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312)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312화
[메인 퀘스트 발생!>― 모두가 행복하게 콘서트를 마무리하세요!
(진행 상태 0/9, 남은 기간 171일)
‘이게 또 뭐라는 거야.’
모두가 행복한 콘서트라니, 이런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를 퀘스트로 내걸어도 되는 것인가.
‘지난번처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숫자로 딱딱 떨어지는 게…… 아, 그러고 보니 츄마프 때도 비슷한 게 있었지.’
파티원 등록인지 뭔지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꼬투리 잡고 싶은 곳은 그 밖에도 더 있었다.
‘모두는 또 누군데? 나? 멤버들? 팬들? 회사? 다시 보니까 기간은 또 뭐야? 171일이면 대충 6월까지 같은데…… 언제 아홉 번을 채우라고? 내일부터 당장 콘서트를 하라는 거야?’
예찬의 불퉁한 속마음에 응답하듯, 새로운 홀로그램 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파티원 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증가합니다.> [집계는 콘서트가 끝났을 때의 감정을 기준으로 삼습니다.>‘흠.’
행복이 콸콸 흘러넘치는 콘서트를 상반기 안에 아홉 번 해야 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홀로그램 창을 대충 치운 예찬은 소파에 등을 깊게 묻었다.
‘지난번 메인 퀘스트가 신인상 수상이었으니 이번엔 대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심 하고 있던 추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예찬의 시선이 잠시 거실 장식장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 트로피들을 향했다.
채은성이 틈날 때마다 뽀득뽀득 닦아 놓은 트로피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대상은 이미 받았으니 퀘스트로 걸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건가?’
그렇다고 황시우와 콘서트 이야기 좀 했다고 기다렸다는 듯 퀘스트를 던지다니.
‘홀로그램 놈, 인생 대충 사네.’
혹시 철저한 계획하에 퀘스트를 준비한 거라면 유감이지만, 예찬의 입장에선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대강 던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좀 열심히 살아라. 어?’
억울하면 또 튀어나와 보시든가.
* * *
배새벽의 생일 다음 날부터 CBC 설 특집 전국 아이돌 체육 대회 촬영이 이어졌다.
“진짜 시간 빠르다. 추석 전아체 찍은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러게요.”
“이번엔 황시우 선배님 안 오시나?”
“어, 투어 때문에 정신없으신가 봐.”
데뷔 이래 두 번째로 전국 아이돌 체육 대회에 참가하는 레굴루스는 전보다 확연히 나아진 대우에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종목을 미리 알려 줬지.’
그 외에도 입장하는 팬 수나 팬석의 위치 등이 놀라울 정도로 나아졌다.
“이게…… 대상 가수의 힘?”
홀로 거울을 보며 감탄하는 채은성의 등짝을 소리만 요란하게 때려 준 예찬은 찌뿌둥한 몸을 풀었다.
레굴루스가 참여하는 설 특집 전아체의 종목은 모두 여섯 가지.
볼링, 축구, e스포츠는 새로운 종목이었고 육상과 씨름, 양궁은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였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나가면 9할은 배새벽이 참가해야 했기에, 모두 한두 가지의 종목을 맡아 출전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전 몸으로 하는 경기를 하나도 안 나가거든요. 이래도 되는 걸까요? 사람들이 체육 대회라고 하면 기대하는 그림이 있잖아요.”
맏형 둘과 함께 e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정의탁이 심각한 얼굴로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덧붙여 말하자면 정의탁을 제외한 맏형들은 다른 종목에도 참여했다.
예찬은 가만히 팀 내 스포츠 최약체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뭐죠, 이 따뜻한 손길? 무슨 뜻이죠?”
정의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 옆을 지나던 심상록도 한마디를 보탰다.
“괜찮아, 의탁아. e스포츠도 스포츠야. 두뇌와 손가락의 힘, 보여 주자!”
“전혀 위로가 안 되거든요!”
“레굴루스, 입장하겠습니다!”
“네!”
그새 녹화가 시작되었는지 스태프가 문을 열었다.
씩씩거리는 정의탁의 어깨를 감싼 심상록이 힘차게 대답했다.
“레굴루스!”
“강해소오올!”
“새벽아!”
“하예찬, 결혼하자고―!!”
체육관 안으로 입장하자 팬들의 열띤 함성이 실내를 뒤흔들었다.
손수 만든 응원 도구를 마구 흔드는 팬들을 향해 예찬은 반갑게 마주 손을 흔들었다.
살짝 시선을 돌리자 그 옆에 앉아 있는 다른 그룹 팬덤의 손에 들린 번쩍번쩍한 응원봉들이 눈에 들어왔다.
“와, 진짜 화려하다.”
“응원봉은 역시 발광력이 좋아야…….”
멤버들이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엔 조금 부러움도 묻어났다.
‘역시 우리도 빨리 응원봉을…….’
메인 퀘스트도 생겼고 하니 하루빨리 첫 단독 콘서트와 그에 맞춰 발매할 응원봉에 대해 회사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멤버들은…… 당장 내일 콘서트를 하자고 해도 좋다고 할 양반들이라.’
정말로 게릴라 콘서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확성기를 들고 홍보하러 나갈 놈들이었다.
연말 시상식에 연달아 참여하며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에 중독이라도 된 건지, 새해가 되고 열흘 남짓 복숭아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징징대던 멤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반가워요!”
“안 추워요? 담요 꽁꽁 둘러요!”
그래서인지 팬들과 마주한 얼굴들이 굉장히 밝았다.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
팬석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린 예찬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정의탁이 날이 추우니 담요를 두르라고 걱정하자 팬들이 우르르 껴안고만 있던 담요를 걸쳤다.
레굴루스 멤버들을 뜻하는 동물 캐릭터들이 그려진 후드형 담요는 이례적인 한파가 닥쳤다는 말에 NJ에서 바깥에서 대기 중인 팬들에게 나눠 준 것이었다.
‘응원하려면 손을 빼야 하니 후드 형태로 주문했다고 했었지?’
그 밖에도 멤버들의 얼굴을 프린팅한 핫팩과 따뜻한 음료도 같이 돌렸다고 한다.
참고로 팬들의 반응은 ‘아까워서 이걸 쓰겠냐?’였다고 한다.
그에 직원들이 한 사람당 다섯 개씩 줄 테니 제발 써 달라고 했다나.
‘얼마 전 부산역에서 범세혁한테 있었던 일 때문에 회사 쪽에서 더 신경 쓰는 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준비한 물건들을 복숭아들이 다들 야무지게 잘 쓰고 있는 것 같아서 흡족했다.
“잠시 후에 여자 볼링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입장이 끝나고 주어진 대기 시간, 예찬과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다가갔다.
“밖에 너무 춥죠? 오늘 날씨 진짜 장난 아니던데!”
“멀쩡해요!”
“담요가 있어서 괜찮았어요!”
“핫팩도!”
걱정을 담은 물음에 팬들이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오늘 받은 물건들을 들어 보였다.
“저도 있어요! 우리 커플 템이다!”
범세혁이 주섬주섬 담요를 꺼내 들었다.
“으윽……!”
“세혁이 유죄…….”
“결혼해 주지도 않을 거면서 파렴치하게……!”
팬석에 앉아 있는 팬 몇몇이 눈부시다는 듯 침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참이나 팬들 앞에서 떠들고 재롱을 부리는 사이, 남자 볼링 예선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다.
멤버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팬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볼링 누가 나가?”
선우이경이 능글맞게 웃으며 되물었다.
“누가 나갈 거 같아요?”
“너!”
망설임 없이 튀어나온 대답에 선우이경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곧이어 웃음을 터트렸다.
“와, 어떻게 알았지? 저 볼링 잘 치게 생겼어요?”
“완전!”
“볼링 천재!”
“볼링 요정!”
요정이란 소리가 튀어나오자 선우이경의 볼이 미미하게 빨개졌다.
“아유, 기대에 부응해야 할 텐데…… 응원 많이 해 주세요!”
손을 흔든 선우이경이 앞장서서 볼링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며 정의탁이 속닥거렸다.
“그런데 볼링장도 이 안에 설치할 수 있네요?”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단 거지.”
“우와…….”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 가며 경기장 근처까지 가자 먼저 대기하고 있던 그룹들이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데뷔한……!”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저희는…….”
추석 전국 아이돌 체육 대회에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신인 중의 신인이었는데 그새 꽤 많은 그룹들이 새로 데뷔했다.
‘게다가 다들 대형이네. 뭐, 그러니 전아체에 바로 나왔나.’
예찬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받으며 후배들의 면면을 살폈다.
인지도는 아직 바닥에 가깝지만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고 있으니 약간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가 된 그룹들이었다.
‘실제로 몇몇은 꽤 뜬 적이 있는 그룹들이고. 아, 저긴 얼마 후에 터질 그룹이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백 퍼센트 똑같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타는 법이었다.
“앗, 예찬 씨. 또 만났네요.”
“…….”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일어난 일은 그와 정반대로 과거에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사건이었다.
예찬은 반가운 기색으로 자신을 향해 양손을 흔드는 박마루를 빤히 바라보았다.
‘온다는 건 들었는데…… 대체 왜?’
박마루가 잘하는 건 포켓볼이지 볼링이 아니었다.
지난 전아체에 초보들 앞에서 포켓볼 치면서 폼 좀 잡아 보겠다고 기어 나온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왜 굳이 포켓볼 종목도 없는 이번 전아체에까지 바득바득 나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포켓볼은 결승이라도 갔지, 볼링은 잘하지도 못할 텐데 꼴랑 한 종목 참여한 거 보겠다고 리바디들이 하루 종일 개고생하는 게 미안하지도 않냐. 차라리 MC를 보던가.’
쏘아붙일 말이 한가득 있었으나, 후배가 선배에게 하기엔 장소와 상황이 영 좋지 못했다.
예찬이 가만히 고개를 까딱인 것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박마루가 조르르 걸어와 옆에 붙었다.
“사실 좀 여쭤볼 말도 있고, 부탁드릴 일도 있어서 말이죠.”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그보다 일이 있으시면 전화로 하시지 그러셨어요. 전아체에 굳이 나오실 것 없이.”
“아, 그럴까도 생각했는데 저희 인연이 이 전아체에서 시작되었잖아요. 감사하는 의미로 앞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항상 참여해 보려고요! 여든 먹은 노인이 되어도 불러만 주신다면 참가해 보려고 합니다.”
철딱서니 없는 대답이 박마루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면 종목이라도 여러 개 참여하던가!’
“물어볼 말은 뭡니까? 부탁은 또 뭐고요.”
말을 섞어 봐야 답답하기만 할 게 뻔했기에, 예찬은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 그 두 개가 완전 따로가 아니라 연결된 건데요…….”
지금까지 유쾌하게 대꾸하고 있던 박마루가 갑자기 주변을 살폈다.
‘뭔 소리를 하려고.’
목소리를 작게 줄인 박마루는 무척이나 결연한 얼굴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 저희 멤버 중 한 명이 귀신에 씐 것 같아서요. ……혹시 보시면 알 수 있나요? 아니면 대화를 해 봐야 하시나? 그것도 아니면 만져 봐야……? 자리는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 볼게요!”
“…….”
“예찬 님이 한번 보신 다음에 진짜 귀신에 씐 거면 어떻게 굿이나 부적 좀 안 될까요?”
“…….”
“저 진짜 간절하거든요.”
‘난 진짜 너 새끼 때문에 미치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