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52)
00952 %3C프리시즌 딜러편%3E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
‘로버라니!’
뭐, 로버가 존재한다고? 그것도 유럽에?
전에 로버를 탐색했을 때 유지웅은 구 레마시아 연구소를 시작해서 미국 전역으로만 탐색 지역을 한정했다. 그러나 로버가 미국에 없다면, 당시 탐색 결과가 없던 것이 말이 된다.
유지웅은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로버가 존재한다니, 이 기분을 뭐라고 말을 하면 좋을까. 살아 있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인 것일까.
‘조커가 돌아왔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고담시에 홀로 남겨진 배트맨의 기분이 아마 이러하지 않을까? 이 세상에 더는 나 혼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안도감! 짜릿짜릿한 이 느낌!
“저 왔습니다! 로버가 어디에 있다고요!”
“이 반응입니다, 회장님! 보십시오!”
가렌이 급히 어느 지역을 가리켰다. 디스플레이는 이탈리아의 어느 한 지역을 비추고 있었다. 도심과는 멀리 떨어진 한적한 시골이었다.
유지웅은 상황판에 나타난 반응을 보고 살짝 놀랐다.
“이게 뭐죠?”
“대단히 특이한 반응입니다. 결정 에너지가 일으킨 반응은 분명하지만, 다른 결정체와는 달리 수치를 객관화할 수 없습니다. 스카우터로도 제대로 된 수치를 탐지할 수가 없습니다.”
니트로가 얼른 끼어들었다.
“결정 에너지가 정형화된 형태로 응집된 것이 아니라 비정형화된 형태로, 그리고 방출형이 아닌 궤도형으로 본체 주위를 감싸고 있을 때, 이와 같은 미지수 형태로 스카우터가 탐지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 그러니까 결정 에너지가 있는 건 분명한데, 뭔가 특이하게도 수치가 잡히진 않는다 이 말씀이시죠?”
유지웅은 재빠르게 말을 잘랐고, 니트로는 얼굴 가득 서운함을 품은 채 물러났다. 가렌이 얼른 설명했다.
“결론을 말하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반응은 분명히 괴수 반응입니다.”
“이제껏 이런 반응을 보인 괴수가 있었나요?”
“스카우터 같은 시스템을 만든 게 처음이지만, 아마도 이런 반응을 보인 괴수는 없었을 겁니다. 미국의 역대 MD 기록을 전부 살펴봤지만 통상 반응을 벗어난 기형 반응은 없었습니다.”
“좋아요!”
유지웅은 가슴이 쿵쾅 세게 뛰었다.
괴수 반응이 분명하고, 그리고 그 반응 형태가 이제껏 없었던 것이며, 나아가 엄청나게 무지막지한 힘을 품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뻔하지 않나? 로버가 분명하다!
유지웅은 얼른 칠드그린을 호출했다. 잠시 미국에 체류 중인 그가 영상 화면에 나타났다. 유지웅은 그를 보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
“칠드그린 의장님, 여기 박사님들한테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예, 대략적으로 들었습니다.」
화면 속 칠드그린의 얼굴로 잔뜩 굳어 있었다.
“드디어 로버를 찾아냈습니다. 이제 인류는 최후의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예.」
어째 칠드그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보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지웅은 자기 페이스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지금 즉시 로버를 섬멸하러 갑니다. 저의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를 하고, 반드시 로버를 쓰러뜨릴 겁니다.”
「…….」
192억의 결정도를 가진 인간이(이걸 과연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온힘을 다해 숙적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그 전투가 과연 지구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칠지, 칠드그린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자, 그럼 미국과 UN은 전투를 위한 협조를 해주세요. 로버와 총력전을 벌이게 되면 주변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 미리미리 주민 피난을 시켜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해당 지역에서 반경 100km 안의 모든 주민을 피신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유지웅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이탈리아 전체를 깨끗이 비우는 건 물론, 프랑스, 독일 북쪽,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 나라들을 제외한 안쪽의 나라까지 모두 깨끗이 비워야 합니다.”
「예엣!」
칠드그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그럼 대체 몇 개의 나라가 대피해야 하는 거야?
“이보세요, 의장님. 인류 최후의 결전이라고요. 그 충격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저로서도 상상하기 힘들다고요. 마음 같아서는 유럽 전체를 깨끗이 비운 뒤에 싸우고 싶지만, 그랬다가 로버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봐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겁니다.”
「회장님,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투가 벌어집니까?」
“저도 예측이 안 되니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까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나라들이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에요. 그 나라들 국민도 대피 시설에 피신해야 합니다.”
유지웅은 잘라 말했다.
“딱 열흘 시간을 드릴게요. 그 동안 모든 나라들이 힘을 합쳐서 서둘러 피난 작업을 완료하길 바래요.”
* * *
로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을 때, 백악관은 유지웅의 흉계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그런 강력한 괴수가 실재하는 것보다는 유지웅이 자기 야심을 이루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쪽이 더 편했으니까.
그 뒤 백악관이 남은 숙제는, 과연 유지웅의 야심이 어디까지 뻗어있느냐를 추정하는 것에 달려 있었다. 그에 관해서 전문가들이 각종 시나리오를 쏟아냈다.
첫째, 한국의 실권자가 된다. 이것은 제일 소박한 가정이었다.
둘째, 한국의 민주주의를 폐지하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한국의 왕이 된다. 이것은 첫째 가설을 좀 더 확장한 것이다.
셋째, 왕정제가 된 한국을 토대로 아시아의 맹주가 된다.
넷째,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절대 군주, 즉 황제가 된다.
백악관 국제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크게 이 네 가지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었다. 로버라는 거짓말은 궁극적으로 저 네 가지 야심을 이루기 위해 그가 지어냈다는 가정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왕이니, 황제니 하는 말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힘은 무엇이든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그는 힘뿐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는 능력마저 갖추고 있다.
“그는 아시아 전체를 지배할 야심을 품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그 형태가 겉으로나마 민주주의를 띠고 있느냐, 아니면 표현상으로도 군주제를 취하느냐가 갈릴 뿐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가 보인 행보를 볼 때, 그는 궁극적으로 군주제를 부활시켜 자기가 왕 또는 황제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일전에 그가 한국 대통령에게 한 발언을 기억해 보십시오.”
왕은 허언을 해선 안 된다. 한국 대통령의 요청에 유지웅은 그런 명분을 내세우며 거절을 했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착실하게 정보 수집을 해온 미국은 사소한 발언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의 목적을 파악하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 미국은 어떻게 행동하면 좋겠습니까?”
빌클런이 물었다. 결국 미국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유지웅은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
“각하. 미국은…….”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대통령 비서 한 명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중요한 국정 회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대통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호통을 치려던 비서실장은 비서가 한 귓속말을 듣고 흙빛이 되었다. 비서실장은 급히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건넸다.
“각하, 로버가 발견되었답니다.”
“뭐라고요!”
빌클런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외쳤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미 로버는 유지웅이 한 역대급 거짓말로 판명 난 게 아니었나?
“로버가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에 있었답니다. 그래서 스카우터로 탐색했을 때 찾지 못한 거라고 합니다. 유지웅 회장이 열흘 뒤에 최후의 결전을 벌일 거라고, 협조 요청을 해왔습니다. 전 EIS 부국장 칠드그린을 통해서입니다.”
“협조 요청?”
“그것이…….”
비서실장은 난처해하면서도 마저 보고했다. 내용을 들을수록 빌클런의 얼굴은 새카맣게 죽어갔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스위스, 독일 남부,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그리스 등 수많은 나라들의 국민들을 ‘깨끗이’ 비우고, 비우지 않은 나라도 대피 시설 등에 피난시키는 게 좋다는 말에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열흘 안에 하라고 했습니다.”
“지저스! 크레이지!”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할 거라 생각해? 빌클런은 얼른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핫라인으로 유지웅 회장에게 연락하시오! 어서요!”
“예, 각하.”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유지웅과 바로 연결될 수 있었다. 빌클런은 부글부글 끓는 황당함을 겨우 누르고, 말문을 떼었다.
“미합중국 대통령 빌클런입니다. 칠드그린 전 EIS 부국장을 통해 협조 요청을 하셨다 들었습니다.”
「미국과 여러 강대국, 아니아니, 가능한 많은 나라의 총력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유럽은 어마어마한 전쟁터가 될 겁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그런 일을 열흘 안에 해낼 수 있을 리가…….”
「안 피하면 전투 충격파에 휘말려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모르는데요?」
“그럼 전투 개시를 좀 더 뒤로…….”
「그랬다가는 로버가 또 어디로 이동할지 모르는데요? 열흘도 엄청 길게 쳐준 건데요?」
“하지만…….”
「원래라면 지금 당장 잡으러 가도 부족한데요? 로버가 지금 당장 난동을 부리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
빌클런은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유지웅의 말이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로버가 정말 발견된 게 맞습니까?”
「99% 이상의 확률입니다.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빌클런이 한국어를 모르기에 전화는 통역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자신만만해 하고 있는 것만큼은 또렷하게 느껴진다.
「하마터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거짓말쟁이가 될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지요. 진짜 살았습니다.」
지금 뭐가 다행이라고 한 거야?
빌클런은 진심 욕이 나올 뻔했다.
============================ 작품 후기 ============================
“만세, 살았다. 하마터면 역대급 거짓말쟁이가 될 뻔했어.”
“차라리 거짓말인 게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