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97)
00897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돌아왔다! =========================================================================
“녹화 장소 제대로 통지 받은 거 맞아?”
“아닙니다. 분명히 제1야외스테이지로 통지받았습니다.”
“뭐 잘못된 거 아니야? 이런 적은 없잖아? 우리 프로그램이 언제 야외에서 녹화를 했다고…….”
스태프들은 어리둥절해서 모여 들었다. 처음에는 일정이 잘못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야외무대에 꾸며진 촬영 세트를 보니 그건 아닌 듯하다.
무대에서는 세트 팀이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촬영 스태프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뭔가 착오가 있어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의아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봐! 이제 온 거야?”
“아, 피디님!”
스태프장은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그제야 반색했다. 촬영 피디였다.
“뭐 하고 있어? 오늘 촬영 안 할 거야? 준비해야지. 세트는 거의 다 됐는데.”
“네? 오늘 정말 여기서 촬영합니까?”
“그래, 못 들었어? 연락 안 갔나?”
“연락은 받았는데 이상해서요. 우리 프로그램이 야외 녹화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무슨 런닝몹 찍을 것도 아니고요.”
“나도 그랬는데 뭐 오늘 특별한 게스트가 있나 봐.”
“게스트라면 정효주가 있지 않나요?”
“그 사람 말고, 한 명 더 있대. 근데 비밀 게스트인가 봐.”
“그게 누굽니까?”
“나도 아직 못 들었어. 젠장,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그러니 스태프장 입장에서는 더 황당했다. 아니, 그런 게스트가 있으면 자기들에게 미리미리 통지가 온다. 그래야 더 생동감 있고 리얼하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무슨 출연진도 아니고 촬영팀한테까지 숨길 건 뭐란 말인가.
“쿤겐 슐제거 아닐까요? 저번에 그런 기사 났었잖아요.”
“그걸 믿나? 지금 미국이랑 사이가 얼마나 안 좋은데 쿤겐이 한국까지 날아와서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겠어? 오피가 그렇게 할 일이 없겠어?”
“정효주도 오피잖아요.”
“정효주는 출연 목적이 있어. 이런 자리를 통해 대중에 자기 이미지를 부드럽게 희석한다는 거야. 일반적인 토크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좀 딱딱하고 너무 형식적이잖아.”
“하긴, 우리 프로그램이 분위기가 자연스럽죠.”
대체 정효주와 세트로 참가한다는 특별 게스트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달래며 스태프장은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부탁해요 냉장고’ 녹화 장소 맞습니까?”
낯선 목소리에 스태프장은 뒤를 돌아봤다. 짙은 선글라스를 낀 청년이 서 있었다. 순간 스태프장은 머리를 딱 치는 예감을 받았지만, 모른 체 하고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혹시 누구십니까?”
“아, 그냥 지나가던 청년이요.”
수상해. 완전 수상해. 이거 그거 맞지?
“그러십니까? 여기에는 혹시 무슨 용무가 있으신가요?”
수상하다는 느낌 반, 이놈이로구나 하는 희열 반, 그런 마음을 감춘 채 스태프장은 물었다.
“평소 부탁해요 냉장고 팬이었거든요. 오늘 꼭 한 번 녹화 현장에서 보고 싶어서 와봤어요.”
“아, 그러시군요. 잘 오셨습니다.”
원래라면 이런 팬을 녹화 장소에 들이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이건 팬이 아니잖아?
‘촬영팀한테까지 비밀 게스트라니. 대체 누구야?’
스태프장은 청년 몰래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일단 선글라스가 너무 짙다. 알도 크다. 그래서 누군지 얼굴을 알아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배우를 할 정도의 마스크는 아닌 듯 하다. 근데 연예인이 배우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얼굴은 그냥 넘어간다.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이 바닥에서 한두 해 굴러먹은 게 아니다 보니, 이름 있는 연예인은 목소리만으로도 알아본다. 그렇다면 신인?
‘신인을 촬영팀한테까지 비밀로 해서 출연시켜?’
그렇게 생각하니 또 이상하다. 갈수록 청년의 정체가 아리송해진다.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옷은…… 명품인가?’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로고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태프장은 저런 옷이야말로 진짜 명품이라는 걸 알아봤다. 수백, 수천만 원짜리 옷을 평상복 입듯이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로고가 눈에 띄지 않게 입는다.
‘시계도 예사롭지 않고.’
특히 손목에 감고 있는 저 시계! 왠지 엄청 비싸 보인다. 시계는 잘 모르지만 명품의 클래스를 알아보는 안목은 있다.
스태프장은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었다. 정체가 어찌 됐든 간에 게스트는 확실한 것 같고, 그럼 원활한 촬영을 위해 최대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아까 우리 프로그램 팬이라고 하셨던가요?”
“네. 모든 프로그램 꼬박꼬박 다 챙겨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최현석 쉐프의 인간성과 입담이 마음에 들어요. 저 그분 팬이에요.”
“하하, 최 쉐프 허세 캐릭터가 재미있긴 하죠.”
“네? 허세라니요?”
청년은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어리둥절했다. 스태프장은 옳다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이것 봐, 어설프게 팬인 척 하려다가 다 들통났어! 당신 우리 프로그램 한 번도 본 적 없지!
‘역시 게스트야. 어설프군.’
스태프장은 청년이 연예계 관련 인물은 아닐 거라고 판단했다. 아마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 유명해진 인물이리라. 예를 들면 자수성가한 유명 실업가라든지 말이다.
“그 분이 어디가 허세라는 거죠? 얼마나 겸손하신데요.”
“하하, 사실 겸손과는 거리가 멀지만 뭐 그거야 방송 캐릭터니까요.”
“그러니까 방송에서요. 얼마나 겸손하신데요.”
“……네?”
“전 방송 다 봤다니까요. 그 뛰어난 실력과 날카로운 안목에도 불구하고 자기 실력을 한껏 감추시던데요? 그게 겸손한 게 아니면 뭐예요?”
“…….”
“전 사람들이 왜 그 분을 가리켜 허세허세 거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분이 얼마나 겸손하신데.”
이 사람 혹시 다른 평행차원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팬은 아닐까?
“아무튼 부친을 닮으셔서 그런지 최 쉐프도 참 사람이 겸손하고 성실하세요. 개인적으로 두 분 다 매우 존경해요.”
“부친을 아십니까?”
스태프장은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프로그램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참가한 게스트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자신보다 최 쉐프에 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럼요. 대한민국에서 그 분을 모르는 분도 있나요?”
“…….”
최현석 쉐프 부친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나? 스태프장은 혼란에 빠졌다. 사실 최현석의 가정에 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집안이 매우 풍족하다는 것 정도?
당장 최현석 본인만 해도 역삼동에 큰 레스토랑 하나를 경영하고 있는데, 레스토랑이 들어선 빌딩이 본인 소유란다. 부친한테 받았다나 뭐라나.
이거는 왠지 호기심이 생기는데? 스태프장은 계속 질문을 던져 봤다.
“그렇게 유명한 분이신가요?”
“아, 모르시구나. 그럼 저도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아무튼 되게 유명한 분이에요. 이름 말하면 스태프님도 아 하고 바로 누군지 아실 거예요.”
최씨 성을 가진 사람 중에 그런 부호가 있었나? 스태프장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짚이는 구석이 없다.
“지금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정치를 하고 계시지만, 나중에 종신 전무로 스카웃하려고 제가 벼르고 있어요.”
“……?”
이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 청년과 이야기를 섞으면 섞을수록 스태프장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녹화, 곧 시작합니다!”
“특별 게스트 봤어요? 우와! 쿤겐이에요, 쿤겐!”
“진짜? 그 쿤겐?”
“그렇다니까요! 정효주와 쿤겐이 둘 다 우리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온대요! 와, 말도 안 돼! 내가 살다 살다 그런 역대급 인물들이 게스트로 나올 줄은 몰랐다!”
스태프들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아이콘이자 실질적인 무력이며, 대통령보다 더 영향력 깊은 인물인 정효주가 나온다. 여기에 그녀와 맞먹는 영향력을 지닌 쿤겐까지 가세한다!
정효주의 출연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쿤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기사에 그런 이야기가 실릴 때만 해도 조회수에 눈이 먼 기자의 허황된 추측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빅 매치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뤄지다니!
그들은 왜 이렇게 대형 야외 스테이지에 이런저런 촬영 세트를 준비해가며 소란을 떨었는지 납득이 갔다. 그래, 정효주와 쿤겐이라면 이렇게 해야지!(그런 것치고는 여전히 무대가 지나칠 정도로 크다.)
한편 스태프장은 패닉에 빠졌다.
‘뭐? 쿤겐이 나와? 쿤겐이 특별 게스트였어?’
아니, 그럼 이 청년은? 진짜로 그냥 팬일 뿐인 거야? 단지 길을 잘못 들어서?
“형님! 뭐하세요! 지금 바로 촬영 들어간답니다! 피디님이 찾으세요!”
“아, 알았어! 지금 갈게!”
스태프장은 마지막으로 청년을 살폈다. 촬영 직전의 부산한 분위기가 신기한지 청년은 연신 이리저리 살피는데 정신이 없었다. 저런 걸 보면 아무래도 정말 순수한 팬심으로 찾아온 인물이 맞는 듯하다.
그렇게 미스테리만 잔뜩 품은 채 정신없는 촬영 현장으로 스태프장은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유지웅은 목 좋은 자리를 골라 앉아 막 입장하는 출연진을 살폈다.
“이야, 역시 탱커가 좋긴 좋네. 이렇게 멀어도 생생하게 다 잘 보이잖아.”
엄밀히 말해서 탱커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로 오면서 탱커와 딜러의 육체 능력까지 함께 구비하게 되었다. 힐링 능력이 없는 것은 살짝 아쉽지만, 뭐 사람이 너무 완벽해도 인간미가 없는 법이라고 그는 만족하고 있다.
“우리 효주가 잘해야 하는데. 쿤겐도 잘해야 하는데.”
유지웅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기다렸다. 3만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관람석을 혼자 차지하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그때였다.
“어?”
갑자기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관중석이 가득 찼다. 덕분에 스태프들도 당황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이제 촬영 시작해야 하는데?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오늘 여기 무슨 촬영 있었어? 예약 변경 제대로 된 거 맞아?”
“아닙니다! 원래 여기 일정 없었어요! 오늘 이 무대는 우리만 쓰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저 관객들은 다 뭐냐고!”
촬영팀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정효주도, 쿤겐도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유지웅도 조금 당황했다.
그때였다. 야간 무대를 비추고 있던 조명등이 일제히 탁 하고 꺼졌다. 순식간에 암흑이 찾아왔다.
갑자기 한 줄기 섬광 기둥이 고요한 적막을 갈랐다. 그 안에서 하얀 연기가 강하게 뿜어져 올라왔다.
그리고 나타난 사람의 그림자! 유지웅은 그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봤다.
‘효주가?’
설마 그녀가 이런 멋진 등장 이벤트를? 하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왜냐면 그녀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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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해요 레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