과 비시 가문은 본래 오랜 세월 동안 친교를 다져온 사이이기도 하죠. 카네기가 비시를 거드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빌클런이 사임한다 해서 바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통령이 그 직위를 승계할 뿐이죠. 다만 빌클런 정부의 이 커다란 실책이 다음 대선에 있어 비시 의원에게 큰 디딤돌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비시 가문은 호전적이고 전쟁을 기피하지 않는 기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괴수 때문에 전쟁이 사라진 시대라 하지만, 과연 190만여 명이 죽은 대참사를 미국이 그대로 두고 볼까요? 적어도 다음 대선에서, 아니면 이번 정권에서 보복을 시도하려 들 것은 분명합니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놓지 않았다.
“지금 세계 블루 결정체 공급은 한국이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질서는 미국이라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막말로 지금 블루 결정체 공급이 끊어지면 수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타격을 봅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찍이 유지웅이 구축하고 정효주가 이어받은, 블루 결정체 독점 공급국이라는 지위는 만만한 기득권이 아니었다. 그것도 불과 몇 개월 만에 달성했다. 유지웅의 독단과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이제 블루 결정체를 공급할 수 있지 않습니까?”
“쿤겐 슐제거를 통해 블루 결정체를 수급할 순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공급을 해낼 만한 망을 갖추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정효주 딜러와 달리, 쿤겐 슐제거는 레드 몹 레이드보다는 가문 장악과 미국 내 영향력 확보에 더 목을 매고 있죠.”
“무시할 수 없는 차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좁혀졌을 때, 과연 그때도 미국이 잠자코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렇군요.”
한국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쿤겐은 레드 몹 레이드보다는 미국 내 영향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정효주가 레드 몹 열 마리를 잡는 동안 한 마리를 잡을까 말까 한 정도다.
그러니 애가 타는 것은 비시 가문이다. 쿤겐이 부지런히 레드 몹을 사냥해야 한국과 격차를 좁힐 수 있고, 그래야 한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데, 쿤겐이 정작 생각이 없으니.
비시 가문의 주도로 한국에 짜릿한 보복을 내려야 미국 시민들이 가문을 우러러 볼 것 아닌가!
“지금 세계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하나 된 아메리카, 단결 된 시민만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쿤겐은 여기저기 강연을 하러 다니기 바빴다. 그녀가 강연을 할라치면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미국 시민들은 난리가 났다. 여신이 강림한 듯 아리따운 외모에, 열두 살이라는 세상의 더러움을 모르는 청초한 나이, 그리고 카네기 가문의 직계 혈족이라는 고귀한 혈통이 뭇사내와 뭇계집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근데 여자야, 남자야?”
“바보냐. 생긴 거 보면 여자지. 대체 테레사의 어디가 남자라는 거야?”
“하, 하지만 레이드 활동을 할 때에 성별을 남자로 기재했다는 말이 있어. 여기 증거.”
“어, 진짜네?”
“말도 안 돼! 나의 여신님이 남자라니, 그럴 리가 없어!”
쿤겐의 성별을 놓고 미국 사회가 자그마한 카오스에 빠지기도 했다.
생긴 걸 보면 여자가 분명한데, 지난 행적을 보면 남자로 기록이 되어 있다. 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거야?
“지금 세계에는 미스터 쿤겐을 포함하여 단 두 명의 오피가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한 명의 오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회자의 질문에 쿤겐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저는 블랙 몹을 혼자서 잡았습니다.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다른 오피가 블랙 몹 레이드를 성공하기 전까지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해석은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이 대담이 방송에 나가자 한국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얼굴 이쁜 게 싸가지는 없다느니, 얼굴값 지대로 한다느니 하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 정효주는…….
“뭐야, 왜 이렇게 강하게 나와?”
쿤겐이 지나치게 저돌적인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원래 서로 각자 알아서 한국과 미국을 장악하기로 했잖아? 한 VS 미 대립 구도로 가겠다는 이야기는 사전에 전혀 언질이 없었는데?
‘설마 지웅이가?’
몰래 쿤겐한테 시켰나? 아니다. 그럴 주변머리도 없거니와 그렇게 비밀리에 일을 처리할 성격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쿤겐의 독단이라는 건데…….
‘설마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정효주는 무릎을 치며 납득했다. 그렇다. 쿤겐은 이제 겨우 열두 살이다. 아무리 어른스러워봐야 한계가 있다.
분명 주변 어른들이 장난을 쳤을 것이다. 미국의 위상을 살리기 위해 쿤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리고 순진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쿤겐은 거기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고.
‘범인은 카네기. 그리고 비시 가문.’
정효주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 두 가문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세력이 없다.
그녀는 고심했다.
본래 계획은 각자 알아서 자기 나라를 장악하는 것. 하지만 한미 대립 구도로 가는 바람에 이쪽의 입장이 조금 난처해졌다. 쿤겐이 블랙 몹을 혼자 사냥한 것 때문에, 정효주 본인의 통솔력이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쿤겐의 미모에 반한 사회 낙오자 젊은이들이 쿤겐을 열렬히 추종하는 세력으로 변질하기도 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다.
“퍼포먼스가 필요해.”
정효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블랙 몹이 있으면 좋은데…….”
정효주도 블랙 몹을 혼자서 사냥할 자신은 있었다. 유지웅도 ‘이제 블랙 몹쯤은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하고 하산을 허락했으니까.
문제는 어디 가서 블랙 몹을 찾나? 개껌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할 수 없지. 꿩 대신 닭떼들이라고…….”
어디 보자. 결정도 5천짜리 20마리 동시 사냥이면 되려나? 타임 어택제로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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