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49)
00949 %3C프리시즌 딜러편%3E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
“자선사업이라고요?”
“네, 대통령님.”
유지웅이 채권 대행 비슷한 일을 한다는 건 들었다. 힘없는 약자들을 상대로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그게 자선사업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떨떠름해서 말했다.
“그 사람 뇌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한 번 뜯어보고 싶군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한시적으로 하는 겁니까? 아니면 지속적입니까?”
“당분간은 유지웅 회장이 직접 챙기고, 조만간 조직을 구축해서 지속적으로 할 모양 같습니다. 유지웅 회장 말로는,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선사업이라고…….”
“진정한 자선사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어딜 가도 찾아보기 힘든 자선사업은 맞는 것 같군요. 어떤 자선사업가가 이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단지 약자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다. 그들이 강자로부터 받고 있는 부당함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 독특하지 않은가. 대통령은 한 번 생각해보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법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도에 그쳤겠지.’
하지만 유지웅은 약자들에게 후하게 보상해주었다. 그리고 그 보상을 강자에게 청구했다. 힘의 우열을 믿고 버티고 있던 강자로서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 파급 효과는 어떠한가. 자칫 자기한테까지 유지웅이 찾아올까 무서워, 부랴부랴 약자에게 후한 배상을 해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사회 전체적으로 질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노린 건가?’
법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수준의 지원으로는 사실 이렇게까지 단번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지웅은 한 달도 채 안 돼서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울렸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부당한 착취를 보기 좋게 엎어버렸다.
‘그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저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힘도 힘이지만, 그런 문제를 인식하는 것, 나아가 그런 식의 발상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지구상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
“요즘 들어 자꾸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떤 생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유지웅 회장, 그가 폭군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은 의도했던 컨셉이 아닐까 하고요.”
“설마요.”
비서실장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부정했다. 대통령은 가볍게 피식거렸다.
“비서실장, 그간 그가 걸어온 길을 자세히 생각해보세요. 난폭한 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나라 전체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키를 잡았습니다. 소수만의 이익을 고려한 적이 없어요.”
“설마 그가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진심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그가 다수의 국민들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것은 결과론일 뿐입니다, 대통령님.”
“계속 거듭되는데도 말입니까?”
“…….”
비서실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대통령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의도야 어쨌든 간에, 그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실행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죠. 난폭하긴 하나 그의 뜻이 관철되면서 오히려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살기가 좋아졌습니다. UN 탈퇴 직후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
“만약 그가 올바른, 민주적인 방법으로 나라를 개혁하려 했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겁니다. 어쩌면 아직도 정체되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는 폭군이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서, 불도저처럼 자기 뜻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조차 없고요. 모두 겁을 먹었으니까요.”
“속도와 효율을 중시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래요.”
비서실장은 여전히 수긍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건 옳지 못합니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로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독재자들의 명분일 뿐입니다.”
“그는 이미 독재자잖습니까.”
“…….”
“아니, 왕이라고 해둘까요.”
대통령은 입맛이 썼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유지웅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이미 파격을 넘어선 수준이다.
그러나 그가 이룩한 것은, 역대 그 어느 정치가도 이루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룰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그의 업적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국부라 칭해도 부족할 정도다.
이미 그는 민주성, 정책성, 도덕성, 윤리성, 법률성 등등 그 어떤 기준도 초월해 버렸다. 이 나라가 지닌 그 어느 잣대도 그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사회성을 초월한 존재가 되고만 것이다.
“그는 독재자, 아니 왕이지만, 그 어느 정치가보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자선사업 같은 일도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겁니다.”
그는 다른 정치인처럼 자기 잇속 챙기는데 통치력을 쓰지 않는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패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막대한 부를 지녔다는 점이 씁쓸하다.
* * *
“내가 즐겨하는 어떤 게임에는 티어라는 게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회장님?”
“이른바 계급, 서열 같은 것을 말하는 거지. 가장 낮은 게 브론즈인데, 5부터 1까지 있어.”
“그 중 브론즈 1이 가장 높은 겁니까?”
“그렇지. 그 위에는 실버가 있어. 마찬가지로 5에서 1까지 있지.”
“브론즈 1보다는 실버 5가 높겠군요.”
“맞아. 그리고 그 위에는 다시 골드 5부터 1까지 있고, 그 위에 플래티넘 5에서 1까지 있고, 그 위에 다이아 5에서 1까지 있고, 그 위에 마스터가 있고, 다시 그 위에 챌린저가 있지.”
“챌린저가 최상위층이로군요.”
“그래, 유저들은 챌린저를 천상계라 불러.”
“아무튼 실력에 따라 그렇게 티어가 갈린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왜 하시는지요?”
“범석아. 네가 만약 챌린저라고 치자.”
“예.”
“그런데 다이아 5 밖에 안 되는 새끼들이 부계정 만들어서 브실골 구역에 가서 쪼렙들 학살하고 놀고 있어. 너 그거 보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냐?”
브실골은 브론즈, 실버, 골드를 한꺼번에 칭하는 것이다.
“……기분 매우 더러울 것 같습니다. 아니, 천한 다이아 5 밖에 안 되는 것들이 그게 뭐 하는 짓입니까!”
“내가 지금 바로 그래.”
김범석은 이해했다는 듯이 아 하며 탄성을 냈다. 그는 유지웅과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에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보좌하고 있는 중이었다.
유지웅은 열변을 토했다.
“심지어 핵 프로그램까지 써가면서 브실골 애들 학살하고 다니는 거야! 기분이 더럽겠어, 안 더럽겠어!”
“더럽습니다. 아주 더럽습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지금 멈출 수가 없는 거야! 알겠어?”
“예! 회장님!”
“자, 그럼 다음 다이아 5 새끼는 누구냐?”
“다이아 5라니요. 플래티넘에서나 놀아야 할 수준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아이고, 정말 안 됐군요. 17세 소년가장입니다. 여학생입니다.”
“아니, 그거면 심해도 아니고 그냥 레벨 1짜리잖아. 그래서 플레기들은 안 된다니까.”
“레벨 1이요?”
“레벨 30이 만렙인데, 티어는 레벨 30부터 달 수 있어. 제일 낮은 브론즈5도 레벨 30이 된다는 거지.”
“망할 녀석들입니다. 저렙 유저는 소중히 돌봐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가뜩이나 유저들이 줄어들고 있어서 짜증나는데, 그런 새끼들이 유저들 겜 접게 만들고 있다고. 용서가 돼, 안 돼?”
“안 됩니다!”
“자, 그럼 가자! 랭커의 자존심을 위해서! 게임의 부흥을 위해서!”
“예, 회장님!”
이 대화를 대통령이 들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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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다음달부터 시작합니다~(아마도?)
신작두 많이 봐주세요~(비굴비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