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156)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155화
[빛나는 당신의 별! 안녕하세요, 레굴루스입니다!]무선 이어폰을 타고 멤버들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스타 라이브를 멤버들의 각 잡힌 인사로 시작하니 새로웠다.
– 복숭아 왔어요?!
– 복숭아다!
– 복숭아들, 우리도 왔어요!
‘오늘은 뭔가 오피셜한 느낌인데.’
평소 라이브를 켜기 무섭게 복숭아를 부르짖던 것과 다른 차분한 모습에 새삼 심장이 떨렸다.
‘이게 뭐라고 왜 이렇게 설레냐…….’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개인 인사를 마친 멤버들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막 안부 인사도 건네고, 댓글도 오래오래 읽고 싶은데 지금 너무 앨범부터 뜯어 보고 싶어서요. 일단 언박싱을 좀 해야겠어요. 그렇죠?] [그렇습니다!]양손에 각각 다른 버전의 앨범을 든 범세혁이 멤버들을 향해 묻자 다들 입을 모아 동의했다.
김모 씨는 앨범을 쥔 범세혁의 손톱이 더없이 정갈한 것을 보고 빠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 와중에 손가락은 빠르게 캡처 버튼을 연타했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큐티클 하나 없이 관리된 손톱…… 완벽하다!’
[그럼 시원하게 저희의 미니 1집 ‘Inaugurate’을 언박싱 해 보겠습니다!] [와아아아!]라이브를 거듭하며 점점 발전한 셀프 효과음을 넣으며 멤버들이 앨범을 나눠 가졌다.
앉아 있는 위치대로 자연스럽게 두 조로 나뉜 멤버들은 각각 화이트 버전과 골드 버전의 앨범을 개봉하기 시작했다.
‘나랑 같은 앨범 산 거 맞나?’
버전 당 열 장씩은 사서 열어 본 앨범인데, 멤버들 손에 들려 있으니 왜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비닐이 왜 이렇게 안 벗겨지지?] [이로 뜯으면 안 돼요?] [가위 없나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예찬아, 너희 조에 비닐 잘 뜯는 사람 없어?] [없어요. 다들 손재주가 영 아니에요.] [예찬이 너를 포함해서 말이지.]호기롭게 언박싱을 시작한 멤버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양쪽 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닐을 붙들고 낑낑거린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보다 못한 제작진이 제일 끝에 앉아 있는 채은성에게 작은 가위를 건넸다.
[네, 여러분. 이게 바로 인류의 승리 아닐까요?]가위로 시원하게 비닐을 가른 채은성이 정면 카메라를 향해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예찬이 그런 채은성을 향해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다.
[채은성 씨, 카메라 불 확인해야죠.] [아.]그제야 정면 카메라에 불이 꺼져 있는 걸 알아챘는지 화면에 얼빠진 채은성의 옆얼굴이 보였다.
화면 바깥에서 다가온 예찬이 손으로 채은성의 뺨을 잡고 촬영 중인 카메라 쪽으로 슬쩍 돌렸다.
[지금 찍는 카메라는 이쪽.]곧 ‘ㅋㅋㅋㅋ’가 빠르게 채팅창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넋 나가도 미남은 미남이다…….’
김모 씨는 [좋아요]를 누르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생각했다.
지금 당장 비주얼 멤버를 고르라면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레굴루스 멤버들의 얼굴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었다.
‘내 눈에는 그래도 세혁이랑 새벽이가 쪼~끔 낫지 않나 싶은데, 냉미남 소나무들은 또 말이 다르더란 말이지.’
김모 씨는 은연중에 채은성은 수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한 수 접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단독으로 화면 가득 잡힌 채은성의 얼굴은 충격적이었다.
이게 스타 라이브인지 아니면 루브르 박물관 소개 영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뛰어난 조형미.
주접을 떨고 싶어서 입과 손이 근질근질했으나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 잘생겼다! 진짜 잘생겼다!!’
김모 씨가 속으로 부르짖으며 자신을 다스리는 사이, 무사히 비닐을 다 벗겨 낸 레굴루스 멤버들은 본격적인 앨범 언박싱에 들어갔다.
[그럼 저희부터 할게요.]흰색 앨범을 든 심상록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사이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의 동의를 얻어 낸 심상록은 앨범을 우휘겸에 손에 넘겨주었다.
[휘겸 씨가 아까부터 조용했으니까 구성품 소개를 맡아 봅시다.] [네……!]우휘겸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맏형미 미쳤다…… 동생 분량 챙겨 주는 것 좀 봐.’
김모 씨가 레굴루스에 입덕한 것은 분명 심장에 콱 박힌 아름다운 얼굴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참 착하고 순한 애들인 걸 느끼고 어느새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이렇게 착하고 잘하는 애들이 안 뜨면 누가 잘되겠냐고…….’
[우선 내용물을 꺼내 볼게요.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건 커버와 마찬가지로 흰색으로 디자인된 포토 북이에요.] [옳지, 휘겸이 잘하고 있어.] [어휴, 우리 휘겸이 기특하다.] […….]차분히 설명을 이어 가던 우휘겸은 멤버들의 과한 띄워 주기에 민망해졌는지 입술을 앙다물었다.
‘오히려 좋아!’
김모 씨는 우휘겸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좋아요]를 더 빠르게 눌렀다.
[……포토북 안에는 랜덤 포토 카드랑 랜덤 엽서, 그리고 스티커가 들어 있는데……누가 나왔는지 확인해 볼게요.]그녀의 마음이 닿았는지 우휘겸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물을 마시더니 다시 언박싱을 시작했다.
마디가 살짝 튀어나온 기다란 손가락이 포토 북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아.”
마침내 찾던 물건을 발견한 우휘겸의 손이 멈췄다.
* * *
“우선 포토 카드는 이경이 형이 나왔어요.”
‘선우이경!’
– 저 이경이 형 나왔으면 울려고 했는데.
스타 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선우이경과 나눴던 말이 저절로 예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예찬과 선우이경의 눈이 마주쳤다.
“예찬아, 울어야지.”
선우이경은 마이크에 잡히지 않도록 예찬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예찬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뽑은 게 아니라서 안 울 건대요.”
퉁명스러운 대답에 선우이경의 눈이 알 만하다는 듯 둥글게 휘었다.
그사이 우휘겸은 카메라가 찍기 쉽도록 포토 카드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화이트 버전에 들어 있는 포카는 멤버들이 탈색하기 전에 찍은 셀카였다.
결 좋은 단발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고 있는 선우이경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혔다.
우휘겸의 옆에 앉아 있던 범세혁이 말했다.
“이경이 형은 글씨는 진짜 악필인데, 사인은 되게 명필이네요.”
아무래도 포토 카드의 뒷면에 곱게 인쇄된 사인을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저도 항상 그 생각했어요! 츄마프 사인회 때 공주님들 이름은 진짜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는데 사인은 되게 멋지더라고요!”
공감대를 형성한 정의탁이 격렬하게 동의했다.
“어우, 얘들아. 형 얼굴이 뜨겁다.”
전혀 쑥스럽지 않은 얼굴로 선우이경은 쑥스러운 척을 했다.
‘어떻게 생겨 먹은 사인이길래 그래?’
호기심이 발동했다.
예찬은 의자를 슬쩍 뒤로 빼서 포토 카드 뒷면을 확인했다.
흰 바탕에 금색으로 쓰여 있는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글씨에 비해 그럴듯하군.’
예찬은 내심 감탄했다.
“그럼 다음으로 갑시다. 이제 세혁 씨가 설명해 볼까요?”
심상록은 이어서 언박싱을 맡기로 되어 있던 범세혁에게 자연스럽게 차례를 넘겼다.
범세혁이 유쾌하게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네! 맡겨 주십시오! 그럼 엽서를 찾아볼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포토 북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스티커가 먼저 나왔네요! 저희 로고 정말 귀엽죠?”
레굴루스의 로고와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제목을 캘리그래피로 적은 스티커였다.
귀엽다기보다 세련된 계열이었으나 팬들은 댓글 창에 열심히 ‘Yes’를 외쳐 주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 창을 뿌듯하게 지켜보던 범세혁은 다시 포토 북을 파르르르 넘겼다.
“지금 찾고 있는 건 엽서인데요. 멤버들 개인이랑 단체까지 총 10가지 중에 하나가 들어 있어요. 엽서 뒷면엔 저희가 쓴 편지가 적혀 있고…… 아, 찾았다.”
엽서를 손에 쥔 범세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번 엽서의 주인공은 해솔이 형!”
“축하합니다!”
“……축하할 일인가?”
아리송한 얼굴을 한 강해솔에게 범세혁이 엽서를 건넸다.
“네, 저의 엽서입니다. 머리를 탈색하기 전이라 지금이랑 좀 다르네요.”
얼굴과 나란히 엽서를 든 강해솔이 말했다.
“그럼 강해솔 씨, 편지를 읽어 주시죠!”
“네?”
예찬이 천연덕스럽게 끼어들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강해솔이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예찬을 돌아보았다.
나머지 멤버들도 예찬에게 동조했다.
“읽어 줘! 읽어 줘!”
“아니, 이 사람들이……! 이클립틱한테만 살짝 읽어 주는 거라면 모를까, 여기선 안 읽을 거예요.”
금방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강해솔은 엄한 표정을 지어 내며 팔짱을 끼었다.
“어디 보자. 읽어 주세요, 우리만 듣는다고 생각하고 읽어 주라, 강해솔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 멤버들 당장 귀 막아…… 이상 실시간 댓글을 전해 드렸습니다.”
그새 태블릿을 들어 올린 채은성이 비장한 얼굴로 댓글을 줄줄 읊었다.
“…….”
잠시 미간을 구기고 고민하던 강해솔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엽서를 뒤집었다.
“……흠흠. 오늘도 잘 지내고 있나요, 이클립틱? 강해솔입니다.”
“와!”
환호하는 범세혁을 강해솔이 흘겨보았다.
범세혁은 곧장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강해솔이 엽서에 적힌 편지의 마지막 한 글자까지 낭독하고 나서야 언박싱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부채질로 식히며 강해솔이 이를 갈았다.
강해솔은 예찬이 들고 있는 골드 버전 앨범을 쏘아보았다.
“이거 처음 시작한 거 너였지? 그 앨범에 들어 있는 엽서는 반드시 네가 읽게 될 거야.”
“그러면 감사할 일이죠.”
예찬은 강해솔의 저주 아닌 저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작게 티격태격하는 사이에도 언박싱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카드 형태로 만든 가사집과 악보가 함께 들어 있어요.”
심상록의 설명이 끝나자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걸로 화이트 버전 앨범 언박싱이 끝났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
“어유, 고생은요! 봐주셔서 영광이죠.”
“그럼 이제 골드 버전 언박싱도 해 볼게요!”
가운데에 앉은 예찬을 포함한 다섯 멤버가 일사불란하게 앨범을 해체했다.
화이트 버전과 같은 구성이었기에 언박싱은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다.
“포카는 바로 저, 채은성입니다! 다들 박수!”
예찬은 채은성이 의기양양하게 들고 있는 포토 카드의 뒷면을 확인했다.
“……와, 이건 그냥 사인이 아닌데?”
예찬이 감탄하자 다른 멤버들도 관심을 보였다.
“어떤데?”
“공짜로 보기 좀 미안할 정도?”
“오, 진짜 예술의 경지인데.”
“저도 볼래요.”
호기심을 참지 못한 멤버들이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채은성의 뒤로 몰렸다.
“이거 이클립틱도 보여 주자!”
“이클립틱은 이미 다 알지.”
“그래도 좋은 건 나눠 봐야지!”
얼마나 신이 난 건지 범세혁의 목소리가 방방 뛰는 수준이었다.
채은성에게 포토 카드를 건네받은 배새벽이 테이블을 벗어나 카메라 앞까지 다가왔다.
배새벽은 화면에 잘 나올 수 있도록 포토 카드를 카메라 가까이 댔다.
“어때요? 보여요?”
예찬은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인 태블릿을 확인했다.
‘사인은 잘 보이고 있고, 댓글은…… 음.’
댓글 창엔 ‘정말 멋진 사인이지만 지금은 너희 얼굴 좀 보여 달라’는 요지의 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새벽 씨, 이제 다 보셨대요.”
예찬의 부름에 배새벽이 쪼르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들이 다시 비치자 댓글 창 또한 안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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