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6)
00096 누가 을이냐? =========================================================================
유지웅 고향에 레드 몹이 출현한 사실은 당연히 정부에도 보고되었다. 레드 몹의 습격은 심각한 비상사태지만, 정부는 그보다는 유지웅이 고향 동생을 중심으로 한 공격대에 참여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고향에 내려간 게 혹시 새 공격대 창설 멤버를 모집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었다. 돈 문제 때문에 한 번 쓴맛을 겪었으니, 새 멤버는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들 위주로 짜려고 할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경험을 잘 쌓는다면 훌륭한 대원이 된다. 게다가 통제하기도 쉽다.
레드 몹을 잡고 번 돈의 대부분으로 아이들 장비를 사주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아무렴 2,000억이나 되는 거금을 아무 관계없는 이들 장비 구매비로 퍼주겠는가?
어찌 되었든 간에 정부로서는 희소식이었다. 유지웅이 작정하고 귀농을 한 게 아닐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블루 결정체 관련 기업들 주가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레드 몹을 잡았다는 소식은 레이드계에도 흘러들어갔다.
―프라임 공격대장이 고향에서 레드 몹을 잡았대. 근데 완전히 새 멤버들만 데리고 잡았대. 그것도 스물두 명으로!
―정말? 와, 대단하다.
―근데 이상하지 않아? 왜 기존 멤버는 한 명도 안 데리고 간 걸까?
―그러고 보니 요즘 이상한 소문이 있어. 프라임 공격대가 미국 원정 가려다가 취소하고 돌아왔잖아? 그거 때문에 말들이 많은가 봐.
―공격대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냐?
―그럴지도? 원래 돈 갈등이 정공 단골손님이잖아. 돈 때문에 싸우다가 해산되는 정공도 많고.
프라임 공격대 해산 소식은 레이드계에 퍼지지 않았다. 물론 정부 관련자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알고 있는 능력자도 있었지만, 그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함구했다. 만약 유지웅이 새 공격대를 창설할 때, 경쟁자는 하나라도 줄이는 게 좋으니까.
하지만 비밀이 얼마나 갈까. 유지웅이 고향에서 레드 몹 레이드를, 기존 멤버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온갖 추측이 터져 나왔다. 거기에 자극받은 언론이 몇 가지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흔들리는 프라임 공격대!」
「공격대장이 고향으로 간 이유는? 대원 길들이기?」
「꿈의 직장! 당신에게도 그 가능성이 열렸다!」
무릇 어떤 분야의 정점에 있는 자는 사소한 행동거지, 혹은 발언 하나 하나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행동거지와 말을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레이드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단연코 프라임 공격대장이었다. 한 번의 레이드로 수천억의 이익과 그 몇 배의 경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격대. 충전 장비의 과감한 투입으로 보조 힐러가 빠르게 레이드계에 진입할 수 있게 해준 공격대.
그 공격대의 중심이자 주인인 공격대장이 미국행 레이드를 취소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고향으로 내려가서, 새로운 대원들과 함께 레드 몹을 잡았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인지, 온갖 추측과 논란이 쏟아져 나왔다.
―프라임 공격대 내부에 뭔가 문제가 있어.
여러 가지 말들이 쏟아지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지만, 결론만큼은 동일했다.
동네에 경사가 났다.
김철희 부친은 아들이 첫 레이드를 무사히 성공한 것을 기뻐하며 소를 사서 잡았다. 그것도 무려 세 마리나. 듣기로는 김철희도 돈을 보탰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일처럼 축하하고 기뻐해 주었다. 그래서 잔치가 벌어졌다.
“내가 철희 고것이 옛날부터 힘자랑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놈은 언젠가 크게 될 줄 알았어.”
“김씨네 팔자 폈네. 사냥 한 번 해서 사천이나 벌다니.”
“김씨네도 조만간 유씨네처럼 집 허물고 새로 짓는 거 아닌감? 분명 그럴 거여.”
마치 사법시험이라도 합격한 것처럼 큰 잔치가 벌어졌다. 김철희 부친은 유지웅에게 거듭 고마워했다.
“고맙다. 이게 다 니 덕분이다. 니가 애들 잘 이끌어 줬다면서?”
“아니에요. 전 그냥 조금만 도와줬는데요.”
“철희한테 다 들었다. 그 뭐시기, 제일 비싼 장비도 니가 사준 거라면서?”
“제 돈으로 사준 거 아니에요. 레이드 끝나고 번 돈으로 산 거죠. 그러니까 그건 철희가 번 거예요.”
“그래도 너 아니었으면 그거 못 잡았을 거라고 철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라.”
유지웅은 아이들에게 보호막 능력 및 레드 몹 관련 이야기는 집에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자기가 전 프라임 공격대장이었다는 것을 집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반인들은, 특히 이런 시골에 살아서 레이드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은 세세한 정공까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프라임 공격대만큼은 알고 있다. 세계 유일한 레드 몹 전문 공격대인 것도 있고, 버는 돈이 장난 아니게 컸기 때문이다.
거액의 복권 당첨은 멀쩡한 사람을 파산시키거나 망가뜨리기도 한다. 아들이 프라임 공격대장이라는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수천억짜리 복권에 당첨되는 것 이상이다. 갑작스러운 행운이 악영향을 미칠까 봐 프라임 공격대장이라는 사실을 숨긴 것이다.
돈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천천히 알릴 생각이었다.
“유씨가 아들 농사를 잘 지었네.”
“철희가 나중에 서울 올라가면 지웅이가 잘 이끌어 주겠구만. 지웅아, 철희 저거 잘 이끌어줘야 한다? 그래도 고향 동생 아니냐.”
“그럼요. 제가 많이 도와줄게요.”
유재석 부부도 아들이 칭찬 받는 것을 흐뭇하게 여겼다.
“다 컸구만. 이제 장가 보내도 되겠어.”
“언제는 한참 더 커야 한다면서?”
“떽. 니 아버지가 다 컸다면 다 컨 거지. 지웅이 아빠, 아예 이참에 식을 올리는 건 어때요?”
“그럴까?”
정효주의 얼굴만 새빨개졌다.
잔치가 끝난 저녁,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어른들이 축하한다고 권한 술에 잔뜩 취한 김철희가 왔다.
“형, 정말 고마워. 형 덕분에 나 자신감이 생겼어.”
“네가 잘해서 성공한 거야.”
“형 은혜 잊지 않을게.”
프라임 공격대장이라는 것을 알면, 동향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한 번쯤 부탁할 만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유지웅은 그게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잘해주었더니 계속 기어오른, 전(前) 프라임 대원들과는 아주 달랐다.
녀석을 새로 만들 제니스 공격대에 넣어줄까 생각해봤지만 그만두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녀석도 레이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고 시련을 겪고 그래야 한다. 시작부터 세계 최고의 공격대로 경험을 쌓으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도 A급 장비를 사주었으니 앞으로 험난한 레이드를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탱커는 딜러만큼 장비가 필수적인 클래스는 아니지만, 장비가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어그로를 먹는데 도움도 되고 말이다.
한성산업에 투자한 500억이 620억으로 돌아왔다. 투자기간이 짧은 탓이었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한성산업과 인연이 끝났다.
“인수비용이 입금되면 추가로 1,000억을 더 드리겠습니다.”
창립멤버는 5명이었다. 거기에 투자자인 유지웅까지 더해서 6,000억을 6등분하겠다는 것이었다. 한성산업 경영진은 유일한 투자자로서 유지웅의 권리를 그만큼 고려했다.
일성그룹은 장비 산업에 진출하기를 원했고, 그 수단으로 한성산업 인수를 제안한 것이다. 대학원생 출신의 한성산업 경영진은 6,000억에 회사를 매각할 수 있으니, 서로가 윈윈이었다.
일성그룹 이형준 회장한테서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간혹 그룹 비서실에서 여러 가지 명목으로 선물이 도착하기도 했다. 주는 선물 마다할 이유가 없는지라 굳이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쿤겐과 연락을 종종 했다. 그는 아직 한국에 남아 있었다. 유지웅이 새로 레드 몹 공격대를 창설할 거라고 귀띔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딜러장을 맡기고 싶다는 제안에 그는 영광이라며 수락했다.
“이제 레이드를 갈 때가 되지 않았나요?”
남기철이 사흘이 멀다 하고 내려와서 재촉했다. 그때마다 유지웅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저 귀농했다니까요?”
“못 믿겠습니다. 공격대 사무소도 빼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잖아요? 또 얼마 전에는 레드 몹도 잡으셨고요. 그리고 과수원에도 안 나가신다면서요!”
“믿으시던지 말던지…….”
“이 나라는 프라임 공격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유지웅 씨가 한 번 쉴 때마다 나라 GDP가 몇 조 원씩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세요.”
그가 한 번 움직이면 국가 GDP 몇 조가 증가한다. 그가 한 번 쉬면 그 증가 기대치를 고스란히 잃게 된다. 나라 입장에서는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억압할 의도가 없었다. 그냥 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쉬는 것이다. 근데 그게 본의 아니게 ‘갑질’이 되고 있었다.
그가 쉬는 것 때문에 피해를 보는 층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가깝게는 신 반도체 출시가 늦춰진 일성그룹이 있고, 그로 인한 수많은 협력업체들, 투자자와 주주들, 그리고 블루 결정체 공급을 고려해서 국가 정책을 세운 정부가 있었다. 다 그의 갑질 아닌 갑질에 피해를 보는 을 아닌 을들이었다.
유지웅은 고향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푹 쉬었다. 뒷산을 돌아다녀도 보고, 정효주와 냇가에서 수영도 하고, 과수원에서 다람쥐를 쫓아도 보고, 새 집 공사현장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렇게 한량처럼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정효주의 치마폭에 감싸인 채 언제까지 움직일 줄 몰랐던 무거운 엉덩이가 일어난 것은 한성산업 CEO 최윤의 SOS 콜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유 사장님 말고 딱히 없어서…….”
최윤이 시골까지 내려와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일성투자의 인수 때문에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한성산업과 유지웅은 좋게 시작해서 좋게 헤어진 케이스였다. 한성산업은 유지웅의 덕을 톡톡히 봤고, 유지웅도 그들을 돕고 적당한 이익을 얻었다. 물론 그에게 한성산업은 있으나 마나인 존재였지만, 좋은 기억을 안고 청산한 거래상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최윤은 업계 초짜였고 경제계에 딱히 인맥도 없었다. 순수하게 열정과 기술만으로 뛰어들어서 대박을 거둔 케이스였다. 그래서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유지웅 밖에 없었다.
“왜요? 6,000억에 매각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인수가 끝나면 1,000억을 더 준다고 했지만, 유지웅은 솔직히 한성산업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최윤은 울분을 토했다.
“저희가 속았습니다.”
“속다뇨? 무슨 뜻이죠?”
“처음부터 인수할 생각 따윈 없었습니다. 저희 회사를 헐값에 삼키려고 수작을 부린 겁니다.”
말인즉슨 이랬다.
일성투자의 이재형은 재벌3세로서 그룹을 물려받을 차기 후계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하나로 거론된다는 것은 경쟁자가 있다는 뜻이다. 집안에 자기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그는 장비 사업 진출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장비 사업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한성산업이 유일했다. 충전 장비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원천특허가 한성산업에 있다.
“일부러 저희 회사의 자금 유동성을 망가뜨리려고 인수 제안을 한 겁니다.”
유지웅이 투자한 500억은 대부분 회사 시설 및 생산라인 확충에 투자되어, 설비나 부동산 같은 고정 재산으로 변했다. 한성산업은 높은 흑자를 내고 사업이 잘 되고 있었지만, 많은 현금을 상시 보유한 기업은 아니었다. 아직 사업 초기라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일성투자는 그 점을 노린 것이다.
“충전 장비 판매량의 30% 정도는 할부 거래입니다. 보조 힐러들도 부자는 아니라서요. 회사 자산 가치가 높긴 하지만 현금 유동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매각을 위해서 유 사장님께 투자금 정산을 하면서 현금 운용이 말라붙었습니다.”
회사를 팔기에 앞서 투자금과 투자이익을 반환했다. 620억의 현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금이 바닥났다.
“그리고 협력 업체 대금 채권 청구가 한꺼번에 닥쳤습니다. 다행히 저희 회사가 어음을 발행한 것은 없지만…….”
유지웅이 댄 투자금이 빠져 나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닥친 금전 채권의 이행 청구. 현금이 말라붙은 한성산업으로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급한 김에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전부 막혔다.
“지분을 담보로 잡겠다고 했는데도 대출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대출 심사조차도 성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뒤에서 손을 쓴 겁니다!”
최윤은 그렇게 울분을 토했다.
“회사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어서 부도를 내고, 헐값에 사들이려고 처음부터 작정한 겁니다!”
어음을 발행했으면 꼼짝없이 부도 신세였다.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 한성산업은 흑자부도의 위기를 맞이한 상태였다.
유지웅은 얼굴을 잔뜩 구겼다.
“괘씸하네요. 대기업이 그러면 안 되죠. 기술력으로 성장한 작은 업체를 그렇게 힘으로 집어삼키려고 하면, 이 나라 상도가 어떻게 되겠어요? 일성그룹,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못 됐네.”
“솔직히 대기업 횡포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저희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설마 인수 제안을 한 꿍꿍이가 따로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유 사장님. 유 사장님 말고는 도움을 청할 데가 없습니다.”
혹시 이형준 회장의 수작일까 의심했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투자금은 몰라도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회사 내부 사정이다. 일성이 그것까지 알 재주는 없다. 그냥 그룹의 힘을 휘둘러서 자신의 입지를 인정받으려 한 재벌3세의 횡포일 뿐이다.
“결국 현금이 말라붙어서 회사가 파산 직전이라는 거잖아요?”
“……예.”
“그럼 간단하네요. 제가 회사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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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물 아님다. 걍 쇼핑한 거.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라고…사람은 친구 닮아가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