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93)
00993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첨보는 듯 첨이 아닌 첨 같은 세상 =========================================================================
그린 결정체 비누. 약어로 GCS.
순도 100%의 GCS는 1개의 그린 결정체를 통째로 녹인 뒤 흡수시켜서 만든다. 이 과정에서 결정 에너지는 허공으로 사그라지지만, 그 대신 원본 비누의 성분에 비약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성분 변화가 놀라운 피부 미용 효능을 일으키는 것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10g의 액상 비누를 욕조에 통째로 풀어버린 뒤, 그 안에 들어가서 20분 정도 몸을 담그기만 하면 된다. 또 지속적으로 얼굴에 묻혀주면 된다.
1회 목욕에 30억. 축복받은 부호가 아닌 이상 엄두도 못 낼 제품이다. 그러나 그 효과만큼은 절대적이다.
화농성 여드름, 갈색 반점 등 일체의 색소 질환, 흉터 자국 등이 일체 사라지고, 어린 아기처럼 깨끗한 도자기 피부를 얻게 된다.
노화로 생긴 주름도 대폭적으로 개선된다. 단, 이 경우에는 다소의 제한이 있다. 10년 정도 피부 나이가 후퇴하는 것이다. 그래서 80대 할머니가 스무살 청춘의 피부를 얻진 못한다.
“오늘 물량은 동 났어.”
“거봐, 내가 좀 더 많이 준비하쟀잖아.”
“아냐, 이게 딱 좋아. 너무 많으면 오히려 좋지 못해.”
정효주는 순도 100%의 GCS를 매일 일정량씩 풀기로 했다. 첫날부터 열흘은 20개를, 그리고 다음 열흘은 10개를, 마지막 열흘은 5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즉 200개, 100개, 50개를 해서 총 350개를 사은품으로 나눠준다는 전략이다.
“그냥 한 번에 팍 푸는 게 낫지 않아?”
“마케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두고 봐. 내 생각대로 될 테니까.”
* * *
송현아는 스물일곱 살의 직장인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는 그녀는 사내에서도 큰 키와 늘씬한 몸매, 그리고 상당히 뛰어난 미모 덕분에 인기가 자자했다.
머리도 좋고 성격도 좋아 뭇남자들로부터 구애가 끊이지 않고, 동료 여직원들도 뒤에서 그녀를 부러워한다.
“현아 씨는 안 가진 게 없어서 정말 좋겠어.”
그러나 그녀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었다. 바로 오른쪽 허벅지 안쪽에 있는 어른 손바닥만 한, 갈색과 흑색이 얼룩덜룩하게 섞인 반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있었는데, 부모님은 당시 ‘지금은 어려서 치료가 안 되니 성인이 되면 하라.’는 피부과 의사의 말만 믿고, 성인이 될 때까지 방치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허벅지가 드러나는 옷은 입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남들 다 가는 수영장도 가지 못했다. 모두가 자신의 허벅지, 정확히는 허벅지에 있는 큰 반점만 쳐다보는 것 같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유명 대학 피부과 교수를 찾아갔을 때 들은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반문상모반인데요, 대표적인 난치성 색소 질환입니다.”
“그냥 점 아닌가요? 남들은 점 잘만 빼던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점하고는 치료 난이도가 많이 다릅니다. 정말 쉽지 않습니다. 보통 레이저 치료로 색소를 제거합니다. 하지만 색소가 당장은 없어지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도 치료해볼래요.”
무려 1년 반 동안 치료를 했다. 안 써본 레이저 종류가 없을 정도다. 돈도 많이 들었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러나 반점은 처음에 비해서 아주 조금 연해졌을 뿐(10% 정도?), 더 이상의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18개월 동안 치료를 했는데도.
결국 송현아는 치료를 포기했다. 그냥 평생 짧은 치마나 비키니는 못 입을 팔자려니 생각했다.
문제는 남자. 연애가 깊어지면 다리를 노출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멀어져 갔다. 그 시기만 달랐을 뿐, 결국 반점이 보기 싫다고 떠나갔다.
최근에 헤어진 전 남친을 생각하며, 그녀는 울적한 얼굴로 욕실 거울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조그마한 곽이 손에 잡혔다.
“사은품이랬지. 피부 미용에 좋댔던가.”
새로 오픈한 화장품 가게 직원이 떠올랐다. 교육을 잘 받았는지, 여직원은 앵무새처럼 화장품의 특징을 잘 설명했다. 그 중에는 사은품의 설명도 있었다.
‘저희가 오늘부터 한 달 간 일정 수량만 제공해드리는 사은품인데요, 행사 기간이 끝난 후부터는 정가로 판매를 시작해요. 피부 미용에 아주 좋은 액상 비누입니다.’
‘비누라고요?’
‘네, 천연비누라서 건강에도 아주 좋아요. 화농성 여드름, 주름 개선, 색소 질환 같은 것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색소 질환?’
송현아는 그 말에 솔깃해서 받아왔다. 이미 거의 포기한 반점이지만, 그래도 색소 질환 치료에 좋다는 건 꾸준히 하고 있었다. 하물며 사은품으로 주는 비누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게 용량 10g인데요, 그냥 욕조에 붓고 잘 저어서 안에 몸을 20분 정도 담그시면 돼요. 그 동안 얼굴에도 꾸준히 끼얹어서 발라주시고요.’
‘일회용이네요. 이거 나중에 얼마에 판대요?’
‘그건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네요.’
이왕 받은 사은품이니 잘 써야겠다고 생각한 송현아는 욕조에 물을 받고 비누곽을 뜯었다. 초록색 반투명한 액체가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그녀는 10g 남짓 될까 말까 한 액상 비누를 욕조에 전부 부었다.
“어머.”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마 되지도 않는 용량인데, 욕조 물이 예쁜 녹색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몰디브 해역의 산호바다를 연상케 하는, 반투명한 녹색 빛에 그녀는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싸구려는 아닌 것 같네.”
그녀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두 손으로 물을 연신 얼굴에 끼얹었다.
약 20분이 지났을 무렵.
“어머?”
그녀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은은한 녹색으로 빛나던 반투명한 색채가 완전히 사라지고, 물은 다시 처음의 투명한 무색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벌써 끝이야?”
뭔가 아쉬운 느낌에 그녀는 욕조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울을 확인했다.
“어?”
그녀는 순간 놀라서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얼굴에서 광택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하게 하던 다크 써클과 눈가의 자잘한 주름이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마치 거짓말처럼.
“와, 목욕 한 번 했다고 이게 무슨…….”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심코 오른쪽 허벅지를 살핀 그녀는 감전된 듯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 없다? 없어졌어?”
27년을 괴롭게 했던, 손바닥만 한 얼룩덜룩 반점이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그날, 19명의 여자들이 그녀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 * *
개장 열흘 째.
정효주와 함께 출근하던 유지웅은 가게 건물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줄이야?”
“우리 손님인 것 같은데? 아직 오픈 시간 전이라서 줄 서고 있나 봐.”
“왜 줄을 서고 있어?”
“후후, 이제 효과가 나타나는 거지. 마케팅 효과.”
“마케팅?”
“이름하여, 입소문 전략이란 거야.”
농담 아니고 천 명은 훌쩍 넘어갈 듯이 보였다. 그 많은 인원이 번화가 한복판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유지웅과 정효주도 살금살금 건물에 들어섰다. 직원들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난리가 났다. 그 많은 인원들이 앞을 다투어 밀려 들어왔다.
“GCS! GCS 어딨어요!”
“GCS 줘요! 그거 사은품!”
“죄송합니다, 손님. GCS는 이미 다 떨어졌습니다.”
“말도 안 돼. 지금 개장한 지 오 분도 안 됐는데 무슨 그게 벌써 다 떨어져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물량 문제로 하루에 20개 밖에는 제공할 수 없는 사은품이라서요. 대신 다른 다양한 제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 필요 없고, GCS 주세요!”
정식 판매품에는 일절 관심 없고, 너도 나도 사은품만을 달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나가던 행인들조차 무슨 일인가 하고 안을 들여다볼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오늘 사은품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연신 사과를 했고, 고객들은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허탈한 듯 고개를 떨구는 이들도 보였다.
이때다 싶어 정효주가 마이크를 들고 나섰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 가게의 대표인 정효주라고 합니다.”
“대표? 사장?”
“저렇게 어린데?”
놀란 고객들이 수군거렸다. 매장 안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손님들도 어떻게든 비집고 얼굴을 내밀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GCS는 본래 저희가 3개월 뒤부터 판매를 기획하고 있는 천연 액상 비누입니다. 하지만 오픈을 기념해서 350개 만의 한정 수량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인데요, 고객 여러분들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와, 완전 이뻐. 연예인 아냐?”
“GCS 써서 저렇게 이뻐진 거 아니야?”
그렇게 난리치던 고객들도 정효주의 압도적인 미모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해서 이렇게 열정적인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감사를 표시하는 뜻에서, 지금 가진 150개의 재고 외에 추가로 긴급히 50개를 더 가져왔습니다. 이게 정말 지금 가진 전량입니다. 남은 행사 기간을 취소하는 대신 이 물량을 전부, 오늘 하루 동안 10만 원 이상 구매하신 고객님 대상으로 추첨을 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대신 직원들의 통제에 따라 순서대로 구매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보다시피 매장이 매우 협소한 관계로 고객 여러분 전원이 한꺼번에 들어오실 수가 없습니다.”
“이 가게, 백평은 돼보이는데 협소하다니…….”
아무튼 정효주가 직접 나서서 전두지휘하자 고객들은 얌전한 양이 되었다. 한 번에 통제 가능한 숫자만 들어와서 쇼핑을 하고, 나머지는 가게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다.
“10만 원 이상 구매 대상 추첨이랬지?”
“닥치고 많이 사자. 많이 살수록 추첨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그날 하루만 무려 6,000명이 넘는 손님이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가게는 점심을 채 맞이하기 전에 영업을 종료했다. 왜냐하면 가게 내에 있던 모든 제품, 심지어 진열품까지 깡그리 동이 났기 때문이다.
“1364번 고객님, 당첨입니다. 앞으로 나와 주세요.”
“이야호!”
사은품을 얻는데 성공한 고객들은 크게 감격해서 기뻐했다.
이 일은 실시간으로 UCC에 올라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짧지만 저녁 뉴스에까지 언급되었다.
============================ 작품 후기 ============================
?? : “꿀꺽…”
??가 누굴까요???
본래 세상에서는 30억은 받아야 하는 비누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받으면 아무도 못 사죠.
제조원가가 비누 값 밖에 안 들어가니까 일반인도 할부의 노예가 되면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해서 팔 생각입니다. 저 말고 정효주 생각입니다.ㅎㅎ;;
ps :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헬조선편을 맞이해서 ellyfish님이 그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효주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