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48)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47화
[범ㅅㅎ ㄹㅅㅍㄹ 정ㅊㅇ병 걸림?]‘뭐지 이 터무니없는 개소리는?’
말도 안 되는 제목 어그로에 넘어간 예찬은 빠르게 게시물을 클릭했다.
– 첨에 플필 떳을때부터 ㅊㅇ닮았다고 말 많았는데ㅋㅋ 그때부터 X같다고 생각했음 암튼 걍 넘어갔거든?
근데 자꾸 보니까 범이 의도적으로 ㅊㅇ 손민수하는 게 눈에 보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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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개똑같잖ㅋㅋㅋㅋ 앰들 이악물고 실드치지 마라 개티나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따라 해 봐야 하위 호환인데 진짜 역겹ㅠㅠㅠ
제목부터 거지 같던 글은 내용도 다를 것 없이 첫 문단부터 예찬의 뒷골을 당기게 했다. 예찬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끝까지 글을 정독했다.
“후우.”
마지막 마침표까지 읽은 예찬이 깊게 심호흡했다.
끝까지 글을 읽은 결과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단 하나였다.
“범세혁이 정찬양 하위 호환이라니 무슨 헛소리야?”
반대로 정찬양이 범세혁의 하위 호환이라고 해도 어떻게 감히 둘을 같은 선상에 두냐고 기겁할 판에 시력이 잠깐 마비된 게 아닌 이상 이런 헛소리를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정찬양이 없어서 당연히 이런 게시물이 없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답게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방해가 되는 연습생을 음해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순간 캡처를 퍼 나르며 태도 불량이라 떠드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뷰에서 애매하게 해석될 만한 말이라도 하는 날엔 다른 연습생 팬들의 집중 포화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나 범세혁의 경우에는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놀라우리만치 그 강도가 낮았다.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긴 했어.’
물량 공세엔 장사 없다고 욕하는 게시글이 금방 묻힌 탓도 있었지만, 싫어하는 연습생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서로 물고 뜯는 와중에도 범세혁의 실력만큼은 건드릴 수 없기에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범세혁과 견줄 라이벌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예찬이 있고 강해솔이 있었다. 그밖에 심상록이나 우휘겸, 또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우이경도 지난 회차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개인 팬덤이 더 늘어나는 중이었다.
순간 방금 본 게시물을 자신의 팬이 남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예찬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도 게시물 댓글 반응이나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급하게 대처해야 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앞으로 비슷한 말이 나오는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범세혁의 얼굴 위에 자꾸만 겹쳐 보이는 정찬양의 낯짝에 고개를 내저은 예찬은 스마트폰을 저 멀리 던지고 이불을 끌어 올렸다. 내일 있을 연습을 위해 지금은 잠을 자는 게 먼저였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범세혁을 어떻게 걔랑 엮지?!’
* * *
“저희 왔어요.”
“다들 안녕! 안녕하세요!”
다음 날 만난 범세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기차 보였다.
‘뭐, 아직까지 크게 문제되진 않았으니 모를 만도 하지.’
예찬은 고갯짓으로 범세혁과 정의탁의 인사를 받았다. 거울 앞에서 몸을 풀고 있던 심상록이 다가왔다.
“점심은 먹고 왔지?”
“네!”
“그럼 게릴라 콘서트도 끝났겠다, 이번에는 어떤 곡으로 연습할까? 해 보고 싶은 곡 있어?”
“저요! 저 이 멤버로 하고 싶은 곡 있어요!”
심상록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신이 난 범세혁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어떤 곡인데? 반주는 있어?”
“반주는 없는데 지금 기타로 녹음할까요?”
‘바로 어제 7화를 방영했는데 그 화제는 아무도 안 꺼내는군.’
아직도 인터넷은 김수영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한데 말이다. 남의 뒷말에 열을 올리지 않는 것은 아이돌로서 훌륭한 태도였기에 예찬은 가슴 한구석이 만족스러워졌다.
‘다른 놈들은 다 예의상 김수영 얘기를 꺼내지 않는 거 같고, 범세혁은…… 정말로 관심이 없네.’
심상록이 꺼내 온 기타를 들고 신나서 떠드는 모습엔 어딜 어떻게 봐도 그늘 한 점 없었다.
“내일이 순발식이니 오늘은 가볍게 합시다, 가볍게.”
이 중에 내일 떨어질 놈은 없겠지만 그래도 순위 발표라는 것에는 다른 촬영보다 더 신경 쓰이는 무언가가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잡생각을 털어 버린 예찬도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범세혁의 곁으로 다가갔다. 딩가 딩가 기타를 튕기던 범세혁을 예찬이 건조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솔직한 감상을 뱉었다.
“너 기타는 영 아니구나.”
“잘도 알아챘군! 그런 의미에서 기타 칠 수 있는 사람 구합니다!”
예찬의 비난에도 범세혁은 기죽지 않았다. 예찬은 말없이 범세혁의 손에서 기타를 받아 들었다.
“예찬이 기타도 쳐?”
“조금요.”
심상록의 말에 예찬은 기타의 조율 상태를 체크하며 무심히 대답했다. 어느새 다가온 우휘겸이 눈을 빛내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은 정의탁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이거 무조건 엄청 잘한다에 한 표. 난 저 형의 조금이란 말을 믿을 수가 없어.”
픽 웃음을 흘린 예찬이 줄을 튕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의탁의 새된 비명이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역시 내 말이 맞다니까요!”
* * *
‘가볍게는 무슨.’
자율 곡 연습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했던 연습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몸을 갈아 넣었다. 분명히 있는 안무를 그대로 재현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 안무를 짜고 보컬과 랩 파트를 나누고 편곡까지 하고 있었다. 예찬의 기타로 대충 구색만 갖추던 반주도 어느 순간 키보드에 드럼까지 나타나서 각자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잡고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각자 좋아하는 곡을 한 곡씩 골라서 내리 다섯 곡을 그렇게 즐기고 났더니 한숨 자고 일어나도 몸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짰던 조와 다르게 서로 합이 너무 잘 맞으니 재미있어서 힘든 줄 몰랐어. 이거 완전 프로 실격인데.’
덕분에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피로가 말끔히 풀리지 않은 채였다. 예찬은 당장이라도 하품이 나올 것 같은 해이한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촬영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는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게 맞았다.
특히나 오늘 같은 순위 발표식 때는 더욱더 말이다. 자칫 표정 관리를 잘못하는 순간 온갖 커뮤니티에 벌써 나태해진 연습생이라며 움짤이 돌아다닐 게 분명했다.
‘그나마 다들 피곤해 보여서 다행인가.’
화장으로 가린다고 가렸지만 연습생 대부분이 초췌한 얼굴이었다. 긴장한 탓에 다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이었다. 눈이라도 비비고 싶었지만 화장을 한 탓에 그도 여의치 않았다.
예찬은 차라리 빨리 촬영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런 예찬의 바람이 닿았는지 한참 동안 메인 피디와 이야기하던 MC 앤드류가 중앙 무대로 올라왔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화면 너머의 공주님들. 집사 앤드류입니다.]깊은 숨을 내쉰 예찬은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 했다.
드디어 2차 순위 발표식의 시작이었다.
단상 아래에 앉아 있는 연습생들의 얼굴을 쭉 살펴본 MC 앤드류는 짐짓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멘트를 이어 갔다.
[지난 1차 왕위 계승식에서 살아남은 왕자 후보생 마흔일곱 분이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두 번째 순위 발표식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김수영은 이번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하차했다. SNS에 츄마프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장문의 글을 남기며 자신이 악마의 편집의 피해자라 주장했으나, 방송에 나온 모습이 워낙 대단했기에 괘씸죄에 더해 몰매를 맞고 바로 계정을 비공개로 돌린 모양이었다.
‘아직 기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후에 바로 하차한다고 연락했겠지.’
지금까지 츄마프 측에선 입도 벙끗하지 않고 있는 걸 보니 김수영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본방송을 보게 만들기 위해 2차 순발식 발표까지 기사화를 미룰 생각인 듯했다. 실로 제작진만 득을 보고 끝난 촌극이었다.
[오늘 이 2차 왕위 계승식을 통해 다음 무대로 갈 수 있는 후보생은 단 서른 명. 안타깝게도 열일곱 명의 후보생은 이 무대에서 영원히 내려가게 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2차 왕위 계승식을 시작하겠습니다!]예찬이 냉소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본격적인 순위 발표가 시작되었다.
예찬의 기억대로였다. 지난 순발식에서 하위권부터 차례대로 발표하는 방식이 너무 스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탈락의 경계인 30위와 31위를 제외하고 32위를 발표한 다음 29위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두었다.
[29위는, 지온의 임채진 후보생입니다.]예찬과 같은 조였던 임채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번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으면 탈락했을 텐데 늘어난 분량과 베네핏 덕분에 순위가 오른 모양이었다. 예찬은 조원의 생존이 기쁘다는 듯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다음은 28위 후보생입니다. 이르체 엔터 김세경 후보생, 축하드립니다.]김수영과 복도에서 뒷담을 하는 장면이 잡혔던 김세경은 28위로 방송에 남았다.
김세경은 임채진과 달리 차분히 고개를 숙였다.
직접적으로 험담하는 모습이 걸리지 않아서 큰 공격은 받지 않았으나 시청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터라 자중하는 듯했다.
희비가 교차하는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김주영은 34위로 탈락했다. 김수영의 막말로 동정 여론이 들끓긴 했으나 그 직후 온라인 투표도 마감이 되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제작진이 거기까지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지. 어차피 김수영이 하차했으니 김주영으로 더 뽑아 먹을 것도 없으니.’
김주영은 지난 촬영보다 훨씬 해쓱해진 얼굴로 그동안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같은 조였던 연습생의 첫 탈락이었으나 큰 감정이 일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런 감흥을 원할 것이 분명하기에 예찬은 안타깝다는 얼굴로 김주영을 배웅했다.
발표는 탈락자와 합격자를 엇갈려 계속되었고, 어느덧 데뷔권인 9위와 합격과 탈락의 갈림길에 선 30위와 31위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지난 1차 순발식에서 19위를 기록했던 배새벽은 순조롭게 상승세를 타 11위에 안착했다.
‘그리고 11위였던 정의탁은 아직 이름이 안 나왔어.’
갑자기 30위권으로 떨어졌을 리는 없으니 데뷔권에 들었다는 의미였다.
이걸로 예찬이 생각한 멤버 중 데뷔권 안에 든 인원이 여섯. 예찬은 덤덤한 얼굴로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을 꾹 쥐었다 피는 걸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무리 성공이 눈앞에 선명해도 직접 손에 쥐기 전까지는 아직 내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했다.
[10위는 매력적인 춤선이 돋보이는 후보생입니다. 채은성 후보생, 축하합니다!]채은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찬은 싸늘한 눈으로 채은성을 바라보았다.
‘리스피릿 팬 놈이 데뷔권에서 떨어져서 다행이군.’
채은성은 지난 방송에서 리스피릿의 곡인 ‘Don’t bother’ 조가 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인터뷰를 남겼다.
애초에 정찬양을 좋아하다니, 같은 하늘 아래 함께 하기 힘든 놈이었다.
다음으로 데뷔권의 순위 발표가 이어졌다.
[그럼 9위입니다. 훌륭한 랩 솜씨를 가진 후보생이죠. 이승헌 후보생, 축하드립니다!]지난 순발식보다 한 순위 올라온 이승헌이 뒤에서 일어섰다.
우휘겸과 비슷한 정도의 장신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MC가 서 있는 무대 위로 이동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숫자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겠습니다. 공주님들, 감사합니다!]소감을 마친 이승헌이 무대 중앙 뒤쪽에 준비되어 있는 의자의 가장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다른 합격자들과 달리 데뷔권인 9등까지의 의자는 무대 조명 아래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8위의 주인공은 츄즈 마이 프린스 99의 인간 비타민 같은 후보생이네요.]‘정의탁은 아니군.’
예찬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비타의 남지유 후보생, 축하드립니다!]예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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