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56)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56화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숙소 생활 tmi는 계속 이어졌다.
“네, 다음은 이경 씨. 이쪽으로 앉아 보시죠.”
“아까부터 이 자리만 취조실인가요?”
능글능글 웃으며 심상록과 자리를 바꿔 앉은 선우이경은 이어지는 질문들도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지금까지 혼자 방을 썼는데, 다음에 방을 바꾸게 된다면 누구랑 쓰고 싶으신가요?”
“저는 무조건 상록이요. 절대로 상록이랑 쓸 거예요.”
“아, 네. 그럼 반대로 같이 쓰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요?”
딱 봐도 심상록을 물고 늘어지는 게 보여서 대충 넘기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선우이경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달리 무척이나 진지해졌다.
“지금 저 혼자 방을 쓰고 있잖아요?”
“그렇죠.”
“다른 멤버들은 다 같이 쓰고 있고요.”
“그렇죠.”
“솔직히 누구라도 좋습니다! 제발 다음엔 저랑 같이 방 좀 씁시다!”
예찬은 선우이경의 주어 없는 솔직한 구애에 마찬가지로 솔직한 소감을 남겼다.
“누구라도 좋다니, 전 같이 쓰기 싫어졌는데요.”
“아, 나도.”
“저도요.”
“와, 나만 그런 거 아니었구나.”
“……저도.”
예찬의 말에 옆에 앉은 멤버들도 차례차례 동조했다.
선우이경은 그렇지 않아도 처진 눈매를 한층 더 처량하게 만들었다.
“오늘 몰이 대상은 나야?”
“자업자득이네요.”
물론 예찬은 처량한 척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이경 씨는 숙소 생활을 하면서 멤버들에게 정말 고마운 일이 있었나요?”
“아, 완전 있어요. 멤버들이 워낙 자주 이야기해서 우리 복숭아들도 다 알 거 같은데, 제가 숙소에서 자주 밥을 만들잖아요.”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갑자기?”
이야기를 듣던 예찬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선우이경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어! 복숭아들이 우리 뭐 먹었는지 궁금하대요!”
태블릿을 확인한 채은성이 말했다.
그 말대로 채팅창에는 멤버들의 식탁을 궁금해하는 댓글들이 우르르 올라오고 있었다.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 오늘의 아침 밥상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복숭아들! 오늘 메뉴는 불고기랑 계란말이였어요!”
“현미밥이랑 된장국, 그리고 열무김치도요!”
“오늘 진짜 맛있었지~”
“그게 아니라 항상 맛있지!”
예상보다 반응들이 뜨거웠는지 선우이경은 드물게 양 볼을 붉히고 헛기침을 했다.
“흠흠, 다들 그렇게 좋아해 주니 보람이 있네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어서 밥을 만들기 시작한 거지만, 여러 사람이 먹을 걸 준비하려니까 좀 버거울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 항상 해솔이가 묵묵히 도와줘서 고맙다고 생각해 왔어요.”
“아니, 저는 정말 그냥 보조하는 정도죠.”
갑작스레 지명받은 강해솔이 고개를 저었으나 선우이경은 제 할 말을 계속했다.
“해솔이가 안 그렇게 생겨서 진짜 정도 많고 착해요, 여러분.”
“……지금 칭찬하는 거 맞죠, 형?”
“당연하지, 브라더.”
선우이경의 순서가 끝나자 떨떠름한 얼굴로 강해솔이 자리에 앉았다.
“해솔 씨는 숙소 생활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집에 오자마자 씻고 싶은데 사람이 많다 보니 기다려야 하는 점?”
“오, 그거 저도 공감합니다.”
“채은성 너는 그래도 빨리 들어가는 편이지.”
“하예찬 조용히 해.”
“우리 다음엔 화장실이 아홉 개 있는 집으로 가요!”
“세혁아, 그건 좀…….”
누가 한 마디 하면 열 마디가 따라붙는 바람에 질문 하나당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예찬도 빼지 않고 한마디 거들다가 슬쩍 신 PD 쪽을 확인했다.
다행히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딱히 빨리 진행해 달라는 제스처는 없었다.
‘제작진만 괜찮다면 첫 방송 기념으로 한 네 시간 정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마음의 짐을 덜어 낸 예찬은 시원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에 다시금 끼어들었다.
* * *
박마루가 최근 제일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어머니의 건강이었다.
“응, 엄마. 몸은 괜찮고? 수술 잘됐다고 끝이 아닌 거 알지? 네, 알겠어요. 다음 주쯤 한번 또 내려갈게.”
늦지 않게 병을 발견해 곧바로 수술까지 끝마친 어머니는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빠르게 회복 중이셨다.
통화를 끝마친 박마루는 잠시 내려놓았던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세혁 씨는 만약 룸메이트를 정하는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방으로 들어갈 건가요?] [저 그럼 제일 작은 방이요!] [어떻게 0.1초 만에 대답할 수가 있어? 우리랑 같은 방 쓰는 게 그렇게 싫었어? PD님이랑 룸메이트를 하는 게 더 좋다는 거야?] [아니지, 은성아. PD님이 나 대신 제일 큰 방으로 가는 거지.] [어, 그건 좀…….] [와, 휘겸이가 말을 했다!] [PD님, 앉으세요. 생방송이에요.]잠깐 줄여 놨던 볼륨을 키우자 기다렸다는 듯 오디오가 끊임없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자연스레 시선이 큐시트를 들고 있는 예찬에게 닿았다.
박마루가 최근 어머니의 건강 다음으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바로 어머니의 병을 예언한 저 ‘하예찬’이었다.
‘세상에 정말로 저런 사람이 있다니…….’
만화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 않은가.
가까이하기엔 조금 무서워서 감사 인사를 전한 이후로 연락을 취한 적은 없었지만, 신기한 마음에 자꾸 활동을 찾아보게 되었다.
처음엔 기사나 게시물에 레굴루스의 이름이 보이면 클릭해 보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새 레굴루스의 일정표를 캘린더에 적어 놓을 정도로 진심이 되어 버렸다.
‘그 정도로 신기가 있으면 복권 당첨 번호도 알 수 있을까? 꿈에 숫자를 든 귀신이 나온다든지…….’
예찬이 들었으면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혼날 법한 고민을 하는 사이, 차례차례 레굴루스 멤버들의 tmi 인터뷰가 지나갔다.
[휘겸 씨 덕분에 숙소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습니까? 인사로 얻어 낸 가전이나 가구 중 이거 없이는 못 살겠다 싶은 것이 있나요?] [로봇 청소기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첫 정산 받고 집에도 같은 걸로 주문해 드렸어요.] [숙소 생활을 하면서 은성 씨가 멤버들에게 베푼 가장 배려심 넘치는 행동은?] [이거 딱 하나만 골라야 하나요?] [네, 그럼 다음 차례는…….] [잠깐만, 기다려!] [의탁 씨한테는 반대의 질문이 들어왔네요. 어떤 상황에서 멤버들의 배려심에 감동했나요?] [형들이 이층 침대의 아래쪽을 양보해 줬거든요. 너무 자연스럽게 양보를 해 주셔서 그때는 말을 따로 못 했는데, 사실 정말 고마웠어요.] [새벽 씨가 단체 생활을 하면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뭔가요?] [너무 이른 기상 시간?]따끈따끈한 신인의 생생한 숙소 일화들을 듣고 있다 보니 절로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박마루는 자연스럽게 리스피릿의 데뷔 초를 떠올렸다.
‘그렇게 오래전도 아닌데 아득하게만 느껴지네.’
정찬양과 같은 날 입사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데뷔 조가 꾸려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데뷔 무대에 서 있었다.
돌이켜 보면 회사도 멤버들도 전혀 데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정찬양이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찬양이가 참 대단하긴 했지.’
예찬처럼 신기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정찬양은 꼭 미래가 보이는 사람처럼 리스피릿과 회사를 이끌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그런 정찬양의 뒤를 죽어라 쫓다 보니 어느새 최정상 아이돌의 자리에까지 올라와 있었다.
박마루는 다시 태블릿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큐시트를 배새벽에게 넘긴 예찬이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멤버들에게 고마웠던 적은, 음…… 첫 휴가 때, 저 혼자 숙소에 남은 게 마음에 걸렸는지 다들 집에 갔다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금방 숙소로 돌아왔거든요. 그땐 민망해서 제대로 말을 못 했지만 좀 감동적이었어요.] [……예찬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어허, 달라붙지 마세요.]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멤버들이 예찬을 끌어안았다.
예찬이 힘껏 밀어냈으나 별 소용은 없어 보였다.
어느새 한 뭉치가 되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레굴루스 멤버들을 바라보며 박마루는 다시금 리스피릿을 떠올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팀이 우리보다 더 돈독해 보이다니, 반성해야 하나?’
신비주의를 유지하느라 예능엔 나오지 않았어도 스타 라이브는 꾸준히 해 왔는데, 마지막에 냈던 스페셜 앨범 이후로 단체 라이브 방송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찬양이는 혼자서 전보다 더 자주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리바디는 리스피릿이 데뷔 이래로 가장 긴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주었지만, 예민한 팬들은 물밑에서 팀이 해체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었다.
‘……정말로 해체할지도.’
이대로 정찬양과 멤버들 사이의 골을 메우지 않으면 남은 계약 기간 동안 그냥저냥 허송세월하다 각자 갈 길을 찾아 찢어질 확률이 높았다.
처음엔 불화가 있는 줄도 몰랐던 회사도 얼마 전부터는 얼른 화해하라며 은근히 멤버들을 찌르고 있었다.
‘화해라…….’
영 잘될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아니라 찬양이가 원해야 하는 거잖아.’
정찬양이 원하지 않는다면 박마루가 화해하자고 대로에서 나체로 춤을 춰도 화해할 수 없을 것이다.
리스피릿도, 회사도, 결국엔 전부 정찬양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니까.
지금까지 정찬양은 자신의 공로를 생색내거나 자기가 고생한 몫을 더 챙기려 들지 않았다.
참 뻔뻔한 말이지만 그래서 정찬양에 대해 대단하다,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그 감정들이 사실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다니, 무슨 전 남친도 아니고…….’
제 잘난 맛에 취해 있던 다른 멤버들도 정찬양과의 냉전이 길어지자 점점 기가 죽더니, 요새는 방 밖으로 나오는 일도 거의 없을 정도였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앞으로 대체 어떻게 되려나.’
* * *
예찬은 성공적으로 애플리케이션 ‘볼프’의 출시 기념 라이브를 끝냈다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길어지는 바람에 한밤중에 방송이 끝난 것은 예상 밖이었으나 시청자 수도, 화제성도 기대했던 것을 훨씬 웃돌았다.
“무, 물 좀 주세요…….”
“헉, 헉, 헉…….”
“와, 휘겸아 형 다리 좀 봐봐. 완전 후들거린다.”
마지막 순서로 1집과 2집의 활동곡 네 개를 연달아 라이브로 부르며 춤췄더니 아직도 어깨가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바빴지만, 기분만큼은 최고였다.
[NJ의 레굴루스 전용 애플리케이션 ‘볼프’, 성공적인 스타트!] [레굴루스, ‘볼프’ 라이브에서 미니 콘서트] [202X년 최고의 신인다운 레굴루스의 안정적인 무대!]마지막 무대가 인상적이었는지 그와 관련된 기사가 연달아 쏟아지고 있었다.
‘몸을 갈아 넣은 보람이 있었군. 그럼 팬들 반응도 한번 볼까…… 응?’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커뮤니티에 접속한 예찬은 오늘 자신이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근데 예찮이는 왜 휴가 때 본가에 안 간 거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