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85)
00985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첨보는 듯 첨이 아닌 첨 같은 세상 =========================================================================
“북한이 있다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기억 속의 북한은 교과서에서나 존재한다. 유지웅이 태어나기도 전에 붕괴했기 때문이다.
괴수 출현 이후, 북한은 괴수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국가로서의 기능이 무너졌고, 결국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 일본에 북한을 넘기지 않고 선점 하느라 대단한 출혈을 겪어야 했다고 들었다.
“혹시 우리 과거로 온 거 아니야?”
유지웅은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균열의 대폭발 때, 자신은 8년을 거슬러 과거로 왔다. 이번에도 균열이 말썽을 일으켰으니, 같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확신해?”
“저걸 봐.”
유지웅은 정효주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고 신음했다. 그곳에는 2016년 달력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미래로 오면 왔지, 과거로 온 건 아니야.”
정효주가 차분히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둘은 2013년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2016년이라고 한다. 과거보다는 미래로 왔다고 보는 게 오히려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말이 안 돼. 겨우 3년 지났다고 세상이 이렇게 바뀔 리가 없잖아? 아까 봤지? 거리에 결정체 자동차가 하나도 안 보이던 거.”
“어쩌면 시간이 흘러서 결정체가 엄청 희귀해진 게 아닐까? 그래서 휘발유 차량이 다시 등장한 건지도 몰라.”
유지웅은 나름대로 납득이 갈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정효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가 아까 현금 봤다고 했잖아. 그건 내가 알던 현금 디자인이 아니었어. 오만 원짜리, 만 원짜리가 맞긴 한데 내가 알던 오만 원짜리와 만 원짜리는 절대 아니었어.”
“그럼?”
“아직 확신할 수 없어. 좀 더 알아보자.”
둘은 먼저 본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람의 번호로 나왔다. 침착하게 둘러대며,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원하는 소득은 얻을 수 없었다.
‘이 번호? 20년 넘게 썼는데?’
‘유재석? 아, 그럼 사람은 몰라. 들어보지도 못했어.’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그렇게 대답했다. 정효주와 유지웅, 양쪽 본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을 뒤져보자.”
둘은 이번에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각종 정보를 뒤졌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결정체나 괴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에서 퇴출되거나 없어진 게 아니라, 본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역사도 그들이 알던 것과는 달랐다. 괴수가 없으니 북한은 무너지지 않고 독재 체제를 3대째 이어오고 있었고, 결정체가 없으니 세계 전반적으로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해, 현재 경제가 큰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괴수도 없고, 결정체도 없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둘은 확신했다.
“여기는 한국이 맞지만, 우리가 알던 한국이 아니야.”
* * *
“근데 브라우니는 왜 저렇게 작아졌대?”
“모르겠어. 균열 사고 때문에 저리 된 게 아닐까? 그래도 방어막은 건재한 것 같더라.”
“그건 다행이네. 나도 탱커 힘은 건재한 것 같아.”
힘과 스피드, 체력을 보니 탱커로서의 능력은 저하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정효주와 유지웅은 그 점이 든든했다. 일단 최후의 순간 자신의 몸을 지킬 힘은 있지 않은가.
“그래도 조심하자. 이 세계 문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아직 모르잖아. 우리가 모르는 어떤 획기적인 무기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
“수준 보니까 우리가 살던 시대랑 비슷비슷한 것 같던데. 결정체 산업이 없는 것 하나만 딱 빼고.”
“그래도 조심해야지.”
“근데…… 이제 뭘 하지?”
유지웅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공항동의 주인으로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권력도, 미국 대통령은 몰라도 공항동 독재자는 안다고 일컬어질 만큼 널리 퍼진 명성도, 그리고 측정 불가능한 천문학적인 재산도.
“일단 우리, 잘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자.”
“그래도 야만적인 시대는 아니라서 다행이야. 일단 치안은 안정된 것 같네. 설마 여기도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휴대되고 그런 건 아니겠지?”
“총을 든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어. 아마 아닐 거야. 그리고 어차피 총은 우리한테 상관없잖아?”
정효주는 단순한 탱커가 아니라, 블랙 몹과 싸울 수 있을 만큼 힘을 갖춘 탱커다. 총이 아니라 장갑차와 미사일을 가져와도 그녀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문득 탄식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진 힘, 이 시대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네.”
“그러네.”
괴수가 없는 세상에서, 레이더로서의 능력을 어디에 쓸 것인가? 차라리 탱커가 아니라 힐러라면 여기저기 활동할 분야도 많고 좋다.
그러나 무력을 어디다가 쓸 것인가?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할 것도 아니고.
“힘을 막 함부로 쓰는 건 안 돼. 세상의 주목을 받을 거야. 그건 너무 위험해.”
“큰일 났네. 괴수가 없으면 돈을 벌 수가 없는데…….”
유지웅은 몹시 난감했다. 괴수가 있어야 결정체를 벌든, 아니면 방위력으로서 무력을 제공하든 생계 수단이 있을 텐데, 이곳에는 괴수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일단 둘은 자세한 조사 파악에 들어갔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좀 더 면밀히 알아두어야 했다.
“이 나라 이름은 헬조선인 것 같아.”
“헬조선? 대한민국이 아니라?”
“응. 원래 대한민국이었는데 그렇게 바뀐 것 같아. 내가 지식인에 물어봤거든.”
“그런 걸 물어봤니?”
“어, 사람들이 자꾸 헬조선, 헬조선 거리잖아. 그래서 이상해서 물어봤지. 괜히 오프라인에서 물어보면 수상하게 여길까 봐 초딩인 척 하고 온라인에 물어봤어.”
그러면서 유지웅은 화면을 보여 주었다. 참고로 지금 둘은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무료 컴퓨터를 사용 중이었다.
「제목 : 초딩인데요. 우리나라 이름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헬조선이에요? 자꾸 형누나들이 헬조선거려서요. 가르쳐주세요. 내공 300 드림.」
「답변 1 : 현재 우리나라의 이름은 헬조선이 맞습니다. 본래 건국 초기에는 대한민국이었으나 베를린 협약으로 인한 대북 제재 때문에 국가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그때부터 헬조선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래는 출처 적어드립니다.」
「답변 2 : 헬조선 맞아요.」
「답변 3 : 답변 1에서 명확하게 기술했네. 참고로 저 국사 전공함. 서울대 다님.」
「답변 4 : 카이스트 다닙니다. 헬조선입니다. 원래 대한민국이었는데 헬조선으로 바뀌었어요.」
“봐, 답변들이 하나같이 헬조선이 맞대. 추천수도 장난 아니야. 삼만 개가 넘었어.”
“……음. 뭔가 이상한데.”
“그럼 이 추천 삼만 명이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
“효주야, 여기는 우리가 알던 한국이 아니야. 그러니 국가명 정도는 얼마든지 바뀌었을 수도 있는 거지. 괴수와 결정체가 없는 세상인데 국가명 하나쯤 다른 게 뭐가 이상해?”
“하긴.”
정효주는 대수롭지 않게 끄덕거렸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괴수도, 결정체도 없으며, 그들의 부모님도 찾을 수가 없다.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
갑자기 정효주는 침울해졌다.
“우리……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가족들은?”
“……나도 몰라. 미안해.”
“왜 네가 미안해?”
“내 왼손이 말썽을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안 됐을 텐데.”
유지웅도 덩달아 가라앉았다. 그는 시간 이동을 이미 한 번 겪었지만, 정효주는 아니다. 그리고 겨우 스무 살, 그녀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곳에는 가족, 지인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지역에 있지만, 역사도 다르고 세상도 다르지 않은가.
한참 후 정효주가 얼굴을 폈다.
“우리 이럴 때가 아니야.”
“효주야?”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지금 엿 됐다는 거지. 그것도 아주 빅 엿이야.”
“여, 엿?”
언제나 얌전한 줄만 알았던 아이가 저리 거친 표현을 하니 유지웅은 조금 떨떠름했다. 정효주는 강한 표정으로 분명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정리하자. 여기는 한국이 맞지만, 우리가 알던 한국이 아니야. 고대사는 같지만 근현대사는 완전히 다르고, 괴수나 결정체도 없어. 이건 마치 과거나 미래로 온 게 아니라, 다른 평행차원의 한국으로 온 것 같아.”
“맞는 것 같아.”
“우리 가족이나 지인이 여기 어디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어. 안다 해도 찾아가는 건 위험해. 여기가 정말 다른 평행차원의 한국이라면, 그쪽은 아마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
“그렇겠지?”
“이제부터가 가장 중요해. 우리는 주민증이 없어.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야.”
유지웅은 침묵했다.
정효주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지금 돈 한 푼도 없어.”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 작품 후기 ============================
“돈이 없다고? 좋아, 그럼 힘으로 강탈하는 수밖에. 역시 미국을……!”
“그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