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17)
00917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나는 마당 고양이 =========================================================================
유지웅은 태연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방심하고 있다가 도둑맞으면 어떡해? 속담에도 있잖아. 소 있을 때 외양간 고쳐 놔라, 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상한 표현으로는 마음에 와 닿지가 않잖아. 속담도 적당한 각색이 필요해.”
“진심으로 히카리를 훔쳐갈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
“혹시 모르잖아. 세상 어딘가에 나 같은 놈이 하나 더 있을지도.”
정효주는 잠시 상상해 보았다. 이 세상에 유지웅이 두 명이 존재한다! 아니, 혹은 그 이상으로!
‘세계 멸망하겠네.’
잠시 상상만 했는데도 소름이 오싹 끼쳤다. 지금 유지웅 하나만으로도 지구는 충분히 아파 하고 있는데, 두 명 이상이면 지구가 죽을지도 모른다.
“히카리.”
“왜 그러냐, 인간.”
“말버릇이 그게 뭐냐. 하늘같은 주인님한테. 앞으로는 꼬박꼬박 존대하고, 주인님이라고 불러.”
“주인님?”
의미를 되짚으며 잠시 갸웃거리던 히카리가 안색이 변했다.
“인간, 너는 그런 취향이었던가?”
얼굴색이 확 변한 정효주가 놀라서 다그치듯이 물었다.
“저게 무슨 소리야? 그런 취향이라니?”
“몰라. 이상한 만화로 말을 배웠나 보지. 아니면 영화든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
“놔둬. 저런 캐릭터도 하나쯤은 있어야 세상이 재밌잖아.”
정효주는 머리를 북북 긁었다. 진심으로 유지웅의 머릿속을 해부해보고 싶어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건지 모르겠다.
‘하긴, 나라도…….’
한편 아주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정효주는 유지웅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봤다. 지금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자그마치 화이트 괴수 한 마리를 벌벌 떨게 만드는 경지가 아닌가.
레드 몹 한 마리가 떠도 미군이 벌벌 떤다.
정효주와 쿤겐은 그런 레드 몹을 몰이하듯이 해서 떼로 잡는다.
그런 둘이 힘을 합쳐도 상대하지 못한 게 히카리다.
특히 쿤겐은 한 방 맞고 나가떨어지지 않았던가.
‘나? 지구 전체가 덤벼도 못 이겨.’
가끔 유지웅이 하는 말이 더 이상 농담 같지 않다. 아니, 오히려 축소한 듯한 느낌마저 있다.
그런 힘이 있으니, 오히려 저렇게 태평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걸 수도.
“아참! 우리 직원 단합회 하는데, 효주 너도 올 거지?”
“나? 난 직원도 아닌데?”
“직원은 아니지만 그룹 예비 안사모님이잖아. 당연히 네가 총체적으로 챙겨야지.”
“예, 예비 안사모님이라니!”
정효주는 부끄러워서 펄쩍 뛰었다. 안사모님이 뭔가 하고 갸웃거리던 히카리는 반짝 하고 생각이 났다. 그녀는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알겠다! 네가 봉투를 던지는구나.”
“뭐? 봉투를 던지다니?”
“나는 이 인간의 애완동물이고, 너는 안사모님이니, 이제 나한테 봉투를 던지면서 사라지라고…….”
“갸아악!”
정효주는 비명을 지르며 두 귀를 틀어막았다.
왠지 울고 싶다.
* * *
단합회 소식은 물 건너 미국에도 전해졌다. 칠드그린은 한국에서 건너온 초청에 고심했다.
“이 시기에 단합회라니. 무슨 생각이지?”
적절한 시기는 분명 아니다.
지금 미국 내에서 칠드그린, 가렌, 니트로의 입지는 애매했다. 휴스턴 대참사 때문에 미국 여론은 유지웅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무런 공식 코멘트도 내놓지 않는 것 때문에 날이 갈수록 반응이 격렬해지고 있다.
가렌과 니트로는 유지웅의 후원을 받아 연구를 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극렬 여론에 여러 모로 불안에 떨고 있다. 아직은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괜찮지만, 만약 매스컴을 타게 되면 쳐죽일 매국노가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 단합회라니. 이건 미국 내에서 맞아 죽으라는 소리가 아닌가.
세 과학자(최윤 포함)도 그 점을 염려했다.
“페이커 의장, 이거 정말 괜찮은 거요?”
“염려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 배를 탄 몸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한국으로 가봐야겠죠. 그리고 제발 저를 의장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임시 의장도 의장 아니오?”
“그러게 말입니다, 교수님. 저는 듣기만 좋은데요? 페이커 의장, 페이커 의장.”
“왠지 저는 그 호칭이 거슬립니다.”
칠드그린은 요즘 들어 악몽을 부쩍 꾼다. 꿈에서 누군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의장님, 의장님, 으흐흐흐. 갈릴 뼈는 충분한가요?’라는 식으로 속삭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의장님이라는 호칭이 왠지 거북하다. 마치 귀신의 저주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튼 가봅시다.”
혹시 몰라서 세 과학자는 연구 데이터를 잘 정리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나저나 단합회라니. 회장님이 언제 회사를 설립했습니까?”
“아직 뚜렷한 법인 형태는 없는 걸로 압니다.”
칠드그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유지웅이 현재 거느린 사람들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비서실장 김기영을 필두로 하여 총 10명으로 구성된 비서실. 그리고 (언급하긴 싫지만) 의장인 자신을 주축으로 한 WCO 총 4명. 현재까지는 이게 그가 거느린 인력의 전부다.
유지웅과 정효주의 부모를 경호하는 인력이 꽤 있지만, 그들을 고용인의 범주로 넣어야 할지는 다소 애매한 편이다. 이번에 가면 확실히 알아볼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단합회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제보다 잿밥이라고, 최윤은 그 점에 더 관심을 보였다. 두 노과학자는 이해했다. 젊은 나이에 연구실에 처박혀서 강제로 연구만 했으니 좀이 쑤시기도 할 것이다.
“글쎄요.”
“전에 회장님이 크루즈 띄워놓고 즐기셨던데. 혹시 이번에도 크루즈 빌릴까요?”
“크루즈? 그건 어디서 들었습니까?”
칠드그린은 의아했다. 유지웅은 휴스턴 참사 이후 죽었다고 잘못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크루즈를 띄워놓고 놀았다는 이야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시기상으로 맞지 않는다. 그리고 최윤은 어떻게 그걸 알고 있고?
“회장님이 SNS에 올리셨던데요?”
“……어디 좀 봅시다.”
최윤은 핸드폰을 몇 번 만지더니 내밀었다. SNS에 접속한 화면이었다. 가장 최근에 올린 사진 중에 바다 위 고급 선박에서 휴양을 즐긴다는 내용이 있었다.
“…….”
사진은 다양했다. 호화 요트에서 회를 먹고, 파티를 벌이고, 댄서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인증샷을 찍은 것도 있었다.
심지어 날짜는 유지웅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기간이었다. 칠드그린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이대로 마이애미까지 한 번에 쭉 달리고 싶다. 근데 마이애미가 어디지? 텍사스에 붙어 있는 거 아니었나?」
―님, 마이애미는 플로리다에 붙어 있는데요.
―허언증 보소. 어디서 퍼온 사진으로 가관이다.
―근데 이 사람 누구 닮지 않았냐? 눈매가 어디서 많이 봤는데?
―선글라스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다. 근데 왠지 유지웅 닮은 듯도 함.
―에이, 유지웅 형님은 돌아가셨는데 무슨…….
죽은 것으로 알려진 기간에 달린 댓글에는 ‘허세 쩐다’는 식의 비난성 댓글이 주로 달려 있었고.
―성지 순례 왔습니다. 여기가 지웅이 형님 SNS라면서요?
―저도 성지 순례 왔습니다. 형님, 허세 쩐다고 몰아붙인 거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인 줄 알았으면 다 믿었을 텐데.
―저거 그때 그럼 크루즈 타고 빌려서 노신 건가요? 대박, 완전 대박!
최근 달린 댓글은 성지 순례를 돈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말이 안 나오는군요.”
허탈해졌다.
이건 등잔 밑을 몰랐던 미국의 무능함을 탓해야 하는 걸까, 보안 의식 없는 유지웅을 힐난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SNS에 모든 잘못을 돌려야 하는 걸까?
아무튼 넷은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유지웅을 만났다.
“어서 와요. 반갑습니다.”
“초대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이제 다 같은 제니스 식구 아닙니까. 단합회인데 당연히 오셔야지요.”
“제니스?”
“아, 그룹 이름을 그렇게 일단 지어 봤습니다.”
“그룹이라면, 회사를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결정체 장사로 먹고 살 몸인데, 그래도 사업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뭐, 제가 직접 운영할 건 아닙니다만.”
인사를 나누고, 유지웅은 직접 안내했다. 서해 바다에 배를 빌렸다고 했다. 최윤이 부쩍 관심을 보였다.
“배? 그럼 선상 파티인가요?”
“네, 그래요. 요즘 누가 단합회한다고 장기자랑하고 체육대회하고 그러나요? 그냥 먹고 마시고 죽는 겁니다.”
“역시 호쾌하십니다!”
최윤은 유지웅의 씀씀이에 깊게 감명받은 듯했다. 칠드그린은 물론이고, 다른 두 노과학자도 내심 속으로 기대했다. 이 독재자는 과연 어떤 근사한 크루즈선을 빌렸을까?
그리고 항구에 정박하고 있는 ‘크루즈선’을 보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할 말을 잃었다.
“직원들 상당수가 남자다 보니, 이번 단합회 컨셉은 밀리터리룩으로 잡아봤는데, 다들 어때요?”
“하, 하하, 하하하…….”
만재배수량 104,000톤!
승조원 5,750명!
전장 317.7M! 전폭 40.85M!
최대 탑재기수 총 90기!
미 해군이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항공모함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갑판에 휘날리는 「경축! 제니스 그룹 제1회 단합대회!」라는 플랜카드가 어딘지 서러워 나빌레라.
“자, 오릅시다.”
“여, 여기서 단합회를 한단 말입니까?”
“그래요.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이 경우에는, 어떻게 이놈을 마련했는지 이상하게 여기는 게 더 미친 짓이겠지?
“범석이가 내 취향을 잘 알아요. 아주 쏙 마음에 드는 배로 준비를 해놨어요. 칭찬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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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석이는 센스가 넘쳤고, SNS가 잘못했으며, 독자분들은 댓글을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