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92)
00892 %3C프리시즌 딜러편%3E 부탁해요! 냉장고! =========================================================================
―끼이이잉…….
브라우니(로 추정되는) 녀석은 정신을 차리고 유지웅을 발견했다. 사납던 눈초리가 대번에 내려갔다. 녀석은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를 내며 애처롭게 몸짓을 했다.
“어허. 이 녀석, 귀여운 척 해도 안 봐준다.”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던 대부 이하 조직원들은 기겁했다. 귀여운 척이라고? 저 괴물 어디가?
‘저 남자는…… 인간이 아니다!’
대부는 확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자신들 같은 인간일 수가 없다. 그냥 레이더라서, 일반인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는 건 다 변명이자 핑계다.
‘그래, 이건 천재지변이다.’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유지웅에게 털리는 것은 말 그대로 마른하늘의 날벼락, 인재가 아닌 천재지변이다. 그러니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오히려 해탈에 가까워졌다.
“대부, 혹시 결정도 스캐너 있습니까?”
“있습니다. 너, 가서 스캐너 좀 가져 와라.”
“예!”
대부는 군기가 빠릿빠릿하게 든 이등병처럼 재빠르게 지시했고, 명령을 받은 조직원이 나는 듯이 선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조직원은 손에 스캐너를 들고 나타났다.
유지웅은 스캐너를 건네받고, 브라우니(로 추정되는) 녀석에게 갖다 댔다. 그리고 작동했다.
삑삑.
「8,200」
“뭐? 8,200?”
유지웅은 깜짝 놀랐다. 8,200이라고? 이건 기억에 없는 숫자였다.
‘설마 브라우니가 아닌 건가!’
그의 기억에서 브라우니는 결정도 500의 레드 몹이었다. 뭐 배를 갈라본 게 아니라 결정체 색이 녹색인지 빨간 색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8,200과는 거리가 멀었다.
헌데 8,200이라니? 대체 이 수치는?
“아아! 이 녀석, 저번에 나한테 한 대 얻어맞더니 부지런히 주워 먹었구나. 쯧쯧, 겁이 이리 많아서야 어디다 쓸까.”
유지웅은 시원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이거 봐, 생긴 게 아무리 봐도 딱 브라우니잖아? 결정도 숫자가 좀 다른 거? 저번에 원거리로 한 대 얻어맞고 뭐 좀 주워 먹었겠지.
“앞으로 네 이름은 브라우니다. 알겠냐?”
―끄으응…….
“알겠어, 모르겠어?”
유지웅이 한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푸르스름한 빛이 맹렬히 맺혔다. 대부 이하 조직원들을 기겁을 해서 몸을 숨겼다. 브라우니로 낙점된 녀석도 놀라서 날개를 움츠렸다.
―낑! 낑! 낑!
“오, 이 녀석 봐. 사람 말, 눈치로 알아듣는 건가? 아무튼 내 말 알겠다는 거지?”
―낑! 낑!
“좋아. 자, 브라우니. 가서 아무거나 생선 한 마리만 잡아와 봐. 너 훈육 하느라고 이 주인님께서 배가 고프시다.”
―낑! 낑!
“아참, 허튼 생각했다가는…… 알지?”
유지웅은 말을 하면서 동시에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오른손에서 발사된 빛의 섬광이 순식간에 수평선 너머까지 뻗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음!
“해, 해일이다! 피해라! 키를 돌려!”
잔잔한 바다 저 멀리서 해일이 밀려왔다. 선장 이하 승무원들은 기겁을 해서 조타 작업에 나섰다. 다행히 해일 높이가 그리 크지 않았고, 크루즈선이 워낙 대형 선박인지라 전복 사고 없이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
한참 후에야 겨우 해면이 잔잔해졌다. 유지웅은 머쓱해서 대부를 돌아보며 하하 웃었다.
“아이고, 이 녀석 살짝 겁을 준다는 게 이리 됐네요. 배 안 뒤집어졌죠? 다행이다. 아무튼 너 멋대로 도망쳤다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아. 알겠어?”
“…….”
천재지변이다, 천재지변이다, 천재지변이다…….
대부는 그렇게 속으로 자가 세뇌를 걸었다. 눈앞의 인간은 휴먼이 아니라 네이춰다. 걸어 다니는 재앙이다.
“자! 다녀와라! 너의 충성심을 한 번 보겠다!”
―캬아아악!
브라우니는 날갯짓을 크게 펼치며 포효했다. 그 모습은 마치 홰를 치는 닭 같았다. 갑판에 서서 크게 홰를 치자 크루즈선이 뒤집힐 듯이 출렁거렸다. 선장 이하 승무원들은 기겁을 했다.
빠르게 날아오른 브라우니는 그대로 해수면으로 입수했다. 물 분수가 높이 솟구치며 해수면이 출렁거렸다. 그 바람에 배가 또 한 번 뒤흔들렸다. 선장은 조타를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거, 저거.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도망친 거 아닙니까? 저대로 놔줘도 되는 겁니까?”
선실에서 막 뛰쳐나온, 상황을 모르는 조직원들이 브라우니가 날아오른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러나 대부는 부하들의 놀람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저건 재앙이다. 걸어 다니는 재앙이다. 재앙이다…….’
잠시 후 해수면에서 또 다시 물 분수가 치솟았다. 재빠르게 솟구친 브라우니는 공중에 잠시 멈추더니, 날개를 무겁게 펄럭이며 갑판에 내려앉았다.
녀석은 부리에 생선 한 마리를 물고 있었다. 생선은 아직 살아 있는 듯 시끄럽게 팔딱거렸다. 그 바람에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생선……? 저건 뭐지?”
“저건 생선이 아닙니다! 범고래예요!”
브라우니가 물어온 건 생선이 아니라 범고래였던 것이다. 저것을 그대로 갑판에 내려놓으면? 대부는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범고래의 날뜀 때문에 배가 또 흔들리는 건 아닌가? 안 그래도 지금 멀미가 심해 죽겠는데.
“오, 고래 고기네? 하긴, 생선은 이미 질리도록 잡았다. 이 녀석, 센스 있는데?”
유지웅만 희희낙락해서 다가갔다. 브라우니는 머리를 숙여 생선, 아니 범고래를 갑판에 떨어뜨렸다. 범고래는 아직도 생생한지 심하게 팔딱팔딱 거렸다.
“가만히 있지 못해?”
으르렁거리듯이 말하자 놀랍게도 범고래가 조용해졌다. 죽은 게 아니라 겁을 잔뜩 먹은 듯이 얼어붙은 것이다.
겁을 먹은 것은 범고래만이 아니었다. 브라우니도 겁을 먹고는 몸을 움츠리며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폈다.
“하하하, 녀석. 왜 겁을 먹고 그래? 잘했어, 아주 잘했어. 덕분에 고래 고기 한 번 먹어보겠군. 안 그래요, 대부?”
“그, 그렇습니다.”
“즐거운 씨(sea) 캠핑 아닙니까. 참치에 고래에, 기타 잡어들도 잔뜩 잡았으니 즐겁게 놀아봅시다. 선장이랑 승무원들도 죄다 불러요. 먹을 건 많네요.”
무슨 큰일 날 소리를!
선장 이하 승무원들은 유지웅에 관해 알지 못한다. 그들은 조직 소속도 아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브라우니가 갑판에 내려선 것을 선장 이하 승무원들이 목격한 상황이다. 어떻게 함구를 시키고 비밀을 유지할지 눈앞이 깜깜한데, 캠핑에 초대하자고? 그러다가 유지웅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대부는 조심스레 간언했다.
“저기, 회장님. 승무원들은 회장님이 여기 계시는 걸 모릅니다. 당연히 일반인처럼 회장님이 사망한 줄 알고 있습니다. 헌데 초대를 하면, 아무래도 비밀 유지에…….”
“대부의 역량을 믿습니다.”
“네?!”
“자신이 없으신가 봐요?”
“아니, 아닙니다! 자신 있습니다! 승무원들 초대하겠습니다! 그들이 회장님 생존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입막음 시키겠습니다!”
“선량한 민간인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됩니다. 아시겠죠?”
“무, 물론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크루즈선 갑판 위에는 선상 캠핑 파티가 열렸다. 이 초대형 크루즈선에 승객이라고는 유지웅, 대부, 조직원 등 합쳐서 겨우 1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유지웅의 존재를 가능한 감추기 위해 대부는 소수 인원만 데리고 온 것이다.
그랬는데 이제 승무원 전원이 유지웅의 존재를 알게 돼버렸다. 게다가 이 배가 좀 큰가? 승무원 숫자가 한둘이 아니다.
“자자, 한국식 해산물 파티가 뭔지 보여드리죠. 그거 이리 가져와요! 어허, 그건 그렇게 끓여선 안 됩니다! 아니, 그건 브리키식이잖아요! 그걸 대체 누가 먹습니까! 양키식으로 하라고요!”
처음에 유지웅을 보고 귀신이라도 본 듯이 기겁을 했던 승무원들은 이제 땀을 뻘뻘 흘리며 생선을 나른다, 반찬을 나른다, 칼질을 한다, 끓인다 등등 캠핑 준비를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 중심에서 유지웅은 원활한 캠핑 진행을 위해 진두지휘했다. 약 두어 시간 가까이 고생한 뒤에야 제대로 된 선상 파티를 열 수 있었다.
갑판에 놓인 테이블들 위에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가득했다. 활어회, 참치회, 매운탕, 해물 전골, 해산물 스파게티 등등 크루즈선 요리사와 승무원, 조직원들이 다 함께 힘을 합쳐 고생한 요리들이 한가득이었다.
유지웅은 쾌활하게 술잔을 들어 대부에게 건배를 청했다. 대부는 사신이 내리는 술잔을 받듯이 조심스럽게 건배에 응했다.
“그러고 보니 오피인가? 한국과 미국이 엄청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던데요? 아까 봤습니다.”
“네. 그, 그렇다고 합니다.”
“79초니, 91초니. 뭐 그런 시시한 숫자놀음 가지고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제가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인 것을…….”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회장님이야말로 진정한 오버 파워가 아니겠습니까. 회장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오피니 뭐니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조직에도 분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임시라고는 하나 회장님을 모시는 입장에서 이건 정말 커다란 자존심 문제입니다.”
그렇게 대부는 있는 말 없는 말 털어가면서 아부를 했다.
“블랙 몹이 뭐가 대수라고. 이 몸이 손가락 하나 튕기면 다 끝인 것을, 쯧쯧……. 그래도 두 여성한테 기껏 오버 파워라는 멋진 칭호도 생겼는데, 그걸 탐내고 싶진 않군요. 저를 위한 대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오피라는 칭호는 두 여성을 위해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그, 그럼?”
“저는 음, 그래요. 스페셜 온리 원이라고 불러주세요.”
“…….”
“뭔가 운치가 없나요?”
“아니아니, 아닙니다! 멋있는 호칭입니다! 과연 회장님이십니다!”
사실 잠시 말이 없던 것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입으로 자기 자신을 스페셜 온리 원이라고 불러달라는 뻔뻔함에 잠시 놀랐던 것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좋아, 이제 녀석을 손질해볼까.”
유지웅은 소매를 걷어 붙였다. 손에는 커다란 회칼을 들었다. 바로 범고래를 손질하기 위해서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렸는지, 녀석은 끙끙거리며 몸을 가늘게 비틀고 있었다. 하지만 유지웅이 내뿜는 시퍼런 기세에 짓눌려 제대로 된 반항을 하지는 못했다.
그때였다.
“어?”
유지웅은 순간 멈췄다. 왼손에서 웅웅거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왼손에 깃든 오리나의 힘이 범고래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에게 맹렬히 뭔가를 전달하려는 듯이.
‘설마?’
유지웅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범고래를 자세히 살폈다. 그의 눈빛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너, 너는!”
그는 그만 회칼을 떨어뜨렸다.
“모비딕 1호!”
============================ 작품 후기 ============================
브라우니가 모비딕을 어떻게 잡아왔는지 의문을 품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번편에 등장한 스캐너는 구형입니다.
네 자리까지만 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