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378)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378화
박모 씨가 자신의 게으름을 반성하는 사이, 막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대학 신입생 최모 양 또한 같은 사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귀여워어어어―!”
레굴루스가 유피테르 콘서트의 게스트로 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보람이 있었다.
클릭하는 페이지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예찬으로 가득했다.
예찬과 멤버들의 매너 있는 관람 태도는 또 어떠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레굴루스는 타락한 K-pop을 정화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이 분명했다.
“아, 내가 생각했지만 오글거렸다! 아니, 근데 진짜 왜 이렇게 귀엽지? 어떻게 매일 매일 더 귀여워지는 거야? 어제 이미 인간의 한계치로 귀여웠는데, 어떻게 그걸 넘어서는 거냐고!”
흥분한 최모 양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직접 주문 제작한 레굴루스의 동물화 캐릭터가 수놓아진 이불의 감촉은 그야말로 천국 같았다.
이불뿐만이 아니었다.
최모 양의 방은 어디를 보든 레굴루스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수험생의 굴레를 벗어던진 최모 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벽과 가구는 온통 예찬과 레굴루스의 사진으로 뒤덮인 지 오래였고, 수험생이 되기 전까지 취미 겸 특기였던 손바느질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레굴루스 인형들은 침대를 넘어 책상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의 인형도 몇 개씩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츄마프 때부터 지금까지 예찬이 입었던 수많은 옷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본떠 입혀 만든 인형들이었다.
커다란 인형 하나를 품에 안고 쪽쪽 입맞춤을 날리던 최모 양은 이번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이 옷 입은 것도 만들래! 유피테르 굿즈긴 하지만, 매너 있는 후배라니 너무 귀엽잖아!”
간만에, 라고 하기엔 지난주에도 인형 하나를 만들긴 했으나 어쨌거나 장인의 혼이 제대로 불타올랐다.
흥분한 최모 양은 잠자는 것도 잊은 채 예찬이 입고 있는 유피테르 공식 굿즈 의상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흠흠흠~.”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늘이 불금이라 이 얼마나 다행인지.
* * *
유피테르의 콘서트에서 레굴루스가 보인 관람 매너가 예상외로 꽤 큰 화제가 되었다.
“자, 여기도 보라니까? 크으, 이렇게 다들 입을 모아 칭찬하다니……!”
콘서트가 끝나고 그렇지 않아도 넘쳐흐르는 열정에 제대로 불이 붙은 멤버들은 매니저가 스크랩해 온 자료들을 보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이렇게 칭찬받을 일인가?”
“그러게요.”
“혹시 댓글 전부 형이 쓴 거 아니죠?”
“아니, 얘들아 왜 그냥 즐기질 못하니!”
매니저의 말대로 다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뻐할 타이밍을 놓쳤는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냥 친한 선배들에게 초대받은 후배로서 도의를 다 했을 뿐인데 ‘매너의 아이콘’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리스피릿 시절엔 멤버들 가족이나 불렀지 다른 연예인이나 아는 사람을 부른 적이 거의 없어서 비매너 초대객 논란을 몇 번 듣긴 했어도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군.’
가족이 없는 예찬은 강해솔을 비롯해 당시 친하게 지내던 작곡가들이나 안무가들에게 몇 번 초대권을 건네주려 했으나, 지인이란 사람들이 놀라우리만치 일 외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뿐이라 콘서트장까지 온 사람은 없었다.
‘다들 DVD나 블루레이 나오면 사서 본다고 했었지.’
예찬의 초대객이 항상 0명이다 보니 신경 쓰인 건지 다른 멤버들도 항상 최소한으로 초대권을 받아 가곤 했었다.
‘흠.’
문득 흥미가 솟은 예찬은 스마트폰을 두드려 지금까지 여러 공연에서 발생한 ‘비매너의 아이콘’ 사례들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앵콜도 멀었는데 중간에 퇴장하는 건 다반사고 다 같이 일어날 때 앉아있는 사람이랑 그와 반대로 스탠딩 공연이 아닌데 일어나는 사람, 음식물 반입에 셀카 촬영, 소음 공해, 전화 통화에 뭐? SNS 라이브 방송을 공연 중에 했다고?’
정말 상상 이상의 진상들의 향연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초대석에 앉은 사람이 그따위로 굴고 있으니, 팬들의 복장이 터질 만했다.
– 초대권을 아예 없애라는 극단적인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 무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겐 제발 좀 안 줬으면 좋겠다 정말 내 인생 최악의 콘서트였음
“…….”
초대석 바로 옆에 앉아서 콘서트를 보고 왔다는 한 팬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이 눈에 밟혔다.
그러나 정말로 예찬을 경악하게 한 글은 조금 더 스크롤을 내린 뒤에 튀어나왔다.
‘……아, 맞다. 이런 일도 있었지.’
한 아이돌 멤버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보통 초대석으로 주는 2층도 아니라 1층 1열에, 그것도 해외에서 열리는 콘서트까지도 빼놓지 않고 매번 부른 사건이었다.
분노한 팬들은 지금까지 덮어 주었던 그 멤버의 사건·사고를 만천하에 공개했고, 사고 치는 놈은 하나만 하지 않기에 럽스타부터 커플 아이템, 공개석상에서 은근히 여친에게 메시지 보내기 등등이 탈탈 털렸다.
‘얼마 안 가서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했던가.’
회사에서 물을 흐린 사랑꾼을 내치는 것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지만, 그 사랑꾼 멤버의 여자 친구와 다른 멤버들이 사이좋게 콘서트 대기실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유포되며 결국 그룹 자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들도 애인을 콘서트장이나 팬 미팅에 부르는 일이 왕왕 있다는 것이었다.
‘……공사 구분이 그렇게 안 되나?’
“찬이 뭐 보고 있어?”
예찬의 심각한 얼굴이 신경 쓰였는지 채은성이 다가왔다. 예찬은 대답 대신 보고 있던 기사 화면을 채은성에게 보여 주었다.
“헉! 나 이 기사 예전에 봤었는데!”
제자리에서 펄쩍 뛴 채은성이 다시 봐도 놀랍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말이.’
리스피릿 시절에 처음 접했을 때도 정말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이 진짜 일어난 사건임을 깨달은 예찬은 그 길로 김대훈을 붙잡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었다.
– 너……, 초대권으로 교제하고 있는 여성분을 부르면 절대 안 된다. 그건 진짜 안돼.
– 언젠 교제도 안 된다며?
– 그래도 자꾸 하잖아.
– 으으……. 아니, 그런데 형 나를 대체 뭐로 보는 거야! 콘서트장이 얼마나 신성한데! 나 그렇게 팬들한테 예의 없는 사람 아니거든?!
– 네 행실을 떠올리고 불평해라.
– 으으으……!
워낙 이성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놈이라 신뢰하지 않았는데, 김대훈은 정말로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엔 여자 친구를 단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미 바닥을 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에 예찬은 리셋을 할 때마다 김대훈에게 같은 충고를 반복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양다리라 못 부른 거 아니야?’
문어도 아닌 주제 무려 여덟 다리를 걸칠 때도 있었으니, 그 많은 여자 친구들을 콘서트장에 불렀다가 서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 아예 아무도 부르지 않은 것일지도.
“무슨 기사인데?”
“오…….”
채은성의 호들갑에 놀란 멤버들도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맞대고 기사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성 관계가 지저분한 전 멤버를 머릿속에서 지운 예찬은 조심스럽게 멤버들에게 말을 건넸다.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이런 일 없도록 해요.”
24시간을 줄줄 붙어 다니다 보니 현시점에서 연애 중인 멤버가 없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또 언제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니 지금처럼 계기가 있을 때마다 말해 두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세뇌……까진 아니고, 항상 경각심을 갖자는 거지.’
고작 1년, 혹은 벌써 1년. 카메라 앞에 처음 선 후, 그만큼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가.
심지어 놀라우리만치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으니 이제쯤 마음이 느슨해지는 사람이 나와도 놀랍지 않았다.
‘느슨해지는 놈이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보다가 최대한 당기고 당겨서 오래 끌고 가야지.’
예찬 자신도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으며 한 말이었으나 눈만 깜빡거리던 멤버들은 이내 헛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말을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해? 안 어울리게.”
“내 말이. 예찬이 뭐 잘 못 먹었나 했잖아.”
“어제 콘서트 끝나고 연습한 건 좀 오버였나? 애가 고장 났는데?”
멤버들의 깐죽거림에 예찬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 사람들이, 좋게 말을 해도…….”
“그게 이상하다고! ‘콘서트에 애인을 부르는 사람은 인생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이 정도는 말해야지!”
눈을 가늘게 뜬 채은성이 목소리를 일부러 낮추며 딱딱하게 말했다. 예찬은 그 내용보다 표정과 몸짓에 충격을 받았다.
“너 설마 내 흉내 낸 거야?”
경악하는 예찬과 달리 멤버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핫, 그것도 너무 착하게 말했다 은성아!”
“그래! 흠흠, ‘여자 친구? 은퇴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 한 거야?’. 이 정도는 해야지!”
“오, 그럴듯해.”
“나 지금 예찬이 목소리로 자동 변환해서 들었어.”
“다들 멘트가 너무 순해요. ‘콘서트에 여친을 부를 거면 차라리 지금 죽어라, 정의탁.’. 이 정도는 하겠죠.”
채은성에 이어 선우이경과 정의탁도 되지도 않는 예찬의 흉내를 시도했다.
“다들 지금 그걸 닮았다고…….”
“와, 느낌 딱 온다!”
“그래, 그 눈빛!”
“다들 나 몰래 연기 학원 다녀? 왜 이렇게 능숙해?”
“…….”
그러나 예찬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재밌어 죽겠다며 환호할 뿐이었다.
“대체 뭐가 닮았다는 건데요. 그리고 제가 언제 그런 식으로 말을 했어요.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했는데.”
예찬은 억울했다.
리스피릿 멤버들을 대할 때와 달리 아직 지은 죄가 없는 레굴루스 멤버들에겐 착한 말, 고운 말만 썼던 거 같은데.
여럿이서 사람 하나를 이렇게 모함해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누구 하나 예찬의 말에 아랑곳하는 이가 없었다.
“예찬이 형, 아이돌 열애설 뜨면 항상 눈으로 욕하잖아요…….”
“맞아. 그거 보고 나는 평생 홀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는걸. 예찬이가 그런 눈으로 나를 보면 무서워서 죽을지도 몰라…….”
“경이 형, 백번 이해합니다.”
채은성이 주머니에서 반듯하게 다림질한 손수건을 꺼내 선우이경에게 건넸다.
‘이것들이.’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나팔까지 불어 가며 아주 잘들 노는군.
정말 사람 몰아갈 때는 합심이 척척 잘 되는 놈들이다.
이럴 땐 아무리 말을 해 봤자 통하지 않았다. 그저 또 다른 몰이 대상으로 쓰일 뿐.
“연습이나 다시 합시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다들 미래의 애인에게 초대권을 넘길 생각이 없어 보이니 앞으로도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될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