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383)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383화
“저는 토마토 파스타 파인데요.”
‘알지! 아는데!’
예찬은 답답함에 애꿎은 손만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같이 산 게 벌써 몇 달인데 설마 그걸 모르겠는가.
토마토 파스타 중에서도 고기가 들어간 종류를 선호하고, 거기에 치즈까지 잔뜩 갈아 넣으면 금상첨화인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알리오 올리오로 갈 것 같은 분위기 아니야?”
“그건 그렇지.”
“새벽이 뭐 시켰는데?”
다행히 이번엔 다들 예찬과 같은 마음인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해왔다.
“크흡…….”
“가원아, 울지 말고 웃어.”
“…….”
저 멀리서 웃음을 삼키느라 헐떡거리는 선배님은 보지 못한 걸로 치자.
멤버들의 성화에 배새벽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 말했다.
“토마토 파스타가 맛있는데.”
물론 남이 무어라 떠들건 간에 배새벽이 의견을, 그것도 식사 메뉴를 바꿀 놈은 아니었다.
“……그래, 알겠어.”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는 사이, 화면 속 멤버들은 어느새 세 팀으로 차까지 나눠탄 채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건 좀 흥미롭군.’
강해솔네와 휴게소에서 한 번 만난 것 빼곤 뿔뿔이 흩어져서 최종 목적지까지 달렸기에 뭘 어쩌면서 왔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도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다소 산만하던 실내가 고요해졌다.
우선 가장 먼저 눈썰매장을 떠났던 배새벽네 팀이 첫 번째 미션이었던 ‘이심전심, 라면 골라오기’에 도전했다.
[어어, 마지막 순서였던 새벽 선수, 아니 새벽 씨까지 같은 라면을 사 왔네요!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는 거 아니야?]제작진 입에서 ‘선수’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편의점을 왕복한 멤버들은 그 후로 이어진 미션들도 신들린 것처럼 막힘없이 해냈다.
제작진의 입에서 혹시 누군가 미리 문제를 흘린 게 아닐지 의심하는 소리가 나올만한 활약들이었다.
한 번 성공할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한 명씩 번갈아 농구공 총 연속 12회 넣기, 플라스틱 컵으로 쌓은 탑 정해진 시간 안에 전부 부쉈다가 다시 쌓기 같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미션들부터 제작진과 오목 승부, 가로세로 낱말 퍼즐 맞추기 등의 머리를 쓰는 미션들까지 파죽지세로 성공해 나갔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이야 몰라도 이미 스파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의아해질 뿐이었다.
얘 왜 일을 안 하지? 하고.
그리고 아예 파업한 건 아니었는지 열심히 할 일을 하던 스파이가 꼬리를 밟혔다.
[흐음……, 저 의자 뭔가 수상하지 않나요?] [의탁아.] [네, 이경이 형.] [너 참 수상하다.] [……네에에엣?]화면 속 정의탁의 놀란 얼굴과 제대로 음 이탈이 난 목소리는 ‘저 스파이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크으으으으응…….”
동시에 예찬의 옆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정의탁은 자신의 추태에 상심한 건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더이상은 차마 지켜볼 자신이 없다는 듯.
[무, 무, 무슨 소린데요? 제가 스파이란 건가요?!] [아무도 스파이라는 소리는 안 했는데.] [히익!] [……얘를 어쩐담.]‘음. 못 볼만 하군.’
정의탁이 머리통을 숨긴 이유를 순식간에 이해해 버렸다.
이내 화면은 잠시 시간을 앞으로 돌려 막 스파이로서 지령을 받는 정의탁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어, 이거!]눈썰매장에서 깃발을 집어 든 정의탁이 교묘하게 붙어있는 쪽지를 발견하곤 황급히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뒤이어 화면이 다들 주차장에서 차를 찾고 있을 때, 조심스레 카메라에 다가와 말을 거는 정의탁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거는 예상치 못했는데요……, 한번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동시에 스파이 미션 내용이 적힌 정의탁의 쪽지가 시청자들에게도 공개되었다.
[*완벽한 스파이가 되기 위한 세 가지 미션*1.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수상해’를 스무 번 이상 말한다.
2.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일곱 시 삼십 분 이후여야 한다.
3.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한 후 진행하는 스파이 투표에서 한 표도 받지 않아야 한다.
+ 미션을 성공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스파이, 파이팅!]
쪽지가 흐려지며 생략됐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팀은 전부 우리 멤버들이네? 은성이 이제 말 좀 하겠는데?] [아, 좀 전까지도 말 잘했어요! 조금 긴장한 것 뿐인데!] [은성이 형, ‘수상’해요.] [……엉? 뭐가?] [……그냥, 다요.] [엥?] […….] [에에에엥?] […….]차에 타기 무섭게 미션 단어를 빨리 말해야겠다는 의지로 불타 역으로 수상한 놈처럼 보인 정의탁은 그걸 만회하려는 건지 미션을 더럽게 열심히 했다.
[우리 엄청 빠른데?] [1등 할 거 같죠?] [1등! 1등! 1등!] [1등…….]이대로 가다간 너무 빨리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아졌는지, 정의탁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물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채은성이 그런 정의탁을 정말 수상하다는 듯 대놓고 구경하고 있었으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정의탁은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순서는 앞서 보여줬던 농구 골대에 농구공 넣기였는데, 빠르게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 줬던 전과 달리 이번엔 정의탁의 표정에 초점을 맞췄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골대만을 노려보고 있던 정의탁의 손에서 농구공이 날아갔고, 완벽한 포물선을 그린 공은 백보드는커녕 림조차 건드리지 않고 골대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가장 완벽한 슛을 보여 준 당사자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슛을 쏜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딜 어떻게 봐도 공을 빗나가게 하고 싶었는데 들어가 버려서 당황한 사람으로 보였다.
같은 팀 멤버인 선우이경과 채은성, 그리고 배새벽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그저 천연덕스럽게 정의탁의 어깨며 등을 두드리며 말을 걸 뿐이었다.
[오, 의탁이! 마지막 순서 하고 싶다더니, 자신 있을 만하네! 하나도 안 수상했어!] [우리 탁이 농구 좀 했구나! 수상하지 않네!] [형, 잘했어. 수상함 0%야.] [어, 어어…….]‘……이미 단어까지 털렸군.’
세 사람은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자신들이 찾아낸 첩자를 차 안으로 떠밀었다.
그 후로는 누가 스파이인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연달아 이어질 뿐이었다.
[어어. 수상한데?] [뭐, 뭐가요?] [아니, 누가 봐도 저어기 놔야 이길 수 있는데. 거기 놓는 건 거의 자폭이잖아.] [에이. 우리 탁이가 스파이도 아니고 설마 그러겠어요?] [그렇죠. 그런 식으로 오목 두는 건 스파이밖에 없을걸요. 그치, 의탁이 형?] [으응…….]어떻게든 져 보려던 오목도.
[아이스크림 5층 쌓기? 이거 못 하는 사람 있어요?] [내 말이. 내 생각에 이거 최소 5층을 못 쌓으면 그건 스파이야.] [저도 동의합니다! 탁이는?] [저, 저도 동의합니다…….]아이스크림콘 위에 아이스크림을 쌓는 미션도 거의 우는 얼굴로 해냈다.
스파이 정의탁이 해낸 일이라곤 괜히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수상하다는 말을 흘리는 것 정도였다.
“……너희, 되게 가차 없구나.”
방송에 집중하고 있던 황시우가 스파이가 가엾다며 혀를 찼다.
예찬 또한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흐흐흐.”
시청자들의 생생한 반응에 선우이경은 웃었고.
“끄흐흐흑…….”
정의탁은 울었다.
* * *
[오늘의 하찮음 담당은 의탁이인가ㅋㅋㅋㅋㅋㅋ]하찮은데 귀여운데?ㅋㅋㅋㅋㅋㅋ
└ 하찮아서 귀여운 것인지 귀여워서 하찮은 것인지
└ ㅋㅋㅋㅋㅋㅋ아니, 우리 애들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어 생파같은 거 할 때 어떨때는 되게 천연덕스럽더니 또 이럴 때는 진짜 못해
└└ 의탁이는 일단 한 번 말리면 정신 못 차리는 거 같음 계획이 틀어지면 표정에서 티가 너무 나ㅋㅋㅋㅋ
└ 애들 마피아 게임 좀 했으면 좋겠네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웃김ㅋㅋㅋㅋㅋㅋ
└└ ! 이거다! 너 PD 할 생각 없냐?ㅋㅋㅋㅋㅋㅋ
└ 은성이 전반부랑 후반부 사람이 완전 다르잖아ㅋㅋㅋㅋㅋㅋ
└└ 채은성(21), 멤버 놀리는 데 진심인 편이지만 낯가림이 심함
└ 하… 의탁이가 이렇게 하찮은데, 우리 원조 하찮이도 한 건 해주리라 믿는다
└└ 리더 믿고 있다구!
└└└ 악마들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리더! 저도 믿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예찮 넌 할 수 있어!!!!!
가여운 스파이 정의탁의 활약으로 팬들의 기분이 한껏 고양된 가운데, 이번엔 주차장에서 두 번째로 출발한 SUV 팀의 모습이 화면에 송출되기 시작했다.
[차 좋은데? 일단 넓어서 좋다.] [선배님, 저희가 운전해야 하는데 죄송해요. 대신 열심히 보조하겠습니다!] [면허 없는 게 죄도 아니고 뭘 죄송까지.]기합이 바짝 들어간 심상록을 향해 피식 웃은 황시우는 이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황시우를 제외하면 전부 레굴루스 멤버인 두 번째 팀의 차는 빠르게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휴게소에 도착했다.
[뭐야, 너희 벌써 끝났어?] [어, 선배님이다!] [넵! 선배님도 파이팅!] [솔이 형! 록이 형! 혁아!]순식간에 첫 번째 미션을 끝내고 차에 타려는 배새벽과 그 팀원들을 마주친 세단 팀의 눈이 번뜩였다.
[와, 우리도 질 수 없지! 어떤 미션일지 몰라도 한 번에 끝내 버리자!] [네!] [힘내 봐요!] [……파이팅.]열정 넘치는 세 사람 사이에 낀 바람에 분위기를 맞춰 보려는 강해솔이 눈에 띄는 가운데, 첫 번째 미션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편의점까지 달려가서 라면을 하나 사 오시면 됩니다. 전부 같은 라면을 사 오시면 저희가 맛있게 끓여드리는 라면을 먹고 떠나시면 된답니다!] [저기 PD님, 앞에 팀도 같은 미션이었어요?] [네, 시우 씨.] [아니, 우리랑 몇 분 차이 안 난 거 같은데 끓여서 먹기까지 다 했다고?]황시우의 의문을 풀어주듯, 빠르게 넘어가느라 생략된 배새벽 팀의 라면 먹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면을 먹을 때 나는 흔한 후루룩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그저 빠르고 신속하게 라면을 없애는 데만 몰두한 네 사람의 모습은 흡사 장인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면 시우 씨부터 출발!] [아, 네!]놀라움 반, 의아함 반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황시우가 빠르게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빨리빨리 끝내야지! ……응? 이거 왜 안 열려? 응?]편의점 문을 붙잡은 황시우가 억울하다는 듯 근처에 대기하고 있는 제작진을 바라보았다.
[…….] […….] […….] [……그거 고정문이요.]잠시 시선을 피하던 제작진은 차마 황시우의 뜨거운 눈빛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기운 없이 문 위에 붙어있는 글자를 가리켰다.
[아! 감사합니다. 좋았……, 여기도 안 열리는데요?] [거기 당기세요, 라고…….] [아아! 감사합니다!]황시우는 시작부터 버벅거린 것 치곤 보무도 당당하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문 앞에서 시간을 지체한 것을 만회하려는 듯, 빠르게 라면 판매대에서 봉지 하나를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동시에 실시간 채팅창 및 MBB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러 커뮤니티, 그리고 SNS에선 웃음꽃이 피었다.
– 아니 시우얔ㅋㅋㅋㅋㅋ 하필 저 라면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팀은 여기 천년만년 있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만도 했다.
[이거 계산해 주세요.]보통 라면을 사 오라고 하면, 칼국수를 사 오진 않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