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95)
00895 %3C프리시즌 딜러편%3E 부탁해요! 냉장고! =========================================================================
크루즈선 낚시는 어찌어찌 끝났다. 선장과 이야기가 잘 돼서 비밀 유지도 문제없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아참, 대부! 새장은 어떡하죠?”
“새, 새장이라고요!”
“그래도 이 놈, 사람들한테는 나름대로 위험한 놈인데 아무렇게나 마당에 풀어서 키울 수는 없잖아요. 새장 같은 거에 넣어서 길러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렇게 위험한 놈을 왜 굳이 키우려고 그러니!
“음……. 하지만 어항이야 마련하기 쉽지만 새장은 그게 아닌데. 브라우니가 들어가서 답답해하지 않을 새장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제약이 좀…….”
혼잣말을 슬쩍 들은 대부는 더욱 기겁했다. 아니, 이미 어항은 확정이 된 거야? 대체 무슨 재주로 저 큰 범고래 괴수가 들어갈 어항을 만들라고?
“미, 미스터 유. 초대형 수족관도 저 괴수를 넣을 수는 없을 겁니다. 미스터도 아시겠지만 저런 동물은 마음껏 활개 칠 만한 공간이 없으면 좀이 쑤셔 말라 죽습니다.”
“만들면 되잖아요. 그런 어항.”
“하지만 무슨 재주로…….”
“제가 지금 있는 별장 앞에 큰 만 하나가 있던데요? 그거 막아서 어항으로 쓰면 되잖아요.”
만? 설마 그 만? 바다가 육지로 파고 들어와서 만들어진 그 만?
“철창은 꼼꼼하게 만들 필요 없어요. 그저 이놈이 부수지 못할 정도로만 만들면 돼요.”
레드 몹도 부수지 못하는 철창? 그런 걸 만들려면 기초과학부터 갈아엎고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인데?
“참 즐거운 낚시였습니다. 그렇지요, 대부?”
“무, 물론입니다.”
“자, 그럼 돌아갑시다.”
“……예.”
대부는 감히 ‘어떻게 그런 철창으로 만을 가둡니까?’라는 질문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랬다가는 ‘구족을 멸한다는 내 말이 우습게 들렸나 보군요, 대부.’라는 차가운 일침이 날아올 것 같았다.
‘잊지 말자. 잊어선 안 된다.’
소탈하게 웃고, 또 소탈한 외모의 청년이지만,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그는 영국에서 16만여 명을 학살했고, 미국에서는 190만여 명을 학살한 인물이다. 다른 폭군들처럼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심지어 다른 폭군들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실행하기라도 했지, 저 청년은 본인의 손으로 직접 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그를 최고의 악인으로 묘사할지도 모른다.
그런 인물에게 감히 항변을 해? 대부는 멸문지화 따위는 절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아니,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미스터.”
“마음에 듭니다, 대부. 역시 대부는 사나이에요. 알드히리에스 같은 놈하고는 비교가 안 되네요. 대체 어떤 띨띨한 놈이 그런 걸 대부로 세운 건지, 쯧쯧…….”
“…….”
그 놈을 대부로 세운 띨띨한 놈이 바로 납니다.
유지웅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케이넌파 대별장에 머무르고 있었다. 말이 별장이지 웬만한 유럽 대저택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개인 활주로는 물론이고, 간이 부두까지 갖추고 있어 선상 오락을 원하는 VIP의 편의를 봐주기 쉽다.
크루즈선은 간이 부두 근처에 잠시 멈췄다. 수심이 얕아 이런 초대형 크루즈선은 정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 및 조직원들은 크루즈선에 실린 소형 요트로 갈아탔다.
“미스터?”
“저는 이놈을 타고 가겠습니다.”
“괴수를 말입니까?”
오늘 잡은 괴수를 타고 간다고? 위험하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바다 높은 곳에서 괴수가 똑 하고 떨어뜨려 나가 뒈졌으면 좋겠는데.
물론 대부는 괜한 기대라는 걸 안다. 얼마나 몸이 단단한데, 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죽겠는가. 그 전에 허튼 짓을 했다가는 브라우니 목부터 우그러질 것이다.
“괜찮습니다. 처녀비행은 원래 위험하다잖아요.”
유지웅은 피식 웃고는 브라우니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브라우니의 목을 툭툭 쳤다.
“자, 가자! 브라우니!”
―캬아아악!
“야! 모비딕 발로 잡아야지! 쟤는 날개가 없다고!”
막 날아오르려던 브라우니는 유지웅이 꾸짖자 기가 죽어서 살짝 움츠렸다. 날개를 퍼덕인 브라우니는 갑판에서 조금 떠올랐다. 그리고 구석에 얌전히 있는 모비딕을 발톱으로 움켜쥐었다.
아프잖아! 라고 말하듯이 모비딕은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유지웅을 의식하고는 곧 슬그머니 멈췄다.
대부는 기겁을 해서 외쳤다.
“미, 미스터! 고래 녀석은 어디에 두시려고요!”
“어항 완성 될 때까지만 집 앞에 있는 하천에 넣어두겠습니다.”
유지웅은 그렇게 말하고 브라우니의 목을 다시 쳤다. 브라우니는 등에는 유지웅을 태우고, 발톱으로는 모비딕을 움켜 쥔 채 날아올랐다. 어찌나 풍압이 센지 갑판 위에 있던 이들은 일제히 넘어지고 말았다.
―캬아아악!
우렁찬 포효를 남기고 브라우니는 크루즈를 떠나, 저 멀리 절벽 위에 지어진 별장을 향했다. 갑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대부는 망연자실하게 그쪽을 바라봤다.
“하천에 넣는다고?”
“아무래도 베이글 호수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베이글 호수. 케이넌파의 소유로 별장 본채에서 약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큰 호수다. 자연 경치가 무척 아름답고 멋진 폭포까지 갖추고 있어 대부가 특히 아끼는 장소다.
그런 곳에 더 흉악한 레드 몹을 풀어놓으시겠단다.
“칼.”
“예, 대부!”
“미스터가 말한 어항, 서둘러 만들어라. 만을 만들든 간척 사업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만들어. 알겠나?”
“예! 대부!”
대부는 갑판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유지웅은 절대 비밀을 요구하라 했다. 하지만 저 큰 괴수 두 마리를 도대체 어떻게 비밀로 지키지?
“대놓고 타고 다니지나 말든가.”
나중에 매 사냥 가자고 하는 건 아닌지 겁난다.
* * *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타고 곧장 베이글 호수로 향했다. 그리고 모비딕을 호수에 풀어줬다. 그리고 말했다.
“자, 당분간 네가 살 집이다. 좀 좁긴 하지만 난리 피우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겠지?”
―끄응…….
모비딕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마음에 든다는 거구나? 하지만 벌써 만족하면 곤란해. 대부가 나중에 더욱 근사한 어항을 만들어줄 거야.”
대부가 들었으면 기겁을 할 소리를 남기고,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브라우니, 넌 여기 있어. 알겠지?”
―……끄응.
“도망가면 혼난다. 이 주인님께서는 지구 전체를 손바닥 안에 두고 있다고. 알았어?”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브라우니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유지웅은 집에 들어와서 인터넷 기사에 접속했다. 지난 며칠 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살펴볼 시간이다.
“어?”
한국과 미국, 두 오피 간의 뜨거운 경쟁을 다룬 기사들을 재미있게 보던 유지웅은 깜짝 놀랐다.
“부탁해요 냉장고에 출연을? 그것도 둘 다?”
최근 즐겨 보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 아닌가. 유지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언제지? 언제 방송이지?”
다행히 방영은커녕 아직 녹화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유지웅은 쿤겐이 출연 승낙을 한 게 이상하지 않았다. 쿤겐이나 정효주나 둘 다 자기 사람이니, 뒤에서 몰래 협조하는 것쯤 당연하지 않은가?
“아, 기대된다. 미치겠네.”
주문한 게이밍 노트북 택배가 언제 오는지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이처럼, 유지웅은 안절부절 못했다. 엄지손톱까지 물어뜯으며 왔다 갔다 하던 그는 결국 결심했다. 그는 옷을 집어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브라우니!”
―키에에엑?
“가자! 한국으로!”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은둔 중이긴 하지만, 녹화할 때 숨어서 몰래 지켜봐야겠다.
============================ 작품 후기 ============================
위쳐3 엔딩 봤습니다.
시리는 위쳐의 길을 선택했고, 저는 트리스와 코비어에 아지자기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와이프가 국왕의 고문이라서 수입이 쎄니까 유유자적 니트 생활. 개이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