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318)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318화
아이돌 팬 중 전국 아이돌 체육 대회에 이를 갈지 않는 이는 드물었다.
그만큼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프로그램은 명줄이 징글맞게 질겼다.
지금 레굴루스의 팬석에서 막 출발선에 자리를 잡은 채은성을 지켜보는 김단비 씨 또한 아이돌 덕질에 10년 이상 몸을 담은 만큼 전아체에 데인 기억이 셀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가장 최근은 역시 추석 때 은성이가 다쳤던 거고.’
부상도 부상이지만 사람 혈압 오르게 하는 제작진의 대처가 더 그녀의 치를 떨게 했다.
‘제발 오늘은 다치지 마라……!’
츄마프 사인회에서 예찬에게 거하게 입덕한 김단비 씨는 예찬의 데뷔를 머리 풀고 응원한 끝에 달콤한 승리를 쟁취해 냈다.
그 후엔 자연스럽게 데뷔한 멤버 모두를 품은 채 레굴루스 덕질에 매진하는 중이었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그룹들은 멤버들끼리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였다 보니, 대체로 개인 팬 위주로 팬덤이 굴러갔다.
멤버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퉜다면, 십중팔구 멤버들의 개인 팬들 사이도 서먹함을 넘어 까칠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레굴루스는 서바이벌 출신답지 않게 기본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올팬 기조로 확립하는 데에 성공했다.
거기엔 데뷔 조에 든 멤버 대부분이 프로그램 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자주 보여 준 것, 합숙 사이 촬영을 쉬는 기간에도 자주 모여 사적으로도 친한 것을 인증한 것, 데뷔 후 개인 활동을 최소화하고 단체 위주로 움직인 것, 데뷔하자마자 1군 아이돌 팬덤과 부딪치느라 개인 팬끼리는 견제할 틈이 없었던 것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따라붙었다.
더불어 츄마프를 이끌었던 메인 PD가 레굴루스의 자체 콘텐츠를 전담하게 되면서, 츄마프 시절 데뷔조 멤버들끼리 하하 호호 어울리는 비하인드 영상을 푼 것도 꽤 영향이 있었다.
‘멤버들끼리 끈끈한 게 뭐니 뭐니 해도 팬덤 뭉치는 데엔 제일이지!’
가끔 멤버들끼리 아무리 우애가 좋아도 개인 팬끼리 개처럼 치고받는 경우도 없잖아 있었으나 멤버들끼리 사이가 나쁜데 개인 팬들만 사이가 좋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레굴루스라는 팀이 막 결성됐을 무렵, 채은성의 입지는 아주 미묘했다.
츄마프 방송 내내 같은 조가 된 연습생들과는 문제없이 어울렸으나, 사적으로는 딱히 친한 연습생이 없었으며, 데뷔 조에 든 멤버들과도 혼자 서먹한 느낌인 데다 순위는 턱걸이인 9위.
새로 풀리는 츄마프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딱히 채은성이 다른 멤버들과 어울리는 장면은 없었다.
김단비 씨와 팬들이 과연 채은성이 팀에 잘 융화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채은성은 그 당연한 걱정을 헛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그 미친 예능감을 어떻게 꽁꽁 숨긴 건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츄마프에서 조용조용하던 걔랑은 혹시 쌍둥이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어쨌거나 도른자로 각성한 채은성은 겉도는 일 따위 없이 레굴루스 멤버들과 순식간에 섞여 들었다.
그렇게 김단비의 마음도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레 채은성에게 감겼다.
‘은성아, 은성아, 은성아……!’
제발 이번엔 다치지 말아라.
‘꼴등 해도 좋으니까, 다치지만 말자!’
그녀가 초조한 마음으로 채은성의 머리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이,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네, 남자 1조 시작했습니다! 채은성 선수, 빨라요! 스타트 아주 좋았어요!] [지난 부상의 아픔을 씻어 내듯 빠르게 치고 나갑니다!] [2, 3위 경쟁이 격렬한데요! 남궁영 선수와 이도은 선수, 막상막하예요!] [1위 레굴루스의 채은성, 2위 노크의 남궁영! 두 선수가 본선에 진출합니다. 축하합니다.] [어, 그런데 기어의…… 베벨 선수 맞죠? 베벨 선수가 심판한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었을까요?] [글쎄요, 여기서 봤을 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요.]“은성아아아아!”
“채은성!”
해설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팬들은 목청껏 채은성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채은성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만 바랐거늘, 막상 1등으로 통과하니 그렇게 기특하고 애틋할 수가 없었다.
“허엉엉엉……!”
“……저, 이것 좀 쓰세요.”
벅차오른 감정에 김단비 씨가 눈물을 콸콸 쏟아 내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팬이 주섬주섬 휴지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크흥!”
팬들의 함성이 잦아들자 묻혔던 해설진의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어, 부정 출발인가요? 그런 얘기가 들리는데요.] [베벨 선수가 항의한 게 그 내용인가요?] [예에…… 일단 1조 결과는 보류로 돌리고 2조 시합을 진행하는군요.]“뭐? 미친 거 아니야? 어떤 또라이 새끼가 부정 출발 이 X랄 X 싸는 X소리를 해?!”
귓가에 들려온 헛소리는 휴지로 눈물을 콕콕 찍어 내던 김단비 씨를 벌떡 일어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쪽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채은성이 머쓱한 듯 손을 내리고 뺨을 긁적이고 있지 않은가.
김단비 씨에게 휴지를 건넸던 팬이 순식간에 돌변한 그녀를 보고 경악한 것이 느껴졌으나 참을 수 없었다.
“부정 출발 아니면 각오해라! 아주 지가 심판이지!”
실력이 없으니 선수가 심판에 빙의하고 난리라는 말을 간신히 참은 김단비 씨는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앉은 기어의 팬덤이 이쪽을 째려보는 것이 느껴졌으나 우습지도 않았다.
‘째려보면 지들 눈만 아프지!’
* * *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뻐서 팔딱팔딱 뛰던 채은성이 예선 2조에 참가하는 강해솔과 교대하듯 돌아왔다.
“은성이 형, 잘했어요!”
“완전 빠르던데.”
멤버들의 칭찬에 채은성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뭐, 제가 좀 그렇죠.”
“…….”
돌아오면 어떻게 기분을 풀어 줄지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채은성은 멀쩡해 보였다.
“……괜찮아?”
“뭐가?”
우휘겸이 조심스럽게 묻자 채은성은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다.
“……부정 출발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혹시 속상해하고 있을까 봐 걱정했어.”
“아아, 그거.”
채은성이 뭔 소리를 하는 건가 했다며 손을 내저었다.
“총소리 딱 들린 다음 뛰었는데 뭐. 나는 부정 출발이 아니라고 백 퍼센트 확신하거든. 카메라 판독을 열 번 하든 백 번 하든 상관없다는 말씀.”
[50m 2조, 레굴루스의 강해솔 선수가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합니다! 2위는 펠리치타의 영원 선수! 이번 대회가 첫 참가인 선수죠.] [네, 그리고 방금 1조 결과가 다시 나왔는데요, 결과에 변함은 없었습니다. 1위는 레굴루스의 채은성 선수, 2위는 노크의 남궁영 선수입니다.]하늘 아래 부끄럼 한 점 없다며 가슴을 편 채은성에게 힘을 실어 주듯, 2조 경기 종료 직후 카메라 판독 결과가 나왔다.
“그렇지?”
채은성은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해설진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부정 출발은 없었다는 이야기네요.] [네, 그렇죠. 기어의 베벨 선수가 항의를 했다고 했는데요, 저는 선수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요. 아무래도 저희처럼 전체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니까 의심이 들 수 있죠.] [베벨 선수가 3위였으면 모를까, 채은성 선수가 떨어졌어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순위였잖습니까. 그냥 속으로 삼키지 않고 의문점을 당당히 얘기한 걸 보세요. 이게 바로 스포츠 정신이죠.]조금 전 왜 항의를 한 건지 알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해설진들은 열심히 기어의 베벨을 두둔했다.
베벨이 항의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예찬으로선 썩 공감이 되진 않았다.
– 총이 안 울렸는데도 출발하는 걸 보고 놀랐다니까요? 당연히 재시합일 줄 알고 출발 안 했죠! 아, 네! 테이프 돌려 보세요!
‘걔는 재시합하는 줄 알았을 텐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채은성은 조 1위로 통과하고 베벨은 조 꼴찌로 떨어졌다.
상쾌했다.
[기록으로만 보면 2조의 강해솔 선수가 채은성 선수를 약간 앞서고 있네요.] [강해솔 선수가 지난 대회에 은메달리스트 아닙니까.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가 되는 선수 중 하나예요.] [다음은 예선 3조인데요, 여기도 레굴루스 선수가 있네요.] [범세혁 선수네요. 육상은 처음 참여하는 선수죠?] [네, 프로필을 보면 지난 대회는 양궁에 참여했었네요. 성적은 살짝 아쉬웠는데, 오전 축구 시합에서는 큰 활약을 보였다고 하네요. 과연 육상은 또 어떨지…… 말씀드리는 순간, 3조 출발합니다!]‘어떻긴 뭘 어떻겠어.’
어영부영 적당히 나갈 시합을 정했던 지난 추석과 달리, 이번 설 전아체는 철저히 실력을 검증한 끝에 종목을 결정했다.
그 말인즉.
[범세혁, 범세혁 선수 빠릅니다!] [레굴루스 선수들, 진짜 미쳤다고 밖에 할 말이 없는데요?] [범세혁 선수 1위로 들어옵니다! 2위와의 거리가 꽤 커요!]범세혁은 레굴루스 내에서 발이 빠른 것으로 넷 안에 든다는 의미였다.
‘이 우투리들 사이에서 어떤 종목이든 4등 안에 든다는 건,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는 거지.’
예찬은 근엄한 얼굴로 1위 도장을 손목에 찍고 방긋거리는 범세혁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새삼 생각했다.
‘체육 대회…… 재밌네.’
박마루 때문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삼 연속으로 1위로 들어오는 멤버들 덕에 덩실덩실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후, 예선 마지막 조로 참가한 배새벽마저 압도적인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육상 남자부 50m 단거리 예선이 마무리되었다.
여자부 경기가 진행되는 사이, 1위 클럽에 든 네 사람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단체전을 준비했다.
“일단 배턴 놓치지 않게 주의하고, 바닥이 진짜 육상 트랙이 아니라 임시로 붙인 거라 많이 미끄럽더라. 단거리 때는 직선 트랙만 있었지만 계주엔 코너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넵.”
예찬은 강해솔의 어깨를 주무르며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 시합에 나가는 멤버들에게 붙어서 열심히 원치 않는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1등으로 들어오고 있어도 안쪽 트랙 안 비켜 주면 어떻게 해요?”
“그냥 밖으로 돌자. 괜히 부딪혔다가 다치는 것보다 나아.”
채은성의 질문에 강해솔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채은성과 범세혁과는 달리 피가 펄펄 끓는 배새벽은 어쩐지 불만스러워 보였다.
“……몸으로 밀면 안 되나요?”
그쪽이 먼저 비매너 짓을 한 거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상대해 주겠다는 말에도 강해솔은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말고 상대측도 안 다쳐야지. 네가 진심으로 밀면 날아간다.”
“…….”
“그리고 밖으로 돌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잖아. 안 그래?”
“……네!”
여전히 부루퉁하던 배새벽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엄청난 승리욕이었다.
여전히 강해솔의 어깨를 주물거리며 예찬은 생각했다.
‘다들 너무 과몰입한 거 아니야?’
배새벽이 1위로 들어왔을 때 잠깐 나가서 터트릴 샴페인 좀 사 오겠다던 자신의 주책은 깔끔하게 잊은 예찬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