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88)
00988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첨보는 듯 첨이 아닌 첨 같은 세상 =========================================================================
부산 어시장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산물을 낙찰받기 위해 모인 경매사들의 눈빛에는 희미한 긴장이 묻어 있었다.
“그 참치 친구, 오늘 오는 거 맞지?”
“사흘에 한 번 경매 나오니까, 오늘 맞네. 어제그제는 그 친구 안 나왔었잖아.”
“오늘도 최고급 참다랑어인가?”
“아마 그러지 않을까?”
한 달.
유지웅이 부산 어시장의 명물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가 움직이는 금액이 큰 편은 아니다. 대형 어선이나 선단을 운용하는 선주도 많았으니까. 한 번에 수백 박스가 넘는 어물을 풀어놓는 선주도 제법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명물로 자리 잡은 건, 그만이 가진 독특함 덕분이다.
바로 최고급 남방 참다랑어를, 그것도 대형 개체로만 꾸준히 가져온다는 점.
“코딱지만 한 어선 하나 가지고 어떻게 그런 최고급 참치만 골라서 가져오는지, 원.”
“가져 오는 시간 보면 멀리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제주도 북해쯤에서 잡는 것 같던데.”
사흘에 한 번 가져오는데, 남쪽 원양까지 가서 참치잡이를 할 리가 없다. 시간을 따져보면 남반부와 제주도 사이 바다에서 잡는 게 맞을 것이다.
“거참, 신기하네. 그쪽에 남방 참다랑어가 다닌다는 이야기는 첨 듣는데?”
“혹시 모르지, 길 잃고 거기까지 올라오는 어군들이 있을지도.”
어시장에서는, 유지웅이 남해에 자기만이 아는 남방 참다랑어 낚시터를 갖고 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시장에서 유지웅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경매소장이 가슴을 세게 쳤다.
“유지웅 그 친구? 대단한 친구지.”
“어떤 의미에서 말이요?”
“그 친구가 낚싯배 타고 다니다가 참다랑어 낚시터를 발견한 거잖아.”
“그렇지, 근데 그게 뭐?”
“아, 낚시로 참치 잡은 거야 그렇다 쳐. 근데 스무 살짜리가 그걸 경매장에 갖다 팔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하지 않아? 그것도 4억 현찰 박치기도 태연히 하고.”
“그런가?”
“거기다 보게. 자기가 직접 중고 어선 사서 참치잡이 하고 있지 않나. 우리 아들보다 어린데, 어쩜 그렇게 과감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내가 다 기특할 정도라니까.”
새벽이 가까워지며 경매장의 활력이 커져 갔다. 어업자, 경매사 등은 저마다 원하는 물건을 팔거나 사기 위해 매의 눈으로 사방을 주시했다.
“자아, 싱싱한 최고급 남방 참다랑어가 왔어요. 입에서 살살 녹는 남방 참다랑어가 왔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마리!”
그때였다. 얼음과 참치가 담긴 커다란 이동 수레를 끌고 오는 앳된 청년이 있었다. 부산 어시장의 명물, 유지웅이었다.
이제 제법 친해진 상인들이 물어보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어디 갔어?”
“아, 배 지키고 있어요. 배 지킬 사람은 그래도 있어야죠.”
“이번에 잡은 것도 다 큰 것들뿐이네? 이렇게 큰놈들을 대체 어디서 그렇게 잘도 잡아내는 거야?”
“이놈 덕분이죠.”
유지웅은 수레 한쪽에 앉아, 매의 눈으로 사방을 주시하는 브라우니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이놈이 맛있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보거든요. 식탐이 워낙 강해서 말이죠.”
“하하, 농담도 재미있게 하네. 그래, 그 장닭이 자네 행운의 마스코트라 이건가?”
유지웅은 신기한 수탉을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도 또 유명했다. 보는 사람들마다 사람을 저렇게 잘 따르는 수탉은 처음 본다고 웃어 넘겼다. 수탉 주제에 겁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해도 태연했다.
“근데 자네는 참 힘도 좋네. 생긴 거랑 완전히 딴판이야.”
“원래 제가 힘으론 누구한테도 안 져요.”
“젊은 친구가 자신감이 대단혀. 친구 같은 아들 있으면 맘이 정말 든든할 텐데.”
가볍게 덕담을 나누고 할 때, 경매대리인이 시작을 알렸다.
유지웅은 한쪽에서 경매 과정을 지켜보았다. 오늘도 벌떼처럼 몰린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참치를 노리고 있었다.
모두 수산물 수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저들은 참치를 낙찰 받아 일본에 내다팔려고 하는 것이다.
“3억 5,000만 원이요!”
“2억 9,000만 원!”
박빙 끝에 두 참치는 총 6억 4,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유지웅은 조금 아쉬운 듯이 혀를 찼다.
“하이고야, 참치 값이 나날이 떨어지는구나. 300kg가 넘는 놈들인데 4억도 안 되다니.”
“자네가 워낙 꾸준히 가져오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원래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좀 떨어질 수도 있는 법이야.”
낙찰 받은 수출업자가 유지웅의 혼잣말을 듣고 괜히 찔려서 달래듯이 말했다. 그의 말은 반쯤 사실이었다. 유지웅이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최고급 참치를 가져오니 그런 기대감이 경매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었던 것이다.
“알래스카나 갔다 올까.”
“알래스카? 거기는 왜?”
희희낙락해서 직원들을 시켜 참치를 챙기던 수출업자가 의아해서 물었다. 유지웅은 지나가듯이 대답했다.
“아, 알래스카 대게가 돈이 짭짤하대서요. 참치만 잡으니 뭔가 다양성도 없는 것 같고, 지금 딱 알래스카 대게 제철 아닌가요?”
“이 친구가 참. 실없는 소리도 다 할 줄 아네.”
수출업자는 그냥 웃어넘겼다.
알래스카 대게잡이, 잘만 하면 한두 달 안에 수백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일 아닌가. 부상은 당연사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흔한 업종이다.
“그러려면 배도 사야하고, 선원도 새로 구해야 하고, 그리고 미국이 조업 허락을 해주겠나? 자네는 외국인인데?”
“으음, 그런가.”
“그리고 지금처럼 최고급 참다랑어를 꾸준히 잡아오는 게 훨씬 더 돈이 될 거야. 이틀에 5억 이상씩 이익을 내고 있지 않나?”
“하긴, 그런가요. 제가 돈 개념이 좀 없어서.”
“아무튼 고맙네. 오늘도 최고급 참치들뿐이로군.”
농담이 아니라, 유지웅이 가져오는 참치들은 시중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최고급 참치들뿐이었다.
수출업자는 전에도 한 번 참치를 낙찰받아 일본 거래처에 판 적이 있었다. 당시 거래처는 이런 좋은 참치를 어떻게 구했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음에 또 가져다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다.
‘유지웅 참치’는 일본에서도 제법 유명해졌다. 수량은 얼마 안 되고 비싸지만, 구하기 힘든 최고급 참치다 보니 고급 일식집에서 앞을 다투어 사가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참치를 낙찰받은 수출업자들도 짭짤한 중간 이익을 챙겼다.
“근데 왜 매번 서너 마리씩만 잡아오는 건가? 배에 실을 공간이 모자라진 않을 텐데. 역시 잡기가 어려운가 보지?”
혹시 어종 보호 차원에서? 이 청년이 아는 낚시터에 참치 개체가 적은 편이라면 그럴 수 있으리라.
“아, 그냥 귀찮아서요. 서너 마리 잡고 나면 저도 빨리 집에 오고 싶어지거든요. 그 망망대해에서 몇 시간이나 있으면 엄청 지루하잖아요.”
“아, 그, 그런가.”
유지웅은 떨떠름해하는 수출업자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가볼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 * *
유지웅은 정박해놓은 어선으로 돌아왔다. 핸드폰으로 사업 계좌 내역을 확인했다. 낙찰대금은 틀림없이 입금돼 있었다.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는 새 신분을 얻자마자 곧바로 어업사업자등록을 했다. 이제는 국가의 공인을 받은 어엿한 어부다.
“참치잡이도 슬슬 재미없어지는데, 진짜 확 알래스카 대게나 잡으러 가볼까?”
조업 허락이야 뭐 무시하면 그만이다. 배는 적당히 먼 공해에 정박하고, 브라우니를 보내서 잡아오면 누가 무슨 재주로 알겠어?
“효주야, 나 왔어.”
“어, 왔어? 얼마 받았니?”
정효주는 기대감을 안고 물었다. 유지웅은 손가락 6개를 폈다가, 다시 4개를 폈다. 정효주는 살짝 실망했다.
“6억 4,000만 원? 생각보다 적네.”
“내일 모레 또 잡아올 테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악착같이 덤비진 않는 것 같아. 그래도 킬로당 90만 원은 받았으니까 나쁜 건 아니야.”
“이제 얼마나 모았니?”
“응, 124억 정도 되네. 한 달 동안 열심히 모았다.”
이 세상에 떨어지기 전까지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겨우 124억을 모으기 위해서 한 달 동안 격일제로 꼬박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게 도둑질뿐이라, 참치 레이드 말고는 돈 벌 수 있는 게 없네.”
“결정체 사업, 이제 슬슬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유지웅은 왼손의 균열을 제어해서 그린 결정체를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결정체가 무언지도 모르고 관련 인프라도 전혀 없다. 따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이 직접 쌓아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택도 없어. 겨우 124억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라고? 아직 더 모아야 해.”
“얼마나 더 모아야 하는데?”
“그래도 한 10조는 있어야 초기 자금은 되지 않을까?”
“……참치잡이 해서 어느 세월에 10조를 모으니?”
“나도 그래서 고민이야. 지금 있는 124억 가지고 아예 배를 엄청 큰 걸로 사볼까? 어업도 크게 하면 돈은 제법 벌릴 것 같은데 말이지.”
“흠…….”
정효주도 솔깃한지, 뺨을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니면 심해 탐사나 해볼까? 이 시대에도 가라앉은 보물이 제법 있을 거야. 아니면 암모나이트처럼 멸종한 고대 생물 같은 거 암수로 발견해서 경매로 내다 팔아도 되고.”
“그런 걸 찾을 수 있겠어?”
“왜 못 찾아, 뒤지면 다 나오지. 브라우니의 수색력을 무시하지 마.”
브라우니는 날개를 퍼드득거리며, 끼에엑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자기 이름이 불려서 반응하는 건지, 아니면 유지웅의 말을 알아듣고 항의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였다. 어선이 정박한 곳을 향해 몇 명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유지웅 선주님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한국원양산업협회 산하의 참치어업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위원회 소속 김두영 과장이라고 합니다.”
============================ 작품 후기 ============================
?? : 후후, 헬조선의 정찰병은 역시 무슨무슨 협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