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00)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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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도 팀장님, 아까 말씀하셨던 준비된 곡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앨범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려면 필요해서요.”
“아, 그 곡이요…… 사실 그 곡도 완전히 픽스된 게 아니라 재조율이 필요해져서요. 우선 작곡가분과 연락을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
예찬의 요청에 도 팀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얼버무려 봐야 소용없음을 느낀 건지 도 팀장은 솔직하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상황은 영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같이 일할 팀장의 성격은 마음에 들었다.
‘LEE 엔터 시절엔 작은 문제 하나만 터져도 책임 회피하느라 다들 거짓말만 했었지.’
뻔히 상황을 알고 있는데 마주치는 직원마다 다른 소리를 하며 사람을 열 받게 했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레드 카펫이 깔린 길을 걷는 거나 다름없다고 예찬은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데뷔할 때가 다가오니 옛 생각이 많이 나는군.’
상황 설명을 마친 도 팀장이 다시 회의실을 떠나고, 전보다 썰렁해진 공기에 멤버들은 말을 아꼈다.
이 이상 더 이상 뭔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예찬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그래, 다들 고생 많았어! 계약서에 도장도 찍고! 우리 할 만큼 다 한 날이다! 너무 축 처지지 말고 집 가서 쉬자고.”
선우이경이 일부러 더 활기차게 예찬의 말을 받았다.
정문에 기자들이 있다는 데스크 직원의 말에 후문으로 빠져나온 멤버들은 각자 택시를 불러 흩어졌다.
“이경이 형, 차 가져오지 않았어요?”
“어, 내일 찾으러 오든지 해야지. 다들 조심해서 들어가.”
“형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멤버들을 먼저 보낸 예찬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해솔이 형에게 말실수한 건 어떻게든 넘어갔군. 다음에 만날 때까지 핑계를 생각해 둬야겠어.’
“무슨 생각해요?”
그 사이 부모님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온 정의탁이 물었다.
“시작부터 액땜 제대로 했으니, 우리 진짜 상상 이상으로 잘되겠다는 생각?”
예찬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히 대답했다.
“형 되게 긍정적이네요. 난 이러다 데뷔 엎어지는 거 아닌가 불안한데.”
“설마.”
“그렇죠? 계약서에 도장도 찍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어플로 택시를 부른 예찬이 다시 물었다.
“부모님께 무슨 말 들었어?”
“으, 그냥 우리 데뷔 엎어진다느니 뭐니 하는 기사가 떴나 봐요. 그럴 리 없다고 말은 했는데…… 진짜 그럴 리 없는 거 맞죠?”
“내 목숨을 걸고 절대 없어.”
플레이어 삭제라는 파격적인 메인 퀘스트 실패 조건을 떠올리며 예찬이 말했다. 정의탁이 눈을 흘겼다.
“아니, 이런 데다 목숨 걸지 마요! 무슨 사망 플래그 같아서 무섭잖아요!”
‘진짠데.’
예찬은 택시 기사가 자신들을 알아볼 확률을 1할 미만으로 보았으나, 걱정이 많은 정의탁은 택시에 타기 전부터 신신당부했다.
“혹시 우리 알아보고 우리가 하는 말을 기자한테 팔면 어떡해요! 아무 말도 말고 조용히 가요!”
“너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니?”
“하, 주소도 좀 근처로 찍었어야 했는데 정확히 집으로 찍었죠? 큰일이네, 진짜.”
덕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은 조용했다.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리고 나서야 입을 연 정의탁은 숨까지 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푸하, 우리 못 알아보신 거 같죠?”
‘얘를 어떡하면 좋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예찬은 집으로 들어갔다.
“아, 그 표정 뭐예요!”
뒤에서 날뛰는 정의탁을 무시한 예찬은 곧장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투덜거리면서도 자기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 정의탁이 말했다.
“저 먼저 씻어도 되죠?”
예찬이 고개를 대충 끄덕이자 정의탁은 잽싸게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예찬은 다시 좀 전에 확인했던 기사 페이지에 접속했다.
‘내가 자주 애용한 기자는 아닌데.’
예찬과 LEE 엔터 주차장 앞에서 마주치기 전까지 정찬양은 예찬이 만들었던 인맥을 그대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기사를 낸 기자는 낯선 이름이었다.
‘나한테도 뻔히 정보가 있는 사람은 피해서 새로 인맥을 판 건가? 바보는 아니란 거군.’
기자의 이름과 소속을 확인한 예찬은 잠시 기자의 이전 기사들을 찾았다.
‘최근에 낸 기사는 꽤 소스들이 괜찮았는데, 몇 달 전까진 영 아니었군.’
중구난방으로 이어진 기사들은 일견 특정 소속사나 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런저런 연예계 가십들을 닥치는 대로 취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찬은 기자의 뒷배가 정찬양임을 확신했다.
‘내가 그 위치일 때 다 들어왔던 소식들이거든.’
지금까지는 자극적인 기사를 주워 와 후속 보도나 하던 처지에 정찬양이 내민 손이 얼마나 매력적이었을지 훤히 보였다.
예찬은 기자의 이름을 머리 한쪽에 새겨 두고 인터넷 창을 종료했다.
마침 빠르게 샤워를 마친 정의탁이 욕실에서 나왔다.
“형, 계좌 번호 좀 알려 줘요.”
“왜?”
“아까 엄마가 물어보셔서요. 생활비 좀 보내고 싶으시대요.”
아무렇지 않은 척 머리를 털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지 고심한 티가 났다.
일주일 더 예찬의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불편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 모양인가 보다.
‘쟤도 참 세상 살기 힘든 타입이라니까.’
예찬은 대답 대신 픽 웃고 욕실로 들어갔다.
“아, 계좌 알려 주고 들어가요!”
“됐다. 나중에 성공해서 갚아.”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건 사실이지만 일주일 남짓 두 사람이 먹고 자는 덴 충분했다.
‘그 이후론 숙소 들어가서 살면 돈 쓸 일 없을 것이고.’
여전히 계좌 타령을 하는 정의탁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예찬은 수도 밸브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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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타!”
다음 날 저녁, 시대 배경을 착각한 대사를 날리는 선우이경의 차에 탄 세 사람은 심상록의 집으로 향했다.
“다들 양손을 너무 무겁게 온 거 아니야? 집들이도 아닌데.”
선우이경이 건네는 휴지를 받으며 심상록이 웃었다.
“집들이였으면 휴지로 안 때우지. 와, 집 진짜 좋은데? 둘러봐도 돼?”
“그래, 편하게 봐.”
집주인에게 허락받은 선우이경이 구경에 여념이 없는 사이, 예찬은 포장해 온 음식을 테이블에 펼쳤다.
먼저 와 있던 우휘겸과 채은성이 말없이 합류해 예찬을 도왔다.
“저희가 마지막이에요?”
“아니! 세혁이가 근처까지 와서 헤매고 있어서 새벽이가 데리러 나갔어. 해솔이는 10분 안에 도착할 것 같대.”
“응? 세혁이는 여기 와 본 적 있다고 하지 않았나?”
구경하는 중에도 귀는 이쪽에 열어 두고 있었는지 선우이경이 물었다.
정의탁이 살짝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그 형은 심각한 길치라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표정에서 그간 정의탁이 겪은 고충이 절로 느껴졌다. 선우이경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똑 부러진 얼굴이라 야무질 줄 알았는데 의외의 면이 많네.”
“똑 부러진 얼굴이요? 누가요? 세혁이 형이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것처럼 정의탁의 눈동자가 가엾게 떨렸다.
예찬은 잠시 범세혁의 얼굴을 떠올렸다.
‘성격을 배제하고 보면 전형적인 왕자님처럼 생기긴 했다만…….’
그 사이 멤버들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츄마프 시절로 옮겨 가 있었다.
“난 세혁이랑 같은 조 해 본 적이 없어서. 말하는 거 보면 살짝 4차원 같긴 했지.”
“저도 범세혁이랑 한 번도 같은 조 된 적 없어요.”
선우이경의 말에 예찬도 말했다. 이번엔 채은성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진짜? 그런 것치고 엄청 붙어 다녔네.”
“첫 합숙 때 룸메이트였던 게 컸지.”
“조는 휘겸이랑 예찬이가 되게 붙었지. 마지막 빼고 계속 같은 조였던가?”
딩동.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그 사이 길 잃은 범세혁을 데리고 배새벽이 귀환했고, 그 뒤를 이어 강해솔이 도착했다.
“이왕 이렇게 다 모였으니, 스마트폰으로 가볍게라도 영상을 남길까?”
“저 거울 좀 보고 올게요.”
조심스러운 심상록의 제안에 정의탁이 벌떡 일어섰다.
먼저 단체 인증샷을 찍은 멤버들은 이어 늦은 저녁 식사를 마쳤다.
다 같이 정리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드디어 츄마프 비하인드 방송이 방영할 시간이 되었다.
멤버들이 옹기종기 TV 앞에 모여 앉은 모습을 찍은 선우이경이 낄낄 웃었다.
“사이는 되게 좋아 보인다.”
그사이 광고가 끝나고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었다.
생방송 당일 리허설 장면과 무대 직전의 긴장하고 있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지나갔다.
“…….”
처음엔 울컥한 얼굴로 방송을 보던 멤버들의 얼굴이 점점 묘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만했다.
‘편집 너무 재미없는데?’
지금까지 본 최상급 불지옥 편집에 익숙해져 있는 멤버들과 시청자가 견디기에 너무 시시한 방송이었다.
‘신 PD 도망쳤나?’
며칠 전 NJ에 있을 때 연락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잠깐 그런 게 아니라 아예 퇴사라도 한 건가 싶어질 정도였다.
찍어 놓은 영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 주던 두 시간이 흐르고 방송이 끝났을 때,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신 PD 이름이 크레딧에 박혀 있다니, 튄 건 아닌가 보군. 그나저나 사람들이 오늘 자 방송은 기사로만 확인했으면 좋겠군.’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또 없었다.
예찬은 잠시 가라앉은 멤버들을 돌아보다 입을 열었다.
“솔직히 오늘 방송 재미없긴 했는데, 우리가 이렇게 처지진 맙시다. 츄마프는 이제 끝났으니 그게 재미가 있든 말든 우리 평가랑 관계없어요. 우린 앞으로 나올 앨범으로 평가받아야죠.”
예찬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해솔이었다.
“그 말이 맞네. 무대를 망친 것도 아니고, 비하인드가 좀 재미없는 게 뭐 어때.”
“그래그래. 오늘 방송을 반면교사 삼아서 우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만들자고!”
선우이경까지 주먹을 쥐고 나서자 침울했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살아났다.
시간을 확인한 심상록이 말했다.
“음, 슬슬 정리할까? 여기서 자고 갈 사람 있어?”
“어, 그럼 저 자고 갈래요!”
심상록의 권유에 사양을 모르는 범세혁이 냅다 손을 들었다.
배새벽은 굉장히 남고 싶은 눈치였으나 기사님이 시간 맞춰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아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이어 택시를 부른 강해솔과 우휘겸이 떠나고 채은성도 풀어 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여기.”
예찬은 채은성의 폰을 집어 건네주었다.
“고마워.”
‘상태창.’
두 사람의 손끝이 스치는 순간 예찬은 채은성의 상태창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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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굴루스 멤버 ― 채은성
비주얼 : A+
노래 : B+
춤 : A- (아이돌 장르 한정)
랩 : B
언변 : B
반짝임 : B+
상태 : 수면 부족으로 제정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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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확인했을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지. 아이돌 연습생이 레굴루스 멤버로 바뀌었으니 큰 변화인가.’
지난 경연 때는 남은 연습생들의 상태창을 전부 확인하느라 대충 보고 넘겼었지만, 이제 같은 배를 탔으니 신경 쓰이는 부분은 잘 확인해 봐야 했다.
‘하나도 놓칠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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