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07)
00907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돌아왔다! =========================================================================
“유럽이 히카리한테 고통 받는 걸 외면할 순 없습니다. 어차피 히카리를 저대로 놔둘 수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쳐야 해요.”
유지웅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기세였다. 대통령은 왠지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았다. 이 사람, 이대로 내보냈다가는 유럽이 쑥대밭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히카리를 치겠다고요? 어떻게 말입니까?”
“저 혼자서…… 아니아니, 효주와 쿤겐까지 힘을 합치면 히카리는 우리 셋이서 충분히 도륙할 수 있습니다.”
셋이 아니라 혼자만 나서도 가능할 것 같다만. 대통령은 일단 그건 접어두고 다른 걸 물었다.
“히카리는 지금 유럽 시민 전체를 인질로 잡는다고 했습니다. 그건 어쩌시려고요?”
“음, 테러리스트와 협상 안 하는 게 국제관례 아니었어요? 유럽도 그렇다고 들었는데.”
마치 로마에 쳐들어가서 로마법 대로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처럼 들렸다. 대통령은 기겁을 했다.
“자그마치 3억입니다, 3억! 그 많은 수가 인질로 잡혀 있는데, 그냥 쳐들어가시려고요?”
“설마 3억을 다 죽이겠어요? 그럴 시간도 없을 거예요. 서두르면 돼요.”
“그 전에 발생하는 피해는요?”
“그러니까 재빠르게 처리해야죠.”
“…….”
“최대한 피해가 적도록 속전속결로 하겠어요. 어차피 녀석을 물리치지 않으면 인류에게 안녕은 없습니다.”
유지웅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테러리스트와도 협상을 하지 않는데, 3억 인구를 인질로 잡겠다는 ‘괴수’를 처치하는 것 말고 해결 방법이 있을까?
그런데 저 양반이 저리 말하니 왠지 섬뜩하게 들린다. 이미 여러 번 전례가 있지 않은가. 영국이라든가, 중국이라든가, 일본이라든가, 휴스턴이라든가…….
“이것은 괴수와 인간의 존엄함을 건 숭고한 전투입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어요. 바로 쳐들어가겠습니다.”
유지웅은 결연히 말했다. 대통령은 왠지 입장이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래 이런 건 대통령직에 있는 자가 근엄하게 강권하고, 출전 용사는 희생이 불가시피하다며 머뭇거리는 게 정석 아닌가? 왜 역할극이 이렇게 됐지?
‘이,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대통령은 자책했다. 뭔가 그의 페이스에 말린 것 같다.
원래 대통령은 히카리 퇴치에 찬성이었다. 아니,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유럽 시민들을 인질로 잡겠다는 강력한 괴수 아닌가.
인간의 존엄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물리쳐야 할 대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녀석은 단순한 미물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놈이다. 단순한 무대포식 전투로는 피해만 양산하게 된다.
따라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한 뒤에 녀석을 잡으러 나가야 한다.
대통령은 그 점을 설명했다. 유지웅이 물었다.
“그런 방도가 뭔데요?”
“각국 정상들이 의논 중입니다. 곧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나 확실한 건, 회장님이 혼자서 잡으러 들어갔다가는 수많은 인질들이 희생당하게 됩니다. 그럼 회장님은 온갖 악명을 쓰게 되겠지요.”
“이미 많이 뒤집어썼는데 뭐…….”
“회장님!”
유지웅은 대수롭지 않은 듯 중얼거렸고, 대통령은 질색을 해서 그를 말렸다.
“절대로 안 됩니다! 냉정히 말해서 당장 우리가 피해를 보는 일도 아닙니다! 굳이 지금 먼저 나서서 우리가 악명을 뒤집어쓸 이유는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히카리를 처단하면,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것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짊어지는 슬픔이 된다.
그러나 유지웅이 혼자 쳐들어가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는 오롯이 그의 불명예로 쌓인다. 그것은 한국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는 거네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뭐, 우리나라가 당장 피해 보는 건 아니고, 어차피 물리쳐야 할 녀석들이니 다른 나라도 발 빠르게 움직일 거고, 공동으로 처단하면 악명도 안 쌓일 거다……. 확실히 효율적이네요. 좀 매정하긴 하지만.”
유지웅은 대통령을 흘끔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 매정하신 분인 줄 이제 처음 알았네요.”
“…….”
이거 지금 뭐 묻은 개가 뭐 묻었다고 타박하는 거 맞지?
유지웅은 손을 털며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기다리죠.”
“감사합니다. 속히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뭐, 저도 하루빨리 녀석을 처단하고 싶긴 하지만 그 때문에 욕먹는 건 사실 별로라서요. 그럼 국제사회의 합의를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동안 집안 정리나 좀 하죠.”
“네, 그러십시오.”
대통령은 집안 정리라고 해서 정말로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만 받아들였다. 유지웅이 말한 집안이 이 나라 전체를 말한다는 걸 알았으면, 아마 기겁을 하고 바지를 잡고 늘어졌을 것이다.
* * *
“범석이. 잘 지냈어?”
“회장님! 보고 싶었습니다!”
김범석은 유지웅을 보자마자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와락 달려들었다. 보는 눈이 없었으면 그대로 강아지처럼 품에 달려들어서 재롱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정효주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배나온 대머리 중년남이 그러니까 징그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저게 귀엽다니. 내가 미쳤나 봐.’
그녀는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김기영도 반가운 기색으로 나섰다.
“회장님, 건강하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회장님이 돌아가신 줄만 알았을 때는 정말…….”
“이 범석이! 미국과 결코 같은 하늘 아래에 살지 않겠노라 결심했습니다! 어디 회장님 원수와 함께!”
“됐어, 됐어. 내가 죽은 척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니 미국을 원수 삼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 실장님. 저번에 말한 건 어떻게 됐나요?”
“네,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아마 다음 달에는 종결될 것 같습니다.”
정효주는 궁금증을 드러냈다. 둘의 표정이 심각한 걸 보니, 미국에 가기 전에 뭔가 중요한 걸 시켰나 보다. 그게 뭘까?
“다음 달에는 입주 가능합니다. 주문한 항공기도 정상적으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기대되는데요.”
정효주는 맥이 빠졌다. 뭐야, 둘이 엄청 심각하게 이야기해서 대단한 건 줄 알았더니, 겨우 이사 이야기였어?
“참, 회장님. WCO 부지 선정도 완료 됐습니다. 세종시가 어떨까요?”
“세종시? 좋지. 그렇게 해.”
유지웅은 김범석의 제안을 수락했다.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생에서도 WCO는 세종시에 본부가 있었는데, 이번 생에도 반복되고 있다. 필연이라는 것일까?
“회장님. 히카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잡으러 가야죠.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고 하네요.”
“역시 인질 때문이군요.”
“네. 히카리가 수세에 몰리면 유럽 시민들을 마구 죽일 거라고 겁이 나나 보던데요.”
정효주는 불안해졌다. 말이 좀 너무한 게 아닐까 싶었다.
“넌 그럼 그 사람들 걱정 안 돼?”
“걱정이야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히카리를 놔둘 수는 없잖아.”
“그래도…….”
“괴수는 적이야. 게다가 히카리는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어. 인간의 존엄을 증명하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는 거야. 어차피 괴수와 인간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
말을 하다 말고 유지웅은 멈췄다. 정효주는 왜 그러나 의아해져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지웅이 뭔가를 크게 깨달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말이 안 돼.”
“뭐가?”
“왜 괴수와 인간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꼭 그렇지만은 않잖아?”
“그게 무슨 말이니?”
“잠깐만. 생각 좀 정리할게.”
유지웅은 생각했다.
인간과 괴수는 반드시 서로 싸워야만 하나? 타협 없이 죽을 때까지?
아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브라우니! 모비딕! 걔네도 있잖아?’
그 두 녀석을 보라. 얼마나 훌륭한 증명인가? 인간과 괴수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는 좋은 예시가 아닌가?
‘잠깐만! 말을 할 줄 안다는 건 말이 통한다는 거잖아!’
말이 통한다?
그것은 곧 어려운 명령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물구나무서서 서른 두 바퀴를 돈 다음에 공중제비를 했다가 다섯 시 방향으로 급강하를 해보라는 것도 얼마든지 시킬 수 있다.
그는 무릎을 탁 쳤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거지?
“유럽에 가야겠어.”
“뭐? 아까는 일단 기다린다며.”
“조용히 갔다 올 거야.”
유지웅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항복권고를 해봐야겠어.”
============================ 작품 후기 ============================
“우리 신병 들어온대.”
“정말입니까? 브 병장님?”
“우리보다 나이 많대.”
“그런 것쯤 짬으로!”
“근데 조폭이래.”
“헐…”
“너 막내 생활 좀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