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09)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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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걸로 생일을 잊고 지나갈 일은 없겠네!”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힌 생일을 찍은 선우이경이 씩 웃었다.
“그럼 이제 뭘 하죠?”
“작사를 할까? 어느 정도 가사가 있어야 안무 짜기 수월하니까.”
“근데 PD님이 캠코더를 가져가셨잖아. 뭐 안 찍어도 되나?”
“저 미니 삼각대는 있는데 폰으로라도 찍을까요?”
누구 하나 그냥 해산할 마음은 없어 보였다. 자리에 앉아 있는 예찬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
“하예찬, 작업실로 가자.”
웬일로 먼저 다가온 강해솔이 예찬을 불러냈다.
“오, 작곡가 선생님들! 작업 수고하십시오!”
선우이경이 연습실을 빠져나가는 두 사람의 뒤에 대고 활발하게 외쳤다.
작업실 문을 닫고 나서야 강해솔은 입을 열었다.
“이번 타이틀곡은 내 걸 쓰기로 했지만, 난 내 곡이 네 곡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저렇게 운을 띄우나 궁금했다.
“아까 네 곡을 다시 듣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내 곡이랑 대조적이면서 살짝 마이너한 감성으로 만든 거지?”
부정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기에 예찬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솔은 어째서인지 살짝 분한 얼굴을 했다.
“……너, 이번엔 준비 시간이 빠듯하니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턴 이런 식으로 굴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응? 나 뭔가 잘못했나?”
“잘못했지! 싸워 보지도 않고 타이틀곡을 양보했잖아!”
예찬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예찬이 하고 싶은 건 작곡가가 아니라 아이돌이었다.
앨범이 잘 나오는 게 중요했지, 타이틀곡을 자기가 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해솔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스물한 살의 강해솔, 패기 넘치네.’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예찬은 지나온 미래에서 대중들에게 작곡가로 충분히 인정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에 비해 이제 막 아티스트로 한 발을 내디딘 강해솔은 모든 게 새롭고 또 모든 게 걱정될 것이었다.
‘아무래도 타이틀곡을 작곡했다고 하면 좀 쳐주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
예찬은 강해솔이 가치를 두는 것을 굳이 깎아내리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다음번엔 회심의 곡으로 한번 붙어 보자.”
“그 말 잊지 마라?”
날카롭게 예찬을 쏘아 본 강해솔이 의자에 앉더니 자기 옆에 있는 의자를 툭툭 두드렸다.
예찬은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난 지금부터 곡을 다듬을 거고, 이 곡 작곡가 목록에 네 이름도 넣을 거야. 그러니 거기 들어가기 부끄럽지 않게 잘해 봐.”
‘아이고 이 형을 어쩌냐?’
나름대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예찬이 데뷔 앨범 타이틀곡 작곡가 자리를 양보한 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건 알았지만 참 집요했다.
‘뭐 요즘 세상에 단독 작곡은 거의 드물고, 좋은 곡이긴 하다만 아직 해솔이 형은 경험이 부족하니 조금 도와주는 정도는 괜찮겠지.’
예찬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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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바하는데 츄마프 데뷔 조 왔다!]?
나 상암에서 알바하는데 브레이크 타임 끝나 갈 때쯤 덩치 큰 남자들이 막 우르르 들어오는 거야.
아 오늘 오후 장사 시작부터 X됐다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츄마프 데뷔 멤이었음
진짜 놀라서 육성으로 욕할 뻔ㅋㅋㅋ
한 5분? 기다렸다가 안으로 안내하는데 애들 다 사이좋아 보이더라
난 카운터 담당이라 바로 다시 나왔는데 조금 있다가 강해솔이 케이크 박스 들고 뛰어 들어와서 안에서 잠깐 초만 불어도 되냐고 물어봄
원래 케이크 냉장고에 맡아 주기도 해서 ㅇㅋㅇㅋ했더니 90도 인사하고 들어가더라
좀 못되게(ㅋㅋㅋ)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반성함
자기들끼리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신나게 먹다가 나왔는데 선우이경이랑 심상록이 서로 계산한다고 한참 실랑이함
얘네가 젤 맏형들 맞지?
결국 둘이 더치페이하고 나갔는데 안쪽 정리한 동생이 그러는데 자리도 되게 깨끗하게 하고 갔대
서바이벌 프로 좋아해서 츄마프 재밌게 보긴 했는데 누굴 덕질하진 않았거든?
근데 애들 호감이라 데뷔하면 노래는 들어 보려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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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 없음 뭐다?
– 바이럴 아님? 얘네 요새 주작돌이라고 욕 디지게 먹잖아ㅋㅋㅋㅋ
└ 데뷔 멤 중에 주작한 소속사 없거든?
└ 네 다음 55만 표^^
– 근데 누구 생일이엇어?
– 인증도 없는 글에 먹이 주지 마라
– ㄱㅆ 나 쓰니인데 인증 사진을 굳이 넣을 필요를 못 느꼈는데 이렇게 못 믿으니 추가로 올릴게 생일인 멤은 휘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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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사이트에서 올라온 레굴루스 멤버들의 뷔페 방문기는 글쓴이가 추가로 올린 사인 사진으로 진실임이 되며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NJ의 직원, 이모 씨는 턱을 괴고 진지한 얼굴로 며칠 전 올라온 후기를 읽어 내려갔다.
최근 연달아 야근하느라 이런 중요 뉴스를 이제야 접했다.
“걔네 오늘도 왔어?”
“어, 매일 아침에 와서 한밤중에 간다던데?”
“독하다, 독해.”
뒤쪽에선 다른 직원들이 며칠 전부터 14층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는 레굴루스 멤버들에 대해 입방아를 찧고 있었다.
“데뷔 일정 다 날아간 거 아니었어?”
“아무래도 그렇지. 아직도 츄마프 조작이네 뭐네 시끌시끌하잖아.”
“그럼 위에 있는 걔네도 조작으로 뽑힌 거야?”
‘아니거든! 우리 애들은 피해자거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멱살을 잡고 흔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일반인 코스프레 중인 그에겐 무리였다.
‘하, 어디 가서 티도 못 내고.’
나쁜 건 모두 신 PD를 필두로 한 츄마프 제작진인데, 아직도 범세혁이나 데뷔 조 멤버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악플러들이면 그나마 인생 그렇게 낭비하는 놈들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뭘 모르는 사람들까지 저렇게 한 마디씩 거드니…….’
그 와중에도 꿋꿋하게 회사 연습실에 출근 도장을 찍는 레굴루스 멤버들이 기특할 뿐이었다.
마음 같아선 12첩 반상이라도 마련해 14층으로 올려 주고 싶었다.
‘비록 얼굴은 보지 못해도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영광이고, 행복이고…….’
“아, 그런데 며칠 전에 츄마프 PD도 14층에 왔다 갔다던데? 데뷔하긴 하는 건가?”
‘뭐?’
이모 씨의 귀가 번쩍 열렸다.
‘아니, 그놈이 어디라고 여길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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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모 씨와 같은 건물 14층에선 그 츄마프 PD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신 PD님 생각보다 오래 걸리시네.”
“그러게요. 난 사실 다음 날 뚝딱 만들어서 올 줄 알았어요.”
며칠째 연락 한 통 없는 신 PD의 행방은 쉬는 시간마다 불려 나오는 단골 이야기 소재였다.
“PD님이 데모 영상 만들어 오시면 우리도 숙소로 옮길 수 있겠죠?”
“어, 뭐야 의탁이. 예찬이랑 사는 거 불편해? 형네 집으로 올래?”
오늘 당장이라도 괜찮다며 선우이경이 호들갑을 떨자 정의탁이 인상을 팍 구겼다.
“아, 진짜 이경이 형은 왜 이렇게 루머 만드는 걸 좋아해요! 불편해서가 아니라 궁금해서라고요!”
“내 생각엔 형 반응이 재밌어서 자꾸 놀리는 거 같아.”
옆에 앉아서 음료수를 쪽쪽 빨아 마시던 배새벽이 말했다.
정답이라는 듯 선우이경이 낄낄 웃었다.
“새벽이 너도 빨리 숙소로 옮기고 싶다며!”
발끈한 정의탁이 외치자 배새벽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이도? 무슨 일 있어?”
정의탁이 말했을 때와 달리 매우 걱정된다는 듯 선우이경이 다정히 물었다.
“별건 아니고 요즘 엄마 눈빛이 좀 따가워서요. ‘그렇게 요란을 떨어 놓고 오늘도 집에 붙어 있니?’ 뭐 이런 느낌으로.”
“아, 어머님…….”
배해선 대표를 떠올린 멤버들이 한마음으로 탄식했다.
최근 종종 실수로 배새벽을 알콩이라 부르던 심상록은 세상이 무너진 얼굴이었다.
“신 PD님 빨리 오시면 좋겠다…….”
다들 다른 말은 더 붙이지 못하고 그저 소식 없는 신 PD를 애절하게 부를 뿐이었다.
예찬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찾아가서 좀 쪼아 봐?’
악덕 사장 같은 생각을 하며 예찬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분량도 얼마 안 되는 영상을 뭐 이리 오래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리셋 초기 거의 가내 수공업으로 리스피릿을 굴리던 시절, 직접 영상 편집도 해 본 적 있는 예찬이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신 PD네로 퇴근을 해 버려?’
아직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달이 바뀌다 보니 마음이 초조했다.
데뷔 앨범을 이번 달 안에 내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세워 둔 계획을 미뤄야만 했다.
“예찬, 작업실.”
그사이 세수를 하고 온 강해솔이 예찬을 불렀다.
“오늘도 멋진 작업물 부탁합니다, 작곡가님들~”
선우이경이 바닥에 앉은 채 손을 팔랑팔랑 저었다.
예찬은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 강해솔을 쫓아 연습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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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곡을 작업하면서 강해솔과의 사이는 나름대로 큰 진전이 있었다.
‘일단 형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성을 떼고 부르지.’
거의 지정석이 된 작업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예찬과 강해솔은 머리를 맞대고 곡을 씹고 뜯고 맛보기 시작했다.
요 며칠간 멤버들의 일과는 동일했다.
오전 9시에 맞춰 연습실에 도착.
점심때까진 안무 연습, 점심 이후엔 잠시 작사 작업.
그 후 예찬과 강해솔은 작곡에 매진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다시 안무 연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저녁 먹고 다시 안무 연습을 하지.’
아마 곡 작업이 끝나면 안무 연습 시간 중 일부를 보컬 연습 시간으로 변경할 것 같았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건만 츄마프 시절 못지않은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멤버 아홉 중 누구도 이 스케줄을 따라가는 걸 버거워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다들 몸이 개조가 된 거야. 아니면 타고나길 연습 중독이든지.’
몸을 움직여야 마음이 편하다며, 얼마 없는 쉬는 시간까지 스트레칭에 열을 올리던 채은성을 떠올리며 예찬은 악보를 넘겼다.
“……옆에 녹음실도 써도 되는 거겠지?”
이제 정말 완성이라고 봐도 좋을 곡이 띄워진 화면을 바라보며 강해솔이 말했다.
슬슬 가이드 녹음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을까?”
NJ의 직원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멤버들을 무슨 역병 환자라도 되는 양 피해 다녔기 때문에 빌딩의 14층은 매우 한산했다.
지금 예찬과 강해솔이 작업실을 자기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걸 알고 있는지나 모를 일이었다.
“……너, 레코딩 장비도 다룰 줄 알아?”
강해솔이 혹시나 싶은 얼굴로 물어 왔다.
지금까지 프로듀싱한 앨범만 양손 양발을 써도 세기 부족한 예찬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솔직히 말해 봐. 스무 살 아니지? 사실 한 십 년 정도 이 바닥에서 일한 거지?”
츄마프 참여 전까지 일반인이었다는 과거를 믿을 수 없다며 강해솔이 추궁했다.
십 년의 배는 넘게 이 바닥을 구른 예찬은 뻔뻔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형, 그런 기계는 인터넷에서 설명서 한 번만 보면 다 다룰 수 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