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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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51화
뒤를 돌아보자 예상대로 선우이경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예찬은 께름직한 마음을 숨기고 붙임성 있게 인사를 받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형.”
“그래그래. 와, 이번 조 정말 마음에 든다. 너도 있고.”
‘이 새끼는 왜 친한 척이지?’
상위권에 실력은 확실한 놈이니 대충 맞춰 주는 시늉을 해서 대충 보내려 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갈 마음이 없어 보였다.
잠시 고개를 돌린 선우이경은 연습생들이 모여 있는 쪽을 한번 보더니 씩 웃었다.
“해솔이도 있고.”
‘갑자기 뭔 소리야. 해솔이 형이랑 같은 조 된 적도 없었으면서.’
예찬은 확신했다.
같은 조로 붙어 있던 연습생들과도 데면데면한 강해솔이 접점도 없는 선우이경과 친해졌을 리가 없었다.
단번에 경계심이 올랐지만 예찬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말을 받았다.
“저도 형이랑 같은 조가 되어서 무척 기대되네요.”
생글생글 웃고 있는 예찬을 내려다보며 선우이경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 빈말도 되게 잘하는구나. 조금 방심하면 깜빡 속겠어.”
아무래도 내숭이 간파된 모양이었다.
‘눈치 빠른 놈은 귀찮은데.’
예찬은 네가 하는 말이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의미를 담은 맑은 눈으로 선우이경을 바라보았다.
선우이경이 눈을 마주치더니 실실 웃었다.
“장담할게. 이번 합숙이 끝날 때쯤엔 지금 한 말이 진심이 될걸.”
의기양양한 기색이 만연한 선우이경이 장난스레 가슴을 내밀며 말하고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나 되게 괜찮은 놈이거든.”
‘뭐래.’
예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했다.
“진짜 괜찮은 사람은 그렇게 말 안 하는데요.”
‘개소리하네.’
이 말이 뭐 그리 우스웠는지 선우이경은 배를 붙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 그래, 그럼 마지막 날 꼭 다시 물어볼게. 내가 괜찮은 놈인지 아닌지.”
찔끔 삐져나온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낸 선우이경은 여전히 자신만만해 보였다.
‘뭘 믿고 저렇게 자신감 넘친대?’
“그런 의미에서 잘 지내보자는 의미의 악수!”
선우이경이 손을 내밀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예찬은 차가운 태도를 버리고 냉큼 그 손을 잡았다.
‘상태창.’
아이돌 연습생 ― 선우이경
비주얼 : A+
노래 : D
춤 : S
랩 : A
언변 : A+
반짝임 : A
상태 : 의욕이 하늘로 솟은 상태입니다!
놈이 마음에 안 드는 것과 별개로 예상보다 더 준수한 능력치였다.
‘하차만 안 했어도 데뷔는 껌이었겠는데.’
실제로 지금 선우이경은 순발식에서 두 번 연속 5위를 달리며 안정적인 데뷔권에 머무르고 있었다.
‘지난 회차들과 이번 회차에서 왜 다르게 행동하는지 알아내야겠군.’
[자신의 조는 전부 확인하셨겠죠? 본격적인 연습은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휴식을 취하세요! 진정한 왕자는 쉬는 데도 프로페셔널합니다!]MC의 말이 끝나자 촬영은 파장 분위기가 되었다.
“한 조에 다섯 분이시니 편하신 대로 셋, 둘로 나눠서 같은 방에 들어가시면 돼요!”
스태프의 말에 선우이경이 예찬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는데 어때? 같이 쓸래?”
“아뇨, 저는.”
예찬은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우휘겸을 낚아챘다.
“얘랑 써야 해서요.”
난데없이 붙잡힌 우휘겸이 눈을 깜빡였다.
선우이경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난 셋이 써도 좋은데. 휘겸이는 어때?”
“……네?”
선우이경은 대화의 흐름에 끼어들지 못하는 우휘겸을 내버려 두고 어느새 근처로 다가온 나머지 두 조원에게도 물었다.
“우리 조 다 모였네. 해솔이랑 승헌이는 같이 방 쓰고 싶은 사람 있어?”
“저 이경이 형이요.”
이승헌이 개구지게 웃자 선우이경도 장난스레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받아쳤다.
“하, 이놈의 인기. 승헌아, 형 너무 좋아하지 마라. 형 나쁜 남자야.”
“원래 나쁜 남자가 인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네가 사회면에 났구나.’
예찬은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승헌을 훑었다.
이놈이 사회면에 나는 것은 츄마프가 끝나고 한참 후의 일이었다. 예찬 본인도 직접 보고 겪은 것이 있으므로 뜬소문이나 누명일 리 없었다.
‘스타병이 그렇게 무섭지. 리스피릿 놈들도 한 번 걸린 놈은 계속 그러더라.’
방으로 돌아가려다 붙잡힌 기색이 역력한 강해솔이 누가 봐도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어떻게 나눠도 상관없는데 이만 들어가 봐도 될까요?”
“해솔이 피곤하구나. 우리 해솔이 쓰러지면 안 되니까 내가 방까지 데려다줘야겠다!”
“예? 필요 없는데요.”
“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사양하지 않아도 돼.”
“아니, 진짜로 필요 없……!”
강해솔의 말을 깨끗하게 무시한 선우이경이 아침에 보자며 손을 흔들고 떠나갔다.
등을 떠밀린 강해솔과 어쩐지 신나 보이는 이승헌도 함께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둘만 남은 예찬과 우휘겸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들어갈까?”
“……응.”
정말 긴 하루였다.
* * *
“안녕하세요, 6조 여러분! 여기 여러분의 곡 악보랑 USB입니다.”
다음 날, 6조가 붙어 있는 연습실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FD가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얼떨결에 맨 앞에 서 있다가 악보를 건네받은 강해솔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저기, 여기 가사가 적혀 있지 않은데요.”
“네! 이번 미션에서 주어지는 것은 오로지 곡과 곡의 제목뿐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이 곡 ‘시나브로’의 노래 가사와 안무를 만들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리고 센터가 꼭 가져가야 하는 파트가 악보에 표시되어 있는데요. 센터는 하예찬 군입니다. 어제 발표 순서가 콘셉트 득표순이었거든요!”
기다렸다는 듯 신나서 대답한 FD는 빠르게 연습실 문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중간 점검은 모레니까 힘내 주세요!”
이미 이 미션의 내용을 알고 있던 예찬을 제외한 다른 조원들은 잠시 뜬금없는 폭탄 투하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눈만 깜빡거렸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선우이경이었다.
“와, 이번 합숙은 미션까지 재미있는데?”
카메라와 제작진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예찬도 동의하는 바였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예전 회차에서도 조원이 달라지거나 같은 조원일지라도 앞에서 겪은 일이 달라지면 가사나 안무가 변했지. 솔직히 재밌긴 했어.’
츄마프에 흥미가 식은 리셋 후반 회차에서도 이 경연은 종종 찾아보곤 했었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강해솔이 예찬에게 악보를 건넸다.
“센터 파트는 색칠되어 있으니까 먼저 확인해 봐.”
“고마워요.”
시나브로라 가장 위에 적혀 있는 악보를 쭉 훑어보았다.
‘노래도 좋고, 파트도 좋고.’
기억하는 대로 느린 템포에 묵직한 베이스가 주가 되는 꽤 재미있는 노래가 적혀 있었다.
악보를 어깨너머로 보고 있던 선우이경에게 넘긴 예찬이 USB를 집어 들었다.
“할 일이 많은데 일단 들어 보고 시작할까요?”
준비된 스피커에 USB를 꽂자 곧이어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도입부부터 느껴지는 명곡의 예감에 조원들 사이에 화색이 돌았다.
발로 리듬을 맞추던 예찬이 가만히 눈을 들어 네 사람의 얼굴을 하나씩 훑었다.
‘2차 순발식 기준, 가장 순위가 낮은 이승헌이 9위.’
그리고 조원 모두가 1차나 2차 등급 평가에서 한 번 이상 S등급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어떤 회차의 츄마프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드림팀 중의 드림팀이었다.
조원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이번에는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압도적인 1위 무대를.’
예찬의 심장은 압박감으로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그러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걸렸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리더를 정해야 할 거 같은데, 지원하고 싶은 사람?”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선우이경이 물었다. 나머지 네 사람은 말 대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딱 봐도 선우이경을 빼면 다 저보다 붙임성 없는 놈들이라 예찬은 총대를 매기로 했다.
“이경이 형이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제일 연장자시기도 하고, 잘하실 거 같은데요.”
“에이, 그건 아니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칼 같은 거절이 되돌아왔다.
‘이 속도면 그냥 한번 빼는 게 아닌데.’
“그냥 한번 사양하는 거 아니고 완전 진심으로. 이번 경연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창작 능력이 중요하잖아.”
예찬의 속을 읽은 것처럼 선우이경이 말을 덧붙였다.
의미심장하게 예찬과 해솔을 바라본 선우이경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는 예찬이나 해솔이를 추천합니다~”
“저요?”
가만히 있다 봉변을 맞은 강해솔이 펄쩍 뛰었다.
“해솔아, 왜 그렇게 놀라. 1차 2차 때 다 리더하지 않았니?”
“아니, 그렇긴 한데…….”
갑작스런 전개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황망한 얼굴로 고민하던 강해솔이 자기 목덜미를 주무르며 말했다.
“솔직히 리더 자리 맡아도 괜찮긴 한데요. 저 할 거면 되게 빡빡하게 하는데 괜찮겠어요?”
“와, 나 그런 거 좋아해.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지.”
어쩐지 강해솔이 리더로 결정 난 분위기였다. 감투에는 흥미가 없는 예찬은 나머지 두 사람의 안색을 살폈다.
이승헌이 신문 1면에 실리는 건 츄마프가 끝나고 꽤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니 말을 거는 데 거리낄 필요는 없었다.
“승헌이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승헌에게 묻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찬은 겸사겸사 우휘겸에게도 물었다.
“너는?”
“나도 괜찮아.”
“그럼 만장일치로 결정이네! 자, 보스! 이제 뭘 할까요? 지시를 내려 주시죠!”
“보, 보스…… 흠흠, 뭐 그래요. 일단 크게 해야 할 게 작사랑
안무인데, 작사는 큰 줄기를 정하고 각자 자기 파트를 쓰는 걸로 해 보죠.”
상상도 하지 못한 호칭에 잠시 당황했던 강해솔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행을 시작했다.
‘해솔이 형이랑 되게 안 맞을 텐데 룸메이트까지 하다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형.’
짧지 않은 합숙 동안 혼자 마음 고생할 강해솔을 생각하니 짠했다.
예찬이 전하지 못할 사과를 속으로 하는 동안 악보를 다시 한번 살펴본 강해솔이 말했다.
“그럼 파트 먼저 나눠야겠네요.”
그리고 예찬은 긴 연예계 생활 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오늘 배우게 됐다.
지금까지 예찬은 조별 과제의 빌런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라 생각했다.
실력이 없는 놈이 욕심만 많거나, 실력이 없는 놈이 의욕이 없거나, 실력이 없는 놈이 성격이 나쁘거나.
아무튼 실력이 나쁜 것이 전제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실력이 뛰어나고 열정이 넘쳐서 빌런이 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이게 바로 조별 과제 절망 편?’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브릿지 한 마디를 두고 거의 삼십 분을 토론하고 있는 세 사람의 모습에 예찬의 진이 다 빠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