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15)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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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 위치 들었고, 부모님이랑 형 있는 거 들었고, 그럼 다음은…….’
다음날도 어김없이 강해솔과 작업실에 틀어박힌 예찬은 기계 위에서 움직이는 손만큼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 아니면 남고?”
“아까부터 호구 조사하냐? 뭘 그렇게 물어봐?”
코드를 찍던 강해솔이 짜증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예찬이 별말 없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쯧!”
혀를 한 번 차고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 강해솔이 말했다.
“남녀 공학!”
이게 문제였다.
강해솔이 적당히 무시하면 예찬도 그만둘 텐데, 성질은 내면서 답은 또 꼬박꼬박 해 주는 게 아닌가.
예찬은 요 며칠 카메라가 있던 자리를 힐끗 확인했다.
오늘은 오후부터 있을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미안, 해솔이 형.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최대한 이것저것 들어 놔야 한단 말이야. 그럼 다음은 해수 형 이름을 물어볼까?’
마음속으로 강해솔에게 사과한 예찬이 더 물어볼 것들의 순서를 정하고 있을 때 작업실 문이 열렸다.
“똑똑. 리더! 점심시간인데 밥 좀 주세요~”
입으로 노크 소리를 낸 선우이경이 배가 등가죽에 붙겠다며 앓는 소리를 냈다.
시계를 확인하자 확실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럼 오늘의 작업은 여기까지.”
자리를 정리한 예찬과 강해솔은 선우이경의 뒤를 따라 연습실로 향했다.
“하예찬, 걸으면서 스마트폰 보는 거 나쁜 버릇이다.”
“넵.”
강해솔의 말에 배달 어플을 넘겨 보며 걷던 예찬이 바로 걸음을 멈췄다.
“뭐 시킬 거야?”
앞장서서 걷던 선우이경이 방향을 돌려 다가왔다.
예찬은 스마트폰을 몸쪽으로 세워 화면을 숨겼다.
“비밀이에요. 도착했을 때의 즐거움으로 해 두죠.”
“나 촉이 왔어. 백 퍼센트 샐러드야.”
결제 버튼을 누르던 예찬의 손이 멈칫했다.
“와, 해솔아 봤어? 예찬이 방금 움찔했다?”
“아닌데요.”
“아, 리더!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점심까지 샐러드는 봐주시죠! 아침에도 샐러드였잖아!”
메뉴가 샐러드라고 확신을 한 선우이경이 예찬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이미 결제를 마친 예찬은 선우이경을 팔에 매단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데뷔까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관리해야죠. 오늘은 촬영도 있잖아요?”
이제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예찬의 말에 선우이경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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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는 앨범 재킷 촬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급하게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멤버들은 마중 온 스태프의 차를 타고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스튜디오는 무척이나 어수선했다.
“아직 준비가 덜 끝나서요! 먼저 메이크업부터 하고 와 주세요!”
소품을 나르던 낯익은 스태프의 말에 예찬과 멤버들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촉촉한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멤버들의 상의를 적셨다.
“유지예 작가님한테 먼저 인사 안 해도 될까요?”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지?”
정의탁과 심상록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NJ의 자금으로 급하게 섭외한 유지예 포토그래퍼는 연습생 생활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실력과 인성이 비례하는 경우가 드문 이 바닥 사람답게 자기 이름값을 너무 잘 알고 휘두른다는 것이었다.
‘난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자주 의뢰를 했는데, 박마루처럼 얼굴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 놈도 있었지.’
제발 다른 사람이랑 작업하면 안 되겠냐고 어울리지 않게 유명한 포토그래퍼 목록까지 뽑아 와 징징대던 전 멤버가 떠올랐다.
예찬은 잠시 앞장서서 걷고 있는 레굴루스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안하무인 사진작가에게 저놈들이 박마루처럼 당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세상에 사진작가가 유지예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같이 일을 해야…… 잠시만.’
그리고 예찬은 동시에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깨닫고 말았다.
‘……유 작가랑 계속 일을 한 건 리스피릿 놈들을 엿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건가.’
정말 좀스러운 복수를 했다며 예찬은 고개를 저었다.
“이경이 너는 오늘 촬영 끝나고 머리 자르기로 했지? 어우, 머릿결이 이렇게 좋은데 내가 다 아깝다.”
선우이경의 머리를 만지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미련이 뚝뚝 넘치는 목소리를 냈다.
“아직 못 해 본 머리가 한 트럭인데……”
“에이, 머리야 또 기르면 되죠. 그리고 탈색하면 어차피 머릿결은 난리 날걸요?”
“그건 그렇지…… 아니, 그래도 진짜 이렇게 머릿결이 좋기 쉽지 않은데. 이경이 너 집에서 뭐 하니?”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는지 예찬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범세혁이 물었다.
“탈색하면 많이 아프려나?”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좀 아프긴 할걸.”
“예찬이 형은 탈색 해 봤어요?”
이번엔 왼쪽에서 질문이 날아왔다.
“나야 당연히…… 안 해 봤을걸?”
오색찬란했던 과거의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대답하려던 예찬이 급하게 말을 바꿨다.
“그게 뭔 말이에요. 하여간 이 형은 야무진 것 같다가도 가끔 나사 빠진 것 같단 말이야.”
“나사 빠졌대, 하하하.”
“형은 항상 빠져 있거든요?”
정의탁이 혀를 찼다.
그렇지만 예찬으로선 최선의 대답이었다.
‘없다고 했다가 탈색한 과거 사진이라도 있으면 큰일 난다.’
차라리 지금 좀 얼빠진 놈 취급당하는 게 나았다.
“자, 이제 촬영하겠습니다!”
멤버들이 다시 스튜디오로 이동한 것은 준비가 전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이쯤 되니 대충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것 같았다.
‘더블 부킹이네.’
NJ와 상대측 중 어느 쪽이 먼저였을진 모르겠지만, 유지예가 빠듯하게 두 건을 연달아 예약받은 듯했다.
게다가 오전에 상대측 촬영을 상당히 열정적으로 한 모양이었다.
이리저리 흩어진 소품들을 원상 복구하느라 레굴루스 측 스태프가 진을 빼고 있었다.
‘매너가 어떻게 예전보다 더 개판이지?’
아무리 돈이 좋아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 차를 두고 예약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다 그 뒷수습을 이쪽 스태프에게 맡긴 것도 아주 재수가 없었다.
‘태도는 아마추어보다 더 엉망이군.’
예찬은 역시 다음부턴 다른 포토그래퍼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레굴루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일단 한 명씩 저기 서 볼래요?”
카메라를 만지며 건성으로 인사를 받은 유지예 작가가 턱 끝으로 호리존을 가리켰다.
“네, 그럼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예찬은 멤버들이 성의 없는 작가의 태도에 미처 당황하기도 전에 자진해서 성큼성큼 조명 아래로 걸어갔다.
“뭐, 얼굴은 볼 만하네.”
시험 삼아 한두 장을 가볍게 찍어 본 유지예 작가가 물었다.
“근데 어디 고쳤어요? 방송보다 때깔이 나아 보인다? 수술하기엔 시간이 좀 짧고…… 시술?”
후진 없이 들어온 예의 없는 발언에 멤버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유지예의 뇌를 거치지 않는 화법에 익숙한 예찬은 태연히 웃으며 대답했다.
“츄마프 때보다 잘 먹고 잘 자서 그렇게 보이나 봐요. 감사합니다.”
“오, 그 표정 괜찮다.”
찰칵.
한동안 스튜디오 내에 유지예의 셔터 소리만이 퍼졌다.
예찬은 유지예의 지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셔터 소리에 맞춰 표정과 자세를 바꿨다.
‘이놈 봐라?’
유지예는 파인더 너머로 오전에 찍었던 1군 아이돌 그룹 못지않게 능숙한 모델의 포스를 뽐내는 예찬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더…….’
렌즈 너머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한참 동안 말없이 셔터만 누르던 유지예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다음 사람.”
“감사합니다.”
예찬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사이 순서를 정해 둔 건지 선우이경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선우이경이 들어 올린 손에 가볍게 손을 맞부딪친 예찬은 멤버들이 대기하고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형은 못 하는 게 대체 뭐예요?”
정의탁의 물음에 예찬은 얄밉게 어깨를 으쓱였다.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우휘겸이 티슈를 내밀었다.
“고마워.”
예찬을 지켜보며 어떻게 촬영하면 좋을지 속성으로 익힌 모양이었다.
선우이경부터 이어진 멤버들의 개인 촬영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유지예 작가도 어쩐 일인지 특유의 패악질을 부리는 일 없이 빠르게 사진만 찍어댔다.
이어지는 유닛 촬영과 단체 촬영도 큰 잡음 없이 흘러갔다.
“좋아요. 여기까지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눈에서 카메라를 뗀 유지예의 말에 멤버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유지예의 시선이 잠시 예찬에게 머물렀다.
“와, 나 등이 축축해.”
“촬영을 오래 하니까 조명이 은근히 뜨겁다.”
멤버들이 저마다 감상을 말하며 자리를 뜨는 와중에도 그 시선은 떨어질 줄 몰랐다.
예찬이 모르는 척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유지예가 불쑥 입을 열었다.
“리스피릿이랑 사이 안 좋아요?”
예찬을 포함한 멤버들의 발걸음이 짠 것처럼 멈췄다.
리스피릿과 정찬양의 불편한 관계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선우이경과 우휘겸이 예찬의 눈치를 살폈다.
“리스피릿 선배님들이요? 어, 츄마프 때 뵌 적이 있긴 한데…… 혹시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찬이 최대한 선량한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리스피릿에게 가지고 있는 시커먼 감정은 완벽히 숨긴 채, 오직 대선배님과 그런 오해가 생겼다는 것 자체를 무척 곤란해하는 태도였다.
“그럼 그냥 신인 죽이기인가?”
유지예가 혼잣말처럼 시큰둥하게 말했다.
‘말려들지 말자. 대선배에게 찍혔을까 봐 걱정하는 햇병아리 신인, 딱 그 정도면 돼.’
초조한 걸 드러내 봤자 상대방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당장 무슨 뜻이냐고 따지고 싶은 걸 참은 예찬은 이번에도 최대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저, 무슨 일인지…….”
“리스피릿 선배님들이 저희에 대해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호, 혹시 안 좋은 이야기였나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 이놈을 깜빡했었네.’
예찬은 초조한 얼굴로 어쩔 줄 모르는 채은성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채은성은 평소의 도련님 같은 얼굴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애타는 얼굴로 유지예 작가에게 매달렸다.
유지예의 눈이 빛났다.
아무래도 흥미를 끈 대상이 예찬에서 채은성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궁금해요?”
눈을 가늘게 뜬 유지예 작가가 채은성에게 물었다.
안 좋은 예감을 느낀 심상록이 채은성의 팔을 붙잡았으나, 이미 채은성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 뒤였다.
“네!”
궁금해 죽겠다는 채은성의 태도에 유지예가 좀 더 끈적하게 웃었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예찬은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윽고 유지예의 입이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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