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325)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325화
[배새벽 선수, 이번에도 10점입니다!] [하예찬 선수도 자세가 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됐거든요. 아! 9점에서 살짝 빗나갔네요.] [강해솔 선수는 연속으로 9점을 맞췄습니다.]양궁 시합은 준결승도, 결승도 유감스러울 정도로 쉽게 승패가 갈렸다.
10점 외엔 점수판에 기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배새벽뿐만 아니라 강해솔과 예찬도 굉장한 고득점을 기록했다.
레굴루스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기세를 이어 나갔고, 덕분에 손에 땀을 쥐는 경기는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배새벽 선수, 드디어 마지막 한 발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체육관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거 같은데요…….]오히려 긴장감은 배새벽의 개인 기록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자세를 잡는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예찬과 강해솔은 숨을 죽였다.
예선전부터 지금까지 배새벽이 쏜 화살 아홉 발은 전부 10점.
마지막 한 발이 과연 10점을 꿰뚫을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침묵 속에서 배새벽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놓았다.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꽂힌 순간, 예찬의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강해솔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예찬보다 한발 먼저 배새벽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배새벽 선수의 마지막 화살은 10점! 10점입니다!] [지난 대회에서 단 한 발을 제외하고 모두 10점을 맞히며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던 배새벽 선수가 또 자신의 기록을 갈아 치웁니다!] [양궁의 배새벽! 배새벽의 양궁입니다!] [이로써 레굴루스가 총 85점이라는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대회 챔피언인 건곤감리는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되네요.] [배새벽 선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저와 같이 진지하게 올림픽의 꿈을……!] [코치님, 그건 넣어 두시라니까요.]해설진 못지않게 흥분한 예찬과 강해솔이 배새벽을 끌어안고 난리를 치고 있는 사이, 다른 멤버들도 어느새 달려 나와 세 사람을 둘러싸고 빙빙 돌기 시작했다.
체육관 천장을 뚫을 기세로 치솟았던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뒤, 양궁 금메달 삼총사는MC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예찬 선수와 강해솔 선수는 이번이 양궁 첫 참여였는데 금메달을 따지 않았습니까? 혹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 새벽이 같은 동생을 둬서 아닐까요?”
강해솔이 결승전에서 차례대로 9점, 10점, 9점을 쏜 사람치고 겸손한 대답을 했다.
“연습 때 코치님들이 워낙 잘 봐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8점, 10점, 9점을 쏜 예찬도 겸손함으로 절대 꿇리지 않을 대답을 했다.
신인다운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MC가 이번엔 양궁 천재이자 양궁의 왕, 아니, 양궁의 신 배새벽에게 물었다.
“배새벽 선수는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엄청난 기록을 세웠는데요, 혹시 지난 대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으셨나요? 특히 마지막 한 발은 정말 부담이 컸을 거 같거든요.”
“……사실 지난 대회에서부터 개인적으로 노리던 목표가 있어서 말씀하시는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목표 달성에 실패해서 형들 보기가 민망했는데, 다들 제가 풀 죽을까 봐 더 잘했다고 칭찬해 주신 것 같아요. 형들한테 매우 고맙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배새벽은 카메라를 향해 넙죽 고개를 숙였다.
한편 예찬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노리던 목표? 엑스 텐으로 카메라 아홉 개 부수기를 말하는 건가?’
중앙 카메라가 빠졌다고 들었을 때 포기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었나 보다.
오늘 하루 10발의 화살로 100점을 만든 배새벽이 말하는 ‘실패’에 흥미가 생겼는지, MC가 다시 물었다.
“개인적으로 노리던 목표가 뭔지 물어도 될까요?”
“엑스 텐 아홉 발을 쏘는 거요.”
“네?”
생각보다 더 높은 목표에 MC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든지 말든지 배새벽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 갔다.
“저희 멤버가 총 아홉이거든요. 그래서 카메라 렌즈 아홉 개를 깨는 게 목표입니다.”
“아, 네…….”
“그런데 이번 대회엔 엑스 텐 자리에 카메라를 빼서요…… 그냥 위치를 맞추면 맞은 거로 쳐야지 생각했는데, 역시 느낌이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잠시 눈을 내리깔며 긴 속눈썹을 자랑한 배새벽이 카메라를 살짝 올려다보듯 바라보며 눈빛 공격을 시도했다.
“다음 대회엔 다시 엑스 텐 자리에 카메라 넣어 주시면 안 되나요?”
“어, 어우, 그러셨구나…….”
수상할 정도로 잘생긴 놈들만 모아 둔 레굴루스 내에서도 최상위권의 얼굴을 자랑하는 배새벽의 미인계에 리포터와 스태프들이 홀랑 넘어갔다.
“저도 카메라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게요.”
주먹까지 불끈 쥔 MC의 말에 스태프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예찬은 알았다.
엑스 텐 자리에 카메라는 저 인터뷰로 인해 더더욱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배새벽이 쏜 엑스 텐은 총 여섯 발.
카메라가 있었다면 여섯 대가 부서졌을 것이다.
엑스 텐을 그렇게 연달아 쏴 대는 실력자가 아홉 대를 부수는 게 목표라고 선전 포고까지 했다.
‘누가 아, 그럼 신나게 부숴 보시죠! 하고 비싼 카메라를 굳이 거기 설치하겠냐고.’
“와아, 신난다.”
미래를 알 리 없는 배새벽은 기뻐했다.
예찬 또한 굳이 좋아하는 놈에게 현실이란 찬물을 끼얹지 않았다.
* * *
양궁이 여자부 경기까지 전부 끝나고, 레굴루스 멤버들은 진작에 떨어진 e스포츠 시합도 메달이 정해졌다.
드디어 남은 것은 체육 대회의 꽃으로 꼽히는 계주 결승 단 하나였다.
[곧이어 남자 계주 결승이 시작되겠습니다. 참여하는 선수들은 출발선으로 모여 주세요. 다시 한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곧이어 남자 계주 결승이…….]팬석 앞에 앉아 있던 레굴루스 멤버들은 안내 방송이 나오자 너 나 할 것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선우이경에게 기어코 치어리딩 폼폼 한쪽을 받은 예찬은 폼폼을 곱게 품에 챙겼다.
“얘들아, 힘내!”
“파이팅!”
“강해솔! 범세혁! 채은성! 배새벽!!”
오랜 시간 이어진 녹화로 지쳤을 법도 한데, 팬들은 마지막까지 처음처럼 힘찬 목소리로 계주에 나가는 멤버들을 응원했다.
“잘하고 와.”
예찬과 다른 멤버들은 출발선 근처에서 계주에 참여하는 멤버들에게 마지막으로 격려의 말을 전했다.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알지?”
사실 별달리 해 줄 말이 없었다.
‘워낙 잘하는 양반들이라.’
어떤 굉장한 사건이라도 터지지 않는 이상 무난하게 금메달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
예찬은 말뿐만 아니라 생각도 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제자리에.”
심판이 구령을 외치기 시작했을 때, 이번엔 멤버 모두 강해솔이 대기하고 있는 출발선 근처에 서 있었다.
막간을 이용해 해설진이 빠르게 선수들을 브리핑했다.
[계주 결승전, 당연히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만 남았겠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우선 1번 주자로 뛰는 선수들 가운데에선 역시 레굴루스의 강해솔 선수죠. 반응 속도도 아주 빨라서 1번 순서에 아주 제격인 선수입니다.]해설의 칭찬을 들으며 1번 레인에 서 있는 강해솔의 굳은 얼굴을 보고 있자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해솔이 형이 운동을 잘하다니…….’
지난 전아체 때 이미 실컷 놀란 것 같은데, 여전히 놀랍기 그지없었다.
– 형, 하루 종일 방구석에서 뭐 하는 거야. 그러다가 곰팡이 핀다니까? 커튼도 걷고, 운동도 좀 하고 살자.
– 사람한테 곰팡이가 어떻게 펴. 그리고 운동은 지금도 하고 있잖아. 숨쉬기 운동.
–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렇게 살다가 진짜 일찍 죽는다고.
– 응, 그냥 행복하게 살다가 일찍 죽을래.
– …….
탕—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예찬을 과거에서 건져 냈다.
출발선에서 가장 빨리 뛰쳐나온 강해솔이 빠르게 예찬의 앞을 스쳐 달려갔다.
‘어쩌다 한 번 밖에 데리고 나가도 달리기는커녕 걷는 것도 귀찮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아니, 그런 사람이 될 예정이었다고 해야 하나?’
무럭무럭 폐인으로 자라날 인간 하나를 갱생시킨 것 같아서 어쩐지 뭉클했다.
“우리도 같이 뛰자!”
정신 사납게 폼폼을 흔들던 선우이경이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시작 지점에 모여 있던 것이었기에 다들 군소리 없이 레인 안쪽으로 강해솔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그룹들도 각자 자기 멤버를 쫓으며 달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인구 밀도가 굉장했다.
[네, 체육관이 지금 어느 때보다 더 혼잡한데요. 마지막 시합이니만큼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닥이 많이 미끄러워요. 선수들 조심해야 합니다!]“강해솔, 파이팅!”
“해솔아, 조금만 더!”
멤버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강해솔은 가뿐하게 다음 주자에게 1위로 배턴을 넘겼다.
[레굴루스 강해솔 선수! 범세혁 선수에게 배턴을 넘겼습니다! 타이밍 좋았어요!] [람의 김제우 선수도 배턴을 받았습니다!]두 번째 주자 범세혁이 배턴을 꼭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범세혁, 파이팅!”
“넌 할 수 있는 녀석이야!”
이젠 범세혁을 따라 달리고 있는 멤버들은 재빨리 이름을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2위와 거리 차가 꽤 있어서 다들 내심 안심하고 있던 그때, 사건이 벌어졌다.
[어어, 김제우 선수!]범세혁을 따라잡고 싶었는지 무리하게 다리를 움직이던 람의 김제우가 크게 미끄러졌다.
“……!”
그냥 혼자 넘어졌으면 그대로 끝났을 텐데, 김제우는 혼자 죽지 않았다.
넘어짐과 동시에 쭉 뻗은 손이 범세혁의 옷자락 끝을 쥐었다.
그 뒤로는 인간 도미노의 시작이었다.
김제우 뒤로 바짝 붙어 있던 3, 4번 주자가 김제우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거기에 배턴을 건네주고 빠지려던 첫 번째 주자 몇몇까지 이 혼잡한 상황에 말려들고 말았다.
[선수들 괜찮은가요?!] [지금 상태가 정확히 안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거죠?] [어, 선수 한 명 먼저 일어납니다. 누구…… 아, 김제우 선수인데요!]사람 여럿을 쓰러트린 김제우는 가장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바닥을 더듬어 배턴을 주웠다.
‘설마…….’
그리고 쓰러져 있는 아이돌들을 피해 그대로 달렸다.
아니, 정확히는 달리려고 했다.
“완전 쓰레기 아니야?!”
레굴루스 팬석에서 쩌렁쩌렁한 노성이 튀어나오지 않았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방금 소리를 친 이클립틱에게 향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한 듯 어깨를 들썩이고 있던 이클립틱은 잘됐다는 듯 한마디를 더 크게 외쳤다.
“자기가 다 넘어트려 놓고 얌체처럼 뭡니까? 사람이 양심 좀 가지고 삽시다! 네?!”
‘이런.’
뒷일이 살짝 걱정되긴 했으나, 속이 시원해지는 외침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