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69)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68화
“오, 예찬이다. 굿모닝.”
다음날 이른 오전.
츄마프 마지막 합숙을 위해 합숙소에 도착한 예찬이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언제나와 달리 남지유가 아니었다.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택시에서 내린 범세혁이 예찬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예찬은 잠시 택시와 범세혁을 번갈아 보다가 코앞까지 다가온 범세혁에게 물었다.
“택시타고 왔어?”
“응? 방금 보지 않았어?”
범세혁이 멀어져 가는 택시를 돌아보며 물었다.
예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니, 보긴 했는데…….”
‘소속사는 어쩌고 택시 타고 왔냐는 거지.’
그러나 범세혁은 예찬이 던진 질문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루벨 엔터가 은근히 신경에 거슬리게 하는데…… 당사자는 별생각이 없어 보이니 뭐라 할 말이 없군. 음, 나중에 정의탁이랑 말해 보자!’
예찬은 설명하는 것을 포기하고 질문을 뒤로 미뤘다.
“여길 오르는 것도 마지막이라니, 진짜 신기하다. 그치?”
합숙소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나란히 걸으며 범세혁이 말했다.
예찬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건지, 아직 집합까지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합숙소 앞에는 반수 이상의 연습생이 모여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벽에 기대 서 있던 정의탁이 예찬과 범세혁을 보더니 다가왔다.
“일찍 왔네요.”
범세혁보다는 말이 통할 것 같은 상대가 제 발로 걸어오다니 반가운 일이었다.
“너야말로. 근데 너희 둘 왜 따로 온 거야?”
“말하자면 좀 긴데…….”
주변 연습생들과 촬영 준비에 한창인 스태프들을 살핀 정의탁이 예찬을 향해 손짓했다.
“……소속사랑 좀 안 좋아요, 요새.”
정의탁이 바람처럼 빠르게 속삭이고 떨어졌다.
미어캣에 빙의한 것처럼 주변을 경계하던 정의탁은 예찬과 눈이 마주치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뭐예요. 그 떨떠름한 표정은?”
‘뭐긴 뭐겠냐.’
소속사랑 안 좋다는 건 범세혁이 택시에서 내리는 거만 봐도 짐작이 갔다.
예찬이 궁금한 건 그 이유였다.
“얘들아.”
좀 더 추궁하려던 차에 언덕 쪽에서 심상록과 우휘겸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때 되면 각 잡고 물어보는 게 낫겠지.’
여러 사람 앞에서 급하게 꺼내야 할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예찬은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다.
“그럼 안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열여덟 명의 연습생이 전부 도착했을 땐 예정된 집합 시간이 30분 이상 남아 있었다.
제작진은 굳이 연습생들을 대기시키지 않고 곧바로 강당으로 안내했다.
무대에서 먼저 준비를 끝마친 MC 앤드류가 연습생들을 반겼다.
그 사이 스태프들의 준비도 빠르게 마무리가 되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번 5차 합숙이 끝나는 마지막 날, 최종 왕위 계승식이 N-net과 아이튜브, 그리고 스타 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됩니다! 단 아홉 명의 진짜 왕자가 되기 위한 후보생들의 긴 여정의 마지막 관문, 지금 시작하겠습니다!]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MC는 예찬과 범세혁을 무대 위로 불렀다.
[최종 경연의 조는 지난 왕위 계승식에서 1위와 2위에 등극한 범세혁 후보생과 하예찬 후보생이 직접 고르게 됩니다.]이전까지와 다른 방식에 연습생들 사이로 한차례 술렁거림이 일었다.
예찬은 MC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 아래에서 자신을 향해 쉴 새 없이 눈을 찡긋거리는 선우이경을 깨끗이 무시했다.
[1위를 차지한 범세혁 후보생부터 번갈아서 한 사람씩 후보생을 고르게 되겠습니다. 그럼 범세혁 후보생, 가장 먼저 함께하고 싶은 조원을 선택해 주시죠!]MC의 말에 범세혁이 마이크를 잡았다.
[제 선택은…….]범세혁이 예찬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예찬이는 안 되는 거죠?]엉뚱한 대답에 예찬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엄지로 눌렀다.
MC 앤드류가 무척이나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네, 유감스럽게도 안 됩니다.] [아잇, 아까워라.]범세혁의 대답에 다소 경직되어있던 분위기가 다소 완화되었다.
연습생들 사이로 웃음기가 번졌다.
무대 아래에 옹기종기 서 있는 연습생들을 쭉 훑어본 범세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우휘겸 후보생과 함께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선택을 받은 것은 우휘겸 후보생입니다!]‘제법인데?’
제작진의 안내를 받은 우휘겸이 무대로 올라와 범세혁의 옆에 섰다.
남은 연습생 중 예찬과 노래로 일대일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우휘겸과 범세혁 외엔 없으니 훌륭한 선택이었다.
‘여태까지 우휘겸과 내가 계속 붙어 있어서 우리 조가 가창력으로 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걸로 저쪽이 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거지.’
처음으로 팀이 갈린 것에 우휘겸이 예찬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조가 나뉜 건 우휘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노래 스탯이 나보다도 높은데 내 옆에 계속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묻혔단 말이지. 데뷔하기 전에 제대로 보여 주는 게 우휘겸한테도, 앞으로 우리 팀한테도 좋아.’
물론 실제로 데뷔하기 전에 노래 스탯만큼은 어떻게든 올려서 당당히 메인 보컬 자리에 앉을 생각이었다.
[다음은 하예찬 후보생의 차례입니다. 함께할 후보생을 골라 주시죠!]고개를 끄덕인 예찬은 망설임 없이 이름을 불렀다.
[강해솔 후보생과 함께 가겠습니다.]예찬의 호명에 잠깐 눈을 크게 뜬 강해솔이 이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예찬의 눈엔 기분이 좋은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는 것이 느껴졌다.
‘그냥 좋아해도 될 텐데.’
무대 아래에서 선우이경의 시선이 따갑게 박혔지만, 이번에도 깔끔하게 무시했다.
순서는 다시 범세혁에게 넘어갔다.
[심상록 후보생을 고르겠습니다.]‘맹해 보이는데 의외로 똘똘하단 말이지?’
강해솔 다음으로 랩을 잘하는 심상록을 골라 간 범세혁을 보며 예찬은 감탄했다.
멍청한 팀원보다는 영리한 팀원이 백배는 나았기에 매우 기꺼웠다.
심상록이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을 확인한 예찬이 입을 열었다.
[선우이경 후보생, 함께 가시죠.]“아자!”
짧고 굵은 기합 소리를 낸 선우이경이 무대 위로 달려 올라왔다.
이걸로 보컬, 랩, 댄스 모두 스탯 S- 이상의 멤버로 한 명씩 채웠다.
‘남은 건 배새벽이랑, 우리 조에 넣을지 말지 고민되는 놈들로 짜면 되려나.’
예찬이 남은 연습생들로 멤버를 조합하는 사이.
범세혁이 다음 연습생을 호명했다.
[정의탁 후보생, 이리 오세요.]장난스러운 범세혁의 손짓에 코웃음을 친 정의탁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선우이경과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조원 선택은 오롯이 예찬과 범세혁의 몫이었기에 제작진이 고갯짓으로 제지했다.
선우이경이 하고 싶은 말이 대충 짐작은 갔다.
‘저쪽 보컬이 좀 세긴 하군.’
우휘겸과 범세혁, 정의탁까지.
셋 다 당장 어느 그룹에 넣어도 메인 보컬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었다.
‘그럼 우린 비주얼로 간다.’
[배새벽 후보생, 함께 갑시다.]민낯으로도 반짝이는 배새벽이 얌전히 올라와 선우이경 옆으로 섰다.
다시 범세혁의 차례였다.
[채은성 후보생으로 하겠습니다.]‘음, 채은성을 데려갔군. 비주얼 파티에 괜찮을 거 같았는데.’
보면 볼수록 정찬양의 팬만 아니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는 놈이었다.
그러나 이미 남의 떡이 된 연습생에게 관심을 줘 봐야 소용없었다.
예찬은 거침없이 그다음으로 생각해 둔 연습생을 불렀다.
[남지유 후보생과 함께 가겠습니다.]그 후에도 두 사람의 조원 뽑기 핑퐁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마지막에 남은 두 연습생은 윤지우와 기태랑이었다.
‘가해자 꼬리표가 붙어있는 윤지우와, 여기서 제일 실력이 부족한 기태랑인가.’
초반과 다른 의미로 박빙이었다.
물론 예찬은 범세혁이 고르고 남는 놈을 데려가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정의탁과 배새벽이 조가 갈렸으니, 윤지우는 어느 쪽으로 들어가든 난감하겠군.’
지난 따돌림 사건 이후 윤지우가 두 사람에게 따로 사과한 적은 없었다.
당연히 껄끄러움 또한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예찬은 티나지 않게 정의탁과 배새벽의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
두 사람 모두 딱히 불편한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진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범세혁이 결정을 내렸다.
[윤지우 후보생과 같이하겠습니다.] [범세혁 후보생의 마지막 선택은 윤지우 후보생이었습니다! 자동적으로 기태랑 후보생은 하예찬 후보생의 조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 여러분, 이걸로 마지막 경연을 치를 최후의 조 편성이 끝났습니다!]MC의 말과 동시에 화면에 양측 조원들의 이름이 세로로 쭉 나열되었다.
이내 화면이 다시 변하고, 스피커를 타고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습생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경연곡이군.’
가사 없이 반주만 1여 분씩 총 세 곡이 연달아 이어진 후 음악이 끊겼다.
메인 MC가 설명을 시작했다.
연습생들의 호기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MC는 사악하게 웃었다.
[방법은 바로! 양 팀의 합의입니다!]‘합의?’
뜬금없는 소리에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후보생 여러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했습니다! 어떤 곡을 하고 싶은지 양측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서 정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시간은 지금부터 10분 드리겠…… 네, 박나길 후보생?]MC는 조심스럽게 손을 든 박나길을 지목했다.
발언권을 얻은 박나길이 물었다.
“저, 그러면 두 조의 의견이 10분 내로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때는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되죠.]MC의 대답에 장내의 공기가 썰렁해졌다.
‘그냥 처음부터 가위바위보로 해.’
자율성 타령하면서 효율성은 갖다 버린 방식이었다.
속으로 혀를 찬 예찬이 범세혁측 조원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조원들끼리 얘기해 보고 다시 말합시다.”
“그래, 좋아.”
가장 앞에 서 있던 범세혁이 흔쾌히 동의했다.
예찬은 자신의 조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럼 어떤 곡이 더 마음에 드는지 한 사람씩 말해 볼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두 번째 곡이 되게 만들 거지만.’
다수결로 정하자는 말 따위는 어설프게 흘리지 않았다.
이 멤버로는 두 번째 곡이 훨씬 나을 게 명백했으나, 혹시 센스 없는 놈이 다수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찬의 물음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임버들이었다.
“전 3번이요.”
‘센스 없는 놈 하나 적립이요.’
예찬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한 사람이 입을 떼니 다른 연습생들도 빼지 않고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3번이 괜찮았어요.”
‘한 놈 더 추가요.’
이번에도 쉽게 풀리진 않을 모양이었다.
오