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7)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6화
[하예찬도 개비열하지 않음?누가 봐도 우휘겸이나 박나길이 더 잘할 거 같은데 견제하려고 정의탁 센터로 세운 거 같음]
– 또라이야 왜 예찬이를 여기다 댐?
– 끼리끼리는 사이언스ㅋㅋㅋ 하예찬 관상도 좀 쎄함ㅋㅋㅋ
└ 이때싶 관상 타령ㅉㅉ 남의 얼굴 운운하기 전에 거울 좀 보고 반성해?ㅠㅠㅠ
– 정의탁 꼴 보기 싫은데 정의탁을 센터 세운 게 하예찬이니 같이 꼴 보기 싫어지는 중ㅋㅋㅋ
└ 같이 꼴 보기 싫어지는 중 이 ㅈㄹ하네ㅋㅋㅋ 이 새끼 백퍼 예찬이 안티임ㅋㅋㅋ
– 하예찬 품었으면 정의탁도 품을 각오하시길^^ 어제 같이 밥 먹으러 갔다던데ㅋㅋㅋ
└ 어 그때 ㅈㄴ 어색해 보였대~~
└ 응 니네 오빠 어차피 탈락멤 ㅅㄱ
‘범세혁 버스 탔다부터 저게 A등급이면 나도 A등급이다, 김수영 불쌍하다…… 뭐 다양하군.’
아침 운동을 다녀와서 평소 모니터링하는 사이트들에 들어가 봤더니 정의탁을 욕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일사불란하게 정의탁 OUT을 부르짖고 있었다.
예찬은 아래 줄줄이 달린 댓글들을 쭉 읽고 무표정하게 다음 게시글을 클릭했다.
이때다 싶어 둘을 묶는 척하며 예찬을 욕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어차피 다음 주에 츄마프 4회가 방송되면 전부 물거품처럼 사라질 여론이라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니까.’
지난 여러 차례의 리셋 동안 예찬은 댓글들의 입맛에 맞춰 자신을 이리저리 잘 포장해 보았다.
그렇지만 어떤 모습을 보여 준들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예인으로서 지내는 시간이 쌓이며 예찬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악플을 쓰는 자체를 즐기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는 걸 알고 나니…… 그때부터 악플러를 고소하는데 거침없어졌지.’
정말 피드백이 필요한 일도 있어서 그 후로도 인터넷 반응을 계속 살폈지만, 딱 봐도 악의로 가득한 감정적 악플은 더 이상 예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영양가 없는 악플에는 신경 끄고 내 팬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게 낫지.’
예찬은 자신이 내린 결론에 새삼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주일 뒤.
예찬과 세 연습생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심상록의 집에서 츄마프 4회를 시청했다.
“하,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네.”
방송 종료 직후 SNS에 자신의 이름을 쳐 본 정의탁이 속이 시원하다며 가슴을 두들겼다.
예찬의 예상대로 인터넷상의 여론이 180도 달라진 모양이었다.
예찬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의탁을 살폈다.
‘설마 싶긴 한데…….’
“너 그동안 인터넷 서치 했어?”
“제가 미쳤어요?”
앉은 자리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란 정의탁이 예찬을 돌아보며 정색했다.
“내가 안 봐도 주변에서 호들갑 떨면서 이거저거 날라오던데요. 같이 연습하는 형들이 보낸 링크만 한 무더기예요.”
“진짜? 왜 난 몰랐지?”
범세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정의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없는 데서만 그러니까 몰랐겠죠. 참나. 걱정한다는 핑계로 좀 전까지 사람 속을 득득 긁더니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네요.”
질렸다는 듯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정의탁을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예찬이 합류한 덕인지 츄마프는 예찬의 기억보다 더 빠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특히 심상록과 범세혁, 그리고 예찬은 온라인 투표 1, 2, 3위를 다투고 있는 만큼 심심치 않게 이름이 언급되곤 했다.
‘그러니 딱 봐도 방송 끝나고 스타덤에 오를 거 같은 범세혁은 건드리지 못하고 망할 거 같은 정의탁한테 시비 걸어 본 거네.’
“저, 의탁아. 너무 상심하지는 마.”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한 심상록도 대충 짐작했는지 정의탁을 위로했다.
“상심이요? 전혀 안 했는데요! 저 완전 괜찮아요! 오히려 잘됐죠! 이렇게 사람 거르는 거 아니겠어요?”
펄펄 날뛰는 게 전혀 안 괜찮아 보였다.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처음 츄마프에 나간다고 했을 때도 좀 싸하긴 했거든요? 나랑 세혁이 형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은 하는데, 듣고 있으면 프로그램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느낌? 그래 놓고 내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왜 그렇게 예민하냐고 몰아가질 않나!”
쌓인 게 한두 개가 아니었는지 정의탁은 한참 동안 자신이 겪은 부당한 대우와 집단적 괴롭힘에 대해 토로했다.
열여덟 인생 처음으로 주변 인간의 밑바닥을 제대로 보고 서러움이 폭발한 모양인지 평소의 점잔 빼는 태도가 완전히 증발했다.
예찬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좀 악질 같지만 정의탁이 흥분이 가라앉으면 얼마나 민망해할지 조금 기대가 되었다.
“……말하다 보니 내 얼굴에 침 뱉기네요.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 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한참 흥분하던 정의탁이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는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하며 오만가지 꼴을 다 봤을 심상록이 공감된다는 얼굴로 정의탁을 다독였다.
예찬도 주변에 쓰레기 많은 걸로는 어디 가서 뒤지지 않았으나 말을 아꼈다.
‘언젠가 시원하게 리스피릿 놈들 욕 좀 할 수 있으면 좋겠군.’
조금 진정이 되자 자신이 분위기를 흐렸다고 생각했는지 머쓱한 얼굴로 정의탁이 괜스레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투표 마감까지 하루도 안 남았네요.”
“그러게. 모레가 첫 순위 발표식이니까.”
심상록의 말에 조금 무거운 정적이 네 사람 사이로 흘렀다. 정의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번에 반 정도 떨어질까요?”
“글쎄…….”
팬들이 막판 스퍼트를 올렸는지 며칠 전부터 예찬과 범세혁, 심상록 세 사람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하며 바쁘게 변하는 중이었다. 커뮤니티는 첫 번째 순위 발표식에서 과연 누가 1위를 차지할 것인지 추측하느라 연일 시끌시끌했다.
예찬의 머릿속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서 과반수가 떨어진다 해도 예찬이나 여기 있는 세 연습생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떨어질 일은 없다. 다만…….’
1위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예찬의 관심사는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 * *
“안녕하세요…….”
며칠 뒤, N-net 스튜디오 안에서 마주친 정의탁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해 왔다.
아무래도 잠을 설친 모양인지 메이크업으로도 다크서클이 가려지지 않은 얼굴엔 피로감이 가득했다. 첫 순위 발표식이 주는 압박감이 대단했던 모양이었다.
예찬은 새삼스레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합숙 때 주야장천 입던 연습용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간만에 츄즈 마이 프린스의 대표 의상을 차려입은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잠시 망토에 달린 S등급 전용 브로치를 매만지고 있자 연습생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웠다.
“예찬이 오랜만. 잘 지냈지?”
“안녕하세요.”
머리를 화끈하게 탈색한 박나길부터, 그냥 인사만 했을 뿐인데 어쩐지 능구렁이가 스물스물 떠오르는 선우이경을 비롯한 S등급 연습생들이 주변에 앉자 예찬은 마음이 편해졌다.
“휘겸아!”
입구에서 들어오는 우휘겸을 발견한 범세혁이 팔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대기 중에 저 놈이랑 투샷으로 잡힐 일은 없겠군.’
저 끝 쪽에 앉는 우휘겸을 슬쩍 곁눈질한 예찬이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타이밍 좋게 중앙 무대의 불이 켜졌다.
[안녕하세요, 화면 너머의 공주님들. 집사 앤드류입니다.]마이크를 타고 MC의 유창한 목소리가 스튜디오 안을 울렸다.
드디어 1차 탈락자를 뽑는 순간이 다가왔다.
[그럼 지금부터 아흔아홉 명의 왕자 후보생들과 첫 번째 왕위 계승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경연으로 갈 수 있는 것은 99명의 후보생 중 단 48명. 51명의 후보생은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츄즈 마이 프린스 99에서 하차하게 됩니다.]반수 이상의 탈락 소식에 연습생들이 술렁거렸다.
[먼저, 단 한 계단 차이로 생존과 탈락의 경계에 선 48위와 49위의 후보생을 공개합니다.]MC의 말이 끝나자 대형 스크린 위로 중위권 연습생 둘의 얼굴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하얗게 질리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며 예찬은 속으로 혀를 찼다.
‘다시 봐도 악질이군.’
발표는 마지막에 할 거면서 굳이 시작부터 누가 탈락 후보인지 보여 주는 게 과연 츄마프 제작진다웠다.
긴장감 조성도 잠시, 그 후 발표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 울고 있는 연습생들의 얼굴만 쏙쏙 골라서 찍고 있는 카메라들이 보였다.
빠르게 50위까지 탈락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남은 것은 합격자들의 순위 발표였다.
숙연했던 장내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예찬은 기계적으로 박수를 보내며 냉정하게 지난 무대의 성과를 복기했다.
[19위는, 합숙 동안 눈부신 발전을 보여 준 오브의 배새벽 후보생입니다!]A등급 자리에서 일어선 배새벽이 허리를 숙이자 MC 앤드류가 말을 이었다.
명백히 상위권으로 분류될 순위가 되자 연습생들에 대하여 한 마디씩 덧붙여 주려는 모양이었다.
[배새벽 후보생은 첫 번째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그 이후 A등급으로 훌쩍 성장했었죠. 앞으로 어떤 상승세를 탈지 기대가 되는 후보생입니다.]배새벽의 순위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의 9할은 경연에서 빌어먹을 안경을 벗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찬은 돌아온 안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게다가 기초는 없는데 재능은 있는 놈이라 이번 합숙 내내 범세혁과 붙어 다니며 실력도 부쩍 늘어난 게 보였다.
‘폭탄 맞은 머리와 안경만 가져다 버리면 영화 업계에 저 좋은 인재를 넘기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배새벽을 파티원에 추가하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은 예찬이었다.
[이제 정말 계승권이 코앞인 숫자네요. 11위입니다! 지난 경연에서 센터를 맡아 멋진 실력을 뽐낸 후보생이죠! 훌륭한 보컬 능력으로 팀을 1위로 이끈 빛나는 센터 루벨 엔터의 정의탁 후보생이 11위입니다!]‘11위라니, 많이 올랐네.’
인터넷에 들끓었던 악플 때문에 팬들이 더 굳건히 모인 모양인지 예상보다 더 훌륭한 결과였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정의탁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일어났다.
[정의탁 후보생은 1주차 온라인 투표 32위에서 무려 스물한 계단이나 순위를 올렸습니다. 앞으로의 약진이 기대되네요.]10위까지 발표가 끝나자 MC가 과장된 동작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봉투를 집었다.
금실이 수놓아진 푸른 가죽 봉투 안에서 종이를 정중하게 꺼낸 MC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계속해서 발표가 이어졌다.
[8위는 지난 경연에서 아름다운 춤선을 뽐내 많은 공주님의 눈길을 사로잡은 채은성 후보생입니다!]현대 무용을 전공하다 얼마 전 아이돌로 진로를 틀었다는 채은성이 마이크를 받았다.
도련님 같은 얼굴에 눈에 띄는 춤선 덕에 상위권에 안착한 모양이었다.
채은성의 소감이 끝나고 MC가 다음 순위를 발표했다.
[공주님들의 선택을 받은 7위는, 바로 비타의 남지유 후보생입니다!]곳곳에서 커다란 박수가 쏟아졌다. 남지유의 눈에도 눈물이 핑 도는 것이 보였다.
스태프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남지유가 입을 열었다.
[어, 우선 이렇게 재도전하게 되었는데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공주님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을 멤버들에게도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온라인 투표 기간 내내 5위 밖을 벗어나지 않았었으니 7위가 섭섭할 수도 있을 텐데, 남지유는 전혀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남지유 후보생은 포지션 경연 무대에서 센터를 맡아 훌륭하게 팀을 이끌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레크리에이션에서 화려한 활약을 보였었죠!]MC의 말에 스크린에 비친 남지유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망돌이었지만 아이돌 생활을 해봐서 그런지 연륜이 묻어나는 태도에 예찬은 남지유에 대한 평가를 조금 높였다.
[6위는, 우휘겸 후보생입니다!]이번엔 우휘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이크를 타고 우휘겸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높은 순위를 받게 돼서 영광입니다.]‘높은 순위라…….’
예찬이 기억하고 있는 일곱 번의 츄마프 중 가장 낮은 순위였으나 이곳에서 지나간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은 예찬뿐이었다.
똑같은 보컬 포지션에 차가운 인상이란 외적인 부분까지 겹치다 보니 같은 조인 예찬에게 묻혀 전보다 순위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랑 조가 갈리면 바로 치고 올라오겠지만.’
신이 장난질이라도 치는 것처럼 같은 조로 붙었을 땐 짜증이 났지만, 세상만사 새옹지마라고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5위는, 아라기획의 선우이경 후보생입니다!]선우이경이 밝은 얼굴로 마이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츄즈 마이 프린스에 참여하기로 정한 후부터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그 덕을 본 것 같네요.]쌀쌀맞은 얼굴과 다르게 살가운 말투로 선우이경이 너스레를 떨었다.
[오, 그 단발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럼 계승식에서 왕자로 데뷔를 하게 되면 머리를 더 기르시는 건가요?] [그때는 머리를 잘라야죠. 소원이 이루어진 거니까요. 아, 그 전에 1위를 하면 프로그램 중에 자르겠습니다!]흥미로운 듯 묻는 MC에게 답한 선우이경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공약을 걸었다.
‘이건 편집 안 되고 고스란히 나가겠지.’
영리한 방식이었다. 팬들이 선우이경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죽어라 투표에 매달릴 게 눈에 선했다.
[다음은 4위 차례입니다!]마침내 데뷔권 내에서도 최상위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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