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59)
00959 %3C프리시즌 딜러편%3E 맷돌, 그리고 맷돌 =========================================================================
“왜요, 멋있는데?”
휘버는 유지웅이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유지웅은 지금 진심이었다. 정말로 휘버가 마지막에 남긴 유언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또 감동 받아서 눈물까지 흘렸던 것이다.
“그게 뭐가 멋지단 말입니까?”
“아니, 그럼 이게 안 멋있어요? 이게 안 멋있으면 대체 뭐가 멋있다는 거죠?”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휘버는 펄쩍 뛰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가렌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그는 휘버의 귀에 대고 작게 귓속말을 했다.
“원래 저런 캐릭터입니다. 일일이 반응하면 박사님의 수명만 줄어요.”
“…….”
“대신에 돈은 시원하게 팍팍 씁니다.”
돈은 잘 쓴다는 말에 휘버는 끓어오르는 답답함을 겨우 가라앉혔다. 거의 모든 단점을 덮을 수 있는 장점, 바로 돈 하나는 시원하게 잘 뽑아내는 지갑 아닌가.
감동적인 재회도 마무리됐겠다, 분위기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유지웅이 손뼉을 짝 쳤다.
“자, 휘버 박사님까지 가세했으니, 이제 힘을 합쳐 균열을 막아 봅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균열을 찾아야겠지요?”
“균열이요?”
가렌과 최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들은 아직 균열의 존재를 모르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자세한 건 휘버 박사님과 니트로 박사님이 설명해주실 겁니다, 그렇죠?”
“예?”
“그럼 여러분들에게 잘 부탁드리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위쳐4 발매일이라 가서 줄 서야 하거든요.”
기다리고 기다렸던 신작 콘솔 게임이 내일이면 드디어 나온다. 휘버를 만난 게 하루만 늦었어도 오늘 줄을 못 설 뻔했다. 유지웅은 그 점에 깊이 안도했다.
“…….”
그렇게 유지웅이 빠져 나가고, 네 과학자만 남은 자리에는 휭하니 싸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제일 먼저 가렌이 입을 열었다.
“균열이라니, 그게 뭡니까? 두 분 교수님은 아시나요?”
“균열은 결정 에너지의 근원이다. 모든 결정 에너지는 그곳에서 흘러나오지. 일종의 찢어진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크기는 약 직경 10미터 정도 된다.”
“휘버 박사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최윤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불현듯 그는 옛날 ‘데머샤’와 활발하게 나누었던 토론을 떠올렸다.
쓴웃음을 짓고, 휘버가 대답했다.
“어디서 오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 말, 기억하나?”
“물론입니다.”
“나는 근원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세. 직접 봤으니까. 아니, 이 말은 어울리지 않는군.”
휘버는 심호흡을 하며 두 눈을 감았다. 균열을 만들고, 이 세상을 이리 만든 것은 결국 자신이다. 이들은 자신을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준 이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재앙을 가져다준 이로 여길 것인가.
“균열은 내가 만들었네.”
“예, 예엣?”
“수십 년 전, 나는 핵융합 실험으로 위장해서 아무도 모르게 균열을 뚫었다네. 바로 지금은 폐허가 된 레마시아 연구소 지하일세.”
가렌과 최윤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니트로만이 다소 어두운 얼굴로 침묵을 지킬 뿐이다.
가렌은 적지않게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럴 수가……. 그렇다면 교수님은 결국 한 발짝만 내딛어도 매드사이언티스의 길로 가실 뻔했다는…….”
“면목이 없네, 가렌 박사.”
“그런 멋있는 걸 혼자서만 하셨다는 겁니까!”
“……?”
볼 낯이 없어 고개를 숙이려던 휘버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얼굴을 들었다. 최윤도 어이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와, 그럼 어디서 오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모른 체 치사하게 그랬단 말입니까. 무슨 몰래카메라도 아니고요.”
“응?”
휘버는 당황했다. 이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데?
가렌은 나이와 체신도 잊어버리고 어린 아이처럼 잔뜩 흥분했다.
“교수님, 어쩜 그러실 수 있습니까? 그런 재밌고 멋있는 걸 알고 계셨으면 진작에 말씀해 주셨어야죠! 그걸 처음부터 말씀해 주셨으면 저는 진작에 전공을 바꿨을 겁니다!”
잊지 말자. 가렌의 전공은 핵물리학이고, 결정체학은 교양일 뿐이다.
니트로가 화를 냈다.
“이, 이 녀석! 애지중지 고이 키워놨더니 스승을 배신하려 해!”
“사실 저를 휘버 교수님한테 먼저 팔아넘긴 건 교수님이시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네가 손해봤냐? 결과적으로 너도 잘 됐고, 휘버도 잘 됐고, 다 잘 되지 않았느냐!”
휘버와 최윤은 티격태격하는 두 사부와 제자를 나란히 서서 말없이 지켜봤다. 다툼이 좀처럼 그칠 기미가 없자 최윤이 말을 꺼냈다.
“저런 게 진짜 사부제자겠지요? 나름 끈끈해 보여서 참 부럽습니다.”
“가렌은 나이를 먹어서도 변하는 게 없군.”
휘버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최윤이 다시 말했다.
“지금 균열은 불안정한 상황입니까?”
“당장은 아니네만,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네. 그러니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개폐장치를 달던가, 아니면 완전히 닫아버리던가 해야겠군요.”
“후자는 무리지. 이미 인류는 결정 에너지의 편리함에 종속되었으니.”
그 또한 자신의 과오다. 휘버는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균열이 레마시아 연구소 지하에 있다고 하셨죠?”
“그랬었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네.”
“네? 모른다니요?”
“나는 지난 7년 간 죽은 거나 마찬가지 상태였네. 얼마 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지. 정신을 차려 보니 균열은 본래 있던 장소에서 사라지고 없었네.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그렇다면 균열의 위치를 먼저 찾아야겠군요.”
“그렇지.”
최윤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셋이 개발한 스카우터라는 장비가 있습니다. 본래는 로버라는 개새끼를 찾아내기 위해서 만든 설비죠. 이 설비를 응용하면 균열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최윤은 와락 일그러지는 휘버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이번에는 좀 애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난 몇 개월 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일만 하면서 시달렸습니다. 그러니 단 며칠만이라도 좋으니, 저는 좀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오겠…….”
“안 돼.”
“예?”
“안 된다고 했네. 제일 젊고 체력도 왕성한 자네가 빠지면 그 공백은 누가 채우나? 우리 세 노인들한테 남은 업무를 떠넘길 작정인가? 그건 노인 학대일세.”
“하, 하지만 저는…….”
“아무튼 안 돼, 녹서스.”
개새끼라고 했으니 휴가는 없다.
* * *
‘균열을 빨리 찾아내야 할 텐데.’
뛰어난 네 명의 과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일을 맡기긴 했지만, 유지웅이라고 해서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고심에 차 있었다.
‘하지만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없어. 나는 오히려 빠져주는 게 그분들을 돕는 거야.’
국제전자상가 빌딩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내일 발매하는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한 게이머들이다. 그리고 그 줄에는 유지웅도 끼어 있었다.
‘이 나라도 바꿔야 해. 어휴, 전에는 몰랐는데 회귀해서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비리들이 많아. 특히 여가부 그 잡것들은 진짜 없애버리던가 해야겠어. 신성한 게임을 무슨 마약 취급이나 하고…….’
유지웅은 주먹을 꾹 쥐고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전생에서는 자신이 게임을 좋아한다는 게 널리 알려져서 탄압이 저절로 줄었다. 그래서 신경을 별로 안 썼다.
하지만 회귀해서 보니 그 수준이 심각했다. 신작 게임을 남들보다 먼저 즐기기 위해 전날에 줄을 서는 것을, 무슨 중독자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로버는 정신을 차리고 휘버 박사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균열이 문제야. 아, 그나저나 양치기 소년이 안 돼서 다행이다.’
이탈리아에서 휘버를 만났을 때, 가볍게 드잡이질을 한 덕분에 공식적으로는 타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유럽 대피난 작업까지 벌였는데, 로버가 허위의 존재라면 이 무슨 집안 망신이란 말인가.
‘할 게 정말 많구나. 일단 균열을 막아야 하고, 그래서 인류도 지켜야 하고, 사회 개혁도 해야 하고……. 어휴, 난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바쁘지? 일이 너무 많아.’
유지웅은 자신 앞에 있는 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위쳐4 깬 다음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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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서 퍼져 있느라고 글을 전혀 못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