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415)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415화
“얘들아, 일어나자! 신 PD님, 좀 도와주세요!”
‘뭐?’
문밖에서 들리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예찬은 눈을 번쩍 떴다.
황급히 머리맡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집어 들자 정말로 숙소를 나서야 할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와…….’
분명 침대에 누워 정찬양에게 들은 이야기도 되새겨 보고, 진행 중인 퀘스트도 확인해 볼 생각이었는데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아침이었다.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네.’
예찬은 짧은 숙면으로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피로를 조금이나마 털어 내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며 침대를 벗어났다.
만전을 기한 컨디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피로는 무대에 올라 도파민이 돌기 시작하면 신경 쓰이지 않을 수준이었다.
“배새벽, 일어…… 났네?”
자연스레 옆자리의 배새벽을 깨우려던 예찬은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눈을 번쩍 뜬 막내의 모습에 주춤했다. 데뷔한 지 반년 만에 K-pop 팬을 대상으로 한 ‘눈꺼풀이 무거운 아이돌’ 투표에서 당당히 Top 3에 진입한 배새벽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오늘 빠르네.”
“콘서트잖아요.”
지금 막 일어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야무진 목소리로 대답한 배새벽은 벌떡 일어나 이부자리를 대충 정돈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배새벽이 남긴 콧노래만 남아있는 방 안에 덩그러니 남아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 거실 쪽에서 깜짝 놀란 것 같은 심상록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벽이? 오늘 왜 이렇게 빨라?”
“콘서트잖아요.”
예찬에게 답한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대답이었다.
“콘서트는 잠꾸러기도 춤추게 하는구나.”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나온 선우이경이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세수를 한 건지 시원하게 깐 이마엔 물방울이 성글게 맺혀 있었다.
“그럴 만도 한가? 어제 진짜 재미있었잖아. 오늘도 힘내자고요, 리더.”
의욕이 철철 넘쳐흘러서 눈까지 찡긋거리는 멤버를 향해 예찬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요, 형.”
강해솔이나 정의탁이라면 버럭 화를 냈을 텐데 선우이경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 웃기만 했다.
혼자 좋아 죽는 선우이경을 뒤로하고 거실로 나오자 가장 먼저 정의탁이 아는 체를 해 왔다.
“굿모닝. 예찬이 형, 잘 잤어요?”
“어. 정의탁 너 설마 오늘도 운동하고 왔어?”
평소 아침 조깅을 나설 때 입는 트레이닝복 차림을 본 예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찬이 샤워하는 사이 먼저 자러 들어갔다고는 하나, 정의탁 또한 전날의 피로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텐데 수건을 걸친 목 위의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산뜻했다. 아니, 산뜻을 넘어 가히 상큼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청소년……?’
예찬의 마음속 소리 없는 아우성을 알 리 없는 정의탁은 여상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날일수록 평소의 루틴을 똑같이 따라 해야 컨디션이 좋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다음 주부터 이어질 전국 투어에서도 새벽에 가볍게 돌고 올 예정이라는 말에 여기저기서 감탄이 튀어나왔다.
“와, 젊다, 젊어.”
“이게 열아홉의 체력인가…….”
“나는 저 나이 때 안 저랬던 거 같은데…….”
“진짜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그래요!”
칭찬을 받으면 발끈하는 정의탁에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형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정의탁의 반응을 즐겼다.
‘범세혁이랑 선우이경 빼곤 다 나왔나?’
거실과 주방을 둘러보니 있어야 할 얼굴들이 거의 보였다.
개중에 정의탁과 배새벽의 컨디션이 유달리 좋아 보이긴 했으나 다른 멤버들도 이십 대 초중반의 한창때라 평소보다 긴 하루를 보냈음에도 멀쩡해 보였다.
문득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내일하는 환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초췌한 몰골로 병원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얼굴을 떠올린 예찬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
“예찬아,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심각한데. 혹시 안 좋은 연락이라도…….”
예찬의 얼굴색이 영 아니었는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정의탁의 팔딱거림을 인자한 낯으로 지켜보던 심상록이 걱정스레 물어왔다.
“……아니요, 아무것도. ……인섭이 형! 도와드릴게요!”
연락이 없어서 문제라는 말은 속으로 삼킨 예찬은 여전히 꿈나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범세혁을 업고 낑낑대며 방에서 빠져나오는 매니저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 * *
“오늘도 콘서트! 내일도 콘서트! 다음 주도 콘서트!”
“그다음 주도 콘서트!”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타자, 멤버들의 기분은 높은 곳을 향해 더욱 알기 쉽게 치솟았다.
아무래도 첫 콘서트의 경험이 모두에게 매우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즉석에서 막무가내로 작사 작곡까지 해 콘서트가 어쩌고저쩌고 흥얼거리는 멤버들을 지켜보던 예찬은 피식 웃음을 흘리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정찬양한테 연락은……, 아직 없고.’
오늘 콘서트를 응원하는 지인들의 메시지 몇 개와 번호를 바꿔도 바꿔도 지치지 않고 연락해 오는 사생들의 메시지 한 무더기, 그리고 스팸 메시지 서너 개가 새로 도착했을 뿐, 기다리는 연락은 없었다.
‘박마루한테도 연락 왔네.’
장문의 메시지는 대충 요약하자면 어제 와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박마루에게 적당히 답장을 보낸 뒤, 어제 확인만 했던 김대훈의 메시지에도 답을 보낸 예찬은 까맣게 꺼진 스마트폰 화면을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뭐, 꼴이 말이 아니었으니 아직 자고 있을지도.’
예찬 또한 무리한 일정에 치여 몸도 마음도 하얗게 불태운 뒤, 거의 사흘 밤낮을 내리 잠만 잤던 기억이 있긴 했다.
‘그리고 지금은 여유롭게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라면 모를까, 여기서 내린 순간부터는 오늘 있을 무대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바쁠 것이었다.
그렇게 예찬이 자신에게 되뇌는 사이, 꾹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
예찬의 검지가 이보다 빠를 순 없을 것 같은 동작으로 화면을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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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콘서트가 끝날 때까진 신경을 끄자.’
터무니없는 광고 메시지를 확인한 예찬은 신경질적으로 메시지 알림을 무음으로 변경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스마트폰을 가방에 쑤셔 넣고 있는데, 오른쪽 뺨에 닿는 시선이 묘하게 뾰족했다.
고개를 돌리자 채은성이 전에 없이 뜨뜻미지근한 눈빛으로 예찬을 흘겨보고 있었다.
“뭔데?”
“……아니, 별로.”
“별로인 얼굴이 아닌데.”
“별로인 얼굴 맞는데.”
누가 봐도 심통이 난 얼굴을 한 주제에 채은성은 되도 않는 억지를 부렸다.
‘이것 봐라?’
예찬의 눈이 가늘어지자 채은성의 어깨가 눈에 보일 만큼 흠칫 튀어 올랐다. 예찬은 조금 전까지 위세 좋게 우기던 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느라 바쁜 채은성의 어깨를 꾹 잡았다.
“오늘 중요한 날인데, 괜히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들지 말고 빨리 털어놓지?”
“아니, 그게…….”
“뭐야? 은성이랑 예찬이 또 싸워?”
“와, 젊다, 젊어.”
“이게 스물하나의 체력인가…….”
조금 전까지 그렇게나 떠들썩하던 차 안이 언제 조용해진 건지, 다른 멤버들까지 두 사람의 투덕거림을 듣고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빨리 싸우고 빨리 끝내.”
“그래, 그래. 차에서 내리면 싸울 시간도 없다, 너희.”
“은성이 형, 빨리 사과해요.”
“뭐? 아니, 왜 내가 잘못했다는 전제인데?!”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자 더더욱 어쩔 줄 모르던 채은성이 억울하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멤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뭐어……, 그렇지?”
“뭐어……, 그렇죠.”
“다들 정말……!”
그걸 꼭 말로 해야만 아냐는 듯한 얼굴들과 마주한 채은성이 부들부들 떨었다.
[……좌회전 후, 목적지 주변입니다.]내비게이션의 안내 멘트를 들은 매니저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은성아, 정말 거의 다 왔다. 얼른 하자.”
“인섭이 형까지……!”
슬슬 귀찮아진 예찬은 성의 없이 채은성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래서 뭔데?”
“말 못 해!”
“안’ 해가 아니라?”
“…….”
“채은성아.”
예찬이 나직하게 이름을 부르자 고집스레 자기 무릎만 내려다보고 있던 채은성이 예찬 쪽을 힐끔 보더니 중얼거렸다.
“……이따가 둘이 있을 때 말할게.”
목소리 크기를 나름대로 줄인다고 줄였지만 당연히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던 멤버들과 매니저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뭐야, 뭔데! 나 진짜 궁금해졌어!”
“와, 이렇게 예고편만 보여 주고 끊는다고!”
“우리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
“아, 진짜!”
정말로 심각한 분위기라면 귓가에 대고 떠들어대도 못 들은 척해줄 멤버들이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황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채은성 반응이 저리 싱싱한 생선처럼 팔딱거리니…….’
채은성이 예찬에게 도움을 구하듯 바라보았으나 예찬은 얄밉게 입술을 늘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솔직히 예찬이 느끼기에도 별 대단한 주제는 아닐 것 같았다.
“너를 위해서 조용히 말하려던 건데……!”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뺨이 저릿할 정도로 노려보던 채은성은 이젠 거하게 배신당한 비련의 주인공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하예찬, 너 여자 친구 생겼냐고!”
심드렁한 예찬의 태도를 참지 못한 채은성이 마침내 두 눈을 꾹 감고 벌컥 소리를 질렀다. 아니, 헛소리를 내질렀다.
“……뭐?”
“아까 숙소에서부터 자꾸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막 한숨 쉬고, 진동 오면 후다닥 확인하고! 너 그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그런 캐릭터가 뭔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황당한 소리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예찬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채은성은 이제 충고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우리 이제 막 첫 콘서트인데……,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돌이 연애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
“깊어지기 전에 끊어! 넌 우리 리더잖아!”
조용해진 차 내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선우이경이었다.
“……자, 여러분 해산합시다!”
누가 봐도 괜한 헛소리를 들었다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오늘은 초대석에 누구 있다고 했지?”
“어제 미끄러졌던 신발 말인데…….”
다른 멤버들도 쓸데없는 소리를 듣느라 괜히 시간을 낭비했다는 태도였다.
“다들 반응이 왜 그래요?!”
‘자, 그럼 나도 할 일이나 마저 할까.’
예찬 또한 헛생각에 빠진 채은성을 내버려두고 지난 새벽, 잠시 잊고 잠들었던 메인 퀘스트나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메인 퀘스트.’
간만에 퀘스트창을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홀로그램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발생!>― 모두가 행복하게 콘서트를 마무리하세요!
(진행 상태 1/9, 남은 기간 28일)
‘네?’
숫자 1을 확인한 예찬은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