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프롤로그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일까.
데뷔 조가 완전히 정해진 게 고작 일주일 전인데 회사가 쫄딱 망해 버렸다.
예찬이 뉴스에 나온 익숙한 건물을 보고 달려왔을 때, 7년이란 세월 동안 내 집처럼 드나들던 사무실은 이미 빨간딱지로 뒤덮여 있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과호흡이 온 건지 의식이 흐려졌다.
‘다시, 다시 하고 싶어!’
그 순간, 선명한 홀로그램 창이 예찬의 눈앞에 나타났다.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까?>―RESET―
A&D Corp.
예찬은 홀린 듯이 하나뿐인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세계가 되감겼다.
눈을 뜨자 익숙한 연습실 안이었다.
거울에 비친 것은 회사에 갓 들어온 17살 연습생 하예찬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예찬은 그 후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회사의 그저 그런 연습생 중 하나에서 에이스 연습생이 되었고, 스파이 짓을 하던 직원을 선수 쳐 쫓아냈다.
말도 안 되게 잘나가는 작곡가에게 데뷔 곡을 받고 나아가 회사의 부도도 막았다.
한 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하고 싶어.’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혔을 때 그렇게 생각하면 거짓말처럼 홀로그램으로 된 리셋 버튼이 눈앞에 나타났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세 번이 되었다.
세 번이 네 번이 되는 것은 더 쉬웠다.
여섯 번 리셋을 겪은 예찬은 연예 뉴스 1페이지를 장식한 같은 그룹 멤버의 양다리 기사를 무심한 눈으로 훑었다.
지난 회차에선 무려 여덟 다리를 걸쳤던 놈인데 어찌 보면 제 나름대로 아이돌로서 자각이 생긴 셈이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겠지만.
기사에 찍혀 있는 수천 개의 비추천을 본 예찬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듣지?’
하나의 문제를 수정하면 또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7년 동안 막막한 연습생 생활을 이어 갔을 때는 분명 누구보다 끈끈하게 서로를 지탱해 주던 멤버들이었다.
리셋을 막 시작하고 아등바등 힘겹게 데뷔했을 땐 멤버 모두 주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었다.
그런데 리셋을 반복하며 예찬이 지난 회차에 쌓아 온 경험을 이용해 손쉽게 데뷔하자, 멤버들은 점차 다른 사람처럼 변해 갔다.
도박, 마약, 불륜, 음주 운전, 불법 투기.
시간을 돌릴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외부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지긋지긋하다, 정말.’
예찬은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바꾸면 이번엔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하고 싶어.’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까?>D : RESET
A : STAY
A&D Corp.
어김없이 떠오른 버튼을 습관적으로 누르려던 예찬이 멈칫했다.
언제나 리셋 하나뿐이던 평소와 다르게 스테이라는 선택지가 생겨 있었다.
잠깐 고민한 예찬은 이내 관성처럼 익숙한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기분 탓인지 리셋 창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리셋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현기증이 들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진짜 멤버를 갈아야 하나…… 6년 차를 못 넘기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예찬은 17살로 돌아가지 못했다.
“삐이이이이―.”
“뭐, 뭐야?”
끔찍한 기계 경고음이 예찬의 머리를 울렸다.
[리셋 횟수를 전부 사용했습니다. 플레이어 ‘하예찬’을 폐기합니다.>푸른색과 붉은색이 반반 섞여 있던 홀로그램 창이 불길할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 관리자 권한을 #!!$##> [$@#!@!! 재부팅 !@#$%!!$>조각 난 홀로그램과 글자들이 온 방 안을 뒤덮었다.
예찬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았다.
붉은 창이 경고음을 내며 무섭게 흔들렸다.
‘뭐가 어떻게 된…….’
예찬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 가지 못했다.
그렇게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르고.
[!#$%#^^%컴퍼니&^*%$!#하예찬#@$!#$^접속 !$$#!$$#%> [로딩#@$$%성공&%^@#$,오류%@시점변경이!!#@#$> [@$^%*@!~플레이어#$^%$&#@$^하예찬입니다.>예찬은 눈을 떴다.
“하예찬 군, 그럼 마지막으로 한 마디 자기소개 남겨 주시겠어요?”
“네?”
익숙한 연습실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눈을 뜬 예찬의 앞에 푸른색으로 변한 선택 창이 떠올랐다.
[선택지 발생!>츄마프 99에 참여한 당신! 큐티 콘셉트를 선점하세요!
― 공주님들 예차니 꼭 지켜봐 주세용♡
― 지구가 낳은 귀요미 하예찬입니다, 데헷☆
― 예차니를 원픽 안 삼아 주면 미워할 꼬얌~
[10초 내로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 선택됩니다.>A Co.
……이건 나를 개같이 망하게 할 생각인 건가?
전직 탑아이돌 하예찬은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