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61)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60화
“지금부터 입장하겠습니다!”
‘드디어!’
수험생 최모 양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츄마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다 못해 저 우주까지 솟아 버렸다.
그래서 많고 많은 경쟁자를 뚫고 추첨으로 경연을 보러 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그냥 습관적으로 응모한 건데, 당첨 문자가 왔을 땐 기절할 뻔했지.’
현장에서 나눔 받은 슬로건이 더 퀄리티가 좋아서 밤새워 만든 수제 슬로건은 가방에 고이 모셔 둔 상태였다.
‘나도 수험생만 아니면 간식이랑 굿즈도 나눠줬을 텐데…….’
당첨 발표가 나고 경연까지 고작 일주일 남짓이었기에 무슨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최모 양은 내년을 기약하며 이를 갈며 앞사람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받은 간식과 함께 탑꾸한 비공식 포카를 들어 예절샷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찍부터 독서실에 간다고 나왔음에도 앞의 줄이 까마득했다.
듣자 하니 전날부터 밤샘한 팬들이 상당수라는 모양이었다.
‘나도 수능만 끝나면……! 아, 그땐 데뷔했으니까 피켓팅이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입장한 최모 양은 설치된 무대를 보고 방금까지의 고뇌를 모두 날려 버렸다.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틀어막은 최모 양의 시선이 한곳에 멈춰 서 흔들렸다.
‘돌출! 미쳤다!’
경연 장소 시야 후기를 찾아보고 예찬을 제대로 눈에 담는 것을 반쯤 포기했던 마음이 활활 살아났다.
이전보다 확연히 신경 쓴 티가 나는 무대였다.
스크린은 물론이고 작지만 돌출 형태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중간쯤 입장한 최모 양도 큰 화면으로 예찬과 연습생들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스마트폰을 걷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심정을 당장 SNS에 올렸을지도 몰랐다.
‘안 돼, 정신 차려. 스포일러 금지잖아.’
집 나간 정신을 챙기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장내의 불이 꺼졌다.
‘드디어 시작한다……!’
최모 양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윽고 진행자석에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익숙해진 MC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공주님들. 집사 앤드류입니다. 오늘도 공주님들을 모시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입니다.]“아아아악!”
아드레날린이 폭주한 건지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잠시 객석이 진정하길 기다린 MC가 투표 횟수와 방법을 설명했다.
[공주님들, 각각의 왕자 후보생들이 준비한 무대가 마음에 드셨나요? 그렇다면 입장하실 때 받은 리모컨의 동그라미 버튼을 눌러 주세요!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아무것도 누르시지 않으면 됩니다.]리모콘을 손에 들고 보여 주던 MC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성으로 귀가하실 때, 입장하실 때 나눠 드린 종이에 오늘 최고로 빛났던 왕자 후보생의 이름을 적어 주시면 되겠습니다.]“누나 집 없으니까 데려가!!”
“해솔아!! 공주님 내일 군대 복귀한다!!”
성으로 귀가한다는 과몰입 멘트에도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뿐이었다.
‘남은 연습생 중 딱 한 명만 뽑는 거야?’
최모 양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 방식이면 하위권에선 아예 득표를 하지 못하는 연습생도 꽤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이 불편했다.
‘예찬이는 그럴 일 없겠지만…… 아아, 결과 발표할 때 분위기 벌써 걱정된다.’
온라인 투표도 이번 3차 경연부터 9인에서 3인 투표로 바뀌었다. 그랬더니 상위권을 제외한 중하위권 연습생들의 득표율이 거의 박살이 났다.
같은 상위권 연습생들을 견제하기 위해 자리 채우기로 주던 표가 사라진 게 그 이유였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던 득표수도 어느 순간부터 퍼센트로 보여 주더니, 이제는 매주 방송 직후 사흘만 보여 주고 비공개로 돌렸다.
‘덕분에 팬들만 초조해져서 투표에 목숨 걸고 있지…….’
수험생인 최모 양부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투표부터 할 정도니 말을 다한 셈이었다.
[그럼 첫 번째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기태랑, 류규빈, 박진형, 이민규, 임채진 후보생의 ‘도미노’입니다!]‘태랑이랑 채진이!’
예찬이 나오는 부분만 따로 편집한 2차 경연 연습과 무대 영상을 하도 돌려 봤더니 정이 들었는지 반가웠다.
무대에 불이 켜졌다.
머리를 헤어밴드로 넘긴 기태랑과 캡 모자 위에 후드까지 뒤집어쓴 임채진을 번갈아 바라보는 사이 노래가 시작되었다.
‘오, 괜찮은데?’
큰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의외로 무대를 신나게 잘 꾸몄다.
‘프로’의 잣대를 들이밀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연습생’들의 무대라고 생각하면 기특하다고 봐줄 만한 수준이었다.
특히 무대 이쪽저쪽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기태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태랑이는 진짜 열심히 한다. 솔직히 얼굴은 너무 기운이 짱짱한 스타일이라 내 취향은 아닌데, 기특해서 잘됐으면 좋겠어.’
곡이 끝나고 연습생들은 MC와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도미노’ 조가 마음에 드셨던 공주님들은 지금 바로 투표해 주세요!]최모 양은 손에 든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무대 자체만 두고 보면 분명 즐거웠지만, 동그라미 버튼을 누를 정도인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첫 번째 조라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리고…… 예찬이네 조를 밀어줘야 해.’
[5초 뒤에 투표 마감합니다. 5, 4, 3, 2, 1. 투표 마감했습니다!]‘태랑아! 채진아! 미안하다!’
결국 버튼을 누르지 않은 최모 양은 속으로 짧은 사과를 건넸다.
[그럼 두 번째 무대를 소개하겠습니다. 김대영, 배새벽, 윤지우, 정의탁, 진용호 후보생의 ‘칠일 동안’입니다!]“꺄아아아악!”
“새벽아!”
“정의타아아아악!”
“윤지우!”
첫 번째 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함성이 객석에서 쏟아졌다.
최모 양도 미친 듯이 정의탁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가을룩의 대명사처럼 차려입은 다섯 연습생이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 * *
“오, 엄청난 소린데?”
무대 뒤편의 대기실.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던 중, 바깥에서 들리는 비명 같은 함성을 들은 선우이경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 차례가 누구였지?”
“칠일 동안. 배새벽네요.”
긴장했는지 그렇지 않아도 허여멀건 얼굴이 살짝 파랗게 질린 강해솔이 건조하게 답했다.
연습한다고 며칠 내내 붙어 있다 보니 낯가림을 극복해 낸 이승헌이 아득한 얼굴을 했다.
“아아, 그 PiPiPi 작곡가님네…….”
지난 중간 점검 때 불도저처럼 분위기를 밀어 버린 PiPiPi의 만행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오늘 PiPiPi 작곡가님 왔던데.”
“정말요?”
선우이경의 말에 이승헌이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우휘겸과 강해솔도 말은 안 했지만 표정을 보니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물론 예찬은 예상했던 일이기에 태연히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 성격에 배새벽이 그만큼 말했으면 100퍼센트 오지. 뭐 겸사겸사 정의탁한테 침 바를 의도도 있겠지만.’
선우이경이 강해솔의 비뚤어진 갓을 바로 해 주며 말을 흘렸다.
“새벽이가 잘해서 센터의 위엄을 보여 드려야 하는데.”
“잘할 거예요.”
예찬은 어쩐지 더 비뚤어진 강해솔의 갓을 제대로 돌려놓으며 태연히 말했다. 머쓱한지 과장되게 양손을 펴서 위로 드는 시늉을 한 선우이경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예찬이랑 휘겸이는 2차 때 새벽이랑 같은 조였지? 내가 봤을 땐 처음보다 많이 는 거 같던데, 어때?”
“글쎄요…… 애가…….”
“애가?”
“……생각보다 화끈하더라고요.”
예찬은 무대 쪽으로 잠시 시선을 두었다.
8회 차 방송이 끝난 새벽.
예찬은 배새벽이 아직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정의탁의 말에 연습실에 들렀다가 배새벽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늦은 시간까지 눈에 불을 켜고 몸이 부서질 정도로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완전히 조화를 무시했지.’
배새벽은 삐걱거리는 팀워크를 아예 없는 셈 치자고 작정한 사람처럼 굴었다.
범세혁도 혼자 돋보이는 경향이 있었으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른 모든 것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을 돋보이는데 치중한 안무와 노래. 그리고 무엇보다 표정 연기가 대단했다.
솔로가 아니고 팀이니만큼 죽었다 깨어나도 100점은 받지 못하겠지만, 엉망진창인 무대에서 다 같이 침몰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
‘어차피 조원들이랑 관계 회복은 글렀으니 잘 생각한 거지.’
짧은 시간 동안 바닥을 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무대를 구성하는 것은 배새벽의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센터=배새벽’을 증명할 수 있을까?
쓸 수 있는 카드가 적은 상황에선 지금의 방법이 아주 딱이었다.
‘그렇게 혼자만 튀겠다고 치고 나오면 정의탁이나 다른 놈들도 똑같이 나갈 수밖에 없지. 방송으로 연습 장면이랑 중간 점검이 나오면 팀워크가 개판인 것도 어느 정도 면죄부 주겠고. 순서도 마침 ‘도미노’ 다음이니까 상대적으로 더 잘해 보여서 반응도 괜찮겠네.’
마침 무대가 있는 객석에서 다시금 환호성이 쏟아졌다.
배새벽이 거기까지 계산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새벽의 스탯은 어지간한 연습생들보다 훨씬 나았어. 요컨대 걔한테 부족한 건 경험과 의지였단 거지.’
얌전한 얼굴을 하고서 자기 영역을 부정당하면 저렇게 활활 불타오르다니. 의외의 발견이었다.
승부욕은 없는 것보다 있는 쪽이 좋았다.
‘흠.’
데뷔 후 배새벽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감이 잡혔다.
[감사합니다!] [네, 지금까지 ‘칠일 동안’ 조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칠일 동안’ 조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투표가 이어졌다.
다음 무대는 ‘남지유와 아이들’이라고 연습생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는 ‘Raindrop’ 조였다.
남지유는 자신을 빼고 전부 10대라며 민망해했으나. 사실 남지유가 제일 어려 보였다.
다음 차례로 올라가기 위해 무대 바로 뒤로 이동한 예찬은 조용히 무대를 관찰했다.
‘Raindrop’ 조의 무대는 중간 점검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애들을 어르고 달래서 어찌어찌 남지유가 힘을 내려고 애쓴 모양인데 잘 안 된 모양이었다.
‘남지유는 중간 평가 때 순서 덕에 득을 본 거지, 그렇게 괜찮은 무대가 아니었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네. 다른 조원들이 그냥 안주하고 싶었나 보군.’
앞선 조들이 워낙 욕을 얻어먹는 분위기였으니,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무대를 바꾸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으리라.
그러나 발전하기를 포기한 아이돌은 도태될 뿐이었다.
[그럼 ‘Raindrop’ 조가 마음에 드셨던 공주님들은 버튼을 눌러 주세요!]MC가 투표 안내를 하는 사이 남지유와 ‘Raindrop’ 조원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다들 고생 많았어. 연습 때보다 훨씬 잘했다, 야!”
남지유가 예찬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어린 조원들을 향해 칭찬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기운 넘치는 목소리와 다르게 표정은 어딘지 어두웠다.
예찬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강하게 밀어붙였어야지. 이래서야 ‘도미노’랑 거의 동률이겠어.’
생각만으로 변하는 것은 없었다.
데뷔를 한 번 해 봤음에도 생각을 행동으로 실현하지 못한다면, 거기까지가 남지유의 한계일 것이다.
“올라가자.”
리더 강해솔의 말에 조원들은 무대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예찬의 차례였다.
[이어지는 네 번째 무대입니다! 강해솔, 선우이경, 우휘겸, 이승헌, 하예찬 후보생의 ‘시나브로’입니다!]“아아아악!”
“미쳤다!”
“우휘겸 결혼하자아아아!”
“하예찬 결혼하자!”
“우히겨어어어엄!”
“해솔아! 이경아!”
“이승헌 사랑해액!”
오늘 촬영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연습생들의 발치를 은은한 조명이 밝히고, 드라이아이스가 무대 위로 자욱한 안개를 만들었다.
반주가 끊김과 동시에 예찬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졌다.
우아하게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예찬은 미소 지었다.
달을 채워 넣을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