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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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40화
예찬은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는 강해솔을 곁눈질했다.
조 리더를 맡은 강해솔은 전날 광주까지 내려가 종일 구른 예찬과 우휘겸보다 더 야위어 있었다.
예민한 성격에 합숙 내내 얼마나 속을 끓였을지 안 봐도 뻔했다.
하지만 예찬의 눈엔 꼿꼿한 강해솔의 등이 보기 좋았다.
‘이쯤에선 항상 빌빌대는 모습만 봤는데 훨씬 낫네.’
저 완벽주의자는 무슨 작업이 있을 때마다 저렇게 자신을 학대하곤 했다.
저 짓거리를 멈추려면 보통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데뷔한 후 차분히 시간을 들여 고쳐 봐야겠다고 새삼 다짐하며 예찬은 그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범세혁 쪽으로 눈을 돌렸다.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 있는 범세혁은 흰 셔츠에 검은 슬랙스 차림이었다.
서커스라는 콘셉트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장식들로 치장한 강해솔 조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Last Circus가 화려한 곡인데 이번에도 깔끔하게 가는군.’
반복되는 회차 속에서 범세혁은 항상 유피테르의 ‘Last Circus’ 조에 들어갔었다.
멤버에 따라 의상 콘셉트에 변화가 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회차에서 지금처럼 깔끔한 차림이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1등을 차지했지.’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범세혁도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의욕으로 불타는 강해솔을 떠올린 예찬은 마침 눈을 뜬 범세혁과 눈이 마주치자 엄지를 치켜세웠다.
‘너도 어디 죽기 살기로 해 봐라.’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해서 말이지.
예찬의 손짓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환하게 웃은 범세혁은 마찬가지로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찬은 다시 대기실 모니터에 집중했다.
‘Last Circus’의 무대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둘 다 훌륭했다.
두 조 모두 리더인 강해솔과 범세혁을 제외하면 특출난 연습생이 없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무대를 선보였다.
‘생각보다 더 박빙이겠는데.’
예찬은 화면을 향해 박수를 보내다가 문득 자기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입가를 더듬었다.
‘미쳤나.’
분명 1등을 하기 위해 썩 좋은 상황이 아님에도 묘하게 기분이 들떴다.
‘갑자기…… 는 아니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느 순간부터 계속 이런단 말이지.’
오랜 시간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 온 예찬에게 라이벌은 곧 적이었다.
한정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자를 견제하며 아슬아슬한 절벽을 오르는 연예계에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성장하는 라이벌이란 것은 허울 좋은 개소리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연습생 신분이 되었다고 어울리지 않게 마음이 말랑해진 모양이었다.
* * *
여덟 개의 무대가 전부 끝나고 관객들이 퇴장한 후 연습생들은 텅 빈 무대로 다시 모였다.
1차 경연과 다르게 합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결과를 발표한 뒤 해산할 예정이라 연습생들은 정신없는 와중에 짐도 챙겨서 나온 상태였다.
[두 번째 경연 모두 수고했습니다, 후보생 여러분!]MC 앤드류의 말에 피로한 몰골의 연습생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만족스럽게 미소 지은 MC가 다시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그럼 지금부터 두 번째 경연의 결과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MC도 피곤했는지 진행 속도가 전과는 비할 수 없이 빨랐다.
순식간에 ‘바라보다’를 부른 두 조의 결과를 발표한 MC는 곧장 ‘Don’t bother’의 두 조를 앞으로 불러냈다.
열두 명의 연습생이 나란히 모니터 앞에 섰다.
[그럼 먼저 조별 연습생의 득표수입니다.]MC의 말에 가로로 이분할 된 모니터의 가장 아래쪽에 6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모니터를 확인한 MC가 큐시트를 들고 있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각 조의 6위를 공개해 주세요!]숫자 옆에서 빠르게 변하던 이름이 이내 멈추고 그 옆으로 득표수가 떠올랐다.
[6위 : 기태랑 – 84 ‖ 6위 : 양지웅 – 58]예찬의 조보다 심상록 조 6위의 득표수가 더 낮았다.
예찬은 동요하지 않고 심상록 조의 3TOP 라인을 살폈다.
메인 래퍼 심상록에 메인 보컬 정의탁, 거기다 메인 댄서 선우이경.
백 미터 밖에서 봐도 표가 갈기갈기 찢어질 조합이었다.
‘우리 쪽도 우휘겸 표가 상당하겠지만 저기처럼 셋이 나눠 먹을 레벨은 아니야.’
몰아치듯 지나간 억울한 논란으로 이슈가 된 탓인지 객석에는 우휘겸을 응원하는 팬들이 가장 많아 보였다.
하지만 현장 관객을 모집한 것은 그보다 더 전이었다.
‘황금 같은 일요일을 저녁부터 자정까지 통으로 바칠 정도로 열렬한 팬이라면 투표는 결국 자기가 미는 연습생으로 가게 되어 있거든.’
다른 조의 연습생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우휘겸에게 동정표를 보낼 가능성도 있었지만 예찬은 자신의 실력을 믿었다.
‘지금까지 해 온 가락에 곡의 중심 포지션, 거기다 아이템 버프까지 있었는데 밀리면 은퇴해야지.’
예찬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3위 발표 순서가 되었다.
[3위의 득표수, 공개합니다!]빠르게 변하던 이름이 다시 멈췄다.
[3위 : 남지유 – 153 ‖ 3위 : 정의탁 – 261]예찬은 먼저 같은 조의 순위와 표를 살폈다.
남지유는 4위인 배새벽과 한 표 차이였다.
‘배새벽이 이번에도 실력이 확 늘어난 게 관객들에게 제대로 티가 났나 보네. 헤어를 바꾼 것도 한몫했을 테고. 그리고 옆쪽은…….’
세 사람의 경쟁에선 일단 정의탁이 밀린 모양이었다.
정의탁의 득표수와 남은 표를 생각하면 1, 2위와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정의탁은 생각보다 높은 득표수에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예찬은 그 옆에서 정의탁의 어깨를 두들기고 있는 심상록의 사람 좋은 얼굴을 잠깐 확인하고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심상록이 너무 양보했어.’
[다음은 2위입니다!] [2위 : 우휘겸 – 202 ‖ 2위 : 심상록 – 263]원곡대로 갔으면 조 1위는 분명 심상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상록은 굳이 다른 조원들에게 제 파트를 떼어 주는 걸로도 모자라 댄스 멤버들을 위해 댄스 브레이크까지 꾸역꾸역 끼워 넣었다.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오지.’
댄스 브레이크의 하이라이트를 맡았던 선우이경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떠올린 예찬은 심상록을 향해 속으로 혀를 찼다.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는지, 원.’
예찬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한 것을 느끼고 긴장한 척 표정을 굳혔다.
우휘겸의 득표는 예찬이 예상한 범위 내였다.
남은 표가 뻔하니 예찬의 표도 마찬가지리라.
[마지막 대망의 1위입니다! 축하합니다!]MC의 말과 동시에 모니터에 이름과 숫자가 표시되었다.
[1위 : 하예찬 – 314 ‖ 1위 : 선우이경 – 265] [이로써 ‘Don’t bother’ 팀의 개인 최다 득표 베네핏 5만 표는 하예찬 후보생이 가져갑니다!]만족스러운 시작이었다.
예찬은 감동한 얼굴로 허리를 굽혔다.
‘이제 기대해 볼 수 있는 건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한 조에게 주는 베네핏과 전체 여덟 조 중 최다 득표 조에게 주어지는 베네핏인데.’
2차 경연은 각 조의 무대가 끝나고 개개인 연습생 투표가 한 번.
같은 노래를 부른 두 조의 무대가 끝나고 더 좋았던 팀을 고르는 투표가 한 번.
마지막으로 모든 무대를 다 본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조를 고르는 투표가 또 한 번 있었다.
만약 일대일 대결의 결과로 나온 표수로 최다 득표 베네핏을 준다면 표가 치열하게 갈리는 ‘Don’t bother’ 팀이나 ‘Last Circus’ 팀은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투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했다.
‘먼저 승리 베네핏을 받아간다.’
예찬의 이글거리는 마음을 읽은 것처럼 MC는 빠르게 조 배틀 결과를 발표했다.
[이제 ‘Don’t bother’ 각 조의 득표수를 보여 주세요!]연습생들의 이름이 지워진 모니터에 숫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모두의 집중도가 최고조로 올랐을 무렵, 숫자가 멈췄다.
[1조 – 526 ‖ 2조 – 469]그다지 크지 않은 격차였으나 분명한 승리였다.
“우와아아아, 예찬아!”
“예찬이 혀어어엉!”
눈 깜짝할 사이에 눈덩이처럼 한 뭉치가 된 조원들이 예찬까지 집어삼켰다.
“어, 그래. 어, 알겠으니까, 어, 그만.”
예찬의 만류에도 조원들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괴성을 내며 기뻐했다.
예찬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던 것은 그 후로도 땀 냄새 나는 조원들에게 둘러싸여 한참을 빙글빙글 돈 후였다.
‘체력도 좋네.’
의자에 앉자 긴장이 풀린 건지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들었다.
생각해 보면 지난 3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를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촬영은 끝나지 않았다.
예찬은 입 안쪽 살을 깨물며 정신을 다잡았다.
그러는 사이 3번 방의 결과 발표가 끝났다.
지난 1차 순발식에서 각각 8위와 10위를 했던 채은성과 이승헌의 표 갈라 먹기에, 박나길은 지난번보다 더 적은 표를 획득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 마지막 4번 방의 발표가 이어졌다.
강해솔의 딱딱하게 굳은 얼굴과 대조적으로 범세혁은 옅은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4번 방 리더 둘의 얼굴을 차례로 훑어본 예찬은 가운데 놓인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
[먼저 6위, 공개합니다!]지금까지 중 제일 낮은 표수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두 연습생에겐 미안하지만 파트 분배의 문제는 아니었다.
강해솔의 조는 칼같이 파트를 육 등분했고, 범세혁의 조는 원곡에서 비중이 너무 없는 멤버의 자리에 메인 멤버 파트 일부를 떼어 주었다.
다만 그렇게 줘도 못 먹는 놈들이라 결국 무대가 끝나고 뇌리에 남은 건 강해솔과 범세혁뿐이었다.
‘받아먹는 것도 재능이란 말이지.’
[그럼 1위의 득표수, 공개합니다!]예찬이 시큰둥하게 4번 방의 무대를 복기하고 있는 와중에도 착실히 발표는 계속되어 마지막으로 각 조의 1위가 공개되었다.
[1위 : 범세혁 – 816 ‖ 1위 : 강해솔 – 798] [두 후보생 모두 엄청난 득표가 나왔습니다!]흥분한 MC 앤드류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816표로 역대 최다 표를 갱신한 범세혁 후보생이 ‘Last Circus’ 팀의 개인 최다 득표 베네핏과 전체 팀 개인 최다 득표 베네핏을 가져갑니다!]월등하게 높은 득표수에 연습생들이 깜짝 놀라 웅성거렸다.
이 정도 숫자를 예상했던 예찬만이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리셋 전에는 조원 뽑기가 완전히 망하면 900까지도 나왔었는데 뭘.’
지금 예찬이 알고 싶은 것은 일대일 대결의 결과였다.
각 팀 개인 최다 득표생이 받는 베네핏 5만 표.
일대일 대결의 승리 조 전원이 받는 베네핏 7만 표.
전체 팀 개인 최다 득표생이 받는 베네핏 15만 표.
마지막으로 최종 조 투표에서 1위를 한 조가 받는 베네핏 10만 표.
지금까지 예찬은 12만 표를 받았고, 범세혁은 20만 표를 받았다.
범세혁의 조가 강해솔의 조를 이기면 범세혁의 베네핏은 27만 표로 예찬이 최종 투표 베네핏을 받아도 넘을 수가 없었다.
예찬이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이, MC가 진행을 재개했다.
[이번엔 ‘Last Circus’의 일대일 대결 결과를 확인하겠습니다!]연습생들의 시선이 다시금 모니터로 모였다.
예찬은 주먹을 꽉 쥐었다.
숫자는 멈출 듯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더 끄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내던질 거라 생각이 들 무렵, 드디어 숫자가 멈췄다.
[1조 – 471 ‖ 2조 – 479]‘됐다!’
여섯 개의 숫자를 확인한 예찬의 눈이 빠르게 강해솔을 향했다.
강해솔은 저를 끌어안고 목 놓아 우는 조원들을 묵묵히 받아 주고 있었다.
‘안 우네.’
조금 김이 샜다.
범세혁이야 원래 눈물이 없는 걸 알고 있었으니 기대도 안 했지만, 강해솔은 이기면 울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
‘범세혁을 이겼는데 왜 저렇게 멀쩡해…… 혹시 나만 범세혁이 츄마프에서 연전연승하는 걸 봐왔으니 놈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건가?’
아무튼 강해솔이 범세혁 조를 잡아 준 덕분에 예찬이 득을 봤다.
이제 남은 결과는 마지막 최종 조 투표 결과뿐이었다.
장내 분위기를 진정시킨 MC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드디어 마지막 투표 결과만이 남았습니다. 모든 무대가 끝나고 공주님들께서 최고의 무대를 선택하셨는데요. 이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조의 모든 후보생에게는 베네핏으로 무려 10만 표가 주어집니다! 그럼 공개해 주세요!]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는지 전보다 빠르게 순위가 밝혀졌다.
순식간에 8위, 7위, 6위, 5위를 거쳐 이제 4위를 발표할 순서였다.
남은 것은 예찬의 팀, 심상록의 팀, 범세혁의 팀, 강해솔의 팀이었다.
아직 순위 발표가 나지 않은 조의 연습생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4위 : Last Circus 1조 – 122] [이건 놀랍네요! 개인 득표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범세혁 후보생이 있는 Last Circus 1조가 4위입니다!]놀랍기는 무슨.
예찬은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이 결과는 일대일 대결에서 범세혁의 조가 진 순간 거의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예찬이나 심상록 조와 달리 범세혁의 조에는 범세혁 외에 인기 있는 연습생이 한 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오늘 좋았던 무대에 투표하라고 해도 응원하는 연습생이 확실한 관객은 그쪽에 투표를 할 테니 불리하지.’
그런 의미에서 나머지 결과도 뻔했다.
[1위 : Don’t bother 1조 – 241] [2위 : Don’t bother 2조 – 207] [3위 : Last Circus 2조 – 126] [공주님들의 마음을 훔친 오늘의 1위는 ‘Don’t bother’ 1조입니다! 자, 앞으로 나와 주시죠!]MC의 말에 예찬과 조원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예찬은 제작진이 건넨 마이크를 리더 남지유에게 넘겼다.
고양된 얼굴로 마이크를 받아 든 남지유가 입을 열었다.
[어, 이렇게 저희가 1위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요. 정말 좋은 조원들을 만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희를 좋게 봐주신 공주님들께 감사드려요.]조 대표로 소감을 전하는 남지유 옆에서 박수를 보내며 예찬은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경연부터 결과 발표까지 길었던 하루를 끝으로 츄마프 세 번째 합숙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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