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67)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66화
– 따라 한 것을 따라 했다고 말도 못하나ㅋ
└ 누가 누굴 따라 했다는 거임?
└ 솔직히 딴 건 쫌 억지인데 범ㅅ혁이랑 정ㅊ양은ㅋ
└ ? 야 너는 변수지 따라 한 거 같은데???;;;
└ 변수지가 누군데?
└ 나
└ ㅋㅋㅋㅋㅋ미친Xㅋㅋ
너무나 당당한 ‘변수지’ 씨의 댓글은 이런저런 사이트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덩달아 따라쟁이 논란 또한 함께 유머 짤로 소비되어 점차 사그라들었다.
* * *
변수지는 자신의 지인들까지 ‘변수지가 누군데’의 캡처를 보며 깔깔거리는 것을 보곤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이 구역 변수지 씨, 왜 한숨을 그렇게 쉬시나?”
동료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껄껄 웃으며 다가왔다.
후배도 다가오며 걱정스레 물었다.
“언니, 그렇게 막 실명을 써도 되는 거예요?”
“괜찮아, 괜찮아. 누가 코디 이름을 안다고.”
헤어스타일리스트의 말대로 변수지는 코디네이터였다.
그것도 현재는 츄즈 마이 프린스 99 소속의.
“근데 수지 언니, 리스피릿 코디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정찬양이랑 세혁이 진짜 비슷해요?”
후배의 말에 갑자기 기운을 차린 변수지가 정색했다.
“무슨 소리야. 완전 다르지.”
“오, 세혁이는 진짜 착한데 완전 다르다니. 정찬양 엄청 별론가 보네요?”
“아니, 그런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는 게 아니고. 둘이 안 닮았다고.”
변수지의 말에 헤어스타일리스트가 후배를 말렸다.
“야, 그렇게 떠보지 마. 얘 완전 공사 구분 철저해서 진성 리바디였다가 리스피릿 담당하게 됐다고 탈덕했잖아.”
“리바디가 리스피릿 팬덤이었죠? 그럼 여기로 옮기고 다시 입덕했어요?”
“아니, 이젠 우리 왕자들 데뷔하면 거기 팬클럽 가입해야지.”
변수지가 일부러 음흉한 얼굴로 장난스레 말하자 후배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근데 인정! 애들 진짜 착하긴 해요. 얼굴도 착하고~”
“너는 누가 제일 괜찮아?”
이야기 주제가 츄마프 연습생들로 완전히 돌아선 것에 변수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 고객이든 지금 고객이든 뒷이야기는 금물이지.’
하물며 그 이야기가 험담에 가깝다면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 됐다.
‘한땐 리스피릿 코디여서 좋았던 적이 있었지…….’
변수지는 잠시 리스피릿의 리더, 정찬양을 떠올렸다.
정찬양은…… 묘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팬일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가까이서 눈을 마주치고 말을 섞으면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정찬양이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 인터뷰나 작사·작곡한 음악 모두 일관성이 있었다.
겉과 속이 같고, 언제나 아이돌에 진심이며 팬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는 진실한 사람인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어째서인지 등골이 오싹한 것이었다.
‘적당히 공과 사 핑계를 대면서 손 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애들 왔나 보다. 이제 일하러 갑시다!”
헤어스타일리스트의 말에 변수지는 기지개를 쭉 켰다.
대망의 3차 순위 발표식인데 허투루 일할 수 없었다.
* * *
“자, 예찬이는 끝! 머리 많이 길어서 좀 자르는 게 낫겠다.”
“네, 누나. 감사합니다.”
옷태를 점검한 변수지에게 합격점을 받은 예찬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순위 발표식은 의상이 고정되어 있어서 경연과 달리 점검이 빨리 끝났다.
그에 비해 머리 쪽은 시간이 더 걸려, 예찬보다 먼저 의상 상태를 확인받은 우휘겸이 아직도 머리를 손질 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예찬은 느긋하게 빈 의자에 앉았다.
‘언제 봐도 신기하네.’
이 무렵 리스피릿에서 코디 일을 하고 있어야 할 변수지를 츄마프에서 만났을 때는 조금 의외였다.
‘정찬양은 내가 했던 대로 100% 똑같이 따라 한 것 같은데 어디서 변수가 생긴 걸까, 잠깐 궁금했었지. 뭐 알 방법은 없다만.’
예찬은 호의적인 시선으로 다음 연습생의 의상을 꼼꼼히 봐주고 있는 변수지를 바라보았다.
최근 변수지가 인터넷에 올린 ‘변수지 따라 한 거 같은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거 변수지의 최애는 리스피릿의 서브 래퍼 최선이었다.
코디로 일하는 도중엔 티를 내진 않았으나 굉장히 열렬한 팬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 변수지가 굳이 커뮤니티에 츄마프 연습생들의 편을 든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리스피릿이 가진 건 하나씩 하나씩 전부 뺏는 거지.’
예찬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사이 연습생들의 준비가 차례차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 촬영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주님들. 오늘도 집사 앤드류가 인사드립니다.]MC 앤드류의 말에 연습생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깊숙이 허리를 숙인 MC가 고개를 들고 본격적인 진행을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서른 명의 왕자 후보생 중, 단 열여덟! 열여덟 명의 후보생만이 공주님들의 왕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관문, 생방송 경합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생방송이란 단어가 MC의 입에서 나오자 연습생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에 날이 섰다.
장내에 흐르는 긴장감을 충분히 만끽한 MC는 이어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츄즈 마이 프린스 99 그 세 번째 왕위 계승식을 거행하겠습니다.]MC는 지난 경연에서 베네핏을 받은 연습생들과 이번 순위 발표식의 총득표수를 먼저 발표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에 연습생들이 놀라는 반응을 카메라들이 공들여 찍은 후, 순위 발표가 이어졌다.
당락이 갈리는 18위와 19위를 남겨 두고, 그 근처부터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하나씩 번갈아 발표하겠다는 뜻이었다.
[먼저 20위입니다.]첫 번째 탈락자가 발표되고 이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17위의 차례였다.
[17위는, 해림의 윤지우 후보생입니다.]윤지우가 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를 숙였다.
리셋 전 회차들에서 데뷔권에도 너끈히 들었던 윤지우가 이번엔 데뷔는커녕 최종 생방송에도 가지 못할 뻔하다니.
‘이번에 순위가 확 떨어진 건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그 후 한동안 중하위권에 속하는 연습생들 사이로 탄식과 박수가 이어졌다.
예찬은 곧은 자세로 묵묵히 손뼉을 쳤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순위 발표식에 눈을 깜빡거리던 범세혁이 예찬에게 귓속말을 했다.
“연습생이 많이 줄어서 이번엔 천천히 발표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빨리하는 걸까?”
지금까지 두 번의 순위 발표식은 방송 한 화를 통째로 사용했기 때문에 범세혁이 의아할 만했다.
“글쎄…….”
미래를 보고 온 예찬은 답을 알고 있었으나 잠깐 고민하는 척 뜸을 들이다 지금 막 떠올린 것처럼 범세혁에게 말했다.
“이제 10회랑 11회만 남았으니, 10회 방송에서 순위 발표식 뒤에 생방송 준비하는 부분까지 넣으려는 거 아닐까?”
“아하, 그렇구나!”
깨끗하게 고민이 해결된 범세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찬은 범세혁이 자신의 말을 굉장히 신뢰하는 모습에 울컥했다.
‘아니, 근데 왜 파티원으로는 안 뜨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꽤 호의적인 관계로 진하게 얽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놈의 잘난 이름 세 글자는 파티 목록에 뜰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우리 같이 데뷔하자고 직구로 말해야 하는 거냐?’
내일부터 이어지는 11박의 장기 합숙을 끝으로 츄마프가 끝이 나니, 이제 정말 물러날 곳이 없었다.
[13위, 비타의 남지유 후보생입니다!]예상보다 이르게 불린 낯익은 이름에 예찬은 다시 순위 발표식에 집중했다.
고개를 돌리자 남지유가 카메라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데뷔권에서 떨어졌으니 실망한 내색을 보일 만한데도 남지유는 차분했다.
‘확실히 데뷔를 했다가 와서 그런지 좀 다르단 말이지.’
이제 정말 데뷔가 코앞이다 보니 싹수가 괜찮은 연습생들에게는 눈길이 절로 한 번씩 더 갔다.
지금까지 파티 창에 들어온 연습생이 예찬까지 다섯. 그 창에 넣고 싶은 연습생이 셋 남아 있으니, 남은 것은 한 자리였다.
[다음으로 10위는, 채은성 후보생입니다! 지난 계승식에 이어 이번에도 10위를 기록하게 되었네요!]예찬의 바로 뒤에 앉아 있는 채은성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경연이 처참하게 망했음에도 이미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채은성의 순위는 무너지지 않았다.
능력보다는 청년과 소년의 경계에 있는 어딘지 아슬아슬한 인상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으니 의외는 아니었다.
‘비주얼 합으로만 보면 우리 팀이랑 잘 맞아서 정찬양의 팬만 아니었다면 말이라도 좀 걸어봤을 텐데.’
채은성 다음 차례로 발표된 것은 최하위인 30위였다.
정의탁에게 주먹을 내지른 김대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줄줄이 나가떨어지는군.’
같은 조였던 조작돌 진용호도 27위로 하차하게 되어 빌런 삼총사 중 살아남은 것은 윤지우뿐이었다.
예찬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어지는 상위권 연습생들의 순위 공개에 집중했다.
[9위, 뛰어난 랩 실력을 보여준 이승헌 후보생입니다.] [8위는, 엄청난 상승세네요! 오브의 배새벽 후보생, 축하합니다!] [7위에는 안정적인 보컬 실력만큼 안정적인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루벨 엔터의 정의탁 후보생입니다.] [6위입니다. 강렬한 저음의 보컬을 가진 우휘겸 후보생이 차지했습니다!] [5위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GE의 심상록 후보생입니다!]9위인 이승헌을 제외하곤 예찬이 점찍어 놓은 연습생들이 데뷔권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설레발을 치기엔 이르다는 걸 알지만 들뜨는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4위는…….’
[다음으로 4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뛰어난 춤 실력과 랩 실력을 갖춘 팔방미인!]예찬은 고개를 돌려 옆줄에 아직 남아 있는 강해솔과 선우이경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집스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강해솔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는 선우이경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아라 기획이 선우이경 후보생, 축하합니다!]기다렸다는 듯 선우이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대 위에 있는 MC 곁으로 걸음을 옮긴 선우이경이 짧게 소감을 남겼다.
[츄즈 마이 프린스에 참여하고 저를 응원해 주는 공주님들과 정말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난 거 같아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마지막 무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답지 않게 점잖은 소감이었다.
선우이경은 좋은 인연 운운하며 예찬과 강해솔이 있는 쪽을 한번 지긋이 바라보았다.
예찬은 눈치채지 못한 척 박수만 열심히 보냈다.
선우이경까지 대기석을 벗어나 합격자석에 앉았다.
이제 남은 것은 최상위권 세 자리.
MC는 다시 순서를 바꿔 18위와 19위를 발표했다.
[18위와 19위, 19위와 18위. 이번에도 숫자 단 한자리의 차이로 모든 것이 갈리는데요. 이 두 순위의 후보생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또 애들 불러서 괴롭히네.’
예찬은 얼굴을 찌푸릴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MC가 두 연습생의 이름을 불렀다.
[기태랑 후보생, 그리고 송규하 후보생. 올라와 주시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