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36)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35화
레굴루스 멤버들이 숙소에 들어간 뒤로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전부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지갑 사정이 넉넉한 예찬은 아낌없이 소고기를 한 번 더 추가한 비프 샐러드를 주문할 수 있었다.
“예찬아, 잘 먹을게!”
“어우, 예찬이 눈부시다!”
멤버들이 저마다 너스레를 떨며 샐러드 그릇을 들어 보였다.
오직 정의탁만이 떨떠름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소 시켜 준다면서요.”
“이거 소야. 많이 먹어라.”
예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그릇에 든 고기 몇 점을 의탁의 그릇으로 옮겼다.
“허.”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 정의탁이 전투적으로 샐러드를 퍼먹기 시작했다.
“얘들아, 옷에 안 묻게 조심해.”
“네!”
이미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은 상태라 스타일리스트가 걱정스럽게 멤버들을 훑어보았다.
“특히 세혁이 너…… 는 알아서 잘하고 있구나.”
범세혁을 휙 돌아본 스타일리스트가 말꼬리를 흐렸다.
고기만 쏙쏙 골라 먹고 있던 범세혁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미 자신이 음식을 흘릴 것을 전제로 깔았는지 야구 점퍼를 의상 위에 입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먹으니까 좀 살 것 같네요.”
어느새 그릇에 가득했던 고기를 절반 이상 해치운 정의탁이 중얼거렸다.
예찬은 그런 정의탁의 등을 아프지 않게 두드렸다.
“리허설 십 분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가 대기실 문을 빼꼼 열고 외쳤다.
내일 N-net 채널에 쇼케이스를 생중계하기 위해 새로 붙여 준 제작진의 준비가 거의 끝난 모양이었다.
멤버들이 하나둘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고 칫솔을 찾았다.
그사이 신 PD를 포함한 리얼리티 제작진들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전원이 양치질을 마치고 모이자 스태프가 말한 시간까지 삼 분이 남아 있었다.
복도를 걷는 내내 어딘지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던 선우이경이 무대 아래에서 입을 열었다.
“너무 급하게 양치했나 봐. 잇몸에서 피 나는 거 같아.”
“이경이 형, 그건 나이 탓이 아닐까요?”
평소의 컨디션으로 돌아온 정의탁이 슬며시 시비를 걸었다.
선우이경은 검지를 들어 올리더니 양옆으로 까딱거렸다.
“의탁아, 스물셋이면 아직 애기야.”
“누구 맘대로요?”
열여덟 정의탁이 정색했으나 대단한 뒷배를 둔 선우이경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공주님들 마음대로.”
“아, 다시 보니 애기 맞으시네요.”
정의탁이 빠르게 인정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채은성이 예찬에게 속삭였다.
“우리 팬덤 이름 정해진 뒤에도 공주님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입에 너무 익어서 자꾸 튀어나올 거 같아.”
멤버들이 고심해서 정한 팬덤의 공식 이름은 내일 쇼케이스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을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건데 문제 될 게 없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그런 말을 하다니…… 존경스럽다, 리더.”
채은성이 엄지를 치켜올렸다.
[레굴루스 올라오세요!]제작진의 말에 멤버들은 입을 다물고 무대에 올랐다.
리허설은 예찬이 작곡한 수록곡으로 시작했다.
‘다들 컨디션 괜찮네.’
수록곡 무대가 끝난 후, 쇼케이스의 진행 순서에 맞춰 리허설이 이어졌다.
[네, 다음은 토크 코너입니다. 우선 이번 데뷔 앨범에 대해 설명을…….]흔쾌히 데뷔 쇼케이스의 MC를 맡아 준 츄마프의 메인 MC 앤드류는 리허설엔 참여하지 않았기에 제작진이 멘트를 대신 읽었다.
[이어서 레굴루스 버전의 ‘Choose your prince’를 만나 보겠습니다.]‘Choose your prince’가 끝나기 무섭게 이번엔 ‘I’m your prince’의 전주가 이어졌다.
외부 유출을 염려해 개미 소리로 재생한 수록곡과 달리, 이번에는 음향 체크도 할 겸 아주 시원하게 볼륨을 높였다.
[다음으로 팬분들에게 받은 설문을 토대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봤는데요.]연달아 두 곡을 부른 후엔 후 짧은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미리 전달받은 질문들이기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없었다.
뒤이어 전광판에 프로모션 영상이 나오는 사이, 멤버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무대 아래로 달음박질쳤다.
“그런데 이렇게 무슨 질문을 할지 다 알아 버렸는데 내일 몰입할 수 있을까요?”
드물게 배새벽이 의문을 표했다.
“객석이 꽉 차 있으면 몰입은 자연스럽게 될 거야. 츄마프 때를 생각해 봐.”
예찬의 말에 잠시 기억을 더듬은 배새벽은 이내 납득했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진의 신호에 맞춰 무대에 오르자 데뷔 앨범 타이틀곡인 ‘Only my you’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무대의 리허설까지 실수 없이 끝내자, 이번엔 전광판에 ‘Only my you’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었다.
처음 보는 뮤직비디오 완성본에 멤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화면에 집중했다.
어느새 튀어나온 리얼리티 카메라들이 그런 멤버들의 얼굴을 빠짐없이 담았다.
다 같이 뮤비를 감상하는 시간이 끝나자 남은 것은 마지막 인사뿐이었다.
빈 객석을 향해 다 같이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리허설이 끝났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멤버들은 이번엔 N-net 스태프들을 향해 인사를 거듭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와, 내일 딱 이렇게만 하면 좋겠다. 오늘 진짜 괜찮았어.”
선우이경은 연신 진심 어린 감탄을 뱉었다.
“역시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니까!”
연습 만능주의자다운 발언을 감히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선우이경의 말대로 수도 없이 같은 곡을 반복해 춘 몸은 어디선가 전주 비슷한 소리만 들려와도 절로 반응했다.
“근데 연습했던 것보다 무대가 좁지 않았어요?”
마침 예찬도 신경 쓰였던 문제를 범세혁이 지적했다.
“우리가 무대 크기만 생각하고 무대 장치를 계산하지 않아서 그래.”
예찬이 재빨리 대답했다.
“아, 맞아. 그렇게 심하게 차이 나진 않았지?”
“네, 츄유프랑 암유프는 상관없고 ‘Only my you’ 할 때 단체 안무 폭이랑 ‘Day & Day’ 때 은성이 동선만 확인해서 조정하면 될 것 같아요.”
“아, 난 괜찮아. 아까 리허설하면서 쟀어.”
선우이경과 예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채은성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 말을 보탰다.
“단체 안무는 어떻게 하지? 제일 끝에 있는 두 사람만 반보씩 당길까?”
“그보다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게 정면에서 보기에 더 예쁠 거 같은데…….”
“얘들아, 여기 정리해야 하니 일단 옷 갈아입고 짐 챙기자. 안무를 다시 맞춰 봐야 하면 연습실로 데려다줄게.”
한 번 집중하면 쉽게 자리를 뜨지 않는 멤버들에 익숙해진 매니저가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기 전에 맥을 끊었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예찬이 멤버들에게 말했다.
“나머지는 연습실에 가서 얘기하죠.”
뒷정리에 열을 올리던 스타일리스트들이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기는 멤버들을 향해 외쳤다.
“너희 밤새우면 안 된다? 적당히 하고 자!”
“내일이 무대인 거 기억해! 피부 뒤집히면 끝이야!”
예찬과 멤버들은 한 손으론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머지 손으론 인사를 하며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조수석에 앉은 선우이경이 안전띠를 차며 말했다.
“누님들 말씀대로 오늘은 일찍 씻고 자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 연습실 가는 동안 동선 어떻게 바꿀지 정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번만 맞춰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출발할게.”
멤버들이 전부 안전띠를 찬 것을 확인한 매니저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열 사람을 태운 차는 이내 부드럽게 움직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 *
5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레굴루스의 데뷔곡 발매일이 드디어 밝았다.
레굴루스의 데뷔 타임 테이블이 뜬 이후로 들어오는 일을 단 하나도 거절하지 않은 프리랜서 정모 씨는 며칠간 계속된 야근으로 몽롱해진 정신을 애써 다잡았다.
그래도 지난 삼 주간 몸을 갈아 넣은 덕분에 팬 사인회 공지가 뜨는 즉시 세자릿수로 앨범을 쟁일 수 있는 총알이 마련되었다.
‘팬싸도 팬싸지만 초동 성적은 영원히 남잖아? 그러니 반 정도는 예약 판매 때 쏟을까 생각도 했는데…… 아, 역시 첫 주는 리스피릿이랑 겹쳐서 음방 가망이 없으니 고민된다고.’
레굴루스의 팬 중엔 정모 씨와 마찬가지로 일단 첫날 판매 집계량을 보고 작전을 세우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는 큰손들이 꽤 됐다.
정모 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예찬이가 활동 내내 박수만 치다 내려오는 꼴은 못 보지.’
팬 사인회 당첨도 초동 성적도 중요하지만, 음악 방송 1위도 놓칠 순 없었다.
그사이 쇼케이스 입장 시간이 다 되었는지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쇼케이스는 일곱 시부터였으나 다섯 시로 예고된 레굴루스의 첫 스타 라이브를 의식해서인지 무려 세 시간 전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앉아서 볼 수 있게 해 준다니 웬일이야. 츄마프 때 하도 개판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이번엔 나름 팬들 생각도 해 주고.’
NJ나 N-net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일 거란 편견을 조금 걷어 내야 하나 싶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은 정모 씨는 여유롭게 다섯 시를 기다렸다.
‘이제 1분…….’
“왁! 미쳤다!”
“어, 진짜로?”
‘매너 실화야? 왜 이렇게 시끄럽…….’
주변이 술렁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정면에 있는 전광판에 레굴루스 멤버들이 나오고 있었다.
쇼케이스를 보러 온 팬들을 위해 현장에 데뷔 스타 라이브를 틀어 준 것이었다.
‘뭐야 이 낯선 배려는? NJ가 일을 한다고?’
정모 씨는 급하게 귀에 꽂고 있던 무선 이어폰을 뺐다.
그리고 다섯 시 정각.
[둘, 셋.] [빛나는 당신의 별! 안녕하세요, 레굴루스입니다.]예찬의 선창을 시작으로 레굴루스가 첫 스타 라이브를 시작했다.
쇼케이스장이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찼다.
[안녕하세요, 레굴루스의 리더 하예찬입니다.] [안녕하세요, 심상록입니다.] [여러분께 이렇게 인사할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해요! 선우이경입니다!]리더인 예찬이 가장 먼저 인사를 한 뒤, 나이순으로 멤버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쇼케이스장 대기실에서 찍고 있는지 주변이 다소 어수선했지만 다들 더없이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프리랜서 정모 씨보다 딱 두 줄 앞에 앉아 있던 예찬의 홈마 박모 씨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진짜 주책이다. 근데 진짜 미쳤다…….’
금발 머리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멤버들이 저 머리를 하고 안쪽 대기실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다.
‘너무 좋아서 숨 막혀……!’
[안녕하세요, 정의탁입니다.] [레굴루스의 막내 배새벽입니다. 잘 부탁드려요.]마지막 순서인 배새벽은 다소 무뚝뚝하게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단체 인사 때 선보였던 깜찍한 동작을 곁들였다.
“아아아악!”
그렇지 않아도 흥분해 있던 장내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박모 씨도 사양하지 않고 벅찬 감정을 그대로 소리로 옮겼다.
“아악! 새벽아아아아!”
[오 새벽이~] [한 번 더! 한 번 더!]화면 속 멤버들도 배새벽을 귀여워했다.
귀여운 놈들이 귀여운 놈을 귀여워하는 귀여운 상황에 박모 씨는 주접을 멈출 수 없었다.
‘애들 돌았나 봐! 설마 저게 인사법? 너희 앞으로 인사할 때마다 그거 할 거야?’
그야말로 땡큐 베리 머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