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384)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384화
– 라면 사 오라는데 칼국수 뭐임???
└ 저것도 라면은 라면 아니냐
└└ 누가 나한테 라면 아무거나 사 오라고 했을 때 저거 사가진 않을 거 같은데
└└└ 나도ㅋㅋㅋㅋㅋ
– 오늘 휴게소에서 노숙할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황시우가 이 팀 스파이임?
└ 그런듯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스파이여도 너무 티 나잖아;;;
– 시우야 안 들킬 의지가 없는거니…?ㅋㅋㅋㅋㅋ
– 의탁이는 애교였네ㅋㅋㅋ
보편적이지 못한 라면 선택에 이미 스파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시청자들은 허허 웃었다.
황시우가 너무 과하게 열심히 스파이 짓을 한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오, 카레. 카레 맛있지. 해솔이 형이 카레 잘해요.]너털웃음으로 가득하던 게시판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황시우 다음으로 출발한 범세혁이 아무도 묻지 않은 tmi를 방출하며 카레 라면을 집어 든 후였다.
– ???????
– 스파이 두 명임???
└ 팀원이 넷인데 설마;;;
– 카레 라면이 칼국수보다 더 이상한 듯
└ 근데 카레 라면은 봉지에 라면이라고 써있음 칼국수는 칼국수고
– 어째서 갑자기 분위기 추리물…?
나머지 두 사람은 무난하게 잘 팔리는 라면을 들고 왔으나 모두의 마음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런, 살짝 아쉬웠네.] [다음번에 더 잘하면 되죠!] […….]허기진 배에 치명적인 라면 냄새를 맡으며 스파이 후보인 두 사람이 실없는 소리를 떠들어 댔다.
그런 두 사람의 딱 반보 뒤에 서 있는 강해솔은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말을 아꼈다.
고작 첫 시도를 했을 뿐인 데다가 이상한 라면을 사 온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하늘 같은 선배님이다 보니 부글거리는 가슴을 다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네 번, 다섯 번으로 이어지자 어떻게든 부여잡고 있던 인내심의 끈도 끊어지고야 말았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고.] [아하하하…….] [여러분, 돈이 다 떨어졌으니 몸으로 때우시면 됩니다! 자 설거지는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뭔가 있다고, 뭔가…….] [하하, 해솔아 일단 가자. 가서 얘기하자.]음모론자로 각성한 강해솔의 등을 심상록이 떠밀었다.
강해솔은 주방으로 향하면서도 뭔가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차가운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 후배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저 먼 곳을 바라보던 황시우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처음에 왜 칼국수를 사 오셨나요?]촬영이 거의 다 끝날 무렵에 찍어서인지, 휴게소 주차장에서보다 많이 초췌해진 황시우는 PD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제 가슴을 두들겼다.
[아니, 저 진짜 할 말 많아요. 여기 편의점 안에 보신 분들 많으시죠? 라면 코너를 잘 떠올려 보세요. 라면 코너 시작 부근에 있는 게 칼국수였다고요! 따로 상의할 수 없으니 가장 앞에 있는 걸 집어 오자! 그런 완벽한 설계였는데…….] [아, 그러셨구나.] [그렇다고요!] [그런데 라면 코너가 보통 일자로 있잖아요? 그러면 반대쪽에서부터 살펴볼 수도 있지 않나요?] [……네?] [예를 들어 시우 씨가 오른쪽부터 봐서 오른쪽을 처음이라고 생각했다면 다른 분은 왼쪽부터 봤을 수도 있고.] [……엥?]주태현이 화면 속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의 황시우를 가리켰다.
“이거 엄청 돌아다니겠다.”
“와, 나도 그 생각했어. 이게 오늘의 새 짤이네.”
“시우가 맹한 표정 참 잘 짓는다니까.”
“추측하지 마! 슬퍼지니까!”
황시우의 외침 뒤로 이번엔 범세혁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황시우와 똑같이 시작된 인터뷰에 범세혁은 차분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팬들이 좋아하는 일명 ‘왕자님 미소’였는데, 예찬의 기억에 의하면 보통 저렇게 웃을 때면 헛소리를 하곤 했다.
어쨌거나 헛소리 왕자는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PD님, 저희가 서로 상의할 수가 없었잖아요.] [네, 그랬죠.] [그러면 어떻게 네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추측?]성공적인 촬영으로 기분이 좋은 PD는 성실한 태도로 범세혁에게 대답해주었다.
범세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가의 미소를 더 진하게 그리며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더 강한 게 있죠. 바로 사람의 기억, 그리고 마음이에요.] [마음이요?] [네. 저 그 카레 라면을 보는 순간, 해솔이 형이 만들어 준 카레가 떠올랐거든요. 그래서 라면을 사면서 간절히 기도했어요. 카레를 먹고 싶은 제 마음이 형들에게 닿기를.] [……네?]목소리만 출연하고 있는 PD였으나, 황당해하고 있을 얼굴이 어쩐지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범세혁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텔레파시를 보낸 거죠. ‘우리들의 추억을 떠올려요! 카레 맛있었잖아요! 제 마음을 읽어 주세요!’ 하고요.] [그런데 실패하셨잖아요.]PD의 말에 범세혁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니까요. 아무래도 텔레파시가 좀 약했나 봐요.] [그런데 세혁 씨. 그 텔레파시를 받으려면 시우 씨도 해솔 씨의 카레를 먹어 본 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아까 분명 기억과 마음이라고 하셨잖아요?] [……앗!]범세혁의 인터뷰가 시작되자 잠시 황시우를 놀리던 입을 다물고 있던 주태현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화면을 가리켰다.
“저것도 엄청 캡처돼서 돌아다닐 듯.”
예찬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벌한 분위기는 바로 다음 장면에 풀어졌다.
[엇.]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입을 삐죽거리며 주방에 들어선 강해솔을 향해 엄청난 성량의 생일 축하 노래가 쏟아졌다.
어리둥절한 사이 머리엔 고깔모자를 쓰고 목에는 사탕 목걸이를 걸게 된 강해솔을 둘러싸고 MBB 제작진뿐만 아니라 휴게소 직원들까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분위기를 탄 아이돌들도 합류했다.
[촬영 당일, 해솔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해솔 씨,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MBB 제작진 일동-]화려한 자막 뒤로 기뻐서인지, 아니면 어색해서인지 양 볼을 붉게 물들인 강해솔이 360도로 돌아가며 꾸벅꾸벅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케이크도 있습니다! 초 불고 잘라주세요, 해솔 씨. 먹는 건 안되지만요.] [이번 미션 성공하시면 드릴게요!] [아, 네.]강해솔은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케이크를 잘랐다.
[이때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케이크와 다시 재회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자막 뭔데!”
쓸쓸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자막이 떠오르자, 강해솔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예찬은 잠시 눈을 감고 웃음을 참았다.
자막이 예견한 대로 SUV 4인방은 설거지로 번 돈도 전부 탕진해 휴게소 청소까지 싹 마칠 때까지 첫 번째 휴게소를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간신히 휴게소를 떠난 뒤에도 네 사람의 수난은 계속하여 이어졌다.
[흐엣취! 헙!]심상록의 재채기 한 방에 이미 몇 번이나 쓰러졌던 도미노가 기다렸다는 듯 와르르 무너졌다.
자신이 불러일으킨 참극을 확인한 심상록은 급하게 입을 틀어막고 강해솔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재채기?] [해, 해솔아…….]서서히 심상록을 향해 돌아가는 강해솔은 고깔에 사탕 목걸이, 생일 파티용 선글라스, 거기에 ‘오늘 생일’이라고 적힌 귀걸이까지 걸고 있었다.
새로 도착하는 미션 장소마다 생일 파티가 벌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그 재미있는 차림새도 강해솔이 불러일으키는 스산한 분위기를 지워내지 못했다.
황시우와 범세혁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허둥지둥 도미노를 수습했다.
세 번째 미션까지는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나와도 꺄르르 웃으며 ‘그럴 수 있지!’, ‘다음에 잘하면 되지!’를 외치던 천진난만한 두 사람이었으나, 분노로 새파랗게 타오르는 강해솔의 눈과 마주친 뒤론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바닥에 바짝 엎드리고 있었다.
[형 평소엔 잘 가리고 하잖아요.] [그, 그러게. 내가 왜 이랬을까…….] [……뭔가 있어, 뭔가 있다고.] [해솔아, 오해야. 형이 진짜 잘할게.] [아주 끔찍한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황시우나 범세혁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실패를 거듭하진 않았으나, 심상록 또한 여기까지 오며 지은 죄가 깊었다.
거의 애원하는 심상록을 뒤로한 채 강해솔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도미노를 쌓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한 광경에 예찬의 고개가 절로 태블릿을 향했다.
– 와 여기 진짜 박빙이다ㅋㅋㅋㅋㅋ
└ 뭐가? 스파이 후보가?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누가 스파이인지 모르겠음;;;;
– 스파이 적어도 두 명 아님?
└ ㅇㅈ 한 명은 말도 안 된다 ㄹㅇ로
– 해솔이 불쌍해… 불쌍한데 귀여워…ㅎㅎ
– 스파이 누굴지는 몰라도 지금 기분 째질 듯ㅋㅋㅋㅋㅋ
└ 그니깐ㅋㅋㅋㅋㅋ 빌런 짓을 하면 두 명이 더 내가 더 빌런이다!하고 붙음ㅋㅋㅋㅋ
– 하 전에 미션까지는 빼박 범세라고 생각했는데 상록이 왜 이렇게 수상하냐?
└ 222 원래 조심성 있는 애라 방금 기침 너무 티났음
– 난 황슈가 젤 수상하던데
└ 윺 게시판 구경 가보니까 황 선배는 원래 그런 사람이래
└└ 원래 그런 사람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세혁이도 솔직히 원래 그런 사람 아니냐?
└└└ 나도 세혁이가 스파이 같다는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음ㅋㅋㅋㅋㅋ 세혁인… 원래 저런다고…ㅋㅋㅋㅋㅋ
– 영원히 고통받는 해소리ㅠㅠㅠㅠㅠ
마구마구 올라오는 스파이 추측 글들을 보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어디에도 진짜 스파이의 이름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외치고 싶다. 스파이가 누구인지.’
예찬은 한결 촉촉해진 눈으로 스크롤을 움직였다.
– 제작진도 해솔이 볼 때마다 짠한 눈빛 보내는 거 봐ㅋㅋㅋㅋㅋ
└ 그니깐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짠 내 난다고ㅋㅋㅋㅋㅋㅋ
– 해솔아 오늘은 울어도 인정이다
– ㅋㅋㅋㅋ방금 스태프가 해솔이 어깨 두들긴 거 본 사람?
└ 나도 봄ㅋㅋㅋ
‘그거 짠해서 그런 거 아닙니다. 제작진은 지금 해솔이 형이 메소드 연기 중이라고 생각해서 감탄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 소문내지 말라는데 굳이 대나무숲까지 찾아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던 이발사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던 예찬은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스파이는, 강해솔이다! 강해솔이라고! 해솔이 형이 스파이다! 본인도 모르지만!!’
정말로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었기에 속으로만 강해솔의 이름을 열심히 외친 예찬은 아주 조금 시원해진 마음으로 다시 TV 화면에 집중했다.
[과연 스파이는 누구?]의미심장한 자막 위로 가로세로 두 줄씩 넷으로 나눈 화면에 SUV 팀원 넷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랐다. MBB PD와 제작진들의 희열이 느껴졌다.
‘내가 출연진이라 다행이다.’
스파이가 누구인지 알고 보니, 모르고 있는 사람들보다 이 콘텐츠를 적어도 다섯 배는 즐기고 있다는 자신이 들었다.
‘방송 끝나면 이클립틱들에게 스파이가 누구인지 아는 상태로 다시 보라고 남겨야지.’
물론 예찬이 당부하지 않아도 몇 번이고 같은 영상을 다시 돌려볼 팬들이긴 했지만, 꼭 말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지 않았던 순서가 찾아왔다.
[달려 보자고!]예찬과 우휘겸, 그리고 유피테르 멤버 셋으로 구성된 경차 조의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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