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12)
00912 %3C프리시즌 딜러편%3E 잡았다! 요놈….? =========================================================================
진정해! 진정하라고! 라고 외치며 싸대기를 쳐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누가 들었다가는 어떡하려고?
유지웅은 당황해서 설명을 늘어놨다.
“무, 물론 인간은 짐승을 키워서 잡아먹기도 해! 하지만 꼭 잡아먹으려고 짐승을 키우는 건 아니야!”
잡아먹히는구나! 하고 기겁을 했던 히카리는 그 설명에 차분해졌다.
“잡아먹지 않는다면, 육욕을 바라는 쪽인가?”
“그런 게 아니라고! 그리고 왜 거기서 안도하는 거야! 으아아악!”
유지웅은 기겁했다. 문자 그대로 먹는다는 게 아니라고 해서 안심해버리면, 이쪽이 뭐가 되느냔 말이다.
“이해할 수 없다. 그 어느 쪽도 아니라면, 나를 키워서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
“그, 그러니까 키워서 뭐에 할 거냐면……. 아, 아무튼 할 게 아주 아주 많다고!”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약속, 약속한다! 절대로 널 키워서 잡아먹지 않겠다! 그러니까 죽여서 씹어서 먹는다거나 그런 건 하지 않을 거고, 그리고…….”
“육욕을 채우겠다는 거로구나.”
“그러니까 그것도 안 한다고! 으아아악!”
머릿속이 패닉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보면 아주 고소하게 여기겠지만(이를 테면 한국 대통령 같은?), 지금 그는 이 미친 새끼 암사자를 어떻게 말로 다스려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 그렇다! 알겠다!”
“뭐, 뭐냐?”
“인간 중에는 미성숙한 것을 즐기는 자가 많다고 들었다! 너도 그런 쪽이구나! 아! 그렇구나! 미성숙한 것을 즐기면서 나중에는 잡아먹으려는 거구나!”
일타이득. 더블 플레이라고도 한다던가?
유지웅은 거품을 가득 문 채 달려들었다. 더 이상 녀석이 지껄이는 걸 봐줄 수가 없다.
“야! 이! 음탕한! 새끼! 사자! 새끼야!”
“꺄아악!”
유지웅은 크게 주먹을 휘둘렀고, 복부를 얻어맞은 히카리는 그대로 혼절했다.
기절을 시켜놨더니 조용해졌다. 겨우 한숨 돌리게 된 유지웅은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짜식이, 어디서 사람 기겁하게 만들고 있어. 누구를 소아성애자로 몰고 가려고?”
유지웅은 배낭을 열고 로프를 꺼냈다. 새끼손가락만 한 굵기의 로프였다. 그걸로 히카리의 몸을 칭칭 묶었다.
“됐다.”
만족스럽게 꽁꽁 잘 묶였다. 유지웅은 한껏 득의양양해서 기절한 채 묶인 히카리를 짐짝처럼 들쳐 맸다. 거꾸로 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뭐, 털이야 다시 자라면 되니까.”
유지웅은 히카리를 들쳐 맨 채 폐허가 된 그곳을 떠났다.
찰칵! 찰칵!
멀리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는 렌즈가 있었다.
* * *
“어푸! 어푸!”
히카리는 정신이 들자마자 물에 빠졌다가 건져낸 사람처럼 기침을 토했다. 유지웅이 혀를 끌끌 찼다.
“이제 정신이 드냐?”
“여, 여긴 어디냐?”
“비행기다. 비행기는 알고 있냐?”
“아, 알고 있다! 승무원을 농락하는…….”
“으아악! 그 입을 좀 다물라!”
유지웅은 발광처럼 윽박질렀고, 그 기세가 겁먹은 히카리는 움츠러들었다. 겉모습만큼은 조그맣고 예쁜 소녀였기에, 기가 죽은 모습은 참 깜찍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국정원 책임자가 사색이 돼서 물었다. 유지웅이 유럽 행보를 비밀리에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국정원 유럽 지부다.
유지웅은 히카리를 잡으러 유럽에 간다고 정부에 도움을 청했고, 이미 한 배를 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적극 힘을 써주었다.
그랬는데 유럽에 와서 며칠도 되지 않아 돌아간단다. 히카리는 코빼기도 못 봤는데 말이다. 게다가 어디서 여자아이 한 명을 칭칭 묶어서 데려왔다.
‘이,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사색이 될 만하다. 자칫 하다가는 소아성애자의 납치에 공조를 한 셈이 되고 마니까.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국가정보원에서 말이다!
“유럽 일은 다 끝났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죠. 비행기는 언제 출발합니까?”
“출발이야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 바로 출발하죠.”
“이, 이 소녀는 대체 누굽니까!”
참다못한 책임자는 결국 따져 물었다. 목소리가 거의 울먹임에 가까웠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서움의 상징, 국정원이지만 유지웅 앞에서는 병아리나 다름없다. 그가 걷고 있는 악의 패도 앞에 비하면 국정원의 위세는 그야말로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다.
그래서 무서웠다.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짚고 넘어가야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정원이 소아성애자의 납치에 연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아, 이거요? 제 애완동물입니다. 키워보려고요.”
“이, 이거…… 애, 애완동물…….”
책임자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전을 함께 하는 부하 직원 세 명도 새하얗게 탈색이 돼서, 유지웅과 히카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지금 뭐라고 했지?
응. 애완동물이라고 했어. 키워보겠대.
누구를? 저 소녀를?
응. 그렇다나 봐.
미쳐. 설마 저 사람, 그런 취미였어?
그래도 이쁘긴 하네. 나중에 크면 엄청난 미인이 될 것 같…… 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부하들이 눈빛으로 그렇게 쑥덕거렸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이 통했다.
“회장님! 이럴 수는 없습니다!”
“뭐가요?”
“구, 국정원이 아무리 회장님께 전격 협조하는 입장이라지만 이런 일에는 협조를 할 수가 없습니다! 히카리를 잡으러 오셨다는 건 죄다 거짓말이었던 건가요! 회장님의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이렇게 힘들게 고생을…….”
“무슨 소리에요. 이년이 히카리라고요.”
“그러니까 그 여자아이가 히카리……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책임자, 박철수 차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말했잖아요. 이 년이 히카리라고요.”
“……그 여자아이 이름이 히카리라고요? 참 예쁜 이름이군요. 아하하. 일본인인가 보죠? 새, 생긴 건 서양인 같은데…….”
박철수 차장의 뇌는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유지웅이 답답하다는 듯이 또박또박 말했다.
“여기 이 음탕한 새끼 암사자 년이 바로 괴수 히카리라고요. 지금 인간 모습으로 바꾼 것뿐이에요.”
“마, 말도 안 되는…….”
“그거 이리 줘 봐요.”
유지웅은 권총을 거의 강탈하듯이 건네받고는, 잠금장치를 풀고 히카리에 미간에 조준하고 발사했다.
핑!
소음기 특유의 나지막한 소리가 울렸다. 쩡, 하고 히카리의 이마에서 작은 충격음이 울렸다. 놀랍게도 탄두는 이마에 닿은 채 멈춰 있었고, 탄두와 이마 사이에는 희미한 빛의 막이 보였다.
윽박지름에 겁을 먹었던 히카리는 갸우뚱했다.
“지금 뭐 한 거냐, 인간?”
“봤죠? 저거 괴수 방어막이에요.”
“세, 세상에나…….”
박철수 차장 및 국정원 직원들은 경악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유지웅의 말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저 어리고 예쁘고 깜찍한 소녀가 그 무시무시한 괴수 히카리라고? 정녕?
“자, 목표도 달성했으니 갑시다. 빨리 비행기 시동 걸어요.”
“그, 그 여자아이가 히카리가 맞다고 칩시다. 데려가서 뭘 어떻게 하시려고요?”
“맞다고 치는 게 아니라 히카리가 맞고요. 그리고 키워볼 겁니다. 금붕어랑 앵무새는 이미 기르고 있으니까, 고양이도 한 마리 키워보려고요.”
“네? 키워요?”
입을 크게 벌린 얼굴은 ‘어떻게 그런 걸 키웁니까!’라는 경악이 가득했다. 유지웅은 뭐가 문제냐는 듯이 혀를 찼다.
“이구아나 키우는 애들도 있는데 고양이가 뭐 어때서요? 훨씬 건전하죠.”
“…….”
============================ 작품 후기 ============================
그럼요. 고양이 한 마리 들이는 게 뭐 어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