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94)
00994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첨보는 듯 첨이 아닌 첨 같은 세상 =========================================================================
―십 년 콤플렉스였던 얼굴 화농성 여드름이 말끔히 사라졌어. 정말 펑펑 울었다. 이 비누 만든 분들, 너무 고맙다.
―어렸을 때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흉터가 심했거든? 그래서 죽어도 반바지를 못 입었어. 그런데 GCS로 목욕 한번 하고 나니까 말끔히 사라졌어. 진짜 기적 같은 물건이다…….
―뺨에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큼직한 반점이 있어요. 아무리 레이저 시술을 받아도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짙어져서 평생의 상처였어요. 밖에 나가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GCS로 목욕 한번 하고 나니까 말끔히 사라졌어요.
―다들 여드름, 흉터, 색소 질환만 이야기하는데, GCS로 목욕 한 번 하고 나면 온몸이 애기 피부 되는 거 모름? 잔주름 쫙 사라지더라.
―언니가 GCS 한번 하고 나니까 완전 도자기 피부 됐어. 안 그래도 몸매 좋은 언니라서 늘 부러웠는데, 이제 피부까지 미인이라니…….
―근데 이거 홍보용 사은품이라며? 정식 판매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하는 걸까?
―그보다 가격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그래봐야 몇 만 원, 아니면 십만 원 조금 넘겠지. 안 그럼 사은품으로 주겠어?
―상식적으로 GCS 효능을 생각해 봐. 이게 몇 만 원이나 몇 십 만 원짜리라고 볼 수 있냐?
―할부의 노예가 되어도 좋으니, 제발 GCS 판매 시작해라!
미용 관련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너도 나도 GCS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특히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이 GCS에 가지는 관심은 절대적이었다.
절대적인 피부 미인으로 만들어주는 신비의 비누.
미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당연히 시선을 집중했고, 흉터나 피부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GCS가 시판되기만을 기다렸다.
* * *
“이게 그 GCS라는 건가?”
델지생활건강 사장 구현준.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조그만 종이 곽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시했다.
“예, 중고 경매 시장에 나왔는데 경쟁이 무척 치열했습니다. 겨우 두 개만 간신히 구할 수 있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 사내 연구실에서 성분 분석 중입니다.”
“흐음,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액상 비누인데.”
“하지만 그 효능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피부 문제를 말끔히 제거하고, 뛰어난 피부 미인으로 만들어줍니다. 겨우 20분 만에 일어나는 변화다 보니 소비자의 체감 피드백도 무척이나 빠릅니다.”
“식약처 허가도 받지 않았다는데, 문제는 없나?”
화장품과 비누.
전자는 식약처의 판매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후자는 세금만 제대로 신고하면 문제가 없다. 구현준은 그 점에 파고들 여지가 있는지 궁금했다.
“화장품이 아니라 비누로 판매하다 보니 식약처 허가는 문제가 안 됩니다.”
“고체 비누도 아니고 액상 비누인데? 액상 비누는 화장품으로 분류되지 않나?”
“원래는 그랬습니다만, 최근에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액상 비누도 성분 표시만 올바르게 하면 공산품으로 취급해서 식약처 허가가 필요 없습니다.”
“아니, 대체 어떤 놈이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내세운 거지? 액상 비누가 화장품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전무진 상무는 차마 ‘우리 회사가 그렇게 바뀌도록 로비를 했습니다.’라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동시에 구현준이 그 로비 작업을 승인했다는 것도.
“좋아, 그럼 자네는 이 비누가 다른 큰 부작용이 없다 치면, 얼마에 팔아야 할 것 같은가? 아니, 자네가 이 비누 제작자라면 얼마에 팔겠나?”
“제작비는 일단 제쳐두고서라도……. 효능만 보면 개당 일억 원을 받아도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겨우 10g짜리 비누 하나에 일억 원이라고?”
“피부과에 일억을 쏟아 부어도 얻을 수 없는 효능을 보이는데, 일억도 부족하죠. 단순히 비누라 보지 마시고 피부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했을 때의 가격입니다.”
“……흠.”
“피부 미용 시장을 볼 때, 수요는 충분합니다. 어설프게 프락셀이나, IPL, 귀족 성형 같은 걸 받는 것보다 GCS 한번 하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심지어 전신미용이죠. GCS가 절실한 소비자들은 일억이라 해도 살 겁니다.”
“서민들은 일 년에 천만 원도 저축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연히 10년짜리 장기 할부를 해야죠. 델지카드 혹은 델지증권과 연동해 할부 상품을 내놓으면, 이중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어허, 이 사람. 누가 들으면 GCS가 우리 회사 제품인 줄 착각하겠군.”
“죄송합니다.”
전 상무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구현준은 기분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뭔가 깊이 고심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중고 경매로 구입했다고 했지? 얼마에 사들였나?”
“개당 오백해서 천이 들었습니다.”
“오백, 오백이라…….”
10그램짜리 액상 비누 하나에 오백. 이것도 최소 가격으로 잡은 것이다. 전 상무의 말대로 일억에 팔아도 살 사람은 결국 살 것이다. 그 효능만 확실하다면 말이다.
그야말로 금돼지를 순풍순풍 낳는 돼지다.
어떡하면 그 돼지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하고 구현준은 깊이 고심했다.
* * *
종로 유지웅 화장품 매장은 대지면적 100평, 5층짜리 건물의 맨 1층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남은 2, 3, 4, 5층은 아직 공실로 남겨 두고 있었다.
최근 한 달 동안, 공실이던 2층은 한창 내부 인테리어 단장 중이었다. 인테리어 때문에 매일같이 시끄러운 소음이 났지만, 1층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안색이 밝았다.
“그러니까 여기 매장 점주가 건물주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고객님. 아마 이층은 GCS 전용 판매장으로 꾸미실 계획인 것 같아요.”
“인테리어가 그럼 언제 끝나는 거죠?”
“이주일 정도면 끝날 겁니다, 고객님.”
소비자들은 닥치고 내 돈을 가져가! 라는 식으로 아우성이었다. 1층 매장은 언제나 붐볐고, 인터넷에서는 언제 GCS가 정식으로 출시되나 날이 갈수록 기대감이 증가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매장은 물론이고 건물 전체에 대형 홍보 포스터가 가득 붙었다.
「GCS가 옵니다! Only 200!」
드디어 GCS가 출시된다며 기뻐하던 소비자들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근데 온리 200이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GCS가 제작이 워낙 까다로운 물건이라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서요. 아직 200개 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말도 안 돼! 겨우 200개라니!”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기겁했고, 인터넷 미용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기다리는 사람 숫자가 얼만데 겨우 200개라니!
―그 소식 들음? GCS 일주일 뒤부터 정식 판매 시작한대.
―와아.
―근데 초기 물량이 겨우 200개뿐이라고 함.
―이게 무슨 알파고 반칙패 하는 소리야?
―GCS가 만들기가 워낙 까다로운가 봐. 물량 확보가 어렵나 본데?
―그래도 200개는 너무 적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거 사겠다고 벼르는 사람만 수백만 명은 될 텐데…….
―수백만 대 200의 경쟁률인가? 휴우, 지금부터 매장 앞에서 줄서기 하면 되나?
―이미 늦음. 벌써부터 줄 선 사람이 수백 명이 넘어 가고 있음. 지금부터 줄 서도 답 없음.
미용 커뮤니티, SNS에는 탄식이 넘쳐 났다. 특히 피부 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세상이 무너질 듯한 한숨을 토했다.
그러던 중, GCS 홈페이지에 판매 관련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천 만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GCS를 사랑해주시는 고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당사는 6일 뒤부터 GCS를 판매하기로 결정했으나, 물량 부족으로 인해 여러 모로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GCS를 원하시는 분에 비해 그 물량이 턱없이 적어, 선착순 구매로 인한 불합리함 때문에 많은 분들이 탄식하셨고, 그에 관해 수많은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에 당사는 GCS 1차 물량 200개 전부를 온라인 경매로 판매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경매 대행은 이베이에서 시행하며, 자세한 경매 일정은 아래 표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구매 희망자들은 술렁거렸다. 하루 종일 줄을 서 있던 소비자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으나, 결국 별다른 일 없이 모두 해산했다. 그보다는 경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게 급했다.
―왜 옥션 같은 국내 업체가 아니고 이베이 같은 미국 업체를 경매대행으로 했노? 이거 국부 유출 아니노?
―병신이 좆병신 좆뜯어먹는 소리 처하고 있네. 그 옥션도 어차피 이베이가 대주주인 거 모름?
소소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슈화되지 않았으니 넘어가자.
이베이측은 특별히 여러 나라 언어를 동시에 지원하는 코너를 개설하여 경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판매 수수료 상한 때문에 이베이측은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지만, 자사를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한 것이다.
한국어, 영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주요 언어를 동시에 지원하자, 국내 소비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 이거 잘못 하면 외국에서 싹쓸이해갈 수도 있겠는데? 나 아랍 사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지금 석유 재벌들이 GCS에 엄청 눈독 들이고 있대.
―경매제로 팔면 일반 소비자는 하나도 못 사는 거 아냐? GCS가 돈독이 올랐구만, 아주!
―GCS 진짜 너무한다. 피부 질환으로 고통 받는 국내 고객들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GCS 홈페이지에는 그런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GCS는 복사해서 붙여넣기 식의 정석 응대로만 대답했다.
그리고 경매가 시작되었고, 경매 결과는 국내 소비자들이 예상한 것 이상의 끔찍한 충격과 공포였다.
―…….
―할말 잃음.
―……미쳤다. 10g짜리 액상 비누 하나가 100억이라니.
최고가가 100억을 찍었으며.
―최저가도 정상이 아니네. 23억? 이거 일반 서민들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거네.
―초반에 사은품이랍시고 350개 푼 것도 결국 홍보 목적이었네. 자기들 이익만 보자는 거네.
―난 GCS 이제부터 안 사노.
―너무한다, 정말.
8,230억 원.
200개의 GCS 총 낙찰가였다.
고작 2kg의 액상 비누가 말도 안 되는 8,230억이라는 거금에 낙찰된 것이다. 국내에 낙찰된 물량은 10개(100g)도 채 안 됐고, 나머지는 전부 외국 고객들이 싹 쓸어갔다. 총 물량의 절반은 아랍권에서 가져갔다는 말도 있었다.
부가세를 떼고 나니 약 7,481억 8,181만 원.
여기서 판매 수수료를 공제하니 약 7,480억 원 가까운 거금이 떨어졌다. 구체적인 판매 금액이 알려지자 애타게 기다리던 국내 소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죽었다 깨도 가질 수 없는, 천상천의 물건이라는 걸 체감하게 된 것이다.
* * *
“이야, 이렇게 잘 팔리는데 왜 전생에서는 파는 사람을 못 봤지?”
“GCS가 필요하고 그만한 돈이 있는 부자들은 그냥 그린 결정체 사다가 만들어서 쓰면 되니까, GCS를 따로 만들어서 파는 사람들이 없던 거지.”
“아하.”
유지웅은 납득했다. 그래서 GCS 판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구나.
정효주는 펜을 굴리며 계속 말했다.
“일반 시장 판매는 최종적으로 999만 원으로 하려고.”
“일억으로 해도 충분히 잘 팔릴 것 같은데?”
“일반 직장인이 일억 짜리 비누를 어떻게 사니?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할부의 노예가 되면 살 수 있도록 해서, 시장을 최대한 넓히는 게 이익이야. 우리 롤 모델이 코카콜라라는 거 잊지 마.”
박리다매 판매 시장을 추구하되, 그 안에서 극한의 이익을 설정하는 것. 정효주는 그런 이유에서 최종 일반 판매가를 999만 원으로 생각해둔 것이다.
“그럼 이삼천 만원으로 해도 충분히 팔리지 않을까? 일반 직장인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천만 원이 넘으면 심리적 저항감이 있어서 안 돼. 단위 하나 줄이는 게 얼마나 큰데. 홈쇼핑에서 왜 100만 원짜리를 999,000원에 파는지를 생각해 봐.”
999만 원.
일반인이 한 달에 99만 원씩 10개월만 버티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가격이다. 이게 정효주가 생각한 쥐어짜내기와 박리다매의 최적화 접점이었다.
물론 국내 시장이고, 해외 시장은 조금 다를 것이다. 환율이 걸려 있으니.
“처음부터 우리가 999만 원에 판다고 했으면 아마 비싸다고 엄청 반발이 들어왔을 거야.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
“아하, 그래서 국제 경매부터 했구나.”
지금쯤 수십억이 넘어가는 고가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허탈하고, 좌절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당히 시간이 흐른 후에 999만 원에 팔면 오히려 감격해서 기꺼이 할부의 노예가 될 것이다.
“어차피 수십억 씩 주고 비누 하나 살 수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아. 적어도 비누 하나에 현금 몇 십 억을 쓰려면 총 자산이 1, 2천억은 되어야 할 걸. 부자일수록 자산에서 현금 비율은 낮으니까.”
“그동안은 최대한 경매로 뽑아내자.”
“비싼 가격은 소비가가 결정했고, 우리는 거기서 더 깎아서 팔아주는 거니까 칭송을 받아야지.”
생산은 유지웅이, 판매 마케팅은 전적으로 정효주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아, 근데 이상하다?”
“뭐가?”
“슬슬 집적대는 애들이 나타나야 정상인데 너무 조용하잖아.”
“……꼭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런 애들이 보통 나타나는 게 맞는데 너무 조용하니까 이상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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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지가 입맛을 다시는 소리에 유지웅이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