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74)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74화
올해 네 번째 시상식은 NJ가 주관하는 모나 어워즈(Music of N-net Awards)였다.
모나 어워즈는 제 마음대로 상을 주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시상식들보다 권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규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돈을 들인 티가 나는 화려한 가수 라인업과 무대로 화제성 또한 가장 높았다.
이번 모나 어워즈는 일본 오사카의 돔구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며, 시작 전부터 어김없이 K-pop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진지하게 레굴루스 올해 모나에서 대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음?]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NJ의 아들로 불리는 레굴루스였다.
‘NJ가 아무리 미쳤어도 대상을 주겠냐.’
예찬은 황당한 제목의 게시물을 클릭해 내용을 확인했다.
모나가 지 X대로 일하는 거 하루 이틀이 아닌 거 아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심장이 쿵쾅거리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N-net이 사랑하고 N-net이 낳은 N-net의 자제분들 때문인 거 같음
성적대로 하면 우리 애들이 대상 두 개는 가져갈 거 같은데 뜬금없이 레굴루스한테 하나 쥐어 줄 거 같아서 요즘 잠도 안 온다;;
다른 시상식들도 레굴루스한테 너무 후해서 모나는 진짜 대상도 덥석 안겨 줄 거 같음;;;
역시나 편파로 악명 높은 NJ가 이번 모나에서 레굴루스에게 상을 몰아줄 것 같아서 불안하다는 내용의 저급한 어그로였다.
– 어우 이거는 너무 갔다;
– 대상 두 개 노리는 그룹이면 윺 아님 릿이라는 건데…… 글쓴이가 두 그룹 팬이 아니라는 데 만 원 건다ㅋㅋㅋㅋㅋ
– 진짜 어그로도 지능이 있어야 끌 수 있구나……
– 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서 시시해요 다시 써 오세요
– 신인한테 밀려서 손가락 빠는 그룹 파느라 속상한 걸 왜 여기서 푸시는지?
별의별 관심종자들이 판을 치는 시상식 시즌이라지만, 해도 너무했는지 댓글들도 적당히 하라는 종류가 주를 이루었다.
“얘들아, 이제 나가자.”
매니저의 말에 예찬은 미련 없이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오사카 공항 로비로 나오자 인천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팬들이 레굴루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예찬!”
“휘겸아! 여기 좀 봐 줘!”
“세효쿠!”
“새벼쿠 군!”
“레구루스—!”
“해솔이 형!”
일본의 팬들도 많이 나와 있었는지,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에 간간이 발음이 독특한 소리가 섞였다.
잠시 자리에 서서 깊게 허리를 숙인 예찬은 손을 흔들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셔터음과 팬들의 목소리에 잠시 멈칫했던 멤버들은 곧 예찬의 의연한 태도를 본받았다.
“와, 일본 공항에도 팬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거울 좀 보고 나올걸! 저 머리 뻗치지 않았어요?”
“……귀엽다!”
“뻗쳤다는 뜻이잖아요! 아, 망했어!”
긴장한 듯 삐걱거리던 정의탁이 차에 오르기 무섭게 오두방정을 떨기 시작했다.
“일본에도 우리 팬들이 있구나.”
“그러게.”
범세혁과 우휘겸은 신기하다는 듯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진하다, 순진해.’
인터넷에서는 시상식 세 번으로 상을 열한 개나 쓸어 간 괴물 신인이라며 하루가 멀다고 떠들고 있는데, 막상 당사자들은 그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뷔 전이나 데뷔 후나 한결같이 연습실에만 박혀 있으니 그럴 만한가?’
그래도 스타병에 걸린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앞으로도 계속 바빴으면 좋겠군.’
예찬의 음흉한 속셈을 알 리 없는 멤버들은 지난여름, 앨범 화보 촬영 이후 첫 해외 방문에 순수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리허설하러 가요?”
“저도 질문이요! 리허설 끝나면 바로 호텔로 가나요?”
“관광해요, 관광!”
매니저를 향해 멤버들이 제각기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꼭 만화처럼 식은땀을 삐질 거리며 운전대를 잡은 매니저가 대답했다.
“얘들아, 형 지금 아무것도 안 들리거든? 도착해서 말하자, 도착해서?”
일본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있다고 해서 매니저가 평소처럼 운전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운전석 위치가 반대다 보니 긴장을 한 모양이었다.
“…….”
“……얘들아, 너희끼리는 얘기해도 돼.”
멤버들이 짠 것처럼 입을 꾹 다물자 매니저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제야 멤버들은 하나둘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과 달리 속닥거리는 수준이었지만.
“오사카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검색해 봤어?”
“네, 그런데 오늘내일 다 먹을 수 있을까요?”
“타코야끼 같은 건 간식이니까 식사 전에 먹으면 되지 않을까?”
“범세혁 천잰데? 그리고 나머지 음식들로 하루에 다섯 끼씩 먹으면…….”
“어린이들, 꿈 깹시다. 그거 다 먹은 다음 무대 의상 안 맞는다고 울지 말고.”
“큭!”
선우이경의 말에 채은성이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배새벽과 범세혁도 풀이 죽은 티가 팍팍 났다.
심상록이 웃으며 그런 먹보들을 위로했다.
“앞으로 자주 올 일 있을 테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모나 끝나고 하루 정도 더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유명한 테마파크도 있다고 해서 가 보고 싶었는데!”
“모나 끝나면 사흘 뒤가 앨범 발매인데 어쩔 수 없지.”
채은성이 한 번 더 되지도 않는 앙탈을 부렸지만 심상록은 이번에도 웃는 얼굴로 친절히 달래 주었다.
‘부처님인가.’
철부지 같은 소리를 하는 채은성의 볼을 주욱 늘려 줄까 고민하던 예찬은 그 인내심에 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 * *
더리얼 뮤직 어워즈로 시작해 디디 뮤직 어워드, 그리고 레몬 뮤직 어워드까지.
레굴루스는 삼 연속으로 레전드 시상식 무대를 갱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내일, 레굴루스는 한 번 더 그 기록을 갱신할 것이었다.
예찬의 홈마 박모 씨는 리허설을 위해 오사카 돔에 도착한 예찬을 찍은 사진을 넘겨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왕복 항공권에 모나 티켓값, 게다가 숙소비까지…… 지출은 좀 컸지만 후회는 없다. 아니, 없을 거다!’
분명 내일 공연을 보면 그렇게 될 것이었다.
‘하, 설레발치면 안 되는데 예찬이가 자꾸 내가 설레발을 쳐 댄 거 이상을 보여 주니까 안 칠 수가 없네!’
예찬과 레굴루스의 퇴근길까지 야무지게 촬영한 박모 씨는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안고 돔구장 인근에 잡아 둔 호텔로 돌아왔다.
당장 침대에 눕고 싶은 유혹을 이겨 낸 그녀는 노트북으로 가장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골라서 색감을 보정한 뒤 SNS에 올렸다.
‘오, 반응 좋고.’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자 그새 엄청난 수의 ‘퍼가기’와 ‘좋아요’가 찍혀 있었다.
‘요새 좋아요 붙는 속도가 장난 아닌데? 와, 외국인도 되게 많네.’
한국인이 가장 많긴 했지만 모나 어워즈가 열리는 일본 현지의 팬들이나 다른 아시아의 팬들, 거기에 서구권 팬들까지 숫자가 꽤 됐다.
‘애들 아이튜브 조회수도 빠르게 늘고 있는 거 같던데…….’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지원하던 레굴루스의 공식 아이튜브는 얼마 전부터 인도네시아어와 태국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를 추가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영향도 없진 않겠지? 애들 영상이 워낙 귀엽고 재밌으니까.’
예찬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계정들을 훑어보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박모 씨는 괜히 침을 한번 삼켰다.
츄즈 마이 프린스에서 처음 예찬을 보고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예찬은 인기가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데뷔 이후에도 예찬의 인기는 사그라드는 법 없이 언제나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그 곡선이 여느 때보다 가팔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뭔가 굉장한 일이 시작될 것 같단 말이지…….’
아니면 벌써 시작되었든지.
* * *
모나 어워즈가 열리는 당일.
오사카에는 이른 새벽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조식은 예찬과 해솔이 쓰는 방에서 다 같이 룸서비스로 들기로 미리 정해 둔 상태였다.
잠에서 일어난 예찬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멤버들이 하나둘 방문을 두들겼다.
“아, 잘 잤다. 예찬이랑 해솔이 굿모닝~”
“다들 진짜 잘 잔 거예요? 진짜로 저만 못 잤어요?”
숙면으로 얼굴에서 광이 나는 선우이경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한숨도 자지 못해서 눈 밑이 퀭한 정의탁 같은 사람도 있었다.
“하예찬, 문 좀 열어 줘! 손이 부족해!”
다급한 목소리에 문을 열자 각각 배새벽과 범세혁을 업은 채은성과 우휘겸이 보였다.
“어우, 둘 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다.”
“이거 너무 오냐오냐하는 거 아니야?”
“너무 잘 자서…….”
우휘겸은 변명하듯 말꼬리를 흐리며 범세혁을 의자에 잘 내려놓았다.
“하예찬, 밥 다 먹고 박자만 맞춰 줄 수 있어?”
마찬가지로 배새벽을 내려 둔 채은성이 말했다.
예찬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나도나도!”
“저도 같이해요.”
그렇게 관광이니 먹거리니 외쳤던 것이 거짓말처럼, 다들 머릿속이 온통 시상식 공연으로 가득해 보였다.
예찬은 의욕으로 넘치는 멤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리허설 무대가 열일했군.’
모나 어워즈 리허설 무대는 지금까지 레굴루스가 보았던 무대 중 가장 크고 본격적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던 레몬 뮤직 어워드의 무대도 그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그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본 이후, 멤버들은 제대로 자극을 받았는지 눈빛이 완전히 변한 상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남이 차려 주는 아침 밥상이라니, 역시 최고인데?”
선우이경의 말에 강해솔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심상록이 결연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향해 말을 건넸다.
“이경이랑 해솔이가 평소에 고생이 많지. 이번에 컴백까지 끝나고 바쁜 거 좀 마무리되면 그땐 내가 식사 준비를…….”
“상록아, 마음만 받을게.”
“…….”
“빈말 아니다.”
“……그래.”
눈을 가늘게 뜬 심상록이 선우이경을 노려보며 답했다.
조용히 빵을 먹고 있던 강해솔도 한마디 거들었다.
“형, 저 아침밥 하는 거 좋아해요.”
“해솔아, 나 요리 안 할 테니까 거짓말 안 해도 돼.”
“네.”
아침부터 맏형 셋의 만담이 분위기를 훈훈하게 데워 준 덕분에 편하게 식사를 마친 일행은 레드 카펫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비가 그칠 듯 말 듯 계속 오네.”
창밖을 확인한 채은성이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찬 또한 시선을 창 너머로 돌렸다.
어제의 쨍한 날씨와 대조적으로 칙칙한 회색빛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시상식은 돔이니 상관없지만 레드 카펫은 어떻게 되려나?”
“전 불꽃이 더 아쉬워요. 이렇게 비 오면 못 쏘겠죠?”
강해솔의 말에 정의탁이 창문에 달라붙어 말했다.
모든 순서가 끝난 뒤, 구장 뚜껑을 열고 짧고 굵은 불꽃쇼를 진행할 것이란 계획을 들었기에 사람 속도 모르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운 것 같았다.
“레드 카펫은 천막을 쳐서 문제없을 거야. 비도 그때는 그칠 테니 걱정하지 마.”
잠기운을 떨쳐 낸 범세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확신해?”
예찬은 입가를 느슨하게 휘었다.
“미래에서 보고 왔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