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279)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279화
같은 시각.
예찬과 레굴루스 멤버들도 매니저의 호들갑에 모나 어워즈 심사 위원의 임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있었다.
모나 어워즈에서 미리 공개한 대로 금년의 글로벌 디어리스트상(이하 글디상)은 심사 위원 심사 40퍼센트, 음원 30퍼센트(국내 25퍼센트, 해외 5퍼센트), 음반 20퍼센트, 화제성 5퍼센트, 투표 5퍼센트로 심사해서 상을 수여하게 됩니다.
글로벌이라는 상 이름과 달리, 음원 반영 비율이 총 60퍼센트, 그중 국내 40에 해외가 20퍼센트인 금년의 노래상보다 해외 반영 비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렇기에 금년의 노래상을 받은 노래가 글디상 음원 심사에서 1위가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죠.
무엇보다 노래상처럼 딱 한 곡이 아니라 한 그룹이 그해 발매한 곡들의 전체적인 점수를 보기 때문에 여러분이 예측한 것과 수치가 많이 다를 것입니다.
음반 또한 20퍼센트만 반영하기 때문에 1위와 2, 3위 간의 격차가 다른 시상 부문처럼 크게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또 다른 소리를 하시겠죠?
그래서 정확히 어디서 몇 포인트가 나오는지 준비했습니다.
⋮
자, 보시다시피 심사 위원 심사가 없어도 이미 결과가 똑같이 나왔네요.
아주 가끔 심사 위원들의 심사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그건 1, 2위가 정말 1, 2 포인트 차로 점수가 비슷한 경우에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심사 위원들 또한 앞서 말한 음원, 음반, 화제성의 반영 퍼센트를 고려해 심사를 하기 때문이죠.
저를 포함해 총 여덟 분의 심사 위원이 계시고, 저희는 각자가 누구에게 몇 포인트를 주었는지 오픈했기에 NJ 측에서 조작을 가할 수도 없습니다.
심사 위원 모두 이름을 내걸고 음악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돈 몇 푼에 다들 매수되었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그렇게 믿으세요.
이번 일에 문제가 있다면 상 이름이 [글로벌> 디어리스트라는 점 하나 정도겠네요.
아, 하나 더 더하자면 시상자분들이 호명되었을 때 당싶말이 흘렀으면 좀 더 잠잠했을 것 같네요.
다들 당싶말이 지금 차트 몇 위인지 확인할 눈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공격적인 말투로 글을 마무리한 심사 위원 김윤백은 해시태그로 무려 자신의 임스타그램을 테러한 팬덤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걸어 두었다.
‘어그로 미쳤는데?’
내용이 얼마나 정당한지와 관계없이, 김윤백의 임스타그램은 지금보다 더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했다.
다른 커뮤니티들도 마찬가지고.
‘그나저나 이렇게 세세하게 받은 포인트를 밝힌다고? 이런 건 또 처음인데…….’
NJ와 합의하고 밝힌 게 아니라 욱해서 지른 것 같은데 놀랍긴 했다.
동시에 예찬은 두 뺨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도 솔직히 NJ의 입김이 좀 들어갔다고 생각했어.’
리스피릿으로 반복했던 시간까지 포함하더라도 지금까지 데뷔한 해에 대상을 받은 남자 아이돌 그룹이 없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버렸다.
‘이미 받은 걸 무를 순 없으니 앞으로 대상을 받을 만했단 소리가 나오도록 더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정당한 심사 결과로 가장 위에 자리한 레굴루스란 이름을 보니 숙연해졌다.
리스피릿보다 훨씬 더 잘될 거라고 다짐했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이룰 수 있는 최선의 기준점을 리스피릿으로 이룬 결과들로 선을 그어 둔 것이었다.
‘다시는 멋대로 한계를 재단하지 말자.’
예찬은 조용히 전의를 불태웠다.
* * *
스페셜 앨범 컴백 라이브는 전날에 비해 훨씬 채팅창이 평화로웠다.
어제 수많은 아이디와 IP를 차단한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김윤백 심사 위원의 갑작스러운 심사 기준 발표도 한 축을 담당했을 것이다.
라이브가 끝나고 도지윤 팀장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김윤백 심사 위원이 멋대로 대외비를 오픈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 왔다고 한다.
NJ 측도 김윤백보다 더 욕을 먹으면 먹었지 덜하진 않았기에 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해 흔쾌히 사과를 받아들였고.
거기에 더해 도 넘는 댓글을 고소하고자 한다면 돕겠다 나섰는데, 김윤백 심사 위원에게 딱 잘라 거절당했다고 한다.
‘NJ의 도움을 받으면 괜히 유착 관계 맞다고 또 헛소리하는 놈들이 나올 거랬나? 자기 돈으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걸 보니 제대로 고소는 할 것 같지만.’
여전히 인터넷은 모나 어워즈의 ‘금년의 글로벌 디어리스트상’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자주 끌려 나오는 게 레굴루스가 아니라 김윤백으로 바뀌었을 뿐.
– 그 심사 위원 너무 잘난 척 쩔지 않음? 다른 사이트들 보니 맞는 말했다는 반응인데 난 선민의식 느껴져서 거부감 듬;;;
└ ㄱㄴㄲ 걍 좋게 좋게 말했으면 아 그렇구나! 내가 잘못 알았네! 했을 텐데 선생질하는 느낌이라 뭐 어쩌라고ㅡㅡ 싶어짐
└└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데…… 찾아보니 나이도 꽤 있는 분인데 정신은 좀 어리신 듯?
└ ㄹㅇ 어그로만 조지게 끌고 지 이미지만 망침ㅋ
김윤백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돌려 까는 반응들을 고스란히 캡처해 자신의 임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지난번에 장문의 글을 남긴 것과 달리 이번엔 ‘ㅋ’ 자음 딱 한자만 남긴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그로 미쳤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사건의 피해자였던 레굴루스가 제대로 된 사과 하나 받지 못하고 묻혀 갈 무렵이었다.
윤여울을 고소한 내용이 때마침 기사화되었다.
[[단독> 인기 보이 그룹 가온다 윤여울, 커뮤니티에 타 그룹 루머 유포로 고발]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츄즈 마이 프린스(이하 츄마프) 출신 ‘가온다’의 윤여울(21)이 고발당했다.
같은 츄마프 출신의 인기 그룹 ‘레굴루스’의 멤버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윤 씨가 커뮤니티에 남긴 글.jpg)
윤 씨는 각종 커뮤니티에 ‘레굴루스’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를 퍼트리고 다른 아이디들로 그에 동조하는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레굴루스’의 소속사 NJ 측은 합의나 선처는 절대 없을 것이라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윤 씨의 소속사 해림에서는 모든 글은 윤 씨가 독단으로 올린 것으로, 다른 ‘가온다’ 멤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 씨는 지난 ‘레몬 뮤직 어워드’부터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활동에 불참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름을 시원하게 깐 기사는 당연히 모나 어워즈 대상 자격 논란과는 비할 바 없이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윤여울이 손을 뗀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한창 나댈 때는 이 사이트고 저 사이트고 전부 레굴루스의 루머가 돌 정도였으니 당연했다.
– ㅁㅊ 그럼 스폰 루머 다 구라임??
– 코디 멱살 잡았다는 건??
– 잘생긴 놈들이 얼굴값 한다고 생각했는데……
– ㅆㅂ 친구가 걔네 좋아한다고 해서 개쓰레기 그룹이라고 욕했는데 당장 머리 박고 사죄하러 간다
– 연예인 루머 믿으면 안 되는 건 아는데 디테일 쩔어서 진짠 줄ㄷㄷㄷㄷ
– 얘 대체 아이디 몇 개인 거임?? 얘가 쓴 댓글들 정리해 놓은 거 보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네;
– 루머 목록 지금부터 불러 준다 보고 오해하고 있던 거 다 풀어라 1. 우휘겸 학폭 2. 하예찬 스폰(그 사모님 둘 그거) 3. 배새벽 클럽……
현역 아이돌이 다중 인격에 빙의해 동종 업계, 그것도 같은 프로그램 출신의 아이돌들을 욕하고 다녔다니.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기사, 커뮤니티, SNS, 아이튜브 등에서 모두 윤여울과 레굴루스에 대해 떠들었다.
그리고 이클립틱은 분노했다.
* * *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와, 상도덕 어따 팔아먹었어?!”
키보드를 쾅쾅 내리치던 버블리의 맏언니이자 숨은 이클립틱 쥬리는 숨을 씩씩 몰아쉬었다.
“쥬리 언니!”
“언니,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란 멤버들이 우르르 방에 몰려왔음에도 쉽사리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
“아니, 그게…… 이 기사 좀 봐! 글쎄 같은 아이돌끼리 이러는 게 말이 되니? 정말 이런 개매너가 말이 되냐고!”
“…….”
평소보다 거친 맏언니의 언행에 버블리 멤버들은 조용히 시선을 주고받았다.
‘쥬리 언니가 원래 이렇게 정의로운 캐릭터였나?’
‘그런 편이긴 하지? 근데 오늘은 좀 과하다.’
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 없는 쥬리는 죄 없는 모니터를 노려보다 말했다.
“우리 SNS에 이 사태에 대해 글을 좀 쓰는 건 어떨…….”
“언니, 진정해.”
“그건 아니야, 언니.”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멤버들이 쥬리를 진정시켰다.
“자자, 그런 우울한 글은 그만 보고 같이 영화나 보면서 기분 전환하자고!”
“치킨 시켜 먹자, 치킨!”
“오늘은 특별히 두 마리 시키자!”
“어어?”
쥬리가 제 분을 참지 못하고 SNS에 무어라도 올릴까 걱정이 된 멤버들은 아예 그녀를 거실로 끌고 나오기까지 했다.
‘SNS는 오버인가? 그럼 역시 그것밖에 없네…….’
쥬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얌전히 치킨을 기다리며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
그리고 방금 열린 레굴루스 음원 총공팀 계좌로 평소보다 큰 금액을 입금했다.
‘이 한은 레굴루스의 성적으로 푸는 수밖에 없지!’
열심히 벌길 정말 잘했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 * *
모든 그래프가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스페셜 앨범인데 이래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음원, 음반, 투표, 뮤비 조회 수까지…… 다 미쳤는데?’
예찬은 콧노래를 부르며 오늘 자 성적들을 확인했다.
채은성이 수상한 무언가를 보는 얼굴로 자신을 힐끔거리는 것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바닥을 쳤던 앨범 평점은 이미 회복한 지 오래였다.
이클립틱들은 그간 억울하고 분했던 마음을 전부 레굴루스의 성적 만들기에 쏟아붓고 있었다.
‘최근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기도 했고.’
공식 아이튜브 댓글에 사건 때문에 찾아보다가 팬이 되었다는 글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SNS나 커뮤니티에도 이번에 입덕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전화위복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는 나날이었다.
‘아니면 역시 본업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이슈로 인해 레굴루스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팬으로 만든 것은, 결국 지금까지 레굴루스가 해 온 무대와 예능이니 말이다.
도지윤 팀장은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처음 책정했던 것보다 훨씬 큰 금액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덕분에 팬들은 일 잘하는 소속사라니 믿을 수 없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윗선을 이렇게 금방 설득하다니. 역시 놓치면 안 될 인재야.’
그렇게 회사와 팬, 가수까지 걸음을 맞춰 지금까지 했던 마음고생을 전부 보상하듯 레굴루스가 승승장구하고 있던 때였다.
‘……이건?’
택톡에서 한 영상을 발견한 예찬의 눈이 저도 모르게 커졌다.
새로운 바람의 냄새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