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10)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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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인터넷으로 배웠다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강해솔이 되물었다. 능숙하게 장비를 만지고 있던 예찬이 혀를 찼다.
“형, 녹화 중인데 소리 들어가잖아.”
예찬의 핀잔에 강해솔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도 캠코더가 돌아오지 않은 관계로, 작업실과 녹음실 촬영은 강해솔의 스마트폰이 담당하고 있었다.
녹음 부스 너머에선 어색한 얼굴의 우휘겸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원래 예찬이 가이드 녹음을 하려 했으나, 프로듀싱을 맡게 되는 바람에 급하게 연습실에 있던 우휘겸을 낚아 왔다.
‘나중에 가이드 버전도 풀어야 하는데 노래 스탯 B인 해솔이 형을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뭐야. 그 눈빛은.”
불손함을 느낀 강해솔이 정색했다. 예찬은 대답 대신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다시 강해솔이 조용해지자 본격적인 가이드 녹음이 시작되었다.
방송에는 나온 적 없지만, 몇 번인가 음원 녹음을 위해 합숙 도중 없는 시간을 쪼개 녹음실에 방문했던 적이 있어서인지 가이드 녹음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응, 좋아. 이 정도면 되겠어. 고생 많았다.”
예찬의 칭찬에 우휘겸의 표정이 밝아졌다.
헤드셋을 벗고 부스 밖으로 나온 우휘겸의 어깨를 강해솔이 두드렸다.
자신의 만든 곡의 가이드 버전이 완성된 것에 아무래도 많이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고생했어!”
“아니요, 저희 곡이잖아요.”
우휘겸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수줍게 말했다.
‘쟤도 요 며칠 사이 낯가림이 좀 나아졌군.’
나름대로 순조롭게 팀의 형태를 갖추어 가는 것이 제법 만족스러웠다.
녹음실에서 나온 세 사람은 곧장 연습실로 돌아갔다.
“가이드 녹음 어땠어?”
잠시 쉬는 시간이었는지 채은성과 스트레칭을 하던 범세혁이 빠르게 뛰어왔다.
다른 멤버들도 궁금했는지 순식간에 세 사람 근처가 북적거렸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들어 보시죠.”
예찬은 자신만만하게 스피커에 USB를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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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드디어 영상을 완성한 신 PD는 며칠 만에 목욕재계를 하고 깔끔하게 면도까지 마쳤다.
“……근데 시간이 애매하네.”
밤낮없이 편집에 몰두했더니 저녁 여덟 시였다.
야근하는 직원들을 제외하면 이미 퇴근했을 시간이었다.
‘방송국은 사실 야근이 없는 날이 드물지만, NJ 쪽은 어쩐지 칼퇴근을 할 것 같은 분위기란 말이지.’
멋대로 NJ에 환상을 품은 신 PD는 일단 레굴루스 멤버들에게라도 연락을 해 보기로 했다.
‘솔직히 어디에라도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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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완성했는데 내일 회사에 방문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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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답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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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시간 되세요? 저희 팀 담당 팀장님은 아직 퇴근 전이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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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지금 회사에 있는 거야?”
신 PD는 한 손으로 출발한다는 답장을 치며 나머지 손으로 재킷과 차 키를 챙겼다.
‘그러고 보니 츄마프 시절에도 다들 밤샘은 기본이었지…….’
대체 그 순하고 열심히 사는 연습생들을 이용할 생각만 가득했던 과거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히 김수영 연습생. 아직 열여덟 살밖에 안 됐는데 나 때문에 정말 가루가 되도록 까여서…… 덕분에 시청률이 정말 달달……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마음속에 사는 악마가 또 기어 나오려 했다.
신 PD는 자기 뺨을 때렸다. 짝 소리와 함께 악마가 물러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새로 태어났다고. 날 믿어 준 레굴루스 멤버들에게 꼭 은혜를 갚고, 이전에 내가 지옥에 밀어 넣은 연습생들도 언젠가 꼭 구제하고 말겠어……!’
예찬이 들으면 기겁할 만한 생각을 하며 신 PD는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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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님, 여기요.”
출입증이 없는 신 PD를 위해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던 예찬이 손을 들어 올렸다.
차에서 내린 신 PD가 예찬을 향해 반갑게 달려갔다.
“예찬 씨!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정말 오래 걸리셨네요.”
“하하하, 그러니까요! 이 분량을 이 기간 안에 편집한 건 처음인 거 같습니다. 아주 하얗게 불태웠어요.”
‘자랑이다.’
예찬의 말에 박혀 있는 가시를 눈치채지 못한 신 PD가 호쾌하게 웃었다.
마감 기일이 없어 신선했다는 신 PD의 말에 예찬은 그의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참자. 아직 5월 초야. 빠르면 이달 말에도 앨범을 낼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 탄 예찬은 14층을 눌렀다.
“응? 팀장님도 14층에 있나요?”
“그 전에 멤버들이랑 먼저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다들 며칠 동안 계속 궁금해했거든요.”
“아, 그렇죠. 그럴 수 있죠.”
신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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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은 저녁 식사 후, 연습실로 돌아오던 길에 정말 오래간만에 마주친 도지윤 팀장을 떠올렸다.
어색한 얼굴로 연습생들에게 인사를 건넨 도 팀장은 분명 레굴루스 전담팀인데도 다른 일로 바빠 보였다.
눈 밑이 시커메진 그는 미안한 목소리로 요새 항상 연습실에 와서 연습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이번 주 내내 야근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그를 향해 천진난만한 범세혁이 숙소가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걸 말린 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도 팀장 선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예찬은 미심쩍은 눈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신 PD를 흘겨보았다.
언제까지 연습실과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소꿉장난 같은 곡 작업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었다.
과연 이 PD가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만한 물건을 만들어 왔을지가 관건이었다.
‘어지간하면 도 팀장한테 들고 갈 건데,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되는군.’
예찬이 연습실 문을 열자 문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멤버들이 신 PD를 열렬히 반겼다.
“PD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저도요!”
“영상 보여 주세요!”
예찬은 성격 급한 범세혁을 뒤로 잡아끌었다.
멤버들의 뜨거운 환대에 신 PD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물건일지 모르겠네요.”
츄마프 시절과 다르게 겸손과 겸양이 줄줄 흐르는 멘트였다.
근래 연습실의 장비에 통달한 우휘겸이 자연스럽게 한쪽에 달린 스크린을 내리고 빔 프로젝터에 신 PD의 USB를 연결했다.
멤버들이 옹기종기 화면 앞에 모여 앉았다.
예찬은 어디 한번 봐주겠다는 자세로 팔짱을 끼고 화면을 응시했다.
영상은 그렇게 길지 않은 길이었다.
깐깐한 상사 같던 예찬의 표정이 점차 풀어졌다.
단단히 끼었던 팔짱도 어느새 스르륵 풀렸다.
‘재밌다……!’
“어땠나요, 여러분?”
영상이 끝나고 기분 나쁘게 뺨을 붉히며 몸을 비비 꼬는 신 PD를 어화둥둥해 주고 싶을 만큼.
“와, PD님! 정말 신의 손이시네요!”
“진짜 멋졌어요!”
“또 봐요!”
멤버들의 진심을 담은 칭찬 세례가 이어지는 중에도 예찬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본 것을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여태까지 신 PD 스타일과 너무 달라.’
그런데 좋았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 편안하게 이어지는 화면에 적절한 자막, 무엇보다 멤버들의 매력을 그 짧은 시간에 극대화해서 담아내고 있는 영상이었다.
예찬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 PD는 천재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천재적 재능을 악랄하게 써 왔던 거지.’
인재를 발견한 예찬의 눈이 번뜩였다.
저걸 데리고 자체 제작 예능을 찍으면 아주 딱 맞을 거 같았다.
‘신준일…… 놓치지 않겠어.’
예찬의 뜨거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신 PD는 멤버들의 칭찬에 껄껄 웃다가 강해솔과 예찬 쪽을 돌아보았다.
“저, 그런데 혹시 이번 타이틀곡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까요?”
“가이드 녹음까지 진행했는데요.”
전보다 훨씬 호의적으로 변한 강해솔이 대답했다. 신 PD가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혹시 지금 파일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뒷부분에 츄유프에서 타이틀곡으로 음악을 바꿀 걸 가정하고 작업했거든요.”
정신없이 작업하느라 파일을 요청할 겨를이 없었다는 신 PD의 말에 예찬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큭!’
“예찬아, 어디 아파?”
옆에 서 있던 우휘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예찬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너무 짜릿해서 가슴이 아프다……!’
예찬도 편집을 해 본 적이 있기에 신 PD가 어디서부터 배경음을 바꾸려 하는지 딱 감이 왔다.
“지금 바로 바꾸실 수 있어요?”
“네, 혹시나 해서 노트북도 들고 왔거든요.”
재빠르게 USB를 들고 온 강해솔의 물음에 신 PD가 노트북 가방을 들어 올리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BGM 편집 정도는 이걸로도 충분하다며 노트북을 켠 신 PD는 정말로 순식간에 삽입곡을 교체했다.
“그런데 곡이 정말 좋네요.”
영상을 렌더링하는 동안 가이드 버전을 차분히 들어 본 신 PD가 감탄했다.
강해솔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고 진짜 좋아요.”
신 PD는 몇 번이고 감탄을 반복했다.
“제가 우리 팀은 엄청나게 성공할 거라고 했잖아요.”
전에 없이 살가운 목소리로 예찬이 말했다. 신 PD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럼 저는 도지윤 팀장님께 가 보겠습니다.”
렌더링이 끝난 영상을 USB에 담은 신 PD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찬이 자연스럽게 따라 일어섰다.
“……예찬 씨도 가시나요?”
“제가 이 팀 리더입니다, PD님.”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예찬이 가슴을 폈다.
신 PD는 더 이상 되묻지 않고 예찬과 함께 연습실을 나섰다.
“PD님, 믿고 있을게요!”
“예찬아, 힘내!”
다소 요란스러운 응원을 받으며 복도로 나선 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신 PD가 버튼을 누르는 예찬을 향해 슬며시 운을 띄웠다.
“혹시 말입니다. 도 팀장이 이 영상을 보고도 시큰둥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무슨 걱정을 하는 건진 알 것 같았다.
‘세상엔 가끔 진짜 센스가 발바닥에 달린 사람들이 있으니.’
앞으로 꽤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될 도지윤 팀장이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랐으나, 만약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아이튜브에 계정 파서 올려야죠, 뭐.”
예찬은 별걸 다 걱정한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터프한 대답에 신 PD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역시 하 또라이…….”
예찬은 듣지 못한 척 패널의 숫자가 움직이는 것을 응시했다.
신 PD는 회사 생활을 겪어 보지 못한 젊은 피의 패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LEE 엔터에 있을 적 예찬은 믿기 어렵겠지만 제법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했다.
‘그런 게 있어야 회사가 멀쩡히 돌아가지.’
‘대충 살다 대충 죽자’가 삶의 신조인 사장 때문에 두통을 달고 살았던 과거를 떠올린 예찬은 어쩐지 아득해졌다.
‘남들 눈엔 지금 내가 사장님처럼 보이는 건가.’
조금 씁쓸해진 예찬은 퀘스트 창을 떠올렸다.
연계 퀘스트 실패 시 스탯 하락을 생각하자 물렁해진 마음이 다시 단단해졌다.
‘내 스탯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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