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00)
00900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돌아왔다! =========================================================================
‘맙소사!’
정효주는 정수리가 쭈뼛 솟구쳤다. 사자 괴수의 공격에 쿤겐이 한 방에 날아갔다.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기절한 것 같다.
‘쿤겐이? 한 방에?’
전에 들었다. 쿤겐은 원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탱커였다고. 그런데 퍼플 결정체로 더욱 강화된 그녀가 단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은 물론, 기절까지 하고 말았다.
자신은 본래 순수한 탱커가 아닌, 반쪽짜리 탱커였다. 소위 말하는 딜탱(딜러와 탱커 혼합체)이었다.
물론 퍼플 결정체로 강화된 지금, 그녀는 일반적인 탱커보다 더 강한 맷집을 지니게 되었다. 클래스란 그런 것이니. 적어도 강화 이전의 쿤겐보다는 더 단단할 것이다.
그래봤자 지금의 쿤겐보다 맷집이 약하다는 것은 굳이 재보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 만약 저 녀석에게 들어 받친다면?
‘죽을지도!’
그 순간 보았다. 히카리가 저돌적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을!
다행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덕에, 그녀는 초인적인 동체시력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하앗!”
한 차례 크게 몸을 구른 그녀는 가까스로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몸을 털고 일어선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놀랍게도, 그렇게 빨리 쇄도한 공격이 빗나갔음에도, 녀석은 조금의 딜레이 없이 재차 공격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중심이 무너진 탓에, 그녀는 미처 피할 여유가 없었다. 사자 괴수의 움직임은 조금 전보다 더욱 빨랐다. 눈으로 보면서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웅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었는지, 떨림조차 없었다.
“…….”
그러나 몇 초의 정적이 흐르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 된 건가. 그녀는 살며시 눈을 떴다.
“효주야, 괜찮아?”
놀랍게도, 눈앞에는 유지웅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감정이 복받친 그녀는 왈칵 눈물을 흘리며 그를 꽉 끌어안았다.
“지, 지웅아!”
“다행이다. 안 늦어서.”
유지웅이 자상하게 말했다. 그제야 정효주는 볼 수 있었다. 그가 왼팔…… 아니, 왼손…… 아니아니, 왼손의 새끼손가락 하나로 히카리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을!
놀랍게도 히카리는 있는 힘을 다해 끙끙거리기만 할 뿐, 힘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왼손의 새끼손가락 하나를 말이다!
“어떻게 된 거야? 쿤겐이 한 방에 나가떨어졌어!”
“당연하지. 이놈은 보통 블랙 몹이 아니니까.”
“보통이 아니라고?”
“그래. 나도 미처 몰랐는데, 쿤겐이 나가 떨어진 것을 보고 알았어. 이놈은 보통 블랙이 아니야. 알잖아? 레드 몹도 서로 간에 우열이 가리는 거. 블랙도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블랙 중에서도 굉장히 쎈 급이라 이건가? 어느 정도 진정된 정효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우리는 이놈이랑 비교하면 어느 정도니?”
“나도 몰라.”
하마터면 ‘쪼렙들 누가누가 더 큰지를 어떻게 아느냐’라고 반문할 뻔했다. 그랬다가는 큰일난다. 크게 앙심 사면 나중에 풀어주느라 또 끙끙대야 된다.
―캬오오오!
사자 괴수, 히카리가 더욱 거칠게 울부짖었다. 힘으로 안 되겠다 느낀 건지 녀석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둔해 보이는 몸집과 달리 가볍고 번개 같은 움직임이었다.
녀석의 몸통은 웬만한 수사자만 한 크기였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여간 큰 몸집이 아니다.
“너무 작아. 곤란한데.”
“작으면 좋은 거 아니니?”
“너도 블랙 몹이 얼마나 큰지는 봤잖아?”
“……아.”
“게다가 원래 이 녀석은 이렇게 작지 않았어. 작은 것은 이유가 있는 거야. 다이어트를 통해 한층 더 강하게 거듭났다는 증거거든.”
“그래?”
블랙 몹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정효주로서는 그렇구나 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었다.
“원래 이렇게 작지 않았다고? 그럼 너 이 놈, 처음 보는 게 아니야?”
“응. 사실 이 놈을 전에 한 번…….”
―크아아앙!
그때, 히카리가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한눈을 팔고 있던 유지웅은 엉겁결에 ‘오른팔’을 들어 녀석의 공격을 막았다. 녀석의 크고 단단하며, 날카로운 이빨이 오른팔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비명!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나 죽는다아아아아!”
“지, 지웅아!”
어찌나 크고 우렁찬 포효, 아니 비명이었는지 팔을 물어뜯은 히카리가 그만 놀라서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녀석은 아무래도 비명이 아니라 공격을 받은 맹수의 보복에 찬 으르렁거림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유지웅은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채 고통에 신음했다. 표정이 새파랗게 질린 것이 다 죽어가는 듯이 보였다.
“어떡해! 괜찮아? 괜찮아?”
정효주는 발만 동동 굴렀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쿤겐,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탱커. 퍼플 결정체로 한층 강화된 그녀마저 한 방에 기절시킨 녀석이다. 그런 녀석에게 팔 전체를 물렸으니, 잘못했다가는 팔 하나를 잃을…….
“…….”
“나 죽어! 나 죽어!”
“……스크래치 살짝 난 거 가지고 엄살이니?”
“아프단 말이야! 으아아악! 나 죽어!”
히카리의 이빨은 상당한 맹공이었다. 물어뜯기 한 번에 팔뚝 부분의 옷이 걸레가 돼서 나가떨어졌으니. 문제는 팔에 물린 자국은커녕, 이빨이 들어간 듯 만 듯한 자국만 아주 살짝 난 게 전부라는 것이다.
겨우 그거 가지고 아프다고 저 난리를 치고 있으니. 지금 기절한 쿤겐이 이 꼴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전 세계 수많은 탱커들이 무슨 느낌을 받을까?
“너, 겨우 이런 상처 가지고 아프다니 죽는다니 하면 다른 탱커들이 욕한다?”
“아픈 걸 어떡해! 난 탱커도 아니라고!”
“……그래. 맞아. 넌 탱커가 아니었지, 참.”
탱커가 아니니 아픔에 면역이 없는 걸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본래 저렇게 엄살이 심한 남자라고 체념해야 하는가…….
“흐으……. 고통스럽다. 이 나에게 고통을 느끼게 하다니. 대단하구나, 너란 녀석.”
유지웅은 오른팔을 주무르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히카리를 노려보는 눈빛 가득 살기가 묻어났다.
“약속하지. 오늘 이 자리에서, 네게…….”
“유, 유지웅이다!”
“우와아아아!”
“지웅이 형님이다! 지웅이 형님이야!”
“역시 살아 계셨어! 그럴 줄 알았어! 암, 지웅이 형님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지!”
“만세! 유지웅 만세!”
무대는 순식간에 우렁찬 만세로 가득 찼다. 패닉에 빠져 도망치려던 3만 관청객들은 어느새 평온을 되찾았다. 아니, 사실 그것은 틀렸다. 그들은 아까보다 더욱 큰 패닉에 빠져 광분하고 있었다. 바로 유지웅의 등장 때문이었다.
“유지웅 만세에에!”
무대가 떠나갈 듯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귓가가 멍멍할 정도의 환호에 히카리가 오히려 멈칫거리며 놀랐다.
기세가 한껏 등등해진 유지웅은 오른손을 멋있게 뻗어 히카리를 가리켰다. 아, 여전히 왼손은 오른팔을 주무르고 있는 채다.
“들리나, 나를 지지하는 이 거대한 함성이?”
―크르르르.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이 함성까지 함께 쓰러뜨려야만 할 거다. 하지만 나는!”
유지웅은 오른손을 하늘 높이 가리켰다. 당당한 눈빛, 자신만만한 퍼포먼스, 블랙 몹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절대로 너 따위에게 쓰러지지 않아! 나를 믿어주는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은!”
“……너. 지금 카메라 의식하는 거지?”
“조용히 해. 오디오 물리면 낭패라고.”
유지웅은 마이크에 잡히지 않도록 작게 핀잔을 주었고, 정효주는 얼른 입을 다물었으며, 한편 쿤겐이 데려온 WWE 스태프들은…….
“야! 찍어! 찍어! 이거 대박! 완전 대박!”
“멘트가 아주 그냥 예술입니다! 어디서 이런 물건이!”
“그런데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아요?”
“유지웅 딜러 아닌가? 그 죽었다고 알려진?”
“으악! 말도 안 돼! 그럼 텍사스 살인마? 그 흉악한 테러리스트? 살아있었단 말이야?”
“몰라! 닥치고 일단 찍어! 지금 그림 나오잖아! 각도 나오잖아! 텍사스 살인마든 휴스턴 살상마든 나중에 따지고 일단 지금은 닥치고 찍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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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어요. 900편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