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43)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42화
리프트에 오르기 전 멤버들이 둥글게 모여 섰다.
모두 중앙으로 손을 뻗어 포갠 상태에서 예찬이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츄마프가 끝나고 한 달 반 동안 다들 고생 많았어요. 그 결실을 열심히 거둬 봅시다. 레굴루스!”
“오늘도!”
“빛나자!”
동시에 손을 위로 올린 멤버들은 성큼성큼 리프트에 올라탔다.
‘Only my you’의 전주가 흐르며 멤버들이 탄 리프트가 서서히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찬이 막 한쪽 인이어를 꼈을 때, 객석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하예찬! 심상록! 선우이경!”
“강해솔! 범세혁! 우휘겸!”
“채은성! 정의탁! 배새벽!”
노래가 공개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새 응원법을 만든 모양이었다.
예찬은 아직 끼지 않은 나머지 한쪽의 인이어를 그대로 두고 마이크를 잡은 손을 들어 올렸다.
[You, Only my you.]예찬의 목소리와 함께 멤버들이 서서히 무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명보다 더 뜨거운 객석의 열기에 마음이 말랑거렸다.
전보다 한결 가벼운 의상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을 태운 리프트가 전부 올라오고, 배새벽의 파트가 시작되었다.
[오직 나의 너를 만나고 싶어.나의 너에게 바치고 싶어.]
커다란 전광판 화면 가득 배새벽의 하얀 얼굴이 가득 찼다.
머리를 옅은 금발로 바꾸자 나이답지 않게 초연한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
‘……역시 얼굴도 재능이야.’
셔츠와 같은 재질로 어깨부터 목 중앙에 걸쳐 비스듬하게 달린 다소 커다란 리본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놈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예찬은 생각했다.
타자를 두드리는 기자들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팬덤 내 인기 순위와 별개로 배새벽의 기사는 다른 멤버들보다 항상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이서후의 아들이란 타이틀을 붙이면 조회 수가 배로 뛴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자들이 신나게 배새벽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배새벽의 뒤를 이은 것은 ‘Only my you’ 작곡가 강해솔이었다.
[절대라는 말을믿어 본 적 없는 나지만,
널 만나고 완전히 달라졌어.
네가 영원을 바란다면
내가 영원히 바라볼게,
Only my you…….]
빠르게 랩을 쏟아 내던 강해솔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거슬렸는지 인상을 쓰고 뒤로 쓸어 넘겼다.
강해솔의 랩이 끝나자 정의탁이 센터로 이동했다.
그 옆에서 둘 둘씩 짝을 이룬 페어 안무를 선보이던 예찬은 당돌하게 자기 파트를 이어 가고 있는 정의탁을 바라보았다.
‘반바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울상 짓던 게 엊그제 같은데.’
5부 기장의 반바지를 입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던 정의탁이었으나, 막상 무대에 오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개의치 않았다.
멤버들이 몸을 갈아 넣는 사이, 어느새 예찬의 차례가 되었다.
[그래,Only my you.
오직 나의 너를 만나고 싶어.]
노래와 안무가 절정에 치달았다.
예찬이 너끈히 해내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멤버들이 가능하겠냐고 걱정했던 파트이기도 했다.
‘……그래도 온마유는 아이템 안 쓰고 할 만한데.’
‘Day & Day’는 깔끔히 춤 스탯 아이템을 쓰고 시작하지만, ‘Only my you’는 지금 춤 스탯인 A+로 아슬아슬하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노래 스탯이 S로 상승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게 전보다 한 단계 더 수월해진 덕도 있었다.
[이제 Only my you.오직 나의 너를 만나러 왔어.]
문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운 3분여의 시간이 끝났다.
“와아아아아악!”
팬들은 모든 기운을 짜낸 것 같은 거대한 함성으로 화답했다.
예찬이 PV가 나올 때 내려간 MC를 대신해 팬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이클립틱, 우리 복숭아들, 잘 보셨나요?]“네!”
예찬의 다정한 목소리에 팬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누구보다 여러분이 좋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좋아해 주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오늘 너무 기뻤어요. 앞으로의 활동도 여러분과 함께라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랑합니다.]말을 마친 예찬은 꾸벅 인사를 하고 옆에 서 있던 강해솔에게 순서를 넘겼다.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를 들어 올린 강해솔의 멘트가 이어졌다.
[멤버들이 평소에, 그리고 오늘도 제가 타이틀곡을 작곡했다고 엄청 띄워 주는데요. 저는 멤버들이 있었기에 이 곡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멤버들과 함께 좋은 음악 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잇, 해솔이 형. 감동이에요.]범세혁이 마이크를 양손으로 꼭 쥐며 눈을 빛냈다.
자기가 먼저 간지러운 소리를 한 주제에 강해솔은 딴청을 피워댔다.
그 후로도 멤버들의 마지막 인사 겸 소감이 이어졌다.
훌쩍거리며 말을 마친 정의탁에게 배새벽이 티슈를 건네는 사이, 우휘겸의 순서가 되었다.
[데뷔 앨범을 준비하며 정말 많은 걸 배운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딱딱한 말투와 달리 이클립틱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따뜻했다.
‘……그러고 보니 저거 최선이 자주 하던 말인데.’
– 항상 리바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선이 되겠습니다!
예찬은 잠시 어디서 인터뷰할 일이 생기면 열에 아홉은 이름 장난으로 마무리하던 리스피릿의 서브래퍼를 떠올렸다.
[이제 누구 남았죠?]눈물은 다 닦았으나 코끝은 여전히 빨간 정의탁이 묻자 범세혁이 손을 들었다.
[오, 세혁 씨. 역시 엔딩 왕자.]선우이경이 범세혁을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리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히자 또다시 함성이 장내를 흔들었다.
팬들의 흥분이 가라앉자 범세혁이 마지막으로 멘트를 시작했다.
[요즘 정말 매일매일 너무 행복해요. 오늘은 복숭아들을 만나 평소보다 더 행복하고요.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날들을 같이 쌓아 가요.]범세혁은 정말로 즐겁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예찬은 다시 환호성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마무리 인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레굴루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멤버들을 담고 있던 전광판에 ‘Only my you’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팬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예찬은 멤버 중 누구도 말로 하지 않았으나, 모두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해냈다.’
* * *
레굴루스 멤버들이 데뷔 쇼케이스를 무사히 마친 고양감에 젖어 있을 무렵.
스태프들도 무대 아래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함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있었다.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는 신준일 PD의 곁으로 이번 쇼케이스 생방송 송출 담당 PD가 다가왔다.
“준일 선배.”
“오, 양 PD. 내내 모른 척하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어?”
신 PD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양 PD가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가 벌인 일이 어지간해야 아는 척을 하죠. 이때다 싶어서 선배 씹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크, 그게 셀럽의 숙명이지.”
씩 웃는 신 PD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양 PD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농담할 기운이 있는 거 보니 살 만한가 보네요. 그래도 오늘 발언으로 향후 1년은 까일 일 없으시겠어요.”
“뭐 그렇지.”
신 PD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 PD를 따라 시선을 돌린 양 PD가 말을 이었다.
“오피스텔 보증금 구하느라 영혼까지 끌어모았다고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여윳돈을 그렇게 모아 뒀어요?”
“하하, 뭐 그렇지.”
은근슬쩍 떠보는데도 남 일처럼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신 PD의 태도에 답답해진 양 PD가 결국 대놓고 용건을 꺼냈다.
“재테크 같은 거 해요? 주식? 아니면 코인? 혼자만 재미 보지 말고…… 선배?”
양 PD의 눈에 여유로운 표정이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덜덜덜 떨리고 있는 신 PD의 두 다리가 보인 것은 그때였다.
‘이 양반, 지금 보니 고개도 리듬을 타던 게 아니라…….’
몸의 떨림이 점점 격해진 신 PD가 입만 웃는 얼굴로 양 PD를 돌아보았다.
“……양 PD, 아니, 사랑하는 내 후배 승규야. 혹시 집에 남는 방 없어?”
* * *
신 PD가 레굴루스의 숙소에 짐가방을 들고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원래 정직 1개월에 감봉 3개월로 징계 얘기가 나오고 있었고, 정직 처분을 안 받는 대신 1개월분의 급료를 기부할 계획이었는데…… 쇼케이스장에서 분위기에 취해서 12개월 감봉에 그 기간의 급료를 전부 기부한다고 말한 거라고요?”
예찬이 방금 들은 이야기를 요약하자,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신 PD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피스텔 보증금을 내느라 있는 현금이며 대출까지 싹싹 끌어 써서 한 푼도 없는데 매달 오피스텔 월세며 관리비, 대출 이자까지 내야 하고요?”
“그게 감당이 안 돼서 오피스텔에서 나왔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 다 큰 성인이 이렇게까지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지?’
물론 덕분에 범세혁에게 조작이니 주작이니 운운하는 사람들이 없어진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아무리 대책이 없어도 정도란 게 있잖아?’
예찬이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두통에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사이 선우이경이 감탄했다.
“와, 우리 신 PD님 과감하시다.”
“면목 없습니다…….”
그 후 주변 사람들에게 신세를 져 보려 했으나 무참히 차단당하고 끝난 모양이었다.
“변명 같겠지만 제가 남사친보다 여사친이 많아서…… 아무리 그래도 여사친보고 재워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네, 변명 같네요.”
“크읍!”
단호한 강해솔의 말에 신 PD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하, 어떡할까?”
심상록이 어색하게 웃으며 예찬 쪽을 바라보았다.
예찬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아무리 봄이라지만 노숙하라고 할 수도 없고.”
예찬의 말에서 긍정의 기운을 느낀 신 PD가 펄쩍 뛰어올랐다.
“아이고, 역시 레굴루스밖에 없다니까! 나랑 레굴루스는 사실상 이제 한 몸 아닙니까, 한 몸!”
신 PD는 여기서 사는 게 오랜 꿈이었다는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전에 범세혁이 같이 사냐고 물었을 때 기겁했으면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신 PD를 내려다보는 범세혁의 표정이 드물게 차가웠다.
“……저, 그럼 저는 작은 방을 쓰면 될까요?”
한참 동안 레굴루스와 숙소를 찬양하던 신 PD가 슬그머니 눈치를 살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으레 그렇듯, 멤버들이 시선이 짠 것처럼 예찬에게 향했다.
예찬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정의탁에게 물었다.
“의탁아, 캠코더 지금 충전되어 있나?”
“네? 아마 그럴걸요.”
“그것 좀 가져다줄래?”
“저, 캠코더는 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신 PD가 쭈뼛거리며 물었다.
예찬은 그런 신 PD를 향해 자애롭게 웃었다.
“우리 PD님 숙소 첫 입주날인데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아깝게.
훗날 신 PD는 그 따사로운 미소가 어째서인지 사자의 포효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