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45)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45화
랜덤 플레이 댄스란, 말 그대로 랜덤으로 나오는 음악의 랜덤으로 바뀌는 파트에 맞춰서 춤을 추는 콘텐츠였다.
지금 레굴루스가 도전할 콘텐츠는 그보다 좀 더 기본이 되는 자신의 그룹의 곡만 나오는 랜덤 플레이 댄스였다.
방송에 나오는 분량은 대략 10분에서 15분.
방송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있었고, 레굴루스 멤버들 또한 가장 좋아하는 코너였다.
그러나 방송에 10분 나온다는 것은 촬영은 그보다 훨씬 길게 한다는 의미였다.
‘평소 연습량을 생각하면 서너 시간쯤은 거뜬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카메라 앞에서 랜덤으로 바뀌는 곡에 맞춰서 동선도 바꿔 가며 춤추는 건 또 다른 일이거든.’
게다가 틀리면 안 된다는 중압감마저 더해진다.
예찬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멤버들을 훑어보았다.
‘과연 이 코너가 끝난 후에도 미소를 유지할 수 있을지…….’
MC들이 중앙에 자리를 잡은 멤버들을 향해 규칙을 설명했다.
“나오는 곡은 1집의 ‘Only my you’, ‘Day & Day’, ‘Choose your prince’, ‘I‘m your prince’, 2집의 ‘KEEP YOUR CHIN UP’, ‘Keep DOWN’까지 총 여섯 개입니다.”
츄마프 덕에 신인치고 안무가 있는 곡이 꽤 됐다.
‘곡이 많을수록 재미있으니 잘된 일이지.’
“다들 수요돌 애청자라고 하니 이미 아시겠지만, 스무 번 이내에 성공하는 경우 수요돌이 레굴루스 이름으로 팬들에게 커피차를 쏩니다! 물론 실패할 경우엔 국물도 없는 거 아시죠?”
“한 번 도전할 때마다 실패한 멤버에겐 가벼~ 운 벌칙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네!”
이날만을 기다려왔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멤버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자, 그러면 다들 자리 잡으시고…… 이번만 특별히 알려드리자면 처음엔 ‘KEEP YOUR CHIN UP’이 나옵니다!”
어떤 대형으로 서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멤버들에게 MC가 선심을 쓰듯 말했다.
단번에 얼굴이 밝아진 멤버들이 재빨리 ‘KEEP YOUR CHIN UP’의 시작 대형에 맞춰 자리를 옮겼다.
‘그거 아닐 텐데.’
MC는 ‘KEEP YOUR CHIN UP’을 틀겠다고 했지, ‘KEEP YOUR CHIN UP’의 전주부터 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난데없이 2절 후렴이나 댄스 브레이크를 틀어 버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더만.’
수요돌을 볼 만큼 봐 놓고도 전주가 흐를 거라고 믿는 멤버들의 순진함에 놀라면서도 예찬은 순순히 장단에 맞췄다.
돌발 행동을 해서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다 눈이 마주친 선우이경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쪽도 알면서 속아 주고 있군.’
랜덤 플레이 댄스의 성공과 실패를 가리는 것은 결국 수요돌의 MC들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필연적으로 사감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일.
‘눈에 띄는 순간 타깃이다.’
적어도 지금부터 첫 번째 도전이 끝날 때까지 튀는 행동은 금물이었다.
‘나만 아니면 돼……!’
리더가 가지기엔 조금 불손한 마음가짐으로, 예찬은 언제라도 맞는 위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발끝에 힘을 실었다.
‘내 파트면 센터로 이동하고, 댄브면 왼쪽으로…….’
“레굴루스의 첫 번째 도전, 시작!”
그리고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것은 ‘KEEP YOUR CHIN UP’의 전주였다.
‘……응?’
“하예찬 틀렸어요!”
예상과 다른 전개에 예찬이 잠깐 멈칫하는 것을 매의 눈으로 잡아챈 채은성이 스튜디오가 떠나가라 외쳤다.
멤버의 배신에 예찬은 이마를 짚었다.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 같은 웃음을 흘리며 MC들이 다가왔다.
‘진짜 전주를 틀 줄이야…….’
이렇게 정직한 프로그램이 아니지 않았나?
‘여기선 엉뚱한 파트가 나와서 다들 당황하는 그림이어야 하지 않냐고…….’
“아아니, 예찬 씨. 왜 다 떠먹여 줬는데도 틀리시나요?”
“이거 이거, 의외로 예찬 씨가 레굴루스의 구멍이었군요?”
웃음으로 얼버무리려는 예찬을 두 MC가 추궁했다.
‘여기서 전주 말고 다른 부분을 틀 줄 알았다고 하면…… 사람을 왜 이렇게 못 믿냐며 더 신나게 몰아가겠지?’
계산을 마친 예찬은 냅다 손가락을 뻗었다.
“진짜 잠깐 멈칫한 건데, 이렇게 멤버를 파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팔다니! 나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거든!”
논점을 흐리며 물귀신 작전을 사용하자, 순식간에 배신자로 몰린 채은성이 펄쩍 뛰며 기겁했다.
“그런 것치곤 너무 환하게 웃던데?”
예찬은 끈질기게 채은성을 배신자로 물고 늘어졌다.
이대로 오늘의 타깃으로 낙점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공방에 MC들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둘 중 누굴 오늘의 먹잇감으로 삼을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흠…….”
시작한 지 1초도 안 돼 틀린 허접스러운 리더냐.
그런 리더를 함박웃음과 함께 고발한 전직 무용 전공생이냐.
이윽고 MC들이 결론을 내렸다.
“은성 씨가 과연 얼마나 잘하는지 다음 도전부터 눈에 불을 켜고 봐야겠어요. 그리고 예찬 씨는 벌칙 존으로 이동합시다.”
‘됐다!’
100퍼센트는 아닐지언정 쏠린 관심을 분산시켰다.
‘이제부터 안 틀리면 된다, 안 틀리면.’
소리만 요란한 뿅망치를 맞고 자리로 돌아온 예찬은 의욕적으로 다음 도전에 임했다.
배신자 딱지가 붙은 채은성도 두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넘치는 의욕은 때때로 화를 불렀다.
“이거 예찬 씨가 구멍 맞네!”
“어어? 이번엔 은성 씨?”
“예찬 씨, 눈 마주쳤잖아요. 왜 피해요.”
“다들 스톱! 은성 씨 왜 혼자 앉아 있어요?”
“어이쿠, 이번엔 둘이 부딪혔네.”
“영혼의 단짝이네, 영혼의 단짝이야.”
MC의 집요한 관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예찬과 채은성의 활약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다른 멤버들도 실수하긴 했으나 두 사람의 활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첫 연습 때도 이렇게 틀리진 않았는데……!”
열아홉 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나자 채은성이 분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예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후. 이제야 알겠냐, 채은성. 랜덤 플레이 댄스의 무시무시함을…….”
“예찬아, 네가 제일 많이 틀렸어.”
“…….”
나머지 멤버들에 비해 배는 핼쑥해진 두 사람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심상록이 차분하게 지적했다.
예찬은 입을 다물었다.
“레굴루스 뭡니까. 칼군무돌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 오랜만에 실패 가나요? 실패 각이죠?”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MC들이 장난스럽게 도발을 걸어왔다.
“너무 못하니까 특별히 처음 곡을 정해 줄게요. ‘Only my you’부터 갑니다.”
어느새 랜덤 플레이 댄스에 익숙해진 멤버들이 꾸물꾸물 ‘Only my you’ 전주 대형으로 위치를 옮겼다.
예찬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Only my you’를 재생했다.
‘전주부터 시작한 다음 두 번 정도 파트 점프로 온마유를 추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겠지? 그러면…….’
“레굴루스의 스무 번째 도전, 시작!”
자존심을 건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래, Only my you.]‘뭐?’
전주에 맞춰 힘차게 첫 동작을 시작하려던 멤버들은 난데없는 후렴구의 등장에 짠 것처럼 다 같이 굳었다.
“땡!”
“월척이요~!”
MC들의 흥에 겨운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다.
허망한 얼굴로 멤버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아니…….”
“레굴루스의 랜덤 플레이 댄스, 실패!”
마지막 도전은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끝이 났다.
* * *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랜덤 플레이 댄스 코너가 끝나고 조각조각 난 멘탈을 이어 붙인 멤버들은 남은 촬영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 노력이 전해진 건지 제작진들은 더없이 호의적인 태도로 멤버들을 치하했다.
“이야, 레굴루스 진짜 대단하네. 오늘 너무 고생했어요.”
“다음에 앨범 내면 그때도 꼭 나와야 해요.”
“불러 주시면 언제든 감사히 나오겠습니다!”
신인다운 태도로 인사를 마치고 스튜디오를 빠져나오자 빳빳하게 힘을 줬던 몸이 흐물흐물 늘어졌다.
“와…… 진짜 보는 거랑 다르구나. 방송에선 뭔가 뚝딱뚝딱 순조롭게 진행됐는데.”
“촬영도 진짜 오래 하네요.”
“그러게. 근데 어쩐지 내가 한 말은 다 잘릴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들어.”
“상록이 형, 그런 얘기 하지 말아요. 저도 그럴 것 같은데 말이 씨가 될까 봐 참고 있다고요.”
예찬은 차에 올라탄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 내는 다를 시트에 기댄 채 조용히 들었다.
‘후, 호되게 겪었으니 수요돌, 특히 랜덤 플레이의 공포를 알았…….’
“랜덤 플레이 댄스까지는 진짜 재미있기만 했는데.”
“……!”
“억!”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배신감에 몸을 벌떡 일으키려 했으나 안전띠에 가로막혔다.
채은성도 똑같은 행동을 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풉.”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강해솔이 입을 틀어막았으나, 웃음이 한 박자 먼저 밖으로 샌 뒤였다.
‘……이 형이.’
도발에 제대로 낚여 버린 예찬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뒤쪽에서도 킬킬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웃어라 웃어.’
예찬은 오늘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삼키며 다시 시트에 몸을 묻었다.
* * *
컴백 둘째 주 음악 방송이 시작되었다.
둘째 주라고는 해도 엔카운트다운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에는 첫 출연이었기에 스페셜 컴백 무대를 함께 준비하느라 여전히 바빴다.
레굴루스는 참여하는 모든 음방에서 가온다와 함께 1위 후보가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1위는 레굴루스였다.
“감사합니다!”
“복숭아들 사랑해요!”
첫 1위 트로피를 받고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던 정의탁도 세 번째로 트로피를 받던 날엔 적응이 됐는지 활짝 웃기만 했다.
그리고 돌아온 일요일, 레굴루스는 네 번째 트로피를 받기 위해 HBS 스타가요 대기실에서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헉, 선배님!”
“아, 안녕하십니까!”
대기실 밖이 조금 소란스러워졌을 때, 옆에 내려 두었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최근 어디서 번호가 샌 건지 곤란한 연락이 종종 걸려 오던 걸 떠올리며 화면을 확인한 예찬이 멈칫했다.
– 리스피릿 박마루입니다. 지금 그쪽 대기실 앞에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행동력 봐라.’
날짜를 헤아려 보니 전아체에서 본 이후로 대충 보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만약 그다음 날 바로 건강 검진을 받았다면 결과가 나올 즈음이었다.
‘지금 나를 보러 온 걸 보면 병원에 다녀왔단 거겠군.’
그렇지 않아도 슬슬 확인해야 하나 싶었는데, 제 발로 온 덕에 수고를 덜었다.
‘……많이 늦지 않으신 거면 좋겠는데.’
예찬은 지체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 잠깐 선배님 좀 뵙고 올게요.”
“와, 황시우 선배님 여기까지 오셨어? 황시우 선배님이 예찬이 널 정말 사…… 좋아하시나 보다.”
“제 생각엔 예찬이 형이 보증 서 달라고 해도 서 주실 거 같아요.”
“난 결혼하자고 해도 할 거 같다고 느꼈는데.”
“떽! 아이돌이 결혼은 무슨!”
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신이 났다.
예찬은 카리스마의 화신으로 꼽히는 황시우의 이미지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떠올리다 혀를 찼다.
‘자업자득인가.’
“황시우 선배님 아니고 다른 선배예요.”
생뚱맞게 박마루가 왔다고 하면 무슨 일로 온 건지 꼬치꼬치 캐묻느라 한참을 붙잡혀 있을 게 뻔했기에 예찬은 문을 열기 직전에야 한마디를 남겼다.
재빨리 대기실을 빠져나와 고개를 돌리자, 복도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는 박마루가 보였다.
“아.”
박마루가 한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했다.
그 멋쩍은 표정만 봐도 어머니의 상태가 최악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찬은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