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07)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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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PD는 빚을 갚아야 했다.
“지금 PD님 덕분에 세혁이가 얼마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지 아시죠?”
예찬의 말에 신 PD가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
‘이 자식, 별생각 없었군.’
역시 양심 없는 놈다웠다.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느라 예찬이 연락하기 전까진 레굴루스 멤버들은 생각도 안 한 게 분명했다.
‘누가 옆에서 지적해 줘야만 제 잘못을 아는 놈이라니까.’
앞으로 옆에 두고 계속 쪼아 줘야겠다 결심한 예찬은 말했다.
“세혁이한테 빚도 갚으실 겸, 이번엔 좀 잘해 봅시다.”
제정신이 있는 놈이라면 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거란 뉘앙스에 신 PD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머리 굴리긴.’
신 PD에게도 절대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우리 팀은 엄청나게 성공할 거니 보람 있을 거예요.”
당당한 예찬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고민하던 신 PD는 결국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넌 진짜 이상한 놈이야.”
설득 완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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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서 오늘부터 우리의 데뷔 준비를 찍어 주실 신준일 PD님입니다, 박수~”
예찬이 민망해 죽으려 하는 신 PD를 레굴루스 멤버들에게 인사시켰다.
정의탁에게 예찬이 신 PD를 만나러 간 것을 이미 전해 들었는지 멤버들은 순하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 데뷔 다큐인지 리얼리티인지 같이 힘내 보자고요.”
“그, 새삼스럽지만 잘 부탁합니다, 여러분.”
머리를 감고 수염도 밀었으나 어딘가 꼬질꼬질한 신 PD가 말했다.
심상록이 손을 들었다.
‘뭔 말을 하고 싶으면 손을 드는 게 어쩌다 보니 규칙처럼 되었군.’
사회자 역을 맡은 예찬은 심상록을 향해 손짓했다.
“상록이 형, 말씀해 보시죠.”
“지금 촬영 팀이 아니라 PD님만 저흴 도와주시는 거죠?”
조심스러운 질문에 신 PD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금까지 찍어 두신 분량이랑 제가 오늘 찍은 분량을 합쳐서 일단 데모 영상을 만들 건데요. 그걸로 촬영 팀을 요청하려고요.”
신 PD의 말에 정의탁이 가방에서 빠르게 외장 하드를 꺼내 넘겼다.
“촬영 장비는 이 캠코더인가요?”
“네, 여기 있습니다!”
어쩐지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정의탁이 삼각대와 캠코더를 통째로 신 PD에게 넘겼다.
“캠코더가 하나뿐이니, 오늘은 밀착 취재 느낌으로 촬영하고 프로그램 인트로처럼 편집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더 있으신가요?”
이번엔 강해솔이 손을 들었다.
“예, 해솔 씨.”
“그럼 오늘은 어떤 주제로 촬영하면 될까요?”
“아직 리더도 정하기 전이라고 들었어요. 일단 리더를 뽑고, 그다음은 타이틀곡을 정해서 작업하는 모습을…….”
차를 타고 오면서 예찬에게 지금까지 촬영한 내용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신 PD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예찬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온 선우이경이 물었다.
“저 아저씨를 어떻게 구워삶아 온 거야?”
“구워삶다뇨.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서 서로 윈윈하자고 잘 말씀드렸을 뿐인걸요.”
듣기 거북한 소릴 한다며 예찬이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선우이경은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좀 더 낮췄다.
“난 사실 저 PD 되게 별로거든.”
음, 솔직하군. 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썩 좋아하진 않는데 실력은 인정하거든요.”
예찬의 말에 선우이경이 아직도 이야기가 한창인 뒤를 돌아보았다.
“뭐 그거야 나도 인정하지만…… 그래, 지금 우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땐 아니지.”
“PD님!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때마침 범세혁이 활기차게 신 PD를 부르며 뛰어가고 있었다.
예찬은 신 PD가 티 나지 않게 움찔거리는 것을 확인했다.
‘흠, 오는 길에도 범세혁한테 빚 갚으라고 쪼아 댄 게 효과가 있는 모양이군.’
예찬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선우이경이 대단하다는 듯 말했다.
“세혁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네.”
“쟤 속을 누가 알겠어요.”
예찬의 말에 선우이경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멤버들은 연습실 가운데 둥글게 모여 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오늘 유일하게 대본을 들고 있는 심상록을 향했다.
심상록은 작게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도 리더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정해진 대사를 말하다 보니 다소 어색했으나 귀엽게 봐줄 정도였다.
신 PD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NG는 나오지 않았다.
“누가 리더에 어울리는지 얘기해 볼까? 추천도 좋고, 자원도 좋아.”
심상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이경이 팔을 번쩍 들었다.
“전 하예찬 군을 추천합니다!”
뭐, 의외는 아니었다. 예찬은 힐끗 선우이경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자연스레 서기 역할을 맡은 배새벽이 화이트보드에 예찬의 이름을 적었다.
‘무슨 반장 선거냐.’
“예찬이가 자연스럽게 리더가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있고, 애가 똑 부러져서 믿고 따를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선우이경은 아무도 묻지 않은 추천 이유까지 밝혔다.
“그래, 다른 후보는 없을까?”
더 이상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레굴루스의 리더는 예찬이가 맡는 걸로. 다들 좋지?”
“네!”
짝짝짝.
범세혁의 활기찬 대답과 우휘겸의 박수 소리가 겹쳐 나왔다.
두 사람에게 멤버들의 시선이 모이자 범세혁은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며 씩 웃었고, 우휘겸은 쑥스러운 듯 눈을 피했다.
“그럼 다음은 우리 타이틀곡을 정해야 하는데, 해솔이랑 예찬이 곡을 다시 한번 들어 볼까?”
어느새 재생 담당이 된 건지 우휘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피커 쪽으로 다가갔다.
“해솔이 형 곡 먼저 틀겠습니다.”
우휘겸은 곧장 재생 버튼을 눌렀다.
전날에 이어 강해솔다운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퍼져 나갔다.
멤버들은 조금 더 여유 있는 태도로 곡을 감상했다.
‘다시 들어도 좋단 말이지.’
예찬은 강해솔의 곡을 타이틀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애초에 내 곡은 해솔이 형 걸 듣고 친 거였으니까. 같은 앨범에 묶일 만하되, 다른 분위기를 주는 걸 목적으로 했거든.’
예상대로 곡을 완성하면 어디 가서 내밀기 부끄럽지 않은 앨범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럼 이번엔 예찬이 곡입니다.”
스피커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던 우휘겸이 다시 한번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예찬의 곡이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내가 쳤지만 정말 잘 쳤군.’
타이틀곡과 더불어 음악 방송 데뷔 주에 스페셜 무대로 세우기 딱 좋은 곡이었다.
예찬은 신인이었지만, 레굴루스가 데뷔 무대 딸랑 한 곡만 하고 끝날 리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상파라면 자존심 세운다고 일부러 푸대접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사이 예찬의 곡도 끝이 났다.
츄마프를 함께 겪으며 멤버들의 귀에 대해 고평가 중인 예찬은 순조롭게 강해솔의 곡이 타이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는 무조건 예찬이 곡이요!”
“…….”
예찬은 다소 차가운 눈으로 ‘우윳빛깔 하예찬’이라도 외칠 기세의 채은성을 바라보았다.
‘현대 무용 감성을 너무 넣었나…….’
어제부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채은성은 예찬교 신자처럼 예찬의 곡이 타이틀이 되어야 한다며 부르짖었다.
“음, 난 해솔이 곡이 우리가 정한 콘셉트랑 더 잘 맞을 거 같아.”
그에 비해 강해솔의 곡을 추천한 선우이경은 다소 미지근한 태도였다.
사실 채은성을 제외하면 두 곡 다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주류였기에 이러다간 분위기가 밀릴 것 같았다.
예찬은 손을 들어 올렸다.
“응, 예찬이 말해 봐.”
심상록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예찬이 말했다.
“전 해솔이 형 곡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던 채은성이 배신자를 본 사람처럼 상처받은 눈을 했다.
“브루투스 너마저…….”
‘……저 자식, 진짜 제정신 아닌 거 같은데? 정찬양 좋아할 때 알아보긴 했다.’
예찬은 채은성이 작게 흘린 말을 못 들은 척하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데뷔곡이니만큼, 저희가 데뷔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공주님들께 마음을 전하는 곡이 되었으면 하거든요. 제 곡은 좀 실험적인 요소가 강해서 대중들에게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예찬은 자리에 앉은 채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강해솔을 바라보며 말했다.
“해솔이 형 곡이 퍼포먼스를 짜기도 더 좋을 것 같고요.”
“사실 곡이 아직 미완성이라 고르기 힘들었는데요. 작곡한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정의탁이 슬그머니 이쪽으로 붙었다.
“그렇지? 당사자가 그렇다니 역시 해솔이 곡으로 하자고.”
대세가 명백히 기운 것이 느껴졌는지 채은성이 분해 죽겠단 얼굴을 했다,
그렇지만 그 이상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진 않았다. 조금 의외였다.
‘츄마프에선 그렇게 승부욕이 강한 인상이 아니었는데.’
괜찮은 얼굴에 괜찮은 성격, 괜찮은 실력으로 그저 무난하게 9위가 된 느낌이었는데 욕심내는 부분도 있는 놈이었나 보다.
아직 알아갈 게 많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타이틀곡과 작사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 방향성을 정한 후, 신 PD가 모호한 표정으로 촬영 종료를 선언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멤버들의 인사를 받으며 캠코더와 외장 하드를 챙긴 신 PD가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예찬은 재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
“PD님.”
“억, 깜짝이야! 소리 좀 내고 다니세요!”
‘간덩이가 이렇게 작은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조작을 했담.’
예찬은 대충 알겠다고 대답하며 신 PD와 걸음을 나란히 했다.
“뭔가요? 배웅인가요?”
“에이, 설마요.”
뭐 이쁘다고 배웅까지. 엘리베이터 앞에 선 예찬이 물었다.
“타이틀곡 들었을 때부터 표정이 되게 이상하시던데. 뭔가 문제 있나요?”
“아…….”
예찬의 생각엔 문제될 만한 게 딱히 없었으나 PD 눈에는 다를 수 있었다.
대답을 망설이는 상대에게 예찬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PD님, 우리 같은 배를 타기로 했잖아요. 문제가 있으면 알려 주셔야 빨리 해결하든지 치워 버리든지 하지 않을까요?”
바쁘니까 빼지 말고 빨리빨리 해결하자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자 신 PD가 백기를 들었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예찬 씨와 해솔 씨가 작곡한 작업물을 처음 들어 보지 않았습니까?”
그야 당연했다.
‘우리가 작곡했다는 것도 아까 연습실 오는 길에 처음 들었을 테니까.’
“나름대로 긴 시간을 여러분을 봐 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르고 있던 재능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예찬은 더 말해 보란 듯 촉촉한 눈빛이 된 신 PD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러분뿐만 아니라 제가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희생시킨 연습생들도 다 제각각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조금만 더 기회가 있었다면 다들 그걸 뽐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뭐라는 거지?’
“자라나는 새싹들을 묻어 버린 과거가 너무 송구하고, 앞으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깨끗하고 맑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반성이 좀 과했는지 PD가 고장이 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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