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44)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44화
– 황시우 전아체 때도 계속 하예찬이랑 놀았다던데 ㄹㅇ임?
└ ㅇㅇ 요새 SNS 스토리에도 심심하면 둘이 메신저 한 거 올림 오늘도 올렸던데
└└ 우리 시우 또 후배랑 럽스타하냐
└└└ 시또럽ㅋㅋㅋㅋㅋ 시우라서 놀랍지 않음ㅋㅋㅋㅋㅋ
– 근데 시우 쉬는 시간에 찍힌 사진들 진짜 풀멘 앞 아니면 후배 옆 둘 중 양자택일임ㅋㅋㅋㅋ 우리 애지만 정말 일관성 있다ㅋㅋㅋㅋㅋ
유피테르의 예능부터 시작된 황시우와 예찬의 인연은 전아체에서 마지 형제와도 같은 끈끈함을 과시하며 팬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사실은 유피테르 멤버들이 없어서 심심한 황시우가 쉬는 시간마다 예찬을 찾아왔고, 차마 선배를 문전 박대할 수 없던 예찬이 시큰둥하게 말을 섞었을 뿐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랬다.
황시우는 침이라도 발라 놓는 것처럼 SNS에서도 예찬과 친한 티를 아낌없이 냈다.
예찬의 허락을 받고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 중 재밌는 부분을 캡처해 올린다든지, 예찬과 찍은 사진을 ‘내 후배’ 등의 멘트와 함께 올린다든지 했다는 뜻이다.
– 하예찬 황시우 픽인 거 보니 곡 좀 쓰나 보네
└ 업계의 [황>금귀 [황>시우
황시우의 작곡돌 마니아 기질을 익히 알고 있는 유피테르의 팬덤 풀멘은 ‘아, 쟤가 간만에 취향을 저격당했구나.’하고 그러려니 했다.
레굴루스의 팬덤 이클립틱은 대선배님이 뿌려 주는 떡밥을 기꺼이 받아먹으며 선배님께 귀여움받는 예찬을 귀여워했고.
– 예찬이 선배님한테 보낸 메시지 왤케 귀엽냐?ㅠㅠㅠ 맞춤법 딱딱 지키는 거 진짜 좋음ㅠㅠㅠㅠ
└ 나도ㅠㅠㅠㅠㅠㅠ 하 생긴 건 진짜 사나운데 문자만 보면 동글동글 아기 사자임ㅠㅠㅠㅠ
└└ 우리 예챠니 얼굴도 아기 사자인데?? 아직 갈기도 안 난 신생아인데??
└└└ 어르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 상황에서 분노한 것은 올림포스 소속 아이돌인 불카누스의 팬덤 플라마였다.
[아 개X끼 진짜 X같네 지네 직속 후배는 내팽개치고 또 엄한데 꽂혀서 X랄이야]주어가 없음에도 불카누스의 팬들은 누구의 이야기인지 척 알아들었다.
불카누스라는 그룹 이름처럼 뜨거운 댓글들이 쏟아졌다.
– 난 그 새끼가 후배를 그렇게 살뜰히 챙길 줄 아는 놈인 줄 몰랐다 진짜ㅋㅋㅋ
└ 내 말이ㅋㅋㅋㅋ 우리 애들이랑 있을 때는 X나 가오 잡고 미간에 인상 팍 쓰고 앉아 있으면서ㅋㅋㅋㅋㅋ
현 K-pop 시장의 양대 산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피테르가 같은 소속사 후배인 불카누스를 성적이 안 좋으니 무시한다고 은연중 생각하던 플라마는 신인을 향한 황시우의 러브 콜에 분노했다.
– 걔 팬들이 자꾸 작곡돌 좋아해서 어쩔 수 없다고 X랄하길래 그러려니 했거든? 근데 우리 애들도 이제 작곡하는데 태도 그대로임ㅋㅋㅋㅋ
└ ㅋㅋㅋㅋ나도 너무 어이없어서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그쪽이 작곡한 거 들어 봤는데 우리 애들 거보다 후지더라ㅋㅋㅋㅋㅋㅋ
– 딱 봐도 후배 화제성에 비벼 보려는 거지 솔직히 윺 걸어 다니는 화석 된 지 오래 아니냐?
└ 화석돌 빨리 군대로 꺼졌으면ㅠㅠㅠㅠㅠ
– 올림포스 장점이 선후배 관계성이니 선배의 후배 내리사랑이니 뭐니 떠드는 거 너무 역겨움
└ ‘선택적’ 후배 사랑이면 인정함ㅋ
– ㅎㅅㅇ 말고 2가won도 어이없음ㅋㅋㅋ 수요돌 메보 특집 나왔을 때 야에리말고 금이랑 ‘그’ 후배가 올림포스인줄?ㅋㅋㅋㅋ
└ 야 그래도 2가는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어서 야에리 데리고 나갔잖아 황 그 새끼는 랩특집에 불이들 아예 안 데리고 나감 ㅆㅂ
남의 집안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레굴루스와 이클립틱에겐 다행히도 불카누스의 팬덤은 예찬보다 황시우를 욕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 황시우의 팬덤은 못 나가는 후배 팬덤의 패악질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넘겨줄 만큼 온화하지 않았다.
– 지네 오빠도 작곡돌인데 왜 안 예뻐해 주냬ㅋㅋㅋㅋㅋ 야 너넨 솔직히 곡이 아니잖아ㅋㅋㅋㅋㅋㅋ
– 불돌이 빨다가 고막 다 탔나;;; 어떻게 하ㅇㅊ이 작곡한 곡이 지들보다 구리다고 하지??;;;;
– 꼬우면 느이 오빠한테 작곡 좀 잘해 보라고 읍소 좀 해라 제발ㅠㅠ 너네 새끼들이 작곡한 곡 들어 봤다가 너무 구려서 울었어ㅠㅠㅠㅠ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세요 아무도 안 잡음♡ 불카누스의 올림포스 탈출을 응원합니다♡
– 나 매일매일 달력 보잖아^^ 우리 불돌이들 재계약 시즌 빨리 돼서 제발 얼른 남남 되면 좋겠다^^
└ 얘네 재계약 안 함?
└└ 올림이 안 해 줄 듯?
– 올림포스의 수치 불카누스 해체해라!
└ 나는 해체까진 안 바람 그냥 올림포스 이름만 떼면 만족함 플루토-미네르바-유피테르-케레스까지 이름만 들어도 케이팝 드림팀인데?? 싶은데 여기다 불카누스 끼면 갑자기 분위기 X됨
예찬과 황시우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계기로 올림포스 소속의 두 팬덤이 서로 싸우고 있는 사이.
예찬은 ‘수요 아이돌’ 녹화를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수요 아이돌 녹화라니, 너무 떨린다! 뭔가 진짜 아이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야.”
“지금까진 아니었단 거야? 우리 데뷔한 지 벌써 삼 개월이 넘었는데, 은성이 너 너무 느린 거 아니야?”
“벌써라뇨, 이경이 형! 겨우 삼 개월이죠! 와, 그런데 진짜 놀랍네요. 삼 개월 만에 다음 앨범을 내고 활동하다니……!”
“팬들이 공백기 짧은 아이돌 콘셉트라면 대환영이라던데.”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찬은 언제쯤 다음 앨범의 공백기도 만만치 않게 짧을 거란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가늠했다.
“아이고, 어서들 와요! 예찬 씨, 또 봐서 반가워요!”
“오늘 잘 부탁해요!”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수요돌 MC 두 사람이 살갑게 인사를 해 왔다.
화면 너머로만 보던 MC들의 등장에 채은성을 비롯한 몇몇 멤버의 눈이 빛났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예찬이 대표로 전날 멤버들과 정성껏 사인을 해 둔 CD를 건넸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눈치껏 인사를 합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라에 녹화 중을 알리는 빨간 불이 들어오고, MC들이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아, 이번 주 손님은 이 누추한 스튜디오에 모시기 정말 죄송스러운데요.”
“그게 무슨 의미죠? 그러면 지난주에 나온 가온다는 여기 모시기 적합했다, 이런 뜻인가요?”
‘그러고 보니 오늘 방송분 게스트는 가온다였나.’
수요돌은 수요일에 촬영한 분량을 그다음 주 수요일에 방영했다.
덕분에 다음 화 예고가 그 주 월요일에나 되어서야 나왔는데, 이번 주 게스트는 가온다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 누님! 그 친구들은 신인이고! 여기 친구들은 2집 아닙니까, 2집!”
“솔직히 말해 봐요. NJ한테 뭐 받았어?”
“네, 이번 주 아이돌은 K-pop을 접수하러 온 NJ의 왕자님, 레굴루스입니다!”
MC가 말을 돌리듯 레굴루스를 불렀다.
원래 뜬금없는 타이밍에 들어오라고 부르는 걸 알았기에 예찬은 망설임 없이 스튜디오 안으로 발을 들였다.
“둘, 셋.”
“빛나는 당신의 별! 안녕하세요, 레굴루스입니다.”
“워후, 잘생겼다!”
“길쭉하다!”
일렬로 나란히 선 멤버들을 MC들이 뜨겁게 환영했다.
항상 TV로만 보던 스튜디오 안에서 유명한 MC들에게 치켜세워지자 멤버들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수줍어했다.
“자, 그럼 첫 번째 코너를 빨리 진행해 볼까요!”
“와……? 와아아!”
상상보다 더 산만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당황한 것도 잠시.
어느새 준비된 의자에 앉은 멤버들은 옆 사람을 대신 소개해 주는 ‘서로 소개 코너’에 완전히 몰입했다.
가장 먼저 심상록이 MC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이 쓰여 있는 카드를 받은 뒤 앞으로 나섰다.
“이름, 선우이경. 나이, 스물셋. 포지션은 댄스. 외적 매력 포인트는, 음, 눈 아래 점? 그리고 취미는…… 드라이브, 맞지?”
중앙에 설치한 간이 발판 위에 올라간 심상록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질문을 받은 선우이경이 온화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먹이를 찾은 MC들은 하이에나처럼 덤벼들었다.
“상록 씨! 좀 더 자신감 있게 말해야죠!”
“그렇게 멤버에 대해 자신이 없습니까! 같이 살고 있는데!”
“그 정도 같이 살았으면 본가에 수저가 몇 벌이 있는지도 알아야죠! 상록 씨! 이경 씨네 본가에 수저가 몇 벌 있습니까!”
“네? 어어…….”
“하하, 그건 저도 모르겠는데요.”
“이경 씨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이경 씨 본가에 수저가 몇 벌 있는지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아빠, 엄마. 제보 부탁해요!”
선우이경이 장난스럽게 카메라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카드에 적힌 나머지 질문을 읽으며 선우이경의 프로필을 반쯤 지어내다시피 한 심상록이 이마에 배어 나온 땀을 닦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바톤을 터치하듯 대신 예찬이 앞으로 나갔다.
“예찬 씨가 누구였죠?”
“저 해솔이 형이요.”
코너를 시작하기 전 강해솔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뽑은 예찬이 뿌듯하게 가슴을 폈다.
눈이 마주친 강해솔의 얼굴에 불안이란 이름의 그늘이 드리워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이름, 강해솔. 나이, 스물하나. 포지션은 래퍼. 좋아하는 건…….”
강해솔이 새빨개진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가 예찬의 입을 틀어막는 데까지는 그로부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읍, 읍, 으으읍!”
“해솔 씨, 진정하세요!”
“해솔 씨가 이렇게 흥분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신빙성이 높은 이야기였나 봅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라고요!”
입이 막힌 채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보인 예찬은 약 10분 뒤 강해솔처럼 귀까지 빨개진 채 우휘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믄흐르그…….”
“……?”
순도 100퍼센트 칭찬을 코앞에서 듣는 것이 이렇게 창피한 일인 줄은 몰랐다.
“이거 아까 봤던 장면 아닌가요?”
“사람만 좀 바뀐 거 같은데요.”
그 후로도 몇 번 멤버들의 난입이 있었으나 어찌어찌 첫 번째 코너가 끝이 났다.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제작진은 재빠르게 멤버들이 앉아 있던 의자를 멀리 치웠다.
‘딱 봐도 다음 코너는 몸으로 하는 거군.’
조금 전과는 살짝 다른 긴장감이 멤버들 사이로 맴돌았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코너가 맞습니다!”
“빠지면 속상한 바로 그 코너!”
양팔을 위아래로 각각 뻗은 MC들이 의기양양하게 입을 모아 외쳤다.
“랜덤 플레이 댄스!”
동시에 오른쪽 팔목이 세게 잡혔다.
익숙한 악력에 고개를 돌려 보니 역시나 채은성이었다.
잔뜩 흥분한 얼굴의 채은성이 말했다.
“나, 이거 진짜 해 보고 싶었어!”
아침에 깁스를 풀고 와서 천만다행이라며 채은성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멤버들도 걱정과 기대가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예찬은 초연한 미소를 지었다.
하이라이트 부분만 편집되어 방영된 영상밖에 보지 못한 멤버들은 모를 것이다.
‘진정한 랜덤 플레이 댄스의 공포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