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36)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36화
다음 날 오전, 예찬은 매니저와 함께 채은성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너는 연습실로 가도 된다니까.”
채은성은 접수를 마칠 때까지도 예찬을 돌려보내려고 칭얼댔다.
깔끔하게 무시한 예찬은 새벽까지 이어졌던 전아체 촬영 중에 올라온 가온다의 뮤직비디오를 확인했다.
‘역시 별거 없군.’
티저 때부터 느꼈지만 빠르게 앨범을 내는 것에만 치중한 수박 겉핥기식의 음악이었다.
레굴루스도 만만치 않게 앨범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그 기간에 들인 밀도가 민망할 정도로 달랐다.
“뭐야? 가온다 뮤비 봐?”
자기가 어린애도 아니고 왜 병원까지 쫓아오냐며 투덜거리던 채은성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예찬은 흔쾌히 채은성의 손에 스마트폰을 건넨 뒤,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도 넘겨주었다.
이미 볼 걸 다 봐서 예찬에겐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심각한 얼굴로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감상한 채은성은 자연스럽게 다시 처음으로 화면을 돌렸다.
진지하게 영상을 분석하는 눈치라 예찬은 스마트폰을 돌려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채은성이 가온다의 뮤직비디오를 네 번째로 돌려보고 있을 때쯤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채은성 환자분,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
검사 결과, 전아체 의무실에서 들은 것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염좌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무리하지 않으면 금방 나을 겁니다.”
“저, 그러면 사흘 뒤에 무대가 있는데…….”
“적어도 일주일은 안 됩니다.”
단호한 의사의 말에 채은성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세 사람은 정중하게 의사와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일주일이라.’
확실히 큰 부상은 아닌 모양이다.
‘완벽하게 나을 때까진 의자에 앉아서 노래 부르면 되겠지? 일단 컴백 라이브 무대부터 수정해야겠네.’
채은성은 하루라도 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 하겠지만, 이런 부상에 초조함은 독이었다.
‘가벼운 부상이 만성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예찬 또한 경험한 적이 있을 만큼 흔하게 말이다.
차에 타서 안전띠를 맬 때까지도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채은성을 향해 예찬이 말했다.
“언제까지 죽상일 거야? 그렇게 넘어졌는데 인대가 끊어지거나 뼈가 안 나간 게 어디야.”
“그래도…… 컴백 무대 엄청 연습했잖아.”
“연습한 거 어디 안 도망치니까 걱정하지 마. 다 낫고 하면 되니까.”
‘이번 활동에서 무리라면 연말 시상식이나 나중에 콘서트나 투어에서라도 말이지.’
예찬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채은성이 물었다.
“……둘째 주부터?”
“그건 봐서.”
완벽하게 낫지 않는다면 둘째 주뿐만 아니라, 이번 활동 기간 내내 의자에 앉혀 둘 마음이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나 잠깐 눈 좀 붙인다.”
“…….”
채은성이 버럭 화를 냈지만 예찬은 태연히 눈을 감았다.
따가운 눈길이 볼을 쿡쿡 쑤셨지만 잠을 자기에 무리는 없었다.
연습실에 도착하자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왔다.
“병원에서 뭐래?”
“깁스한 거야?”
“심각한 건 아니지?”
“……일주일은 하고 있으래요.”
채은성의 말에 긴장하고 있던 멤버들은 저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휴, 다행이다. 심각하면 어쩌나 진짜 걱정했는데.”
“일주일이면 첫 주는 빠지는 거지?”
강해솔의 말에 예찬이 채은성보다 먼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대답했다.
“그때 봐서 둘째 주까지 빠질 수도 있고요.”
“둘째 주는 아니지!”
가만히 듣고 있던 채은성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반발했다.
“완벽하게 낫는 게 중요해.”
예찬은 험악한 상대방의 얼굴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사나운 얼굴은 거울만 봐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익숙했다.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별거 아닌 부상인데 괜히 무리했다가 더 크게 다치면 너무 억울하지.”
“그래도 둘째 주부터는 같이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안무 영상은 미리 찍어 둬서 다행이네!”
“……다들, 다들 너무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갈 것처럼 물기 어리게 소리친 채은성은 그대로 연습실을 빠져나가진 않았다.
그저 목발을 짚으며 천천히 구석에 놓인 의자에 가서 앉을 뿐이었다.
“음악은 제가 틀 테니까, 오늘은 바뀐 동선을 완벽히 익히자고요!”
이러쿵저러쿵 멤버들이 참견하는 건 결국 채은성을 걱정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채은성도 그걸 알고 있었다.
전아체에서 대기하는 동안 만약 채은성이 빠져야 한다면 어떻게 동선을 바꿀지는 이미 정해 두었다.
고개를 끄덕인 멤버들은 곧이어 흘러나오는 전주에 맞춰 새로운 동선을 생각하며 몸을 움직였다.
한참을 연습에 몰두하고 있으려니 분해 죽겠다는 얼굴을 한 채은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반드시 일주일 만에 완벽하게 낫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 * *
몇 번 더 연습을 반복한 뒤, 멤버들은 점심시간에 맞춰 스타 라이브를 켰다.
제목을 ‘채은성, 병원 다녀왔습니다! 멀쩡합니다! 걱정해 준 복숭아들 고마워요!’라고 써서 그런지 매우 빠른 속도로 팬들이 입장했다.
그에 맞춰 댓글들도 주르륵 쏟아지고 있었다.
– 은성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전아체 죽어 버려ㅗㅗㅗㅗㅗㅗㅗㅗ
– SH I love you
– 은성아 진짜 괜찮아?
– 컴백해도 되는 거야??
– 다리 보여 줘!!
– 예찬아 씨름해 봐
간간이 주제가 다른 댓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채은성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미 스포는 다 돌았군.’
어제 녹화에 참여했던 팬들이 방송에 나올 것보다 더 자세하게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운데 앉아 있던 채은성이 반깁스를 한 발을 들어 보였다.
“심각한 건 진짜 진짜 아닌데요. 만약을 대비해서 이렇게 깁스도 했어요! 하나도 아프진 않아요! 진짜로!”
채은성으로서는 자신의 멀쩡함을 어필할 의도였으나 팬들은 삽시간에 눈물 바다를 만들었다.
– 깁스 어떡해ㅠㅠㅠㅠㅠㅠ
– 진짜 전아체 죽어 버려ㅗㅗㅗㅗㅗㅗㅗㅗㅗ
– 은성이 다리ㅠㅠㅠㅠㅠㅠㅠㅠ
– 언제 다 낫는 거야?
– 깁스는 언제까지 하는데?ㅠㅠㅠㅠㅠㅠ
– 후유증은 안 남겠지?ㅠㅠㅠㅠㅠㅠㅠㅠ
– 소중한 은성이의 다리가ㅠㅠㅠㅠㅠ
빠르게 움직이는 댓글들을 눈으로 읽고 있던 채은성이 대답했다.
“어, 일단 일주일은 하고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완벽하게 나았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 전까진 하고 있을 거라서,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을 거예요.”
예찬은 채은성이 팬들에게 혹여 헛된 희망을 심어 주기 전에 재빨리 끼어들었다.
– 완벽히 낫는 게 중요하지!
– 언제까지라도 기다릴게……!
– 우린 괜찮아!!
“여러분……!”
채은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흐물흐물해졌다.
‘됐군.’
팬들을 안심시키는 것과 널뛰는 채은성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두 가지 미션을 한 번의 스타 라이브로 해결한 예찬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 * *
촬영이 끝나고 이틀이 지났음에도, 아이돌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는 여전히 전아체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대기업의 역조공 클래스] [레굴루스가 전아체 역조공에 쓴 돈 계산해 봄(최소)] [애들 쿠키 만드는 영상 떴다!!] [전국 아이돌 체육 대회 추석편 스포일러]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선택한 아이돌 feat. 태릉] [저녁 조공 때 나눠 준 랜덤 폴라로이드 전부 찍어서 올려 줬다. 관심 있는 사람 보러 가라] [전아체 MVP돌의 오늘 뜬 따끈따끈한 2차 뮤비 티저 볼 사람?] [레굴루스 KEEP 카운트다운 라이브까지 앞으로 24시간]특히 이번 전아체의 상을 휩쓸다시피 한 레굴루스의 팬들의 기세가 대단했다.
호화로웠던 점심과 저녁 역조공, 그중에서도 멤버들이 직접 만든 쿠키가 무척이나 호평을 받고 있었다.
예찬은 커뮤니티 창을 닫고 얼마 전에 올라온 쿠키 만들기 영상을 클릭했다.
실시간으로 댓글이 늘어나고 있었다.
“만들 땐 진짜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하길 잘했다, 그치?”
예찬의 옆에 붙어서 같이 팬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선우이경이 산뜻하게 웃었다.
예찬도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만들 땐 정말 힘들었지…….’
몸이 고된 것도 고된 것이었지만, 아홉이나 되는 대인원이 복작복작 모여서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심지어 그중엔 심상록처럼 손만 대면 음식을 망치는 악마의 손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과자를 받고 기뻐하던 팬들의 얼굴이나 비하인드 영상에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을 보니 고단했던 기억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다음번엔 뭐 하지?!”
“도시락을 직접 만드는 건 무리일까요?!”
“간식으로 참아. 도시락은 맛이 있어야지.”
뒤쪽에선 최근 붙어 다니는 일이 늘어난 띠부띠부씰 삼총사가 떠들고 있었다.
강해솔의 냉정한 말에 범세혁과 정의탁이 들고 일어섰다.
“쿠키는 맛있었어요!”
“하기도 전에 글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니, 그건 꼭 안 해 봐도 알 거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도 수십에서 수백 명의 도시락을 아홉 명이서 만드는 건 무리였다.
강해솔이 냉정하게 두 사람을 잘라 냈다.
“맛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위생적으로도 도시락은 무리야.”
두 사람이 뭐라 불평하며 강해솔에게 들러붙었다.
예찬은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진드기 같은 두 사람을 떼어 냈다.
“예찬아, 문자 왔다.”
선우이경이 건네준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유피테르의 리더 황시우에게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 나도 쿠키
쓸데없는 메시지였다.
예찬은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 다이어트 하셔야죠.
옆에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선우이경이 놀랍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시우 선배님이랑 되게 친해졌구나.”
“……뭐, 그러네요.”
아니라고 단박에 반박하기엔 자신이 생각해도 좀 친해져 버렸다.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돼 버린 건지…….’
그때 조용히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우휘겸이 간만에 입을 열었다.
“전아체 때 힘들긴 했지만 오랜만에 복숭아들이랑 직접 봐서 좋았어요.”
미미한 미소를 입가에 건 우휘겸의 말에 연습실 분위기가 한결 훈훈해졌다.
“아, 그래도 은성이 네가 다친 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해.”
아무도 뭐라고 한 사람은 없었지만 혼자 놀란 우휘겸이 채은성을 향해 빠르게 변명했다.
“아니, 나 다친 거랑은 별개지. 나도 오랜만에 복숭아들 봐서 좋았는데 뭐.”
채은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던 선우이경이 벌떡 일어났다.
“컴백을 하면 복숭아들이랑 또 매일 볼 수 있겠지? 그런 복숭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완벽하게 무대를 만들기 위해선 뭐를 해야 할까요?”
구석에 누워 있던 배새벽이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연습을 해야죠.”
“새벽이 정답! 자, 쉬는 시간 끝났으니까 다시 연습하자!”
이틀 내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으나 누구 하나 빼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바뀐 동선 또한 완벽하게 습득했다.
아쉬운 얼굴을 한 채은성이 음악을 틀자, 멤버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열을 맞췄다.
컴백까지 앞으로 남은 날짜는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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