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16)
00916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나는 마당 고양이 =========================================================================
“왜요,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실 김기영은 몹시, 엄청, 배가 아팠다. 자신은 나름 유지웅 휘하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입사원한테 연봉으로 밀린다. 배가 안 아프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김범석한테 지는 거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친다. 그는 워낙 특이한 케이스로 영입된 경우니까. 하지만 박철수라는 직원한테도 밀리니까 피눈물이 났다.
“아닌데요. 뭔가 문제가 있는 표정인데.”
“정말 괜찮습니다. 그저 신입사원 급여치고 높은 게 아닐까 해서 놀랐을 뿐입니다.”
김기영은 한사코 부정했다. 어떻게 고용주, 그것도 하늘같은 회장님한테 ‘다른 직원보다 제 급여가 적어서 슬픕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주급 100억이 높다니요. 적당한 가격인데. 헛, 잠깐! 설마?”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하던 유지웅은 불현듯 생각이 닿은 바가 있어 놀란 소리를 냈다.
“혹시 김 실장, 지금 급여가 얼마입니까?”
유지웅은 김기영을 영입할 때 귀찮아서 그저 ‘100배를 더 주겠다.’라고만 했다. 그리고 인건비 등 돈 관리는 김기영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휘하 직원들이 얼마를 가져가는지 정확히 잘 몰랐다.
“저, 저는 200억입니다.”
“200억? 일급인가요?”
“예?”
순간 김기영은 일급이 무슨 말인가 헷갈렸다. 원래 아는 단어인데 지금은 마치 처음 듣는 단어처럼 느껴졌다.
불현듯 일급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은 김기영은 화들짝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일급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서, 설마 월급이란 말입니까!”
유지웅은 기함을 토하듯이 놀랐다. 이럴 수가! 내가 악덕 고용주라니! 최저임금도 안 지키는 사람이라니!
“……연봉입니다만.”
“으아아악! 말도 안 돼!”
유지웅은 거의 혼절할 뻔했다.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어요.”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유지웅은 분연히 말을 꺼냈다.
“사람은 응당 자기 가치만큼 대우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렇죠?”
“그, 그렇습니다.”
김기영은 살짝 불안해졌다. 일성그룹에서 함께 이직한 평비서들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분위기가 왜 이래?
설마 우리들 급여가 너무 높다고 질책하는 건가? 그런가?
“실장님은 자기 가치에 적합한 대우를 받고 있나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
“죄, 죄송합니다! 당장 삭감을……!”
“실장님은 나를 최저 임금도 안 챙겨주는 악덕 사장으로 만들 셈입니까!”
“예?”
박력 넘치는 호통에 김기영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유지웅은 분연히 말했다.
“안되겠습니다. 이거 언제 한 번 단합회라도 해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든가 해야겠어요.”
“회, 회장님.”
“연봉 200억이라고요? 내 최측근이라는 사람이 그런 푼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니, 이럴 수가……. 제 친구가 이 사실을 알면 저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녀요. 주변에서 뭐라고 그러겠습니까. 너 사람이 왜 그렇게 짜냐고 한소리 하겠지요.”
김기영 이하 평비서들은 눈물이 핑 돌만큼 감격했다. 특히 김범석은 당장 눈물이라도 펑펑 쏟을 기세였다.
“김범석.”
“예! 회장님!”
“당장 빠른 시일 안에 단합회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내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한 명도 빼놓지 말고.”
“알겠습니다!”
“내 스타일, 범석이 넌 알지?”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전직원 단합회. 유지웅은 이참에 회사 분위기도 제대로 검토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 *
유지웅은 히카리에 목줄을 채운 그대로 여의도 펜트하우스로 끌고 갔다. 목줄을 옷으로 가려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간혹 목에 채운 목걸이를 보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개성 있는 액세서리라고 받아들였다.
전부 박철수 차장이 눈물로 올린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펜트하우스까지 무탈하게 올 수 있었다.
현관문을 들어서니 정효주가 하층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왔어?”
“응.”
“갔던 일은?”
“여기 잡아 왔어. 볼래?”
정효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유럽에 간 것은 히카리를 잡으러 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잡아 왔다니? 물리적으로 히카리가 이런 건물 안에 들어올 수가 없을 텐데?
손을 멈추고 돌아본 정효주는 그대로 돌이 되었다.
“어때, 귀엽지?”
“너, 너너너, 너너! 너……!”
정효주는 하얗게 사색이 되었다. 애처롭게 서 있는 가녀린 소녀와, 험악하게 채워진 개목걸이, 거기에 달린 줄 끝을 잡은 채 자랑스럽게 서 있는 유지웅이라니.
“그, 그게 무슨 짓이야아!”
“아이고, 너도 오해했구나. 효주야, 이 년이 바로 히카리야. 히카리.”
“뭐?”
“얘, 히카리라고.”
소꿉친구의 비밀스러운 취향에 놀라 충격에 빠져 있던 정효주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그 애가 괴수 히카리라고?”
“응. 지금은 사람 모습으로 변한 거야. 끌고 다니기 엄청 편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러니까 그게…….”
유지웅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히카리도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 들었다. 정효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몇 번이나 감탄을 터트렸다.
“……이렇게 된 거야.”
“세상에.”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도 정효주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히카리를 뜯어봤다. 정말 이 작고 귀여운 소녀가, 그때의 그 험상궂은 괴수라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래서 한 번 잘 키워보려고.”
“인간, 날 잡아먹으면 안 된다.”
“안 잡아먹어, 이 년아.”
“키, 키워?”
정효주는 벙쪄서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지금 엄청 위험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키운다니, 그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아. 이거 약해빠져서 대들지도 못해.”
“아니, 내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효주는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약해빠져서’라는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위험하다는 의미를 유지웅이 완전히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 자신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
“네 말대로 히카리가 인간 모습으로 변한 거라 치자. 하지만 지금 겉모습을 봐.”
“귀엽게 생겼네. 키울 맛 나지 않겠어?”
“그런 뜻이 아니잖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꼬마아이라고! 그런데 네가 키운다니, 다들 어떻게 생각하겠니?”
“흠, 애완동물이라고 소개하는 건 무리려나?”
“당연하지! 그리고 목줄도 안 돼! 당장 벗겨!”
유지웅은 납득한 듯이 끄덕였다.
“하긴, 대형견이나 목줄 채워서 키우는 거지, 고양이를 목줄 채워서 키운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아.”
“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히카리. 목줄 풀어줘도 난동 안 부릴 거냐?”
“야, 약속하겠다. 인간…….”
“좋아. 목줄은 풀어주마.”
유지웅은 개목걸이와 연결된 줄을 풀었다. 여전히 개목걸이는 남아 있었다. 정효주가 그걸 지적했다.
“목걸이는 안 풀어?”
“저건 주인이 있다는 뜻으로 채워두려고. 원래 마당에 풀어서 키우는 고양이는 저런 거 채워야 돼. 그래야 주인 있는 줄 알고 안 훔쳐 가.”
정효주는 맥빠진 신음을 냈다.
“저걸 누가 어떻게 훔쳐 가…….”
============================ 작품 후기 ============================
공항동 매입은 신의 한수.
히카리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